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우주처럼 신비한 씨앗을 간직한 식물만이, 긴 시간 늘어지게 겨울잠을 자던 양서류들만이 깨어나는 시절은 아니다. 다람쥐 체바퀴 돌듯 일상적인 업무의 반복속에 잠재된 동아리들의 활동도 같이 기지개를 켠다. 조기 축구가 시작된지 어느덧 보름이 지났다. 어두컴컴하던 하늘이 하루가 다르게 밝아지고 집으로 몰듯 몰아치던 찬 기운도 슬슬 자리를 피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6시면 새벽 하늘을 가르는 공의 궤적이 훤히 눈에 잡힌다.

변화가 있었다.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만큼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던 동아리였다. 실력의 차이 또한 빈부의 격차와 같은지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동아리에도 어김없이 나타난 것이 작년의 현실이다. 학창시절 축구선수로 활동한 사람들에 비해 축구가, 운동이 좋아 모인 오합지졸은 비할바가 아니다. 그래서 특단의 조치로 내려진 것이 동아리 팀의 분활이었다. 회사의 이름을 걸고 회사의 공식적인 지원을 얻은 선수 위주의 팀과 아마추어의 이름을 걸고 회사의 눈총을 얻은 오합지졸의 팀이다. 난 물론 오합지졸팀이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대외 경기시 유급휴가와 개인휴가의 차이라고나 할까.

팀이름이 정해졌다. 역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 버금가는 이름이었다. " 재미사마 ",  한창 독도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판에 설마 " 욘사마 " 의 사마를 빌려쓰기야 하겠는가. 순수한 국어 문법인 연음(?)에 의하여 탄생하였다. " 재미삼아 " -> " 재미사마 " , 한때  "너머져도"  " 우스면서" 와 각축을 벌이기도 했다. 웃기는 짬뽕 수준의 오합지졸들이라 축구 외적인 재미도 쏠쏠하다.

4월 중순 시에서 개최하는 JC배에 등록되었다. 아마 선수팀은 우승일 것이고 재미사마는 1회전 승리에 목말라 할것이다. 오늘 새벽도 어김없이 오합지졸들의 목소리는 작은 초등학교 주변을 시끄럽게 했다. 너머져도 우스면서 재미사마 차는 축구의 진정한 묘미를 보여주는 4월이 되었으면 싶다. 올 여름 쯤에는 배에 임금 왕(王)자는 아니어도 비스무리한 방패 간(干) 자라도 하나 새겨지길 열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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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5-04-01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사마..ㅋㅋ 넘 재밌는 이름이네요..^^

icaru 2005-04-01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 사마! 오합지졸 팀 홧팅!! (앗 재미사마 팀이던가??)
여튼, 참 재미사마니이다.. !
저도 사내 인라인 동아리 "노브레끼"에 들까 목하 고민 중입니다...
근데 지가요...인라인 전혀 ...못 타거든요..
무릎깨지고...꼬리뼈 다치고...그럴까봐서리...두려워요...

sweetmagic 2005-04-01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사마 , 노브레끼....ㅋㅋㅋㅋㅋㅋㅋㅋ

잉크냄새 2005-04-01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 재미사마...산뜻하지 않습니까?^^
복순이언니님 / ㅎㅎㅎ 제가 보기엔 재미사마보다 노브레끼가 더 유머스럽네요.
매직님 / 님도 노브레끼에서 ㅋㅋㅋ 하신거죠? ^^

플레져 2005-04-01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패 간 짜... 새겨지면 꼭 뵈주셔요 ^^

비로그인 2005-04-01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머져도 우스면서 방패 간자 재미사마 새기시기 바랍니다..우..웁..크하하하 ㅠ,,ㅠ

미네르바 2005-04-02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미사마팀이 꼭 한번쯤은 승리하시기를 빌겠습니다. 날마다 새벽마다 그렇게 열심히 하시면 방패 간자 정도는 새겨지지 않을까 싶네요. 새겨지면 사진으로 올려 주세요^^
그리고, 복순이언니 님네 노브레끼 동아리는 제가 탐나네요. 그래도 인라인은 잘 타는데..

잉크냄새 2005-04-02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 방패 간자의 압박이 장난이 아니네요.^^
복돌이님 / 크...역시 님의 센스에 감동...ㅎㅎ 방패 간자는 재미사마가 아니고 빡세게 한번 해볼랍니다.
미네르바님 / 대진표가 나왔는데 작년 4강 진출팀이랑 1차전입니다. 그래도 재미사마팀은 오늘 아침도 우스면서 즐겼답니다.

진주 2005-04-02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프라노 못지 않군요 ㅋㅋㅋ
부디 재미사마로 임금왕자 새기시길...

2005-04-03 1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4-07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 바뀐 아이디가 아직도 낯설어요. 임금 왕자는 조금 무리일것 같고 방패 간자에 만족할듯 싶네요.
속삭이신님 / 언젠가 또 정다운 모습으로 서재에서 뵙게 될것 같네요. 꼭 그러고 싶네요.

파란여우 2005-04-10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다가 배고파져서 밥 먹으러 가야겠슴돠..하하하하^^

잉크냄새 2005-04-11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 오랫만에 님의 웃음소리가 울려퍼지네요. 아, 저는 1차전 통과를 한후에 커다랗게 웃겠습니다. 그때까지 잠시 미뤄둘께요.
 

억새의 꽃은 흩어져 멸렬하기 위하여 피어나는 꽃이다. 그 꽃들은 죽을 때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바람 속에 흩어진다. 추락하는 꽃들의 내면에는 영광과 치욕을 함께 소리지르는 아우성이 들끓고 있을 테지만, 산화하는 꽃들의 내면에는 생애의 무게가 잘 빻아진 마른 뼈의 가루들로 들어 있을 것 같다.

- 김훈 < 풍경과 상처> p1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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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5-03-29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른 겨울 아침에 보았던 억새가 생각나요...

파란여우 2005-03-29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님!
오늘 책 주문했습니다.
님에게 투병중인 장영희 교수의 글이 많이 읽혀졌으면 싶군요.
항상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icaru 2005-03-29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훈 < 풍경과 상처> 이 책...님에게...큰 영감이 되어주는 책인듯해요...
억새...일명 으악새...맞남요? (잘못 아는 척 함..이거이거 뻘짓인데........) 이 풀에도 꽃이 있나봐요...

잉크냄새 2005-03-29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찬미님 / 전 억새하면 정선 민둥산이 떠오릅니다. 가을 산행을 생각하고 간 정선에서 민둥산 입구는 찾지 못하고 오히려 정선 팔경에 매료되어 차로 하루종일 돌아다닌 기억이 납니다.

파란여우님 /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장영희 교수의 글은 영시 번역을 통해서 처음 접했습니다. 아름다운 글 읽을 기회를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복순이 언니님 / 영감도 영감이지만 너무 어렵게 쓴것 같아서 읽는 동안 힘들었습니다. 억새꽃이란 말은 저도 처음 들었답니다. 근데 으악새는 뻐꾸기 아닌가요? 아아~ 으악새 슬피우는 가을인가요~~~

진주 2005-03-30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새는 복순이 언니님의 말씀이 옳은 듯 아뢰오.

미네르바 2005-03-31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억새꽃은 역시 민둥산인 것 같아요. 저는 작년에 가 보았는데, 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곳이에요. 김훈의 <풍경과 상처>는 결코 쉽게 넘길 수 있는 책은 아니지요? 저도 오래 오래 읽었어요. 여전히 가끔씩 또 펼쳐 보는 책이구요.

잉크냄새 2005-04-01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찬미님 / 무식한 저를 용서해주시길...^^
미네르바님 / 예전에 보내주신 김훈의 < 풍경과 상처 > 를 이제야 다 읽었네요. 읽고 다시 앞으로 돌려 읽고 그래도 너무나 멀리 있는 글같이 느껴집니다. 시간이 더 흐른후 다시 한번 바라볼 생각입니다.
 
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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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기면 율 브리너나 소화할수 있는 대머리 스타일이 나름대로 어울리는 작가가 쳐다보고 있다. <총잡이>와 <북경반점>이란 재미없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이력이 눈에 띤다.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수상하고 이 소설로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한 작가의 인터뷰가 책 뒷부분에 소개되었는데 영화화되지 않는 시나리오를 접고 소설을 쓰라는 동생의 권유로 시작한 것이 신인상을 탔고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거만하기도 하고 할랑하기도 한 작가의 그런 면이 일단 독특하다.

소설은 작가만큼이나 독특하고 재미있다. 박색의 국밥집 노파, 여장부 금복, 붉은 벽돌의 여왕 통뼈 춘희로 이어지는 질곡깊은 삶이 서사시처럼 펼쳐진다. 등장 인물 하나하나의 삶은 그 연결고리를 엮어가면서 다양하고 흥미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대물의 반푼이, 벌을 몰고 다니는 애꾸 여인, 사랑하는 게이샤에게 손가락 여섯개를 바친 칼자국, 존웨인을 질투하는 걱정, 살아서도 죽어서도 언니 동생이 구분되지 않는 쌍둥이 자매, 가학적인 간수 철가면, 그리고 춘희와 소통한 코끼리 점보...그들은 동화속의 인물이기도 하고, 영화속의 인물이기도 하고, 전설속의 인물이기도 하다. 각각의 장르를 달리하는 글속의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여드니 떠들썩하고 재미있고 독특한 소설이 나올수 밖에,  거기에 작가 특유의 파격적이고 독특한 이야기 전개가 한몫한다.

얼핏 이안 맥그리거의 < 빅 피쉬 >라는 영화와 겹쳐진다. 이야기하기를 좋아한 아버지의 임종을 맞은 아들이 어린 시절부터 들어온 거짓말같은 이야기들이 실은 아버지의 삶을 구성하는 소중한 부분들이었음을 알게된다는 내용이다.  아무런 연관이 없고 거짓같던 이야기들이 실타래가 풀리듯 하나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어느 순간 아버지의 삶의 모습으로 나타나듯이 소설 또한 그러하다. 한마디로 퍼즐같은 소설이라고 할까. 하나씩 자리를 잡는 조각으로는 그 모습을 가늠하기 어렵다가 어느 순간 전체의 윤곽이 들어나면서 순식간에 하나의 퍼즐이 완성되는 느낌이다.

소설가에게 만담꾼이라는 표현이 칭찬인지 비하인지는 몰라도 천명관이라는 작가는 타고난 만담꾼이라고 본다. 수많은 이야기들을 슬며시 연관지어 하나의 소설을 만들어낸 기분이다. 이 소설 이후 시나리오를 준비한다고 한다. 그러나 전작의 영화로 미루어볼때 시나리오보다는 소설에 정진하는 것이 작자에게든, 독자에게든, 그리고 문학사에 긍정적인 방향이 아닐까 싶다. 어느날 고래처럼 우뚝 솟은 그의 모습을 기대하기에 충분한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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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3-22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추천했어요. 왜냐하면 곧 주문할 책이거든요...만담꾼이라는 표현 아주 적절하십니다.

icaru 2005-03-23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가에게 만담꾼이라는 말은 칭찬에 속할 듯 해요... 이도저도 되도않는 소설가들도 많응게... ~ 북경반점...! 앗...그랬군요~!
덩달아 북경반점도 소개받고 간다는...

잉크냄새 2005-03-23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 추천에 너그러우시네요.^^ 이왕이면 땡스투도~~ 흐..님이 만나시는 고래는 어떨까 기대됩니다. 동해바다 고래인지, 서해바다 고래인지...

복순이언니님 / 칭찬이라니 다행이네요. 만담꾼이라하면 왠지 입에 오토바이를 달고 부다다다 정신없이 이야기하는 이미지라서...아, 그리고 북경반점 전화번호 알려드릴께요. 02-띵호야-비단장수.

진주 2005-03-25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보니까 저도 고래에 푹 빠지고 싶네요. 도서관 가면 얼른 빌려 봐야징...(땡스투는 못해서 죄송해요^^) 대신~

잉크냄새 2005-03-25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찬미님 / 저의 허접한 리뷰말고 진짜 읽지 않고는 못견디게 만드는 리뷰가 하나 있습니다. 내가 없는 이안님의 서재에 등록된 고래 리뷰를 보신다면... 아, 말로 표현못하겠고 직접 한번 보실것을 권유하고 싶네요.

내가없는 이 안 2005-03-25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저 지금에야 이 글 보고 얼른 댓글 남기려 하는데, 아니 위의 글 때문에 쑥스러워서 뭔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겠네요...
아무튼요, 타고난 만담꾼이라는 님의 의견에는 동감할 수밖에 없는 작가지요. 하지만 문학적 틀을 언급한다면 뭐 거기까지야 완성도가 있다고는 할 수 없는, 아무튼 묘하지요? 그런데 빅피쉬, 저 아주 재미있게 본 영화예요. 이안 맥그리거 때문에도 봤지만, 무엇보다도 팀버튼 감독의 영화잖아요. 환상과 현실을 잘도 꿰매는 감독이라 빅피쉬를 언급하신 게 무릎을 치게 하네요. 그런데 북경반점은 좀 별로였는데... ^^

잉크냄새 2005-03-28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 / 님의 리뷰를 읽으면서, 특히 춘희에 대한 부분에서 절대 공감했답니다. 아 그리고 그 영화가 팀 버튼 감독의 작품이었군요. 전 영화를 보면 주로 배우 위주로 보는지라 감독에 대해서는 몰랐네요.

미네르바 2005-04-01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이 책을 안 읽으면 알라딘에 발 붙어있기가 힘들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이안님의 리뷰도 그렇고, 님의 리뷰도 그렇고... 먼저 읽고 나서 님의 리뷰를 다시 보아야 될 것 같아요. 언제나 간결하고 명료하면서도 핵심을 꼭 찍어서 쓰는 리뷰... 잘 읽었어요^^

잉크냄새 2005-04-01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네르바님 / 요즘 이 소설이 인기가 좋죠. 사이다처럼 톡 쏘는 독특함이 있습니다. 분명 기존의 소설과는 다른 맛이 나죠. 특히, 저처럼 소설의 전후좌우를 잘 잡지 못하는 사람에게 그 양반의 설명식 복선이 아주 좋답니다.

포로롱 2005-05-01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빅 피쉬의 동화같은 이야기가 재미났었는데 이 소설은 현실을 담으려 한 것 같네요. 읽어보지 않았습니다만 인물들의 이야기로 흥성스러운 소설일 것 같아요.

잉크냄새 2005-05-04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로롱님 / 님이 쓰신 흥성거린다는 표현, 이 소설에 딱 어울릴것 같네요. 동화같은 이야기, 전설, 신화같은 이야기라고도 할수 있을것 같아요. 고래 때문에 마르께스의 < 천년의 고독 >도 읽을까 생각중입니다.
 
고기잡이 여행
정기태 지음, 위직량 사진 / 바보새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바다가 온통 회색이었던 적이 있었다. 어릴적 놀이터였던 쪽빛 바다가 무채색으로 다가온 것은 남편을 삼키고 침묵하는 바다 앞에서 오열하는 이의 뒷모습을 보고 나서이다. 항구 풍경을 한폭의 그림이라 표현하는 시인의 글이 싫기도 했고, 칼날같은 울음을 우는 겨울바다에 빠지는 악몽을 꾸기도 했다. 가끔은 감상에 젖은 바다가 싫어지곤 했다. 그러나 어느 시인을 키운 팔할이 바람이라면 나를 키운 팔할은 바다임을, 저 회색빛 항구임을 부인할수는 없다. 바다는 삶의 한가운데에 존재할수 밖에 없었다. 

목포 토박이인 저자는 직접 배를 타고 어부들과 부딪히며 어촌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조선 강국의 외향적인 모습 뒤에 묻힌 어촌의 실상을 말한다. 강원도 고성의 명태에서 안면도 대하에 이르는 어촌을 들르며 어구와 어법과 어민의 삶을 말한다. 다양한 어구와 어법 용어는 많은 부분이 생소하고 어렵다. 고등학교때 수산업(그 당시 전국 인문계 고등학교중 2개 학교만이 수산업 과목을 배우고 있었고 학력고사장에서도 홀로 수산업 시험지를 받은 기억이 난다 )을 배운 적이 있으나 여전히 생소하고 기억의 저편에서 유영하는 용어들이다. 덤장, 독살, 개막이, 혀그물, 후릿그물,고데구리,쏙새기,풀치,베도라치 ...    

저자는 생태계의 파괴로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는 수산 자원, 현대식 첨단 기구에 밀리는 구식 어법들을 소개하고, 바다를 떠나지 못하는 토박이들의 삶을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가끔 툭툭 던져내듯 뱉은 말 한마디가 바다에 대한 저자의 깊은 애정을 느낄수 있게 한다. 그렇다고 옹색하거나 초라한 모습을 전면으로 부각시키지는 않는다. 과거 기억속 만선의 꿈을 나비처럼 품고 살더라도 그냥 있는 그대로의 삶을 말한다. 어쩌면 옹색하고 초라한 것은 삶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시선일수도 있다.

김훈이나 곽재구가 포구를 여행하며 쓴 글에서 저자는 언어의 벽을 느낀다고 한다. 비단 필력의 부분만이 아닐 것이다. 그들이 나그네의 심정으로 바라본 바다에서 저자는 한꺼풀을 벗겨내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를 언어의 벽에 부딪힌 것인지도 모른다. 김훈의 말처럼 상처를 통해 재편된 풍경이 그들만의 풍경이 되고 어촌은 재편된 풍경속의 한점에 지나지 않은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의 풍경을 그리지는 않았다. 나그네의 어설픈 객창감도 아니다. 낭만이나 상처를 벗겨냄으로써 어촌의 본질에 다가간다.그저 싫던 좋던 바다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바다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어부들에게 바다는 삶의 언저리 풍경이 아니라 삶의 터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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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3-17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험하여 살갗에 돋는 언어를 당해낼 재간은 없지요. 어젯밤 꿈에선 북극성과 카시오페이아 별 자리가 바로 눈 앞에서 아주 커다란 그물 망처럼 하늘에서 점점이 반짝였어요. 선명하게 그 별자리를 보고 싶어서 안경을 꼈더니 그 별자리는 도시의 불빛이었어요. 한밤중에도 불 켜진 빌딩숲의 점등. 제게는 또 먼 이야기지만 가까이 하고 싶은 이야기네요.

파란여우 2005-03-17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곽재구의 어부가 어쩌고 하는 이야길 들으면 괜히 실실 웃음이 난다죠...
언어의 공허함을 느껴서 그럴까요...
님은 동해바다, 전 서해바다...고마운 바다입니다. 우리 바다 잘 지켜야 할텐데요.
아참, 얼마전에 고향에 가서 보니까 님의 모교엔 새건물이 쭈욱 들어섰더군요.
연못가에서 밀담을 나누었던 그 때가 기억나 잠시 걸었답니다.
제 모교는 여전히 황랑한 풍경이지만 멀리서 바라보다가 그만 눈물이 날 뻔했어요...
님의 고향 바다에 가시면 제가 먹다가 남기고 온 쐬주 반 병 돌려달라고 전해주시길..^^

sweetmagic 2005-03-18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여기 남해바다가 고마운 사람도 있어요 ^^;;;;;;
잉크냄새님께서 고향가셔서 파란여우님 쐬주 반병 받으시구요 요기 남해바다로 한모금만 남겨서 흘려보내주세요 설사 짠물이 들어갔더라도 달게 마시겠습니당 !! ^^

icaru 2005-03-18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옹색하고 초라한 것은 삶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시선일수도 있겠다 합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느끼는 만큼만 느끼는지라... 저는 항상 편견에 빠지곤 합니다...
님이 아시는 바다... 속속들이 알지는 못하지만... 이해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아니, 이해하는 척...인가요?

근데...이 리뷰는 플레져 님과 파란여우 님의 댓글들도 멋진 걸요~


icaru 2005-03-18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스윗매직 님도...

잉크냄새 2005-03-22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 체험하여 살갗에 돋는 언어...그리하여 저자의 글들이 그리도 정답게 느껴졌나 봅니다. 별이라...은하수가 젖줄처럼 흐르는 곳, 진부령을 넘어가는 고즈넉한 6번 국도를 알려드리고 싶네요.

파란여우님 / 쓰는 사람에 따라, 읽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글이니...예전에 읽을때는 곽재구의 글도 좋았는데, 이책을 읽으면서 괜히 비교가 된것이랍니다. 모교라...어언 가보지 않은지 7년이나 된 곳의 풍경을 전해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동해 앞바다의 소주병은 이미 용왕님께 진상이 끝났답니다. 소주병에 머리를 얻어터진 용왕이 대노했다는 소문도 있더이다.

스윗매직님 / 전 동해의 명태찜을, 여우님은 연평도 대하 소금구이를, 매직님은 남해안 과메기를 들고 모여 꽃가지 꺽어놓고 한잔 돌려야할것 같습니다. 소주는 떨어졌으니 남해안의 유명한 C1으로 하시죠.

복순이 언니님 / 온전히 이해할수 있는 삶이 어디 존재나 하겠습니까. 이리저리 치우치기도 하고 삐닥하게 보기도 하다 어느날 뒷통수를 띵~ 때리며 이거다 싶은 날이 있기도 하겠지요. 님이 아시는 바다, 충분히 넓고 아름다운 쪽빛 바다이리라 생각합니다.한때 저에게 바다는 애정과 애증의 중간정도에 있었답니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일까 숱한 추억과 사연을 담은 넉넉한 세계로 보입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5-03-22 0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 이제야 봤어요. 리뷰도 너무 훌륭해서 곱씹어서 읽었구요, 책도 얼른 옆에다 끌어놓아야겠단 생각도 드는걸요. 님은 바닷가에서 자라셨군요. 님을 키운 팔할이 바다니, 님에게선 바다냄새가 먼저겠군요. ^^

잉크냄새 2005-03-22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 / 제가 바다라면 님을 키운 팔할은 아마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해봅니다. 그래서 종이책 특유의 포근한 질감과 부드러운 내음이 느껴질 것 같군요. 보잘것없는 리뷰 항상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미네르바 2005-03-31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에게 있어서 바다는 그런 곳이군요. 저야, 그저 지나가는 나그네로서 풍경만을 감상하고 왔을 터이지만, 그 곳이 고향인 사람은 삶의 터전이고, 현장이군요. 곽재구시인이나 김훈이 쓴 글과 이 분이 쓴 글이 어떻게 다른지 꼭 보고 싶네요. 많이 다를 것 같아요

잉크냄새 2005-04-01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네르바님 / 아무래도 저에게 느껴지는 바다는 다른 모습이겠죠. 곽재구 시인이나 김훈의 글과는 다른 맛이죠. 작가도 말했다시피 표현력은 떨어지지만 그 진솔함은 훨씬 다가옵니다. 다만, 생소한 용어에 대한 준비는 하셔야 합니다.

포로롱 2005-05-01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겪어본 자만이 진실로 말할 수 있는 법이라 생각해요. 설령 바다의 풍경뿐 아니라도 말이죠. 그런 점에서 바다를 가까이서 체화한 님과 작가의 시선이 부러워요.

잉크냄새 2005-05-04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로롱님 / 저도 바다를 떠난지 어언 10년이 넘어서고 말았네요. 지금은 분명 다른 풍경으로 남아있을텐데, 제 기억속의 바다는 어린시절, 철이 들던 학창시절의 이미지로 강하게 남아있는것 같아요.

히나 2005-05-07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머리속으로 보글보글 꽃게탕 끓이던 와중에 읽으니까 아, 이 책 너무 궁금해요 고기잡이 여행이라니! 저는 수영도 못 하고 바다 비린내 맡으면 울렁이는 촌스런 육지여자지만 전생은 선원이었다는데.. 오프라인 서점에서 한번 들춰봐야 겠어요 ^^

잉크냄새 2005-05-23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노드롭님/ 반갑습니다. 꽃게탕과 이책, 왠지 어울릴것 같은데요. 전생이 선원이셨다니...이 책에서 전생을 만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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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3-11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틱 낫한 스님의 책에 수록된 사진과 같은 풍이군요. 저 얼굴들중 하나가 나의 얼굴이었으면 싶습니다. 아니, 저 얼굴을 비슷하게라고 닮고 싶은 소망입니다.

잉크냄새 2005-03-11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렇게 편안하고 욕망의 그림자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는 그런 평안한 얼굴... 닮고 싶네요.

icaru 2005-03-14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요~

잉크냄새 2005-03-14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분은 저 얼굴을 닮아가시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