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종류의 영화는 크게 두 가지 구성을 갖고 있다. 하나는 애초에 범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들의 행적을 따라가고 왜 그들이 범행을 저지르는지 보여주는 것, 또 하나는 범인은 사건 후반에 정체가 드러나고 자백을 통해 그가 왜 범행을 저지렀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영화의 경우에는 첫번째 경우인 범인의 행적을 따라가고 있다. 때문에 잔인한 범행의 장면을 보여주기도 해서 범인의 잔인성을 강조하고, 한 편으로는 범인의 왜 범행을 저지르는지를 관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연이은 살인사건에 붙어있는 오로라 공주의 스티커. 피해자들은 저마다 공통점은 하나도 없어보이는 사람들. 그 수법은 잔혹하기 그지없다. 범인인 정순정, 그녀가 범행을 저지르는 것은 딸아이의 죽음때문이라고 하지만 과연 딸아이와 죽은 사람들은 어떤 관련이 있었던 것일까.



  이 영화는 알려졌다시피 그간 배우로 활동해온 방은진의 데뷔작이다. 배우로는 경력이 오래됐지만 감독으로는 초보인 그녀. 그녀는 초보답지 않게 이야기를 나름대로 매끄럽게 끌어갔다. '모정'이라는 심리적인 요소를 가지고 '복수'를 이어가는 모습은 얼핏얼핏 <친절한 금자씨>를 떠올리게 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금자씨>의 스토리보다는 <오로라 공주>쪽의 스토리나 개연성이 더 깔끔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찬욱감독은 나름대로 금자씨를 통해 복수를 해석하고 있지만, 방은진감독은 그저 정순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판단은 관객의 것으로 돌렸다랄까.



  스릴러가 가질 수 있는 미덕을 가지고 있지만 정순정에게 조금 더 초점을 맞춰줬더라면 좀 더 영화가 극적으로 치닫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여성감독의 눈으로 여성을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점, 첫 작품이지만 어눌하지 않는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점만으로 의미는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작품이었다. <싱글즈>, <홍반장>,<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거치며 엄정화의 캐릭터가 너무 고정되버리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영화를 통해 그녀의 캐릭터 다양화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엄정화, 방은진 두 여자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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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24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외로 좋았던 영화예요. 엄정화씨 연기는 물론이구요. ^^

이매지 2007-04-24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정화씨는 가수는 가수대로, 연기는 연기대로 어울려요. 그죠? ㅎ

프레이야 2007-04-25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너무 잔인한 장면이 많을 것 같아 미뤄뒀는데 봐야겠어요. ^^

이매지 2007-04-25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잔인한 장면이 좀 있긴 한데 그래도 한 번 보셔요^^
생각보다 괜찮답니다^^
 



  때를 잘못만나, 혹은 너무 큰 작품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하는 영화들이 종종있다. 이 영화 LA 컨피덴셜도 타이타닉이라는 거대한 여객선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타이타닉보다는 빛을 보지 못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1997년에 나온 이 작품에는 스타급인 배우들이 다수 출연하고 있다. 러셀 크로우를 비롯하여 케빈 스페이시, 킴 베신저 등등. 그들의 매끈한 연기와 탄탄한 스토리가 결합되어 이 영화는 긴장감있게 진행된다. 솔직히 말하면 영화를 보면서 약 30분간은 다소 지루한 감이 없지않아 있었던 것 같다. 워낙 초반부터 밀어붙이는 영화들을 많이 봐와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초반에는 숨고르기를 하며 때를 기다리다가 마침내 때가 오자 자신의 매력을 한껏 뽐낸다.



  LA의 최대 범죄 조직인 미키 코헨이 감옥에 들어가게 되고, 그 사이를 틈타 그의 빈자리를 차지하려는 세력이 등장한다. 미키 코헨의 부하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에 의해 희생된다. 이에 이어 한 카페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죽은 사람들 속에는 퇴직 형사인 스탠스도 포함되어 있었다. 신참 형사인 에드는 이 사건의 범인을 잡는데 성공한다. 그렇지만 스탠스의 파트너였던 버드는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고 생각해 단독 수사에 나서고, 한 걸음 한 걸음 진실로 발걸음을 향한다. 



  천사의 도시라 불리는 LA. 그 이면에 감춰진 진실. 그리고 법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롤로 토마시의 정체. 전반적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강요하지 않는 구성, 정교한 스토리 등이 긴장감을 유발하여 헐리우드식 느와르란 무엇인가를 보여줬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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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의 한 가정에 복작복작 시끄러운 식구들이 모여 살고 있다. 한 지붕 아래 원래 남편과 이혼하고 남편의 친구와 결혼을 해서 살고 있는 엄마를 비롯하여, 치매증상을 앓고 있는 할아버지, 그리고 그런 할아버지를 유일하게 다룰 수 있는 가정부, 침대에 누워 늘 멋진 사랑이 찾아오기를 바라는 큰 딸, 서로 지지하는 당파가 다른 아버지와 아들, 사랑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다른 세 딸, 그리고 사랑에 실패했다고 자살하겠다고 가족을 찾아오는 원래 친아버지까지. 당췌 종잡을 수 없는 가족의 1년 간의 사랑이야기가 담겨있다.



  제목이 주는 느낌처럼 이 영화는 '사랑'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자신에게 100프로 맞는 사람을 찾는 여자도 등장하고, 이별 후 금방이라도 자살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사람도 등장하며, 슬픔을 감추며 다시는 사랑하지 않으리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등장한다. 뉴욕의 1년(중간에 베니스도 등장하지만)을 배경으로 사랑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해, 아니 그보다 이 왁자지껄한 가족들이 어떤 사랑을 하게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어찌보면 다소 산만해보일 수도 있고, 그저 따뜻한 사랑이야기라고만 하기에 약간 시니컬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 감정을 버리고 우디알렌식 뮤지컬을 본다는 생각으로 본다면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캐스팅도 꽤 호화로운 편이라 각 배우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즐거움 중에 하나가 될 수 있을 듯 싶다. 드류 베리모어, 골디 혼, 에드워드 노튼, 나탈리 포트만, 줄리아 로버츠 등등. 이 배우들을 한 영화에서 만나는 건 어렵지 않겠는가? 우디알렌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이 영화만큼은 예외로 하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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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아이 2007-04-22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디알렌식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한 번도 보지를 않아서 원.
에드워드 노튼이 나와서 보고 싶은 영화예요. 괜찮을 거 같네요~ ^^

이매지 2007-04-24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에드워드 노튼 좋아해요^^
우디알렌 영화는 두 편 정도 보시면
'아 이게 우디알렌 영화로구나'라고 아시게 돼요^^;
 



  슈퍼맨, 바이오맨, 후레쉬 맨, 스파이더 맨 등등 악당과 맞서 싸우는 영웅들의 이야기는 익히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들어있다. 여기 또 하나의 영웅이 있으니 바로 그의 이름은 "미스터 인크레더블". 보통의 영화들이 영웅이 한창 활약하던 시기를 그리고 있다면 이 영화는 독특하게 자신의 희망과 다르게 정치가들때문에 은퇴(?)한 인크레더블이 몸을 숨기고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겉보기엔 남과 같은 삶이라 할 지라도 실상을 들여다보면 전직 영웅인 "엘라스티 걸"이 부인인지라 아이들도 심상찮은 능력들을 가지고 있고, 그 또한 여전히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사람들을 돕고 싶어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능력과 신분을 숨긴채 살아가던 인크레더블에게 정체불명의 특명이 떨어지고, 그는 평범한 시민에서 멋진 영웅으로 다시 방향을 바꾸려하는데...



  언제부턴가 좀 더 세밀해지고 꼼꼼해진 3D기술 때문인지 애니메이션은 가끔 실사와 혼동되기도 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도 인크레더블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간 섬의 세밀한 풀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랬었다. 얼핏보면 실사라고 믿길 정도로 살아있는 풀의 모습 그대로였다랄까. 물론, 주인공인 미스터 인크레더블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실사와는 전혀 동떨어진 느낌이었지만...이런 기술적인 면은 디즈니가 픽사와 손을 잡았기때문에 가능해진 일이 아닌가 싶다. 디즈니가 픽사와 계약을 맺은 것은 흥행에 대한 좋은 탈출구가 아니었나 싶다.(막말로 디즈니는 한참 망해가지 않았었나. 픽사를 만나서 다시 흥행쪽으로 고개를 돌릴 수 있었던거지. 근데 이제 픽사랑 헤어져서 어쩌나)



  스토리면에 있어서 이 영화에도 전형적인 선과 악의 대립구도는 존재한다. 또한 예상할 수 있듯이 우리의 영웅은 악당을 무찌르고 다시 한 번 영웅으로 자리매김을 해낸다. 하지만 누가봐도 흥미진진한 상상력의 표현은 어른, 아이할 것 없이 모두 영화에 푹 빠지게끔 도와준다. 물론, 디즈니 특유의 가족주의나 권선징악의 교훈, 미국 영화 특유의 미국영웅주의(거기에 백인에 금발은 금상첨화)은 찝찝한 감이 들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었던 것은 유쾌한 캐릭터들과 익살스러운 행동들때문이 아니었을까. 어쨌거나 스토리 자체만 보면 부족한 맛이 있는데 그런 점들을 캐릭터들의 힘으로 잘 보완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된 듯. 후속편이 나와도 괜찮을 것 같은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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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스윙걸즈>를 재미있게 봤다고 얘기했을 때 누군가 내게 "음악이 소재인 코러스도 괜찮은 영화다"라고 소개시켜줘서 찾아본 영화다. 사실 개봉 당시만 하더라도 포스터가 왠지 끌리지 않았다는 이유와 프랑스 영화에 대한 거리감때문에 보지 않았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나의 그런 편견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만큼 이 영화는 내게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영화의 내용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이야기는 마치 <시네마천국>처럼 주인공의 회상으로 시작된다. 프랑스의 한 기숙사 학교. 전쟁 후의 혼란이 채 가시지 않은 그 곳에서는 체벌, 감금, 무관심이 만연해있는 마치 감옥과도 같은 공간이다. 때문에 아이들도 그런 환경 속에서 어둡고 비뚤어진 모습으로 자라나고 있다. 그런 암울한 공간에 새로 온 선생 마티유. 그는 그 어둠과 같은 공간의 바다 속에 음악이라는 돌멩이를 던져 작지만 점점 커지는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솔직히 말하면 이야기자체는 어디서 한 번쯤은 봤을 법한 그런 이야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과 훈훈한 정, 그리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이런 종류의 영화가 가진 미덕이 아닐까하고 생각한다.



  나도 한 때 합창부 활동을 했었기때문에 화합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알고 있다. 각자의 독특한 음색을 나 잘났소하고 뽐내지 않고 서로에게 맞춰가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영화에서 처음엔 저마다의 실력차를 가지고 있었고, 저마다의 개성도 가지고 있었던 아이들이 하나가 되어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 냈을 때의 그 감동. 그리고 음악과 합창을 통해서 세상에 대해 거리감을 가지고 있었던 아이들의 가슴에 따스함의 씨앗을 심을 수 있었던 점들은 다소 뻔하다고 해도 감동 그 자체였다. 이런 류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큰 대회의 참석과 같은 어떤 목표가 없는 합창단이었기때문에 강제성은 부족하고, 어떤 목표도 없었지만 되려 강제적인 생활에만 익숙했던 그들이 처음으로 자유롭게 자신의 선택에 따라 노래를 할 수 있었기때문에 더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늘 빈소년합창단의 곡들을 들으면서 아직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소년들의 목소리는 정말 신이 주신 또 하나의 악기같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이 영화에서도 소년들의 목소리는 뭐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게만 느껴졌다. 합창을 통해 하나가 된 목소리도 좋았지만 유독 고운 음색을 가지고 있는 모항쥬의 솔로부분은 아름다웠다.



  다소 뻔한 내용을 중화시켜주는 것은 앞서 말한 고운 음색과 귀여운 캐릭터들이다. 전쟁에서 부모를 잃은 고아 소년 페피노는 부모님이 토요일에 데리러 온다고 했다며 거의 매일 정문에서 행복한 그렇지만 이뤄질 수 없는 기다림을 하고, 모항쥬는 천사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속은 도무지 알 수 없어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양배추인형같이 생겼지만 똘똘한 보니파스 등등의 아이들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당하면서도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하는 관리인, 처음에는 교장의 오른팔 같았지만 역시 음악을 통해 변해가는 모습을 보이는 다른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음악이란 이처럼 소중한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비록, 마티유 선생이 삼류 음악가에 변변한 직장도 없는 사람이지만 그가 가진 신념과 꿈은 소중한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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