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달라이 라마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김영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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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행복한가 라는 질문에 어떻게 답할수 있을까. 행복이란 말은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말이면서도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는 쉽지 않고 개인마다 행복을 느끼는 감정 또한 다양하다. 세상을 다 가진듯 하면서도 행복하지 못한 이가 있고 초라해 보이는 삶일지라도 행복한 이가 있다. 이 다양한 행복의 모습 중에서 구태여 하나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우리가 추구하는 모든 행동이 결국 행복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전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한 여배우조차도 그 결과가 뒤틀리고 불행한 소망이었을지라도 스스로의 삶에 고통을 가하기보다는 그 고통에서 빠져나오려고 택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저자가 티벳의 14대 달라이 라마인 텐진 갸초를 만나 행복에 관해 대담한 내용을 담고 있다. 심리학자로서 느끼고 경험한 삶의 형태들에 관한 해답과 근거를 달라이 라마의 말 속에서 찾고 있다. 왠지 삶은 이러이러해야 해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명확한 타당성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위대한 정신적 지주의 말과 행동을 통해 그 타당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굳이 과학적, 의학적 논거를 들어서 달라이 라마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은 왠지 군더더기로 보인다. 아마 서양인의 관점에서 쓰여진 책이기에 그러할 것이다.

달라이 라마가 말하는 행복한 삶은 마음의 수행을 통해 이루어진다. 사람의 심성은 본디 선하고, 나 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이들이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 내가 행복해질 권리가 있듯이 타인에게도 똑같은 권리가 있음을 인식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이런 시각을 바탕으로 관용, 자비, 친절, 인내, 겸허와 같은 삶의 긍정적 요소들을 마음의 수행을 통해 확장시켜 삶의 부정적 요소들을 밀어내는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방법론을 접하면서도 냉소적이지 않게 읽었던 것은 달라이 라마라는 위대한 정신적 지주의 글이라는 면도 있지만 시각의 전환이 어떻게 삶을 변화시킬수 있는지에 대하여 충분히 수긍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비록 그 실천의 여부는 어렵고 모호할지라도.

행복론을 접하면서 한편으로 류시화 시인의 "삶 속에 욕망을 넣어야지, 욕망 속에 삶을 집어넣으면 안 된다"  라는 글귀가 떠올랐다. 달라이 라마만큼의 정신적 수양이 결코 쉽지 않은 현실에서 오히려 시인의 글이 더 가슴에 와 닿았다. 미리 한발 물러서는 것도 아니다. 류시화 시인의 저 글귀는 또한 얼마나 어려운가. 다만 탐욕의 반대는 무욕이 아니라 만족이듯이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의 행복론은 이 너저분한 욕망들을 삶속에 집어넣는데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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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3-02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행복의 의미가 그때그때 달라지더라고요~
속이 안 좋아서...몸이 아픈 오늘. 그렇다고 빠질 수 없어 회사에 나왔는데...
동료들이 손을 따 주고, 등을 두들겨 주네요~
이럴 땐 이게 행복이구나...싶어요^^

진주 2005-03-02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잉크님의 리뷰를 읽으면 나도 리뷰 좀 쓰야지하는 마음이 든답니다.
게으런 제게 자극을 주시지만 여전히 농뗑이쳐서 미안해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플레져 2005-03-02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일 실패하지만, 매일 시도해봅니다. 마음의 수양, 마음의 평화...

잉크냄새 2005-03-02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순이 언니님 / 행복은 바람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어떤 이의 가슴에든 어떤 형태로든 살며시 자리잡잖아요.
찬미님 / 가물에 콩나듯이 올라오는 리뷰를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황공무지로소이다.
플레져님 / 저도 매일 조금씩 사고의 전환을 꾀해볼까 합니다. 그런 작은 변화가 결국 큰 흐름을 이루는 날이 올거라고 달라이 라마 아저씨가 그러더라고요.^^

미네르바 2005-03-02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삶이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 어제와 오늘이 다를 것이 없는데도 생각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 내가 어떤 마음 자세를 갖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좌우되는 것 같아요. 저도 마음의 수양을 쌓아서 늘 행복해지려고 합니다요^^ 한번쯤,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고 싶어지네요. 잘 읽었어요.

잉크냄새 2005-03-04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네르바님/ 달라이라마의 글중 변화에 대한 저항 부분이 생각나네요. 사람들은 변화에 대하여 긍정적인 부분은 의식하지 못하면서 오직 부정적인 면만을 본다고 합니다. 그래서 변화에 대하여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저항한다고 합니다. 삶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 변화의 긍정적인 면을 더 부각시켜 변화에 대한 저항을 줄여야 한다고 합니다.

파란여우 2005-03-05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서평을 읽고보니 갑자기 밥벌이의 지겨움이 생각납니다.
직장 생활 다 집어 치우고 욕심을 비우고 살고 싶어지지만
제가 밥을 너무 많이 좋아하잖습니까...음하하하하(무슨 웃음소리가 이렇대?)

잉크냄새 2005-03-08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망을 완전히 비우면 득도할수 있겠지만 현실속에서는 힘든 일인것 같습니다. 시인의 말처럼 그저 내 삶속의 욕망이 되도록, 욕망에 휩싸이지 않도록 마음을 수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삶이 아닐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