우연찮게 밤낚시를 가게 되었다. 회사 노조 주관으로 노조원 낚시대회를 하는 곳에 친구와 두명의 회사동생과 동석하게 되었다. 낚싯대를 다시 드리운것이 거의 5년만의 일이다. 회사 입사이후 일이년간은 몇번 다니던 낚시를 잡지 않게 된 것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 세월을 낚는다고 말처럼 여유롭게 생각할 조금의 여유조차 없이 살아온것이 나름대로의 이유일수도 있겠다. 강태공을 바라보기에는 너무 지친 시대이다.
저녁 7시반에 도착한 저수지는 벌써 어둠에 잠겨있다. 물과 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저수지를 빙 둘러 물 위에 자리한 좌대에 여장을 푼다. 어둠에 익숙하지 않은 눈으로 낚시줄을 묶는다. 흔들거리는 좌대에서 드디어 낚시대를 드리우며 바라보니 조금은 주변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주변을 둘러보다 눈에 들어온 풍경은 반딧불의 향연이다. 물 위의 반딧불. 물에 뜬 케미라이트의 빛이 물 위를 배영하는 반딧불같다. 주변에서 떡밥을 새로 끼워 던질때마다 저수지 위를 가르는 반딧불의 춤사위. 이것이 밤낚시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자정을 넘어서니 서서히 졸음이 오기 시작한다. 흔들거리는 좌대 위에 마련한 등받이 낚시 의자에 깊숙히 몸을 뉘이고 저수지를 응시한다. 조그조근 나누는 이야기가 오히려 자장가같다. 참방참방 어디선가 작은 물고기 뛰는 소리가 들린다. 인간이 잠드는 시간. 이제야 또 다른 세상이 눈을 뜨려는가 보다. 알지 못하는 새들의 소리, 물고기의 뛰는 소리, 옆사람의 숨소리. 드디어 두 세상이 만나는 순간이다.
새벽녘. 첨벙하는 소리에 화들짝 잠이 깬다. 서둘러 낚싯대를 들어올리나 여전히 허탕이다. 제법 큰 물고기들이 뛴다. 다시 떡밥을 갈아끼워 드리운다. 물고기들의 힘찬 솟구침에 잠을 깨다니. 매일 아침 자명종 소리에 지친 몸을 깨우는 것에 비할바가 아니다. 또 어디선가 물고기가 뛴다. 안개비가 내리는 저수지에 서시히 여명이 밝아온다.
낚시꾼의 자질 문제인지 자리가 별로였는지 몰라도 4명이서 고작 세마리를 낚았다. 목적이 식탐에 있지 않은지라 모두 방생하고 돌아선다. 저수지는 다시 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