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방불명자 ㅣ 오리하라 이치의 ○○자 시리즈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기희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9년 5월
품절


친척이 수사를 의뢰, 경찰과 그 지역 자치회가 주변 지역까지 수색했지만, 일가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텔레비전 와이드쇼에서도 이 불가사의한 사건에 관심을 두고 흥미 본위로 보도했지만, 더 이상 사건이 진행되지도, 어떤 이야기가 나오지도 않아 어느새 잊혀져버렸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잔혹한 사건이 연일 끊이지 않고 새로 일어나고 있다. 게다가 쇼킹하고 추잡한 사건이 일어나면 사람들의 관심은 필연적으로 그쪽으로 향하게 마련이다. 오래된 사건은 딱지가 벗겨지듯이 버려지고, 딱지를 무리하게 벗긴 후에 생긴 곪은 상처가 때때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것이다. -2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열외인종 잔혹사 - 제14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주원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전혀 기대치도 않았다가 잡은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후 급호감을 느낀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 몇 번 다른 작품도 접해봤지만 그 때마다 뭔가 2% 부족한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올해도 또 다시 한편으로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혹 보석과 같은 멋진 작품을 건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품고 올해 당선작인 <열외인종 잔혹사>를 읽어가기 시작했다. 

  어찌보면 막장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었으니, 작가는 이들을 '열외인종'이라 부른다. 주류에 편입되지 못하고 살아가는 4명의 인물이 이 책에 등장한다. 퇴역군인으로 허구헌날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을 상대로 시국연설을 하는 칠십대의 장영달, 한 때는 용역회사에서 일했지만 아내가 바람나서 헤어지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회사까지 부도나는 바람에 졸지에 일을 그만두고 노숙자의 길을 걷게 된 김중혁, 몇 달째 무급으로 외국계 제약회사 인턴신분으로 살아가는, 지갑에 돈이 없어도 짝퉁 명품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두르고 다니는 윤마리아,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피씨방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기무까지. 그저 '조금 특별하다'기에는 부족한 이 열외인종들은 정상적인 삶과 어느 정도 떨어져 지낸다는 점 외에는 사는 곳도, 주요 활동무대도 다르다. 그런 이들이 온갖 우연(혹은 필연)에 의해 11월 24일에 코엑스몰로 모인다. 그리고 4시가 되자, 갑자기 코엑스몰의 가득 채웠던 모든 불빛이 사라지고, 양머리를 하고 연미복을 입은 괴상한 사람들이 등장해 총질을 하며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한다. 과연 4명의 주인공들은 이 난국을 무사히 헤쳐갈 수 있을까? 

  '가끔 소설과 만화책을 탐독하거나 또 가끔은 희랍어나 히브리어로 된 성서를 읽으며 종교적 경외감에 사로잡힌다'는 저자의 이중적인(?) 프로필처럼 이 책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코엑스몰에서 일어나는 사건 자체도 4명의 인물은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것도 다양한 해석의 바탕이 되는 듯했다.) 어떻게 보면 신자본주의라는 경쟁체제하에서 도태되어버린 인간들이 코엑스몰에서 겪는 '십헤드 카니발'을 통해 궁지에 몰리는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신자본주의와 나 아니면 무조건 빨갱이라고 하는 보수주의자, 대안도 없이 비판만 하는 진보주의자들을 비판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나름 다양한 층위를 갖고 있어서인지 단순한 설명만으로는 굉장히 복잡하게 느껴지고, 뭔가 심오한 메시지가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메시지에 관계없이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코엑스몰이라는 상업성이 극대화된 공간에서 네 명의 주인공은 저마다 자신이 약점(?)때문에 죽을 위기에 처한다. 장영달의 경우는 단지 '예순이 넘었다'는 이유로 "어르신들은 끊임없는 변화를 촉구하는 우리의 메시지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 아주 파렴치한 인생으로 일관해오셨"다고 "장렬한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셔서 이 참에 역사의 죄인노릇도 청산하고 이제껏 버텨온 추한 인생도 마감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그리고 그가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20대의 펄펄한 젊은이들과 이종 격투기 게임을 해서 이기는 것 뿐.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20대 청년들을 이겨도 주위의 다른 인질들로부터 호감을 얻지 못한다.) 한편, 윤마리아의 경우에는 70키로그램이 넘는다는 이유로 죽을 위기에 처한다. 그녀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맥도날드에 냉장보관되어 있던 하루치 재료를 20분이라는 시간 동안 먹어 모두 없애는 것. 살기 위해서 젊은 사람과 싸워야 하는 장영달도, 살기 위해서 더이상 음식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음식물을 입에 쑤셔넣어야 하는 윤마리아도, 그리고 총을 들고 양머리를 쏴죽이는 것이 자신을 위한 이벤트라고 생각하는 기무도, 한때 코엑스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전기를 복구하려고 자신만의 작전을 펼치는 김중혁도,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그저 무기력하게 살아갔던 이들은 십헤드 카니발을 통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자신의 인생을 모처럼만에 적극적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게 비록 일시적이라 할 지라도)

  저자가 이 책의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는 것은 우리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양머리를 한 사람들이 등장해 무자비하게 총질을 해대는 '십헤드 카니발'이라는 극단적인 형식을 사용하고 있지만, 누군가를 이겨야 자신이 살 수 있다는 것은(그것이 의도한 바가 아니라 하더라도) 현실이나 별반 다를 게 없어보였다. 현실을 뒤틀어 블랙유머를 구사하는 저자는 유쾌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이 사회를 바라보고 있다. 한편으로는 등장인물들을 희화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모습이 느껴졌다. 그동안 억울한 일이 있어도, 사회가 자신을 부당하게 대해도 그저 참고 억눌려 지냈던 이들이 십헤드 카니발을 통해 그동안 자신을 억압했던 사람들, 자신을 억압했던 세계와 맞서 싸우는 것이 (비록 그 방법이 잔혹했지만) 이해가 갔다. 하지만 우습게도 결국 그들의 소동(혹은 반란)은 그저 그들만의 것으로 끝나버렸다는 것이 허무했다.

  앞으로는 소설쓰기에 전념하겠다는 저자의 포부처럼 좀더 주원규라는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데뷔작이라 그런지 몇몇 아쉬운 부분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재미있게 읽었다. 이번에도 뭔가 2%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한겨레문학상이라는 네임벨류는 아직까지는 믿을만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내년 수상작도 기대해본다.  



댓글(8) 먼댓글(1)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1. 아~ 쇼킹 ! &lt;열외인종 잔혹사&gt;
    from 노란나비 날아 오르다. 2009-08-05 21:25 
    열외인종 잔혹사 저자 주원규 지음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펴냄 | 2009.07.15 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얽히고설킨 네 명의 열외인종 잔혹사가 펼쳐진다! 제14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주원규의 소설『열외......
 
 
순오기 2009-08-04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비야 강연회 갔다가 친정으로 갔는데 다음날 고향으로 내려가서 연락하지 못했어요.
3박4일의 온전한 휴가를 마치고 귀가~ 내일부턴 아침에 수업있어요.
오늘 날새면 학교 갔다와서 한비야후기도 올리고 휴가얘기도 올려봐야죠~ ^^

이매지 2009-08-04 00:48   좋아요 0 | URL
아아. 순오기님 연락이 없으시길래 친정에 가서 바쁘신가보다 했어요^^;
오늘 푹 쉬시고 내일 수업 잘하고 오세용~~~
다음에 서울에 오면 꼭 뵈어요 :)

다락방 2009-08-04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게 이런 소설이군요!!

좋았어요, 저도 보관함에 넣겠어요. 저야말로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미치도록 재미있게 읽었었죠. 선물도 많이 하고 말예요. 심윤경은 [달의 제단]도 좋아요. 정말이지 가슴이 찢어진달까요.

이매지 2009-08-04 09:15   좋아요 0 | URL
맞아요. <달의 제단>도 좋아요.
그래도 <나의 아름다운 정원>쪽이 더 좋았어요 ㅎㅎㅎ

이 책은 굳이 따지자면 <삼미 슈퍼스타즈> 쪽에 더 가까울 것 같아요~
가볍고 술술 읽히는 점에서는요 ㅎ

하늘바람 2009-08-04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 무척 궁금했어요.

이매지 2009-08-04 10:55   좋아요 0 | URL
ㅎㅎ 강추까진 아니지만 은근슬쩍 재미있어요~

순오기 2009-08-08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블로거 특종 먹었어요~~ ^^
어제 도서관에 색, 마술쇼에 빠져볼까? 들어왔기에 빌려왔어요. 독서마라톤은 구매영수증이나 대출기록이 있어야 인정돼서 선물받은 책도 빌려와야 해요.^^

이매지 2009-08-08 21:48   좋아요 0 | URL
오옷. 블로거 특종 ㅎㅎ
순오기님의 블로거 베스트 특종도 축하드려요 ㅎㅎㅎ

독서마라톤하고 계시는군요.
순오기님이라면 1등하실 수 있을꺼예욤! 홧팅! ㅎㅎ
 









여름에는 추리소설이 정말 쉴 새 없이 나오는 듯. 아직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파일로 밴스도 반갑고, 가가형사 시리즈 5번째인 <거짓말, 딱 한 개만 더>도 관심이 간다. 황금가지의 한국작가 시리즈는 항상 읽어야지하고 쌓아만 두고 아직까지 못 읽어봤다. 올해는 꼭! '우먼스 머더 클럽' 시리즈도 나름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최근 미국드라마 <캐슬>에서 주인공의 동료 작가로 패터슨이 언급되던데 그가 아마 이 책의 저자인 제임스 패터슨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오츠이치는 아직 <ZOO>만 읽어봤는데 그 때의 찝찝함이 남아 선뜻 손은 가지 않지만 관심은 간다.








<해변의 카프카> 이후 하루키의 5년만의 작품 <1Q84>가 출간됐다. 일본에서 200만부가 넘게 팔렸는데 과연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정도 선전을 할 지 궁금. 기존에 <해변의 카프카>의 경우에는 번역 때문에도 참 말이 많았는데(-_-) 이번에 번역하는 양윤옥 같은 경우에는 믿음이 가는 번역가라 기대가 된다.




이 외에도 관심가는 책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다락방 2009-08-03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Q 84 는 엄청 기다리고 있었던 작품인데 예약판매를 시작하더라구요. 그런데 예약주문해도 8월25일 이후 배송. 게다가 2권은 아직 미출간이에요. 끙.

예약주문이 의미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2권까지 출간이 다 완료되면, 저는 그때나 살까 해요. 그나저나 읽고 싶어서 미치겠어요. 회사 동료는 기다리다가 일어 원서로 샀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그러고 싶지만 아는 외국어가 없어놔서. 흣.

이매지 2009-08-03 15:55   좋아요 0 | URL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출간되는 것 같아서 다행인 것 같아요.
저도 일본어만 어떻게 좀 되면 원서로 사읽고도 싶었는데, 요새 엔화가 장난이 아니라(-_-) 원서 가격도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ㅎㄷㄷㄷ

아. 그리고 제목은 IQ가 아니라 1Q에욤 ㅎㅎ

다락방 2009-08-03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지금 알았어요, 이매지님.
저는 이거 일본에 출간된지 이틀만에 전 서점에 돌풍을 일으켰다는 경향신문 기사를 볼 때부터 아이큐84라고만 생각했어요. 오 이런. orz

보석 2009-08-03 18:03   좋아요 0 | URL
저도 자연스럽게 아이큐84라고 생각했는데요.^^;

이매지 2009-08-03 18:12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처음에는 아이큐84인줄 알았다능 ㅎㅎㅎ
조지오웰의 <1984> + 루쉰의 <아큐정전> = 하루키의 <1Q84> 라죠 ㅎㅎ

라로 2009-08-04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엔 추리 소설이 제철인듯 해요~.음 갑자기 포도가 먹고 싶어진다는~.ㅎㅎㅎㅎ
하지만 전 <책 못읽는 남자>가 가장 제 관심을 끄네요!ㅎㅎㅎ
언제나 먼저 새로운 책 소개를 해주시는 님은 참 부지런 하신듯,,,
궁금했던 건데 왜 서재 제목을 없애셨어요?????좋았는데...

이매지 2009-08-04 09:07   좋아요 0 | URL
서재 제목이 없어졌나요? 흠흠. 확인해봐야겠네욤 ~ㅎㅎㅎ
<책 못읽는 남자> 내용이 혹하더라구요.
두께도 별로 안 두꺼워서 얼른 읽어보려구요~

라로 2009-08-04 12:04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하하
제가 어제 새벽에 취했어서 안보였나봐요~.ㅋㅋㅋㅋ
사실 처음 서재 활동 할때 님의 서재 제목을 아주 좋아했었거든요,,,,
흐린색으로 써있어서 제가 어제 못봤나봐요~.ㅋㅎㅎㅎㅎ

두께가 안두껍구나~. 그럼 전 님이 읽으시고 리뷰 올리신 다음에~.ㅎㅎ
이매지님 오늘 하루 아주 행복하시길요~.^^

이매지 2009-08-04 12:57   좋아요 0 | URL
아아. 제가 나비님 댓글보고 낼름 수정했어요 ㅎㅎㅎ
<책 못 읽는 남자> 얼른 읽어야겠군요 ㅎㅎ

Kitty 2009-08-04 0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수많은 추리소설 가운데 제 눈에 들어오는 식객! ㅋㅋㅋㅋㅋㅋ

이매지 2009-08-04 09:07   좋아요 0 | URL
식객 ㅋㅋㅋㅋ
식객도 맛의 달인처럼 될까봐 걱정 ㅎㅎ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6월
구판절판


행복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는 수입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단 그 한도를 넘어서면 돈과 행복은 별 상관이 없다.-20쪽

내가 좋아하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죽을 때까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죽는 사람이 태반이다. 막연하게 좋은 것은 정말 좋은 것이 아니다. 좋은 것은 항상 구체적이어야 한다. -23쪽

반면 리추얼에는 반복되는 행동패턴과 더불어 일정한 정서적 반응과 의미부여의 과정이 동반된다. '사랑 받는다는 느낌', '가슴 설레는 느낌' 등등. 내 아침식사 장면에서는 아내가 따뜻한 빵을 내 앞에 두며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맛있게 먹으라고 한다. 이때, 뭔가 가슴 뿌듯한 느낌이 동반되면 그 행동은 '리추얼'이다. 그러나 그런 행동이 있었음에도 이후 전혀 기억에 없다면, 그것은 단지 습관일 따름이다. 사랑이 식으면 그렇게 된다. -28쪽

내 삶이 행복하려면 반복되는 정서적 경험이 풍요로워야 한다. 우리가 음악회나 미술관을 찾는 이유는 그곳의 리추얼을 통해 생산되는 정서적 경험을 원하기 때문이다. 잘 차려입은 아내의 팔짱을 끼고 음악회장의 문을 열 때 경험되는 정서는 아주 특별하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낯선 곳의 낯선 문화에서 느끼는 독특한 정서적 경험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정서적 경험이 꼭 일상을 벗어나야만 가능한 것은 절대 아니다. 내 일상에서 즐거운 리추얼을 다양하게 개발하면 된다. 특별한 느낌과 의미를 부여하는 반복적 행위를 통해 우리의 삶은 즐거워진다. 즐거운 정서적 경험이 동반되는 까닭이다. -30쪽

'행한 행동에 대한 후회'의 경우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에 비해 심리적 면역체계가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하지 않은 행동'에 비해 '행한 행동' 쪽은 훨씬 더 쉽게 합리화된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행동에 훨씬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되어 있다. 즉 '하지 않은 행동'에 비해 '행한 행동'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는 이야기다. 만약 어떤 행동을 했는데, 그 결과가 신통치 않게 나왔다면 심리적 면역체계는 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게 된다. 결국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갔더라도 별일이 아니라고 합리화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반면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서는 심리적 면역체계가 그리 쉽게 작동하지 못한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심리적으로 주의집중이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주 오랫동안 나를 괴롭힌다.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가 정신건강에 훨씬 더 해롭다는 이야기다. -39~40쪽

의사소통의 문제다. 진정한 의사소통 행위에는 '정서공유'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서로의 정서를 공유하는 과정이 박탈된 논리적 의사소통 행위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이러한 소통의 부재로 인한 불안 때문에 한국 남자들은 큰 가슴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그 큰 가슴에 머리를 깊이 처박고 울고 싶은 것이다. -59~60쪽

과정을 즐기지 못하면 항상 불안하다. 타인의 완성된 결과와 내 미숙한 결과를 비교하기 때문이다. 이 땅의 사내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살면서 한 번도 과정을 즐기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또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가 그리 분명하게 나타나지도 않는 세상이다. 이런 '결과 지향적 삶'에는 어떠한 즐거움도 없다. 결과를 이루는 순간, 또 다른 결과를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109쪽

사는 게 재미있으면, 일하는 게 재미있으면, 근면, 성실하지 말라고 해도 근면, 성실 해진다. 순서를 바꾸라는 이야기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인내가 쓰면, 열매도 쓰다. 도대체 열매의 단맛을 겪어봤어야 그 단맛을 즐길 것 아닌가.
21세기에는 '지금' 행복한 사람이 '나중에도' 행복하다. 지금 사는게 재미있는 사람이 나중에도 재미있게 살 수 있다. 21세기의 핵심가치는 '재미'다. 노동기반사회의 핵심원리가 근면, 성실이라면, 지식기반사회를 구성하는 핵심원리는 재미다. 창의적 지식은 재미있을 때만 생겨난다. 그래서 재미와 창의성은 심리학적으로 동의어다. -153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하늘바람 2009-08-01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이책 참 궁금한데요
하지만 이 책 결론이 결국 제목과 반대일 것같은 생각이 들어서 읽기 겁나요

이매지 2009-08-01 21:20   좋아요 0 | URL
초반에 제목에 대한 얘기가 나오더군요.
남편은 '가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하지만,
아내는 '가끔' 남편과의 결혼을 만족한데요 ㅎㅎ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ㅣ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해마다 여름이 되면 찾아오는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그 할아버지에 그 손자라고 어딜가든 사람들이 죽어나는 거나 죽을 사람은 다 죽은 다음에야 범인의 정체를 밝혀낸다는 답답함(혹은 안타까움)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가 기다려지는 것은 책에서도 언급되었듯이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얼빵한 인물이 주는 매력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사건 자체에 대한 재미는 논외로 하고라도 긴다이치 코스케와 다시 만나 반가운 마음에 읽어가기 시작했다.

  일본의 범죄사에 있어서 끊임없이 영화나 드라마, 책 등으로 변용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모티브인 제국은행사건과 3억엔 사건이 아닐까 싶다. 제국은행에 들어와 사람에게 청산가리를 마시게 한 뒤 유유히 돈을 가지고 달아난 범인. 이 사건을 요코미조 세이시는 천은당이라는 보석점에서 일어난 것으로 바꾸어 등장시킨다. 자작이라는 의미가 퇴색되었지만 여전히 귀족에 대한 인식이 있던 시대에 살던 츠바키 자작은 바로 이 천은당 사건의 범인으로 몰린다. 다행히 알리바이를 증명해 풀려나긴 하지만, 츠바키 자작은 이 사건으로 큰 상처를 받는다. 그리고 얼마 뒤 자살한 자작. 비록 다른 재능은 없었지만 플루트 연주만큼은 일품이었던 그의 죽음을 가족들 특히 그의 아내인 아키코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에 모래점(분신사바 비슷한 점)을 치기로 한 츠바키家. 긴다이치는 츠바키의 딸인 미네코의 의뢰로 이 현장에 찾아간다. 모래점이 끝난 후 모래에 찍힌 악마의 문장. 그리고 어디선가 츠바키 자작의 마지막 곡인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가 연주된다. 이후 플루트 소리와 함께 집안에는 서서히 공포가 감돌고, 한 명씩 가족들이 죽어가기 시작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긴다이치 시리즈는 어딘가 기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누가미 일족>에서는 국화, 도끼, 거문고의 모양대로 일어나는 살인을 소재로 하고 있었고, <악마의 공놀이 노래>에서는 저주스러운 공놀이 노래에 맞춰 일어나는 살인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 외에도 <팔묘촌>과 <옥문도> 또한 그 정도에는 차이가 있을 지라도 어느 정도 '기묘'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그런 요코미조 세이시 특유의 분위기는 이 책에도 잘 녹아 있다. 천은당 사건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과 악마의 문장, 그리고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라는 플루트 연주까지. 이 책의 소재들도 결코 평범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어딘가 반복되는 분위기때문인지, 아니면 스토리 자체가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들어서인지 이전에 출간됐던 책에 비해서는 어딘가 실망스러웠다. 게다가 팬들이 뽑은 인기투표 3위에 오른 작품(작가 자신은 자신의 작품 중 7위로 선정했다고)이라고 해서 기대가 컸던 탓인지 콕 찝어 뭐가 불만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어딘가 아쉬웠다. 

  막장 드라마, 막장 드라마 욕을 하지만 정작 욕을 하면서도 사람들이 드라마를 끊지 못하는 것처럼 이 책 속의 등장인물은 그야말로 막장 인생을 살아간다. 마치 <화랑의 후예>의 주인공처럼 자신이 아직도 귀족이라 생각하며 살아가는 다마무시 백작을 비롯해서, 귀족 가문에 시집간 여동생에게 빌붙어 사는 신구 도시히코, 두꺼비 선인 같은 기름진 남자 메가 선생 등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욕망에 충실하고 윤리나 도덕과는 거리가 멀다. 지은 죄가 많아서인지 이들은 자신의 죄를, 자신의 치부를 쉽게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한 지붕 아래서 살아가는 가족이지만 가족다운 모습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도 찾을 수 없는 이들. 살인 사건이 일어나 한 명씩 사라지지만 실상 그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죽이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저 그것이 외형적으로 드러났을 뿐. 어쨌거나 1950년대에도 막장 드라마가 있었다면 아마 츠바키가의 인물들이 최고의 캐스팅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캐릭터 자체가 주는 인상은 강했다.

  이전에 출간된 책에서는 '근간' 표시가 있어서 '내년에도 긴다이치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겠구나' 은근히 기대할 수 있었는데, 이번 책에는 그런 표시가 없어서 어째 불안불안하다. 아무리 사람이 다 죽어난 다음에 머리를 벅벅 긁으며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긴다이치 코스케가 얄미워도 그와의 인연을 끊기엔 나는 이미 너무 그에게 빠져버린 것 같다. 내년 여름에도 또 다시 긴다이치 코스케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하늘바람 2009-07-30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궁금하네요

이매지 2009-07-30 16:09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추천은요? ㅎㅎㅎㅎ
(자꾸 추천을 구걸한다능 ㅋ)

미미달 2009-07-30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소설 읽고싶어요 ㅠㅠ
여기 추리소설과 일본추리소설이 확연히 다른 뭔가가 있어요. 일본만의 기묘한 느낌!

이매지 2009-07-30 22:55   좋아요 0 | URL
영국 추리소설과 일본추리소설은 색깔이 확실히 다르죠.
정말 특유의 기묘한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