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만담 - 어느‘이야기’ 중독자의 기발한 도쿄 여행기
정숙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4월
품절


나는 언젠가 이런 일기를 쓴 적이 있다. 꿈꾸는 서른 살은 달팽이라고. 꿈꾸는 20대가 나비라면, 꿈꾸는 서른은 등에 현실이라는 무거운 집을 지고 기어야 하는 달팽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가지 않을 수는 없다고. 가다가 자동차 바퀴에 깔리는 한이 있더라도 가지 않고 사는 건 더 힘들다고 했다. 회사 생활을 그만두고 글을 쓴답시고 끼적거리기 시작할 때 나는 적잖이 힘들었다. 은행 잔고는 빠른 속도로 비어갔고 세월은 빛의 속도로 흘러갔지만 뾰족한 답은 보이지 않았다. 하고 싶은 건 많았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그만둘 수는 없었다. 여기서 그만두면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았다. 내가 가보고 싶었던 곳의 중턱까지만이라도 올라가고 싶었다. 꿈이란 게 그런 거다. 안정된 현실과 바꾸어 거는 도박이다. -3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소설의 숲에서 길을 묻다 - 김화영 평론집
김화영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품절


텍스트는 폐쇄된 세계다. 그것은 그 자체만의 내적 관계로 충족된다는 인상을 준다. 텍스트는 의미의 잠재적 가능성 그 자체다. 이 체계는 가능성의 세계일 뿐 독자의 의식이 개입하기 전에는 부동의 대상에 불과하다. 그러나 텍스트의 의미는 그 텍스트를 수용하는 독자의 시대환경과 함께 변화 생성되는 것이다. 미셸 투르니에는 독서를 '흡혈귀'의 수혈행위에 비유한다. 접혀 있던 책을 독자가 펼처서 읽기 시작하는 순간, 단순한 물건에 불과하던 책은 문득 그것을 읽는 사람의 생명, 즉 그의 피를 빨아들여 두 날개를 펼치고 날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각형의 종이 무더기인 책이 생명을 얻어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는 방식은 그 닫힌 기호체계에 수혈된 피의 시대적 역사적 현재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13~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시냇물에 책이 있다 - 사물, 여행, 예술의 경계를 거니는 산문
안치운 지음 / 마음산책 / 200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통 책 읽을 시간이 없어서 짤막한 산문집을 읽어봐야지하고 이 책을 골랐음에도, '연극 평론가' 안치운의 산문집이라는 말에 약간 무거운 내용이 아닐까 걱정했다. 왠지 내게 평론가는 같은 말이라도 어렵게 풀어내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따뜻한 느낌을 주는 파란빛에 끌려 읽게 된 이 책은 내가 그동안 평론가에게 가졌던 이미지가 그저 편견이었음을 깨닫게 해줬다. 

  가수 안치환과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오해 아닌 오해를 많이 받았다는 안치운. 나중에는 일일이 대답하기가 번거로워 상대방이 그냥 오해하게 넘어가고, 심지어는 노래를 부를 일이 있으면 안치환의 노래를 부르는 센스(?)를 보여줬다는 일화에서 느낄 수 있었듯이 그는 유머러스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유머러스함 속에서도 역시 평론가라서 그런지 세상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눈은 무뎌지지 않는다. 살아가는 공간이 아니라 부의 축적의 매개가 된 집에 대한 이야기, 자전거 인구를 늘리기 위해 국가에서 애를 쓰지만 그것이 얼마나 '보여주는 행정'인지를 꼬집는 이야기 등 안치운은 세상을 따뜻함과 날카로움이라는 눈으로 바라본다.

  작가의 개인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그의 본업인 연극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를 끌었다. 사실 직접 본 연극이 손에 꼽을 정도로 연극을 접해본 적이 없어서 이에 대한 지식도 부족한 편인데, 그의 글을 읽으며 새삼 연극이, 그리고 희곡이 읽고 싶어졌다. 이제 연극 공부에 빠져 죽치고 버텨낼 자신이 없다는 그의 말에서 여전히 연극쟁이로서의 고민과 번뇌를 엿볼 수 있었다.

  살며, 여행하며, 공부하며라는 세 개의 꼭지로 구성된 책은 어느 장을 펼쳐도 작가의 사유가 담긴 에세이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만약 연극평론가라는 그의 이름 앞에 달린 수식어때문에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어쩌면 나중에 후회했을 지도 모르겠다. 시냇물처럼 조곤조곤 흘러가는 이야기들을 통해 책을, 삶을, 그리고 안치운을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이번 주말은 바빠서 교정지 볼 새가 없을 것 같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음의 위안(?) 삼아 교정지를 들고 집으로 왔다. 벌써 2주째 붙잡고 있는 원고. 이제 10페이지 남짓 남은 이 녀석을 주말에 꼭 끝내고 싶었기 때문.

번역서라 원서랑 나란히 한 줄 한 줄 대조해가면서 보고 있는데 이게 은근히 지루한 작업이다. 게다가 나의 영어 실력이라는 것이 미천하기 짝이 없어서 한 문장을 보고 또 보고 하기 일쑤. 뭐 주말 동안 붙잡고 있는다고 해도 몇 페이지나 보겠냐마는 그래도 마음의 위안 삼아 보기 시작했다.

조용히 작업(?)하다가 도무지 집중이 안 되서 오랫만에 kbs 콩을 틀어놓고 일을 하기 시작했는데, 때마침 실황음악을 하고 있다. 뭔가 발 밑에서는 족욕기가 부글부글, 귀에는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들리니 답답했던 머리가 조금은 풀리는 기분. 그나저나 후딱 끝내야겠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2009-11-08 0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08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9-11-08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좀 끝냈어요, 이매지님?

이매지 2009-11-08 20:29   좋아요 0 | URL
끝냈을리가요;;
오늘 친구 결혼식 갔다 왔더니 넉다운 됐어요;

2009-11-09 1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09 1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미달 2009-11-14 0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에서 일하는거 어때요? 재미있어요?

이매지 2009-11-14 13:17   좋아요 0 | URL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되서 재밌긴 한데,
어느 직업이나 그렇지만,
끊임없이 공부해야하는 분야더라구요 :)
 



<경관의 피>를 읽고 다른 작품을 더 읽어보고 싶었던 사사키 조의 새 책이 나왔다. 미도리의 책장은 아직 많이 접해보지는 못했는데 점점 미도리의 책장이 보관함에 쌓이는 듯. 이전의 <경관의 피>가 경찰 소설이었다면 이번에는 진주만 공격을 소재로 하고 있는 책. 저자가 쓴 한국어판에 즈음하여를 보니 아마 한국인도 등장하는 것 같은데, 소개가 소재이니만큼 뭔가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을 듯. (뭐 언제나 그렇듯이 이런 의견도 있구나, 라고 치부해버릴 수도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사사키 조의 새 작품(이라고 해도 1989년 작이니 근 20년 전의 작품)을 만나게 되서 반갑다.








갈 때마다 즐거워지는 블로그의 주인장 밥장님의 책. 책을 구매하고 인증샷을 찍어서 아트피버 홈페이지에 올리면 지구 끝까지 직접 사인한 엽서를 보내주신다는데 좀 탐난다 ㅎㅎ














얼마 전에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를 읽고 반한 이기호의 장편소설. 예전에 다음에서 연재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인터넷 연재는 거의 안 보는 편이라 책으로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제목에 있는 사과가 먹는 사과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대신 사과를 해주는 '사과 대행'을 소재로 한 책이라고. 단편에서 느꼈던 기발함과 발랄함, 그리고 따뜻함이 장편에서는 어떻게 나타날 지 궁금하다.



그 외에 관심가는 책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무스탕 2009-11-05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장님은 처음 뵙는 분인데 재미있는 이벤트를 하시네요 ^^

라로 2009-11-06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이매지님의 관심서적 잘 보고 있어요~. 저도 밥장님의 책이 혹 하는걸요~.^^

BRINY 2009-11-06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토로후발 긴급전, 읽어보고 싶었는데 나왔군요.

이매지 2009-11-06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 저 분 블로그 가시면 더 재미있어요 :)
나비님 / 관심서적 자주자주 올려야겠는데요 ㅎㅎㅎ
BRINY님 / 저도 기대하고 있는 책이예요 :)

... 2009-11-06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블러드 워크"를 포함해서 한바탕 지르자마자 사사키 조의 신작이 나온걸 보고 맘이 많이 아팠어요.. 이틀만 일찍 나오지, 어휴.. 게다가 할런 코벤의 <페이드어웨이>를 주문한지 이틀만에 <결백>이 나온걸 알았으니.. 안맞아요, 안맞아... 흑.

이매지 2009-11-06 19:13   좋아요 0 | URL
꾸엑. 다음 주문 때까지 아쉽지만 ㅠ_ㅠ
저도 이제 슬슬 지를 때가 온 것 같아요 ㅎㅎㅎㅎ
근데 쌓여 있는 책 보니까 차마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