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스윙걸즈>를 재미있게 봤다고 얘기했을 때 누군가 내게 "음악이 소재인 코러스도 괜찮은 영화다"라고 소개시켜줘서 찾아본 영화다. 사실 개봉 당시만 하더라도 포스터가 왠지 끌리지 않았다는 이유와 프랑스 영화에 대한 거리감때문에 보지 않았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나의 그런 편견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만큼 이 영화는 내게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영화의 내용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이야기는 마치 <시네마천국>처럼 주인공의 회상으로 시작된다. 프랑스의 한 기숙사 학교. 전쟁 후의 혼란이 채 가시지 않은 그 곳에서는 체벌, 감금, 무관심이 만연해있는 마치 감옥과도 같은 공간이다. 때문에 아이들도 그런 환경 속에서 어둡고 비뚤어진 모습으로 자라나고 있다. 그런 암울한 공간에 새로 온 선생 마티유. 그는 그 어둠과 같은 공간의 바다 속에 음악이라는 돌멩이를 던져 작지만 점점 커지는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솔직히 말하면 이야기자체는 어디서 한 번쯤은 봤을 법한 그런 이야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과 훈훈한 정, 그리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이런 종류의 영화가 가진 미덕이 아닐까하고 생각한다.



  나도 한 때 합창부 활동을 했었기때문에 화합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알고 있다. 각자의 독특한 음색을 나 잘났소하고 뽐내지 않고 서로에게 맞춰가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영화에서 처음엔 저마다의 실력차를 가지고 있었고, 저마다의 개성도 가지고 있었던 아이들이 하나가 되어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 냈을 때의 그 감동. 그리고 음악과 합창을 통해서 세상에 대해 거리감을 가지고 있었던 아이들의 가슴에 따스함의 씨앗을 심을 수 있었던 점들은 다소 뻔하다고 해도 감동 그 자체였다. 이런 류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큰 대회의 참석과 같은 어떤 목표가 없는 합창단이었기때문에 강제성은 부족하고, 어떤 목표도 없었지만 되려 강제적인 생활에만 익숙했던 그들이 처음으로 자유롭게 자신의 선택에 따라 노래를 할 수 있었기때문에 더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늘 빈소년합창단의 곡들을 들으면서 아직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소년들의 목소리는 정말 신이 주신 또 하나의 악기같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이 영화에서도 소년들의 목소리는 뭐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게만 느껴졌다. 합창을 통해 하나가 된 목소리도 좋았지만 유독 고운 음색을 가지고 있는 모항쥬의 솔로부분은 아름다웠다.



  다소 뻔한 내용을 중화시켜주는 것은 앞서 말한 고운 음색과 귀여운 캐릭터들이다. 전쟁에서 부모를 잃은 고아 소년 페피노는 부모님이 토요일에 데리러 온다고 했다며 거의 매일 정문에서 행복한 그렇지만 이뤄질 수 없는 기다림을 하고, 모항쥬는 천사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속은 도무지 알 수 없어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양배추인형같이 생겼지만 똘똘한 보니파스 등등의 아이들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당하면서도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하는 관리인, 처음에는 교장의 오른팔 같았지만 역시 음악을 통해 변해가는 모습을 보이는 다른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음악이란 이처럼 소중한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비록, 마티유 선생이 삼류 음악가에 변변한 직장도 없는 사람이지만 그가 가진 신념과 꿈은 소중한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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