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입사할 때만 해도 나까지 다섯이었던 팀원이 하나씩 빠져나가 셋이 됐다. 넷일 때는 그럭저럭 버텼는데, 역시 셋이 되니까 과중한 업무로 인해 새로 한 사람을 뽑아 다시 넷. 그래도 아직 새로 오신 분은 적응중이고, 1월 4일까지 어떻게든 실물이 나와야만하는 책이 5권이나 되서 요새는 그 책 때문에 정신이 없다. 원래 내가 담당하는 책이 아니지만 일단 급한 불을 꺼야 하기에 급히 투입. 그래도 나름 관심이 있던 원고들이라 재미있게 보고 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시리즈로 가벼운 인문서들인데 두께도 얇고 해서 부담없이 보기 좋을 듯.

2.
요새 알라딘은 불매냐 아니냐를 두고 갈리는 것 같은데, 재고 소진도 못하고 있는 나는 뭐 본의 아니게 불매중. 불매를 주장하는 분들의 의견도, 불매 반대를 주장하는 분들의 의견도 모두 수긍이 가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어차피 알라딘이라는 사이트 자체가 '상업' 공간인데, 거기에 '진보'라는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 옳은가라는 생각이 든다. 김종호씨의 부당해고도 따지고 보면 알라딘이 문제가 아닌 비정규직, 도급 뭐 이런 시스템의 문제인데, 과연 알라딘이 바뀐다고 해서 모든 기업이 바뀔 수 있을 지도 의문. (어차피 이런 시스템은 알라딘 뿐만 아니라 어떤 기업에도 적용되는 거니까) 어쨌거나 좀더 추이를 지켜봐야겠다.

3.
요새 줄야근으로 인해 거의 집에 오면 씻고 좀 굴러다니다가 자는지라 통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 게다가 연말이 되니 다들 신간 쏟아내기에 여념이 없어서 읽을 책은 날로 쌓여만 간다. 어제부터 정이현의 <너는 모른다>를 출퇴근 시간에 읽고 있는데, 뭔가 <달콤한 나의 도시> 류를 생각했던 지라 신선했다. 이거 다 읽고나면 연말&신년 프로젝트(-_-)인 세계문학전집 정복을 시작해야겠다. 오늘 따끈따끈한 세계문학전집들을 받아왔는데,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안나 까레니나>가 포함되어 있어서 이번에야말로 꼭 읽어야지라는 전의(?)를 다졌다.

4.
크리스마스도, 연말도 다가오니 슬슬 고마웠던 분들께 책 선물을 날려야겠다. 허헙.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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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12-10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바쁜 와중에 책을 읽고 리뷰를 쓴다는 게 더 놀라워요. 다년간 쌓은 내공의 힘인가 봐요.^^

이매지 2009-12-10 00:24   좋아요 0 | URL
리뷰를 못 쓴 책도 많아요 ㅠ_ㅠ
보내드린 <매미 울음소리~>도 리뷰 써야 하는데 ㅠ_ ㅠ

울보 2009-12-10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이란곳 내가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만지지만 ,,,
에고 연말연시라 더 바쁘시겠군요,
이매지님이 한번 도서관에서 뵐려고 햇는데,,기회가 없어지네요,,그때가 좋앗는데 그렇지요,,ㅎㅎㅎ전 그렇거든요, 류가 학교에 가니 더 힘들어서 배부른 소린가요,,,힘내시고요, 아자아자 화이팅,,,

이매지 2009-12-10 10:33   좋아요 0 | URL
요새도 도서관에 가는데 항상 반납일이 되서야 부랴부랴 가서 책만 반납하고 한바퀴 쓰윽 둘러보고 오곤 해요 ㅎㅎㅎ
그나저나 석류 어린이에게도 곧 선물꾸러미 보낼께요! ㅎㅎ

다락방 2009-12-10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 엄청 바쁘시군요!
그런데 '연말&신년 프로젝트인 세계문학전집 정복'이란 타이틀이 엄청 거창해 보여요. 세계문학전집이라면 어떤걸 말씀하시나요? 어떤 전집을 읽으시려는건지 엄청 기대되요. 뭔지 알려주세요!!!!

이매지 2009-12-10 14:34   좋아요 0 | URL
저희 세계문학전집 론칭해요. 1차분 20권 나왔는데 아마 늦어도 다음주에는 서점에 깔리지 않을까 싶어요 ㅎㅎㅎ

다락방 2009-12-10 14:48   좋아요 0 | URL
아아아아아아아아아 궁금해요 궁금해요 궁금해요 궁금해요!!
다음주에는 알라딘에도 깔리겠군요! 1차분 20권의 리스트는 어떤걸까요? 아 궁금해요! >.<

이매지 2009-12-10 15:12   좋아요 0 | URL
ㅎㅎㅎ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웽스북스 2009-12-10 16:44   좋아요 0 | URL
아아아아 저도 너무 궁금해요! (민음사 모으고있었는데...흙)

무스탕 2009-12-10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바쁘시면 남친께서 싫어하실텐데.. ^^;
막 보이는거 같아요. 바쁘다 보니 커피 타 놓고 잊어 먹어서 커피 다 식을때까지 그냥 방치된 그런거..
건강 잘 살피면서, 식사 잘 챙겨 드시면서 바쁘세요~

이매지 2009-12-10 16:42   좋아요 0 | URL
아무리 바빠도 커피는 뜨거울 때 마셔야죠!ㅎㅎㅎ
요새는 먹고 일하고 먹고 일하고 이러다보니
슬슬 몸이 무거워지네요 -_-;;;;;
다행히 주말에는 쉬어서 주말에 놀아요 ㅎ

L.SHIN 2009-12-10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이상하게 연말에는 영화도 많이 보고 싶고, 책도 많이 먹고 싶고,
음악도 많이 마시고 싶은 시즌이더군요. ㅡ.,ㅡ
그런데! 정작 내가 시간이 될 때는 재밌는 영화고 없고!

그나저나 아무리 바빠도 건강관리는 필수!입니다.^^

이매지 2009-12-11 15:5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정말 시간될 때는 재밌는 영화가 없다능 ㅠ_ㅠ

전호인 2009-12-11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야흐로 가장 바쁜 시즌이 되었습니다.
격무도 격무지만 사람만나 한잔 하는 일이 더욱 바쁘네요. ㅋㅋ

이매지 2009-12-11 15:53   좋아요 0 | URL
오. 이 바쁜 시즌에 전호인님 오랫만에!!
사람 만나 한 잔 할 시간이 없어요 -_-;;
 
거짓말 학교 - 제10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35
전성희 지음, 소윤경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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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 왜 나쁜지 제대로 된 답을 들려주는 어른을 본 적 있어요? 없을 겁니다. 왜 냐쁘냐고 물으면 무조건 나쁘니까 안된다고만 하죠. 하지만 거짓말을 왜 해야 하는지 말해줄 수 있는 어른은 많습니다. 물론, 여러분은 남 기분이나 맞춰 주는 그런 하찮은 거짓말을 배우러 이 학교에 온 것은 아니죠. 세계를 뒤흔들고, 새 역사를 만들, 그런 위대한 거짓말을 배우기 위해 왔습니다. -9쪽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공익과 질서를 앞세우며 능률과 실질을 숭상하고, 유구한 역사의 뿌리 깊은 거짓말 전통을 이어받아 인류공영에 이바지하자. 이에 창의적이고 이로운 거짓말을 교육의 지표로 삼는다. 성실한 마음과 튼튼한 몸으로 거짓말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여 창조적인 거짓말을 개척하는 데 온 힘을 쏟는다. 우리의 거짓말로 나라가 발전하며 나라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근본임을 깨달아, 국가 발전에 참여할 수 있는 거짓말의 가치를 드높인다. -17~8쪽

"오늘 새벽! 뉴스에서 아주 반가운 얼굴을 보았습니다. 여러분의 선배님이 외국에 나가 우리나라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줄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천문학적인 이익을 단 30분 만에 끌어낸 겁니다."
지금 교장 선생님이 쓰는 거짓말은 승자와 우리를 연결시켜 학교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확대하려는 의도를 깔고 있다. 이건 생활에서도 흔히 쓰인다. '내가 그 사람 동창인데......'라며 성공한 사람과 자기를 연결시켜 자신을 돋보이게 만드는 방법. -43쪽

믿을 만한 게 없어 보일지는 몰라도, 믿음은 있어. 믿음 없이 이 세상은 움직일 수 없지. 특히 사람의 마음은 더욱 더 그래. 모든 사람들이 날 보고 거짓말쟁이라고 해도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날 믿어 준다면 그것보다 큰 힘이 되는 건 없지. -70쪽

순간, 정치가들이 위기에 닥쳤을 때 대처하는 7단계 전략이 떠올랐다.
1단계, 사태를 전면 부인한다. 2단계, 사실은 그러하나 이것은 다른 문제라고 사태를 새롭게 해석한다. 3단계, 사실은 그러하나 자신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4단계, 이 모든 사태는 이번 경우에는 옳은 일이었으며, 최소한 불가피했다고 주장한다. 5단계, 비록 사태에 연루되어 있지만 자신이 원했던 일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6단계, 이 모든 사태는 어쩔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였다고 주장한다. 7단계, 앞 단계의 모든 사항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면 사죄한다. -1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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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12-11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거짓말을 가르쳐 주는 학교, 거짓말을 하는 학교 군요^^
무지 궁금해요. 부러워요 님

이매지 2009-12-11 19:12   좋아요 0 | URL
거짓말을 하면 안돼!라고 말하는 책은 아닌데,
아이들이 거짓말에 대해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
 
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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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살 나이에 여자를 만나는 건, 아무리 비밀이라 해도 열정 때문이 아니었다. 그보단 오랜 결혼 생활에서 얻은, 곁에 누가 항상 있었던 습관 때문이었다. -41쪽

"루마, 이제 목요일이야. 언제까지 스스로 괴롭힐 작정이야?"
이제 괴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루마는 그 얘기를 아담에게 할 생각이었으나, 마음을 바꿨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며칠 더 기다려보려고. 서로 어울려 지내도록 노력하면서 말야."
"맙소사, 루마. 당신 아버지야. 평생을 알아왔잖아."
하지만 이제까지 아버지를 잘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마는 아버지가 그렇게 혼자 알아서 할 수 있는지 몰랐다. -61쪽

딸이 여기서 함께 살자고 했지만 그건 그를 위해서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제 자신을 위해서였다. 전에는 딸이 그를 필요로 한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딸은 평생 그가 해준 것에 더하여 그를 필요로 했다. 그래서 딸의 제안이 더 언짢았다. 자신의 일부는 언제나 아버지라는 사실 때문에 그 제안을 뿌리쳐선 안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건 달랐다. 그는 다시 가족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 복잡함과 불화, 서로에게 가하는 요구, 그 에너지 속에 있고 싶지 않았다. 딸 인생의 주변에서, 그 애 결혼 생활의 그늘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아이들이 커가면서 잡동사니로 가득 찰 커다란 집에서 사는 것도 싫었다. 그동안 소유했던 모든 것, 책과 서류와 옷가지와 물건을 최근에 정리하지 않았던가. 인생은 어느 시점까지 규모가 불어난다. 그는 이제 그 시점을 넘겼다. -69쪽

그래도 아밋은 자기가 맞는 말을 했다고 생각했다. 모니카가 태어나고부터, 함께 시간을 보낼 궁리보다는 어떻게 하면 각자 혼자 시간을 보낼까 궁리하지 않았던가? 쉬는 날 아내가 아이들을 볼 동안 그는 공원에 가서 조깅을 했고, 또 거꾸로 아내가 서점에 가거나 네일 살롱에 갈 수 있도록 그가 아이들을 보았다.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지 않은가. 혼자 있는 그 순간을 그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오죽하면 혼자 지하철을 타고 있을 때가 하루 중 최고의 시간이라 생각했었는지 말이다. 인생의 짝을 찾는다고 그렇게 헤매고서, 그 사람과 아이까지 낳고서, 아밋이 메건을 그리워한 것처럼 매일 밤 그 사람을 그리워하면서도, 그렇게 절실하게 호낮 있길 원한다는 건 끔찍하지 않은가. 아무리 짧은 시간이고, 그조차 점점 줄어든다 해도 사람을 제정신으로 지켜주는 건 결국 혼자 있는 시간이라는 사실이. -140~1쪽

그는 이제 학교생활에서 벗어났고, 학교가 그의 삶에 행사하던 영향력에서 자유로웠다. 하지만 그래서 다행이란 생각보단, 왠지 그 혼란스럽던 시절을 다시 살고 싶은 기분이었다. 세상을 발견해가던 그 시절을, 저 원탁에서 수업을 듣고 시험을 보며 다시 경험하고 싶었다. 러시아의 역사와 로마 황제들, 그리스 철학 등 언제나 더 공부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매일 저녁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하라는 숙제를 하고 싶었다. 여태 읽지 못한 위대한 작가들도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그런 책들을 읽을 기회는 없을 것이다. 딸들이 이 여정을 곧 시작할 거였고, 세상은 그들에게 그 신기하고도 온전한 실체를 드러낼 것이다. 하지만 그에겐 지금 여유가 없었다. 일요일에 신문을 다 읽을 시간조차 부족했다. -1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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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란 무엇인가 - 책 만드는 사람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
김학원 지음 / 휴머니스트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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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요즘은 출판예비학교나 한겨레 문화센터 등에서 미리 출판에 대해 공부하고 출판사에 취직하는 경우도 많고, 편집자에 대한 책도 속속 출간되고 있어서 많은 예비 편집자들이 대충 출판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감을 잡고 일을 시작하는 것 같다. 하지만 별다른 출판 교육도 이수하지 않고, 편집자에 대한 책도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그저 책이 좋아서 편집자가 된 이제 8개월차 편집자인 내게 출판 시스템이란 낯설고 그렇기에 하나씩 배워가야할 부분이었다. 하지만 사수가 A부터 Z까지 일일이 가르쳐주는 것은 시간과 인력이 부족해 애초에 불가능했기에 그저 선배들이 이전에 본 교정지를 훔쳐서 공부하고, 적어도 하루에 하나씩은 배우자는 마음가짐으로 어깨 너머로 슬쩍슬쩍 살펴가며 '이제 좀 시스템을 알겠다'라고 생각할 무렵 이 책을 만났다. 

  '책 만드는 사람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편집자란 무엇인지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예전에 접했던 일본 출판에 대한 이야기인 <편집이란 어떤 일인가>의 경우에는 일본 출판사와 우리 출판사의 문화적인 차이가 존재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읽었다면, 이 책은 새길과 푸른숲 편집주간을 거쳐 푸른역사의 편집주간과 대표를 겸임했고, 휴머니스트를 창립한 근 20년 간 편집자로 살아온 김학원 대표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많은 부분이 할당되어 있기도 했지만, 특히 유용했던 부분은 '기획'에 대한 내용들이었다. 이제 업무에 조금씩 적응하면서 슬슬 기획 욕심을 내고 있었는데, 기획의 소재를 찾는 방법에서부터 저자를 섭외해 실제 출간으로 이어지기까지 그때 그때 필요한 팁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고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다.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진행했기에 기획의 예시로 든 것들이 당연하게도 대부분 휴머니스트의 책이라 그 덕에 휴머니스트에서 나온 책들 몇 권을 보관함에 집어넣었지만 실제로 읽은 책들도 꽤 되서 친근하게 느껴졌다. (아, 예로 우리 회사도 언급되서 슬몃 미소가 떠오르기도ㅎ)

  앞 부분에는 약간 개론적인 성격의 글을 수록하고, 뒷부분에는 실제 편집자로 일하면서 겪은 일화를 수록해 완급을 조절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편집자로 오래 일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보거나 겪은 일도 수록되어 있어서 더 공감하면서 읽었다. (예를 들어, '완벽한'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면 바로 출간이 되는 줄 아는 저자들이 간혹 있는데, '완벽한' 원고는 없을 뿐더러 초교, 재교, 삼교까지 거치다보면 몇 달은 훌쩍 넘어간다.) 또 뒷 부분에는 김학원 대표의 의견 뿐 아니라 설문조사를 통해 수집한 다양한 편집자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이 부분도 꽤 생생하게 다가왔다. 특히나 편집자가 갖춰야할 덕목(우리 회사 사장님이 늘 말씀하시던 '시간을 견디는 힘'은 역시나 중요하더라)이나 자질에 대한 부분과 선배 편집자들이 경험한 제작 사고담을 읽으면서는 조만간 나도 필름을 볼텐데 정말 신중, 또 신중하게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연히 책을 좋아하니까 출판사에서 일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예비 편집자나 '편집자는 그저 오탈자만 잡는 거 아니야?'라고 오해하고 있는 독자 혹은 편집자란 무엇인가에 대해 방황하고 있는 경력 편집자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책이었다. 기획에서부터 편집,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편집자란 무엇인가에 대해, 한 권의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 궁금해했던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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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
오주석 지음 / 월간미술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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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고흐나 클림트 등 서양의 유명 화가의 그림은 우산이나 핸드폰 케이스부터 심지어는 우유 포장이나 CF에 사용할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우리 그림에 대한 관심을 부족한 것 같다. 물론 <바람의 화원>이나 <미인도>, <취화선> 등의 영상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소개된 신윤복이나 김홍도, 장승업과 같은 몇몇 유명 화가는 어느 정도 관심을 끌었지만, 그것은 그들의 작품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는 그들의 삶에 대한 관심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의 그림도 제대로 모른 채 그저 유명 서양화 이름을 주워 섬기던 이들에게 오주석은 우리 그림에 대한 관심을 일깨워준다.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으로 오주석의 글을 처음 접하며 정말 우리 그림을 사랑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림 하나하나에 대한 그의 넘치는 애정이 글에 물씬 묻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그의 부고를 듣게 되었고, 더이상 그의 글을 만날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이 마냥 안타까웠다. 그러던 차에 유고집 <그림 속에 노닐다>가 출간되었고, 뒤이어 일년여 간의 공백 뒤에 동아일보와 북새통에 연재되었던 글을 묶은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이 나왔다. 신윤복의 <월하정인도>나 김정희의 <세한도>, 정선의 <금강전도>, 김홍도의 <씨름> 등 익숙한 그림에서부터 <오수초족도>나 <답설심매도> 등 처음 접하는 그림까지 스물일곱 점의 멋진 그림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항상 그림에 대한 책을 읽을 때면 그림은 정말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동안은 단순히 귀여운 고양이와 나비의 한때를 그린 그림이라고 생각했던 김홍도의 <황묘농접도>가 사실은 생신 축하와 장수를 비는 그림이라는 설명을 듣고 보니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만약 그의 설명을 듣지 않았다면 고양이가 칠십 노인을, 나비가 팔십 노인을 의미했다는 것도, 그림 속의 패랭이꽃과 돌도 그 나름의 의미를 가진 것이라는 점도 몰랐을 것이다. <황묘농접도> 뿐 아니라 찬문을 통해 그림의 의미를 보여준 강세황의 <자화상> 등의 해석도 짧은 분량이 아쉬울 정도로 재미있었다. 

  200자 원고지 7매 정도의 짧은 분량의 원고. 때문에 평소 오주석을 좋아해 그의 저서를 꾸준히 읽어온 독자에게는 다소 아쉬운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아직 우리 그림을 제대로 접하지 못한 독자들에게 이 책은 우리 그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줄 교두보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림의 부분 부분에 대한 설명을 할 때 확대컷이 제공되어 일일이 찾아보는 번거로움을 줄여줘서 좋았다. 우리 그림처럼 여백이 많은 편집도 책 속에 수록된 그림과 글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아직 읽지 못한 오주석의 책들이 남아 있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더 많은 그림과 그림에 담긴 더 많은 이야기가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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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1-30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올렸군요~ ^^
나는 독서마라톤 때 500자로 정리했던 거만 올려두고 영화보러 갔어요.
이제 추가해야겠어요.^^

이매지 2009-11-30 13:0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덕분에 즐겁게 읽었습니다 :)
리뷰대회때문인지 쟁쟁한 리뷰도 많더라구요 ㅎㅎ

미미달 2009-12-05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흐의 해바라기를 보고 울컥할 뻔 했던 기억이 나네요. ㅋㅋㅋㅋ

이매지 2009-12-06 18:20   좋아요 0 | URL
앗, 해바라기를 보고 왜 울컥할 뻔하셨어요?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