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란 무엇인가 - 책 만드는 사람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
김학원 지음 / 휴머니스트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은 출판예비학교나 한겨레 문화센터 등에서 미리 출판에 대해 공부하고 출판사에 취직하는 경우도 많고, 편집자에 대한 책도 속속 출간되고 있어서 많은 예비 편집자들이 대충 출판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감을 잡고 일을 시작하는 것 같다. 하지만 별다른 출판 교육도 이수하지 않고, 편집자에 대한 책도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그저 책이 좋아서 편집자가 된 이제 8개월차 편집자인 내게 출판 시스템이란 낯설고 그렇기에 하나씩 배워가야할 부분이었다. 하지만 사수가 A부터 Z까지 일일이 가르쳐주는 것은 시간과 인력이 부족해 애초에 불가능했기에 그저 선배들이 이전에 본 교정지를 훔쳐서 공부하고, 적어도 하루에 하나씩은 배우자는 마음가짐으로 어깨 너머로 슬쩍슬쩍 살펴가며 '이제 좀 시스템을 알겠다'라고 생각할 무렵 이 책을 만났다. 

  '책 만드는 사람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편집자란 무엇인지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예전에 접했던 일본 출판에 대한 이야기인 <편집이란 어떤 일인가>의 경우에는 일본 출판사와 우리 출판사의 문화적인 차이가 존재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읽었다면, 이 책은 새길과 푸른숲 편집주간을 거쳐 푸른역사의 편집주간과 대표를 겸임했고, 휴머니스트를 창립한 근 20년 간 편집자로 살아온 김학원 대표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많은 부분이 할당되어 있기도 했지만, 특히 유용했던 부분은 '기획'에 대한 내용들이었다. 이제 업무에 조금씩 적응하면서 슬슬 기획 욕심을 내고 있었는데, 기획의 소재를 찾는 방법에서부터 저자를 섭외해 실제 출간으로 이어지기까지 그때 그때 필요한 팁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고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다.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진행했기에 기획의 예시로 든 것들이 당연하게도 대부분 휴머니스트의 책이라 그 덕에 휴머니스트에서 나온 책들 몇 권을 보관함에 집어넣었지만 실제로 읽은 책들도 꽤 되서 친근하게 느껴졌다. (아, 예로 우리 회사도 언급되서 슬몃 미소가 떠오르기도ㅎ)

  앞 부분에는 약간 개론적인 성격의 글을 수록하고, 뒷부분에는 실제 편집자로 일하면서 겪은 일화를 수록해 완급을 조절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편집자로 오래 일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보거나 겪은 일도 수록되어 있어서 더 공감하면서 읽었다. (예를 들어, '완벽한'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면 바로 출간이 되는 줄 아는 저자들이 간혹 있는데, '완벽한' 원고는 없을 뿐더러 초교, 재교, 삼교까지 거치다보면 몇 달은 훌쩍 넘어간다.) 또 뒷 부분에는 김학원 대표의 의견 뿐 아니라 설문조사를 통해 수집한 다양한 편집자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이 부분도 꽤 생생하게 다가왔다. 특히나 편집자가 갖춰야할 덕목(우리 회사 사장님이 늘 말씀하시던 '시간을 견디는 힘'은 역시나 중요하더라)이나 자질에 대한 부분과 선배 편집자들이 경험한 제작 사고담을 읽으면서는 조만간 나도 필름을 볼텐데 정말 신중, 또 신중하게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연히 책을 좋아하니까 출판사에서 일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예비 편집자나 '편집자는 그저 오탈자만 잡는 거 아니야?'라고 오해하고 있는 독자 혹은 편집자란 무엇인가에 대해 방황하고 있는 경력 편집자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책이었다. 기획에서부터 편집,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편집자란 무엇인가에 대해, 한 권의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 궁금해했던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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