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숲에서 길을 묻다 - 김화영 평론집
김화영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품절


텍스트는 폐쇄된 세계다. 그것은 그 자체만의 내적 관계로 충족된다는 인상을 준다. 텍스트는 의미의 잠재적 가능성 그 자체다. 이 체계는 가능성의 세계일 뿐 독자의 의식이 개입하기 전에는 부동의 대상에 불과하다. 그러나 텍스트의 의미는 그 텍스트를 수용하는 독자의 시대환경과 함께 변화 생성되는 것이다. 미셸 투르니에는 독서를 '흡혈귀'의 수혈행위에 비유한다. 접혀 있던 책을 독자가 펼처서 읽기 시작하는 순간, 단순한 물건에 불과하던 책은 문득 그것을 읽는 사람의 생명, 즉 그의 피를 빨아들여 두 날개를 펼치고 날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각형의 종이 무더기인 책이 생명을 얻어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는 방식은 그 닫힌 기호체계에 수혈된 피의 시대적 역사적 현재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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