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의 꽃은 흩어져 멸렬하기 위하여 피어나는 꽃이다. 그 꽃들은 죽을 때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바람 속에 흩어진다. 추락하는 꽃들의 내면에는 영광과 치욕을 함께 소리지르는 아우성이 들끓고 있을 테지만, 산화하는 꽃들의 내면에는 생애의 무게가 잘 빻아진 마른 뼈의 가루들로 들어 있을 것 같다.

- 김훈 < 풍경과 상처> p1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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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5-03-29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른 겨울 아침에 보았던 억새가 생각나요...

파란여우 2005-03-29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님!
오늘 책 주문했습니다.
님에게 투병중인 장영희 교수의 글이 많이 읽혀졌으면 싶군요.
항상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icaru 2005-03-29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훈 < 풍경과 상처> 이 책...님에게...큰 영감이 되어주는 책인듯해요...
억새...일명 으악새...맞남요? (잘못 아는 척 함..이거이거 뻘짓인데........) 이 풀에도 꽃이 있나봐요...

잉크냄새 2005-03-29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찬미님 / 전 억새하면 정선 민둥산이 떠오릅니다. 가을 산행을 생각하고 간 정선에서 민둥산 입구는 찾지 못하고 오히려 정선 팔경에 매료되어 차로 하루종일 돌아다닌 기억이 납니다.

파란여우님 /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장영희 교수의 글은 영시 번역을 통해서 처음 접했습니다. 아름다운 글 읽을 기회를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복순이 언니님 / 영감도 영감이지만 너무 어렵게 쓴것 같아서 읽는 동안 힘들었습니다. 억새꽃이란 말은 저도 처음 들었답니다. 근데 으악새는 뻐꾸기 아닌가요? 아아~ 으악새 슬피우는 가을인가요~~~

진주 2005-03-30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새는 복순이 언니님의 말씀이 옳은 듯 아뢰오.

미네르바 2005-03-31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억새꽃은 역시 민둥산인 것 같아요. 저는 작년에 가 보았는데, 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곳이에요. 김훈의 <풍경과 상처>는 결코 쉽게 넘길 수 있는 책은 아니지요? 저도 오래 오래 읽었어요. 여전히 가끔씩 또 펼쳐 보는 책이구요.

잉크냄새 2005-04-01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찬미님 / 무식한 저를 용서해주시길...^^
미네르바님 / 예전에 보내주신 김훈의 < 풍경과 상처 > 를 이제야 다 읽었네요. 읽고 다시 앞으로 돌려 읽고 그래도 너무나 멀리 있는 글같이 느껴집니다. 시간이 더 흐른후 다시 한번 바라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