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젠가 이런 일기를 쓴 적이 있다. 꿈꾸는 서른 살은 달팽이라고. 꿈꾸는 20대가 나비라면, 꿈꾸는 서른은 등에 현실이라는 무거운 집을 지고 기어야 하는 달팽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가지 않을 수는 없다고. 가다가 자동차 바퀴에 깔리는 한이 있더라도 가지 않고 사는 건 더 힘들다고 했다. 회사 생활을 그만두고 글을 쓴답시고 끼적거리기 시작할 때 나는 적잖이 힘들었다. 은행 잔고는 빠른 속도로 비어갔고 세월은 빛의 속도로 흘러갔지만 뾰족한 답은 보이지 않았다. 하고 싶은 건 많았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그만둘 수는 없었다. 여기서 그만두면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았다. 내가 가보고 싶었던 곳의 중턱까지만이라도 올라가고 싶었다. 꿈이란 게 그런 거다. 안정된 현실과 바꾸어 거는 도박이다. -3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