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6월
구판절판


행복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는 수입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단 그 한도를 넘어서면 돈과 행복은 별 상관이 없다.-20쪽

내가 좋아하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죽을 때까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죽는 사람이 태반이다. 막연하게 좋은 것은 정말 좋은 것이 아니다. 좋은 것은 항상 구체적이어야 한다. -23쪽

반면 리추얼에는 반복되는 행동패턴과 더불어 일정한 정서적 반응과 의미부여의 과정이 동반된다. '사랑 받는다는 느낌', '가슴 설레는 느낌' 등등. 내 아침식사 장면에서는 아내가 따뜻한 빵을 내 앞에 두며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맛있게 먹으라고 한다. 이때, 뭔가 가슴 뿌듯한 느낌이 동반되면 그 행동은 '리추얼'이다. 그러나 그런 행동이 있었음에도 이후 전혀 기억에 없다면, 그것은 단지 습관일 따름이다. 사랑이 식으면 그렇게 된다. -28쪽

내 삶이 행복하려면 반복되는 정서적 경험이 풍요로워야 한다. 우리가 음악회나 미술관을 찾는 이유는 그곳의 리추얼을 통해 생산되는 정서적 경험을 원하기 때문이다. 잘 차려입은 아내의 팔짱을 끼고 음악회장의 문을 열 때 경험되는 정서는 아주 특별하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낯선 곳의 낯선 문화에서 느끼는 독특한 정서적 경험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정서적 경험이 꼭 일상을 벗어나야만 가능한 것은 절대 아니다. 내 일상에서 즐거운 리추얼을 다양하게 개발하면 된다. 특별한 느낌과 의미를 부여하는 반복적 행위를 통해 우리의 삶은 즐거워진다. 즐거운 정서적 경험이 동반되는 까닭이다. -30쪽

'행한 행동에 대한 후회'의 경우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에 비해 심리적 면역체계가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하지 않은 행동'에 비해 '행한 행동' 쪽은 훨씬 더 쉽게 합리화된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행동에 훨씬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되어 있다. 즉 '하지 않은 행동'에 비해 '행한 행동'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는 이야기다. 만약 어떤 행동을 했는데, 그 결과가 신통치 않게 나왔다면 심리적 면역체계는 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게 된다. 결국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갔더라도 별일이 아니라고 합리화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반면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서는 심리적 면역체계가 그리 쉽게 작동하지 못한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심리적으로 주의집중이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주 오랫동안 나를 괴롭힌다.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가 정신건강에 훨씬 더 해롭다는 이야기다. -39~40쪽

의사소통의 문제다. 진정한 의사소통 행위에는 '정서공유'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서로의 정서를 공유하는 과정이 박탈된 논리적 의사소통 행위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이러한 소통의 부재로 인한 불안 때문에 한국 남자들은 큰 가슴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그 큰 가슴에 머리를 깊이 처박고 울고 싶은 것이다. -59~60쪽

과정을 즐기지 못하면 항상 불안하다. 타인의 완성된 결과와 내 미숙한 결과를 비교하기 때문이다. 이 땅의 사내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살면서 한 번도 과정을 즐기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또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가 그리 분명하게 나타나지도 않는 세상이다. 이런 '결과 지향적 삶'에는 어떠한 즐거움도 없다. 결과를 이루는 순간, 또 다른 결과를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109쪽

사는 게 재미있으면, 일하는 게 재미있으면, 근면, 성실하지 말라고 해도 근면, 성실 해진다. 순서를 바꾸라는 이야기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인내가 쓰면, 열매도 쓰다. 도대체 열매의 단맛을 겪어봤어야 그 단맛을 즐길 것 아닌가.
21세기에는 '지금' 행복한 사람이 '나중에도' 행복하다. 지금 사는게 재미있는 사람이 나중에도 재미있게 살 수 있다. 21세기의 핵심가치는 '재미'다. 노동기반사회의 핵심원리가 근면, 성실이라면, 지식기반사회를 구성하는 핵심원리는 재미다. 창의적 지식은 재미있을 때만 생겨난다. 그래서 재미와 창의성은 심리학적으로 동의어다. -1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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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8-01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이책 참 궁금한데요
하지만 이 책 결론이 결국 제목과 반대일 것같은 생각이 들어서 읽기 겁나요

이매지 2009-08-01 21:20   좋아요 0 | URL
초반에 제목에 대한 얘기가 나오더군요.
남편은 '가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하지만,
아내는 '가끔' 남편과의 결혼을 만족한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