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달라이 라마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김영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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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행복한가 라는 질문에 어떻게 답할수 있을까. 행복이란 말은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말이면서도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는 쉽지 않고 개인마다 행복을 느끼는 감정 또한 다양하다. 세상을 다 가진듯 하면서도 행복하지 못한 이가 있고 초라해 보이는 삶일지라도 행복한 이가 있다. 이 다양한 행복의 모습 중에서 구태여 하나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우리가 추구하는 모든 행동이 결국 행복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전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한 여배우조차도 그 결과가 뒤틀리고 불행한 소망이었을지라도 스스로의 삶에 고통을 가하기보다는 그 고통에서 빠져나오려고 택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저자가 티벳의 14대 달라이 라마인 텐진 갸초를 만나 행복에 관해 대담한 내용을 담고 있다. 심리학자로서 느끼고 경험한 삶의 형태들에 관한 해답과 근거를 달라이 라마의 말 속에서 찾고 있다. 왠지 삶은 이러이러해야 해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명확한 타당성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위대한 정신적 지주의 말과 행동을 통해 그 타당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굳이 과학적, 의학적 논거를 들어서 달라이 라마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은 왠지 군더더기로 보인다. 아마 서양인의 관점에서 쓰여진 책이기에 그러할 것이다.

달라이 라마가 말하는 행복한 삶은 마음의 수행을 통해 이루어진다. 사람의 심성은 본디 선하고, 나 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이들이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 내가 행복해질 권리가 있듯이 타인에게도 똑같은 권리가 있음을 인식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이런 시각을 바탕으로 관용, 자비, 친절, 인내, 겸허와 같은 삶의 긍정적 요소들을 마음의 수행을 통해 확장시켜 삶의 부정적 요소들을 밀어내는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방법론을 접하면서도 냉소적이지 않게 읽었던 것은 달라이 라마라는 위대한 정신적 지주의 글이라는 면도 있지만 시각의 전환이 어떻게 삶을 변화시킬수 있는지에 대하여 충분히 수긍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비록 그 실천의 여부는 어렵고 모호할지라도.

행복론을 접하면서 한편으로 류시화 시인의 "삶 속에 욕망을 넣어야지, 욕망 속에 삶을 집어넣으면 안 된다"  라는 글귀가 떠올랐다. 달라이 라마만큼의 정신적 수양이 결코 쉽지 않은 현실에서 오히려 시인의 글이 더 가슴에 와 닿았다. 미리 한발 물러서는 것도 아니다. 류시화 시인의 저 글귀는 또한 얼마나 어려운가. 다만 탐욕의 반대는 무욕이 아니라 만족이듯이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의 행복론은 이 너저분한 욕망들을 삶속에 집어넣는데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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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3-02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행복의 의미가 그때그때 달라지더라고요~
속이 안 좋아서...몸이 아픈 오늘. 그렇다고 빠질 수 없어 회사에 나왔는데...
동료들이 손을 따 주고, 등을 두들겨 주네요~
이럴 땐 이게 행복이구나...싶어요^^

진주 2005-03-02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잉크님의 리뷰를 읽으면 나도 리뷰 좀 쓰야지하는 마음이 든답니다.
게으런 제게 자극을 주시지만 여전히 농뗑이쳐서 미안해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플레져 2005-03-02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일 실패하지만, 매일 시도해봅니다. 마음의 수양, 마음의 평화...

잉크냄새 2005-03-02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순이 언니님 / 행복은 바람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어떤 이의 가슴에든 어떤 형태로든 살며시 자리잡잖아요.
찬미님 / 가물에 콩나듯이 올라오는 리뷰를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황공무지로소이다.
플레져님 / 저도 매일 조금씩 사고의 전환을 꾀해볼까 합니다. 그런 작은 변화가 결국 큰 흐름을 이루는 날이 올거라고 달라이 라마 아저씨가 그러더라고요.^^

미네르바 2005-03-02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삶이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 어제와 오늘이 다를 것이 없는데도 생각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 내가 어떤 마음 자세를 갖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좌우되는 것 같아요. 저도 마음의 수양을 쌓아서 늘 행복해지려고 합니다요^^ 한번쯤,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고 싶어지네요. 잘 읽었어요.

잉크냄새 2005-03-04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네르바님/ 달라이라마의 글중 변화에 대한 저항 부분이 생각나네요. 사람들은 변화에 대하여 긍정적인 부분은 의식하지 못하면서 오직 부정적인 면만을 본다고 합니다. 그래서 변화에 대하여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저항한다고 합니다. 삶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 변화의 긍정적인 면을 더 부각시켜 변화에 대한 저항을 줄여야 한다고 합니다.

파란여우 2005-03-05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서평을 읽고보니 갑자기 밥벌이의 지겨움이 생각납니다.
직장 생활 다 집어 치우고 욕심을 비우고 살고 싶어지지만
제가 밥을 너무 많이 좋아하잖습니까...음하하하하(무슨 웃음소리가 이렇대?)

잉크냄새 2005-03-08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망을 완전히 비우면 득도할수 있겠지만 현실속에서는 힘든 일인것 같습니다. 시인의 말처럼 그저 내 삶속의 욕망이 되도록, 욕망에 휩싸이지 않도록 마음을 수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삶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시는 시만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시에 관한 모든 이야기는 물거품과 같은 것이다. 시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나면 언제나 쓸쓸해진다. 그것은 거의 생리적인 것이다. 시는 알몸의 시만으로 노출되어야 한다. 시는 일상적인 산문으로 분해될 수 없다. 시는 아름다움이다. 그것은 지식이 아니다. 시는 언어의 의미 내용만이 아니라 그것을 떠받치고 감싸고 또 그것과 혼연 일체가 되어 있는 향내 같은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시는 벙어리 소녀의 눈빛과 같은 것이다. 시가 전달하는 것은 하나의 침묵이다.

< 낙타는 십리밖 물냄새를 맡는다.> p13~14

언젠가 나는 시가 전달하는 것은 벙어리 소녀의 눈빛과 같은 침묵이라고 소개했다. 우리 논리의 손가락 사이를 새나가는 모래라고 했다. 무력한 언어가 잉태하는 안타까움이라고 했다.
참된 예술작품은 말하지 않는다. 시는 시만으로 직립해야 한다. 하늘의 높이에서 얼어 있는 햇살의 폭포같이 수직으로 혼자서 서야 한다.

< 낙타는 십리밖 물냄새를 맡는다.>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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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3-05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는 가장 어려운 장르입니다.
시인은 가장 먼저 울며 가장 나중까지 우는 자라는 말도 있잖습니까.
침묵의 소리를 읽는 일은 내면을 읽는다는 의미죠?
시는 시 만으로 직립해야 한다는 말에 200% 공감!!!

잉크냄새 2005-03-08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도 뭔 소린줄 모르고 읽고 있답니다. 시는 시만으로 직립하듯이 제 속의 시로만 살아나는 그런 시들인가 봅니다.
 

1.풍경

 

 

 

 

세잔느는 " 풍경이 내 가운데서 성찰하고, 나는 그 의식이 된다 "고 말한 적이 있다. 즉 세잔느의 눈이 생빅투와르 산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풍경 생빅투와르 산이 화가 세잔느의 눈을 바라본다는 뜻이다. 바라본다는 것은 바로 보여진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수없는 풍경에 부딪히며 살아가고 있다. 그 무한한 풍경 가운데의 어느 한 순간의 풍경이 느닷없이 어느 순간의 나와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거의 신비에 가까운 일이다. 나는 언젠가 어느 명승지에서 오히려 풍경을 만나지 못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것은 단지 일반적인 아름다운 경치에 지나지 않았다. 그 경치들은 나의 시각을 자극했지만 그것들은 그냥 흘러가버렸다. 내가 이름 없는 한 풍경을 만나게 되는 것은, 내가 풍경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풍경이 어느 순간의 나를 주박하고 마는 것이다. 

- 허만하 < 낙타는 십리밖 물냄새를 맡는다 > p20~21 -

2.상처

 

 

 

 

나에게, 풍경은 상처를 경유해서만 해석되고 인지된다. 내 초로(初老)의 가을에, 상처라는 말은 남세스럽다.그것을 모르지 않거니와, 내 영세한 필경(筆耕)은 그 남세스러움을 무릅쓰고 있다.
풍경은 밖에 있고, 상처는 내 속에서 살아간다. 상처를 통해서 풍경으로 건너갈 때, 이 세계는 내 상처속에서 재편성되면서 새롭게 태어나는데, 그때 새로워진 풍경은 상처의 현존을 가열하게 확인시킨다. 그러므로 모든 풍경은 상처의 풍경일 뿐이다. 언어는 마치 쑥과 마늘의 동굴 속에 들어앉은 짐승의 울음처럼 아득히 우원하여 세계의 계면(界面)으로 떠오르지 못하고, 이 세계가 그 우원한 언어의 외곽 너머로 펼쳐져 있는 모습이 내 생애의 불우(不遇)의 풍경이다.

- 김훈 < 풍경과 상처 >  p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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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2-25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멘트는 하고 싶은데... 뭐라 입을 뗄지 몰라 하는 저를 보라지요.
님은 풍경에...대해..그렇군요..
저는 음악에 대해 그런 생각을 하지요.. 아주 가끔 있는 일인데요...비 오는 날 사람이 별로 없는 한산한 버스 안에서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내가 원래는 이 속(음악)에서 살았는데.. 똑 떨어져... 이 부박한 세상으로 튀어나온 게 아닌가...하는 생각 하지요.... 에고...써놓고보니,,, 에그머니 이게 뭔소리야 싶어 부끄럽네요 ^^;;

잉크냄새 2005-02-25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옮기기는 했지만 읽을때 끄덕끄덕 하면서도 온전히 저의 느낌이 되어 살아나지는 않더라고요. 어떤 극적인 전환점이 있던지, 더 오래 나이들어 보아야 슬며시 그런 느낌이 다가올라나 싶네요. 이상하죠. 비내리는 버스차창밖의 풍경은 남녀노소를 떠나서 그런 묘한 기분으로 다가오거든요. 이십대 초반에는 비가 내리면 가끔 버스를 타고 목적지없이 흘러가곤 했죠.^^

미네르바 2005-02-25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위의 두 책을 참 좋아하지만, 온전하게 이해하지는 못했어요. 지금보다도 더 나이를 먹고, 더 삶의 경험이 풍부해지면 제대로 이해할까요? 그래도 가까이 두고 가끔씩 펴 보는 책들이네요. <풍경은 상처를 경유해서만 해석되고 인지된다...> 분명 상처를 경유해서 바라본 풍경은 다르게 해석되겠지요. 그럼, 상처없는 풍경은 심심할려나??? ^^

잉크냄새 2005-02-27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훈의 <풍경과 상처>는 지금 읽고 있는데 글이 어렵네요. 악전고투하며 읽고 있는데 진도가 잘 나가지 않고 있어요.

파란여우 2005-03-05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훈의 글을 읽는 자체만으로도 상처죠..하지만 글은 잘 쓰잖아요
잉크님! 책을 읽으시면서 부디 상처 받지 마시길^^

잉크냄새 2005-03-08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책을 읽으면서도 저자나 주인공에게 완전히 몰입되는 경우는 별로 없는것 같습니다. 고로 김훈의 글을 읽는다고 상처받거나 할일은 없을겁니다. 걱정마시길...^^
 



1.치마 저고리 입고 달에게 무엇을 빌었는가

여장이 우리나라 곳곳에서 행하여진 풍습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한것으로 보아 우리 고향에만 내려온 풍습일지도 모른다. 년령대를 보면 보통 국민학교를 졸업하기전까지의 아이들로 구성되었다. 보름날 달이 뜨기 전, 어머니의 한복을 몰래 꺼내들고 바닷가로 집결했다. 추위에 바들바들 떨며 달이 뜨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수평선에서 떠오른 보름달이 바다위에서 출렁이기 시작하면 급하게 치마를 입고 저고리를 입고 머리에 수건을 두른후 일렬로 늘어서서 한해의 소원을 빌며 절을 하곤 했다. 족히 십여명이 넘는 숫자였다. 그때 빌었던 소원이 무엇이었는지 지금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종교의식처럼 경건한 무엇인가가 가슴속에 살며시 자리잡았던 느낌은 아직도 남아있다.

2. 휘엄청 밝은 달빛 아래 각설이 타령은 울려퍼지고

여장을 하고 치루어진 의식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 세숫대야를 들고 모였다. 동네를 돌며 밥을 얻어먹는 의식이 남은 것이다. 세숫대야의 종류는 보통 두가지로 구분되었다. 깨끗한 세숫대야는 밥과 나물이 담기는 것이요, 지저분한 세숫대야는 각설이 타령의 장단을 맞추는 꽹과리와 징 대용으로 사용되었다. 동네 집들을 모두 돌며 구성진 각설이 타령 한방이면 보통 밥과 나물이 나오곤 했다. 가끔 물세례를 받기도 했지만 각설이의 집요함에 당해낼 재간은 없었던지 결국은 굴복하고 말았다. 밥과 나물이 한 세숫대야 그득해질때까지 돌아다닌후 휘엉청 밝은 달빛 아래서 즉석 비빔밥을 만들어 먹곤 했다. 온갖 종류의 밥과 나물, 그리고 각 집마다의 고유의 특유한 음식맛을 한방에 해결하곤 했다.

3. 달에게 던진 것은 진정 무엇이었을까

표준말로는 쥐불놀이인 놀이를 고향에서는 '망우리'라고 불렀다. 보통 남양분유 깡통에 못으로 구멍을 내고 철사로 손잡이를 만들어 윙윙 소리나도록 돌리곤 했다.  고향에는 하천이 있다. 그 하천을 사이에 두고 양쪽 마을은 언덕배기 고수라든지 해변가 고수를 명목으로 전쟁놀이가 한창이었다. 그러다 보름이 다가오면 정전협정이라도 맺은듯이 조용히 망우리 놀이를 준비했다. 여장과 세숫대야 의식이 끝난후 하천 주변 언덕으로 모였다. 어느 한사람이 불을 붙이는 것을 신호로 일제히 하천 양쪽 언덕에서 불길이 솟는다. 시리도록 밝은 보름달이 토해낸 선혈들이 돌아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 동안 준비한 나뭇가지가 다 타고 보름달이 하천 중간 정도에 이르면 어디선가 하나의 망우리가 달을 향해 치솟는다. 그리고 양쪽 언덕에서 돌아가던 망우리들이 일제히 달을 향해 마지막 힘을 토해낸후 달빛 아래 하천 위로 조용히 사그러들었다. 마지막으로 달을 한번 흘낏 쳐다보고 돌아서던 가슴속이 알수없는 희열로 충만하곤 했다.

망우리를 마지막으로 돌려본것은 20대 초반이다. 당시 꽤나 힘든 시기를 보낼적이었다. 고향의 언덕길을 거닐던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몇 안되는 꼬마들이 돌리던 망우리였다. 어둠이 어스름 내리기 시작한 강가에서 돌아가는 불의 향연을 바라보면서 주요한의 < 불놀이 >가 강렬하게 떠올랐다. 아마 그처럼 < 불꽃의 고통속에서라도 더욱 뜨거운 삶을 살고 싶다 > 는 열망이었는지도 모른다. 망우리 하나에 1000원을 흥정하는 꼬마에게 받은 망우리를 돌리며 " 안녕 " 이라고 소리치며 달을 향해 던져올렸다. 나의 고뇌와 아픔이 담겨 던져올려진 마지막 망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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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5-02-23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장을 한다는 말과 세숫대야에 밥을 얻어 먹는다는 건 정말이지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예요! 신기하군요^^(물론 세수대야는 깨끗이 씻었겠죠?)
쥐불놀이는 저도 방학 때 시골가서 해 본 것 같아요. 빙빙 놀리면 불꽃이 발갛게 살아나던......불놀이 해도 어른들이 말리지 않고 밤새 즐겁게 놀았던 기억나요^^

호밀밭 2005-02-23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장은 저도 처음 들어보네요. 대보름이 예전에는 놀이 중심이었을 텐데 지금은 음식 중심으로 남은 듯해요. 저한테는 그래요. 나물 먹는 날로만 기억되거든요. 대보름에 대한 추억이 있는 님이 부럽네요. 마지막 망우리에 대한 부분 마음에 남아요. 오늘 달을 한 번 보아야겠어요. 멋진 글 잘 읽었어요.

겨울 2005-02-23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산나무에 새끼줄을 걸고, 의식처럼 집집마다 가장의 이름을 부르며 소지를 태우고, 아이들은 길게 줄을 서서 백설기를 얻어먹고, 청년들은 꽹가리와 장구, 징을 치며 동네를 한바뀌 돌고, 쥐불놀이에도 지친 이슥한 밤에는 바가지와 양동이를 동원하여 밥과 나물을 얻어다가 정체불명의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던 아스라한 기억..... 그립네요.

icaru 2005-02-23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은 어데서 구하셨대요...? 글과 그림이 잘 어울립니다~ 님은 참 유년 시절 여러 가지 소중한 추억들을 간직하고 계시네요...
저는 쥐불놀이는 직접 해보지 않고, 구경만 했었거든요...실제로 해보기엔...헉..좀 무서워보이기도 하고 그랬어요.
작년 이맘 때 쯤에 님께 귀밝이술 드셨냐고 물었던 게 생각나네요...우아..벌써 일년이 지난 거 있죠~

파란여우 2005-02-23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서범의 '불놀이야'를 떠올리는 저와 주요한의 불놀이야를 떠올리는 님은 확실히 정서의 차이가 나는군요.마지막 망우리에 오늘은 무엇을 올려 보내셨을까나요?^^

내가없는 이 안 2005-02-24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보름이 언제지, 하면서 지나갔군요. 잉크냄새님, 유년시절에 관한 소설 쓰시면 멋진 거 하나 나올 듯해요. 전 아스팔트 위에서만 살아와서 이런 이야기 나오면 무조건 좋아합니다. 그런데 그 꼬마 셈이 빠른걸요. 하나에 천 원을 흥정하다니, 예전의 님이라면 그냥 돌리세요, 그러셨을 듯한데. ^^

잉크냄새 2005-02-24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찬미님 / 역시 여장은 저의 동네에서 잠시동안 행해졌던 행위였나 보군요. 대보름날은 밤새워 놀다 들어가곤 했죠. 그때는 전기가 별로 보급되지 않아서 보름달빛이 정말 대낮같다는 생각을 했었죠.
호밀밭님 / 보름에 먹거리를 빼면 좀 썰렁하죠. 오곡밥, 나물...그저 두가지 만으로도 풍족한 하루였죠.
우울과 몽상님 / 님은 분명 그런 추억을 간직하신 분일거라는 생각을 진작부터 해오고 있었죠. 정체불명의 비빔밥...그립네요.
복순이언니님 / 저도 그 코멘트가 기억나네요. 벌써 일년이라니. 세월 빠르네요. 이 페이퍼의 세번째 것과 비슷한 내용이었는데 두번 울궈먹다 딱 걸렸네요. 아~ 기억력 좋아요.
여우님 / 때가 때인만큼 주요한의 불놀이가 떠올랐죠. 보통때라면 어리버리 홍서범쪽으로 기울었을겁니다.
이안님 / 글 솜씨가 있다면 좀더 눈에 잡힐듯이 쓸텐데 말그대로 주절주절 넋두리랍니다. 제가 소재 제공하고 이안님이 쓰시는 것을 어떨런지요.^^아, 그리고 그 꼬마, 그당시는 얼마나 얄밉던지...ㅎ^^

미네르바 2005-02-24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뭔 정신으로 사나 싶어요. 대보름도 이렇게 지나가 버렸네요. 오곡밥도 못 먹고, 나물도 못 먹고... 제가 사는 동네도 지금이야 신도시가 되었지만 제 어린 시절은 시골이어서 쥐불놀이도 하고, 밤에는 커다란 양푼에다(결코 세숫대야가 아님-아무리 깨끗한 것이라도^^) 오곡밥과 나물을 얻어와서 비벼서 먹었죠. 아~ 그 맛이란... 동네 꼬마들 모두 모여 밤새고 먹으며 놀며 했는데... 너무 아득한 시간이에요. 요즘도 시골에서 그런 것 하는지 모르겠어요. 요즘은 아이들이 이런 맛도 모르고 지내니, 아이들이 불쌍해요^^ 기껏 컴퓨터 게임이나 하고 사니...

잉크냄새 2005-02-25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네르바님 / 저도 양푼이었나? 아리송하네요. 하여간 양푼은 크기가 작아서 왠지 환영받지 못했을것 같아요. 머스마 열명 정도면 세숫대야 정도는 되야죠. 지금은 이런 놀이들이 모두 사라졌죠. 어차피 시대따라 변하는 거지만 나중에 추억으로 말할수 있는 꺼리는 옛날이 훨씬 풍요로왔던것 같아요.

Laika 2005-02-26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분하게 어린시절의 활기찬 추억을 잘 표현하셔서 읽는 저도 얼굴에 희미한 미소와 함께 옛추억이 떠올라요.. 참, 더위는 파셨나요? 전 그날 새벽에 큰언니에게 전화로 모닝콜해주면서 팔았다죠...^^

잉크냄새 2005-02-27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카님 / 제 더위 사세요. 시간이 좀 지났어도 사실꺼죠?^^
 

졸업

김민수 글, 곡

그런 날이 또 올까 사랑하고 방황하고
졸음 쏟아지던 도서관도 이젠 그리워질까
바람따라 타오르고 바람따라 흔들리던
그 시절 지나 이제는 어디로든 가야하지

사람들속에 이름도 없이 묻히진 않을까
세월따라 꿈도 잊고 그렇게 나이들진 말아야지
내 인생이 이대로 정해진 건 아니지
언젠가 나도 갈림길을 만날테고
그 때도 기억해야지 내 젊은 시절 높은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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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2-18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심을 나와서 먹는데...오늘 따라 유난히..음식점 골목에 젊은 사람들이 왁자~ 하네요... 인근 대학 졸업식이 있었다 하네요...

Laika 2005-02-18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나이들진 말아야지" ..."그렇게 나이들진 말아야지" .."그렇게 나이들진 말아야지" - 이 부분만 크게 들리는게 마치 절 꾸짖는 것 같아요...ㅠ.ㅠ

비로그인 2005-02-18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기억 속의 졸업식은 늘 흐릿하고 비가 흩뿌려지는 이미지예요. 오늘도 간간이 비가 내리고 흐릿한 게 꼭 졸업식 모드의 날씨같네요,^^ 노래 좋습니다...

파란여우 2005-02-18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도...도서관....졸업할 때 그곳을 자주 이용하지 않았음을 뼈저리게 후회했다죠....

마늘빵 2005-02-18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졸업하셨나요? ㅡㅡa

미네르바 2005-02-19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내 젊은 시절 높은 꿈을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지금 세월따라 꿈도 잊고 그렇게 나이들어 가고 있네요. 그 도서관... 졸음도 왔지만, 그래도 꿈을 키워가던 그 도서관... 지금은 그저 추억속의 장소일 뿐이군요. 그 사실이 참 많이 슬퍼지는 밤이네요.

진주 2005-02-19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도 졸업을 못했습니다^^
세월따라 꿈도 잊고 그렇게 나이들진 말아야겠습니다.. 흐흐
아직도 도서관에서 졸 수 있음이 참 행복합니다 그려.

털짱 2005-02-20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갑자기 전람회의 '첫사랑'이라는 곡이 생각났어요. 이 페이퍼의 느낌이 꼭 그런 분위기인지라.. 좀 생뚱맞지요? ^^

잉크냄새 2005-02-22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순이 언니님 / 졸업시즌이군요. 다시는 돌아갈수 없는...그래서 더 그리운...^^
라이카님 / 저도 그 구절이 바늘로 쿡 찌르는 것처럼 아련하더군요.^^
나니님 / 맞아요. 소풍, 졸업식은 항상 비가 오고 춥고 그랬어요. 요즘은 일기예보가 잘 맞아서 아마 그런 일도 드물것 같네요.
파란여우님 / 도서관, 저도 이마에 엘리트 영한사전이니 점보 지우개가 판박이되도록 엎드려 잔 기억이 더 나네요.
아프락사스님 / 반가워요.^^ 만약 지금 졸업한다면 얼마나 좋은 나이일까요. 졸업한지 시간이 좀 지났습니다.
미네르바님 / 세월따라 꿈을 잊는 것이 아니라 그 꿈의 새로이 변형된 형태로 다가오는 것일수도 있겠죠. 다만 그 꿈의 순수를 간직한다면 그것으로도 행복할거라 생각합니다.
찬미님 / 아직 도서관에 다니시네요. 부럽습니다. 전 몇년전 자격증 시험때 다니고는 아직 발걸음하지 못했네요.
털짱님 / 오랫만이네요. 전람회의 " 첫사랑" ... 기억이 날것 같으면서도 가물가물거리기만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