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모토 세이초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2009년 일본에서는 몇 편의 스페셜 드라마가 방영되었다. 일본에서는 연속 드라마 혹은 스페셜 드라마로 가장 많은 작품이 만들어진 작가가 마츠모토 세이초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드라마로 자주 만날 수 있는 것 같은데, 작품마다 퀄리티도 크게 떨어지지 않은 데다가 지금의 독자(혹은 시청자)에게도 먹힐 수 있는 소재들이라 그런 것 같다. 마츠모토 세이초의 생일인 12월 21일에 방영된 이 작품도 꽤 자극적이면서도 정교한 내용을 담고 있어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교토의 한 풀숲에서 목이 졸린 채 살해당한 한 여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베테랑 형사인 쿠마시로와 초보 형사인 아즈마는 현장에 가지만 바닥에 떨어져 있던 이상한 열매 외에는 별다른 증거물도 남아 있지 않다. 한편, 같은 날 크루징 중인 요트에서 와일드 자이브에 휘말려 한 남자가 물에 빠진 사고가 일어난다. 전혀 다른 현장에, 전혀 다른 사건. 하지만 죽은 여자와 요트 사고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남자가 부부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죽은 여자가 남편의 친구와 불륜 관계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남편이 제1용의자로 떠오른다. 하지만 그는 아내가 내연남과 교토에 여행가 있는 동안 요트 여행중이라 바다 위에 있었다는 강력한 알리바이가 있었다. 하지만 과연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에 쿠마시로는 그의 알리바이를 깨기 위해 집요하게 수사를 계속한다.
일전에도 마츠모토 세이초의 드라마를 보며 정말 쟁쟁한 배우들이 등장해 단순히 내용뿐 아니라 눈요기에도 제격이라고 생각했는데, <불과 해류>에서는 연기파 배우인 테라오 아키라가 베테랑 형사로 등장했고, 와타베 아츠로가 남편 역으로 등장해 재미를 더했다. 애정 없는 결혼 생활을 했지만 아내의 불륜을 받아들이지 못해 치밀한 범행을 계획하는 남편의 모습, 서로 끊임없이 상처를 주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서로를 괴롭히며 살아가는 비뚤어진 인간관계가 어쩐지 씁쓸했다. 만약 책으로 만났다면 형사가 집요하게 범인의 알리바이를 깨기 위한 모습이 좀더 긴장감 있게 전개되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2시간 남짓한 영상에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다보니 사건이 너무 쉽게 끝나버린 생각이 들어서 아쉬웠다. 하지만 마츠모토 세이초의 팬 혹은 와타베 아츠로의 팬이라면 꼭 한 번 볼만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