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시만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시에 관한 모든 이야기는 물거품과 같은 것이다. 시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나면 언제나 쓸쓸해진다. 그것은 거의 생리적인 것이다. 시는 알몸의 시만으로 노출되어야 한다. 시는 일상적인 산문으로 분해될 수 없다. 시는 아름다움이다. 그것은 지식이 아니다. 시는 언어의 의미 내용만이 아니라 그것을 떠받치고 감싸고 또 그것과 혼연 일체가 되어 있는 향내 같은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시는 벙어리 소녀의 눈빛과 같은 것이다. 시가 전달하는 것은 하나의 침묵이다.

< 낙타는 십리밖 물냄새를 맡는다.> p13~14

언젠가 나는 시가 전달하는 것은 벙어리 소녀의 눈빛과 같은 침묵이라고 소개했다. 우리 논리의 손가락 사이를 새나가는 모래라고 했다. 무력한 언어가 잉태하는 안타까움이라고 했다.
참된 예술작품은 말하지 않는다. 시는 시만으로 직립해야 한다. 하늘의 높이에서 얼어 있는 햇살의 폭포같이 수직으로 혼자서 서야 한다.

< 낙타는 십리밖 물냄새를 맡는다.>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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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3-05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는 가장 어려운 장르입니다.
시인은 가장 먼저 울며 가장 나중까지 우는 자라는 말도 있잖습니까.
침묵의 소리를 읽는 일은 내면을 읽는다는 의미죠?
시는 시 만으로 직립해야 한다는 말에 200% 공감!!!

잉크냄새 2005-03-08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도 뭔 소린줄 모르고 읽고 있답니다. 시는 시만으로 직립하듯이 제 속의 시로만 살아나는 그런 시들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