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모토 세이초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2009년 일본에서는 몇 편의 스페셜 드라마가 방영되었다. 일본에서는 연속 드라마 혹은 스페셜 드라마로 가장 많은 작품이 만들어진 작가가 마츠모토 세이초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드라마로 자주 만날 수 있는 것 같은데, 작품마다 퀄리티도 크게 떨어지지 않은 데다가 지금의 독자(혹은 시청자)에게도 먹힐 수 있는 소재들이라 그런 것 같다. 마츠모토 세이초의 생일인 12월 21일에 방영된 이 작품도 꽤 자극적이면서도 정교한 내용을 담고 있어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교토의 한 풀숲에서 목이 졸린 채 살해당한 한 여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베테랑 형사인 쿠마시로와 초보 형사인 아즈마는 현장에 가지만 바닥에 떨어져 있던 이상한 열매 외에는 별다른 증거물도 남아 있지 않다. 한편, 같은 날 크루징 중인 요트에서 와일드 자이브에 휘말려 한 남자가 물에 빠진 사고가 일어난다. 전혀 다른 현장에, 전혀 다른 사건. 하지만 죽은 여자와 요트 사고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남자가 부부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죽은 여자가 남편의 친구와 불륜 관계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남편이 제1용의자로 떠오른다. 하지만 그는 아내가 내연남과 교토에 여행가 있는 동안 요트 여행중이라 바다 위에 있었다는 강력한 알리바이가 있었다. 하지만 과연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에 쿠마시로는 그의 알리바이를 깨기 위해 집요하게 수사를 계속한다. 




  일전에도 마츠모토 세이초의 드라마를 보며 정말 쟁쟁한 배우들이 등장해 단순히 내용뿐 아니라 눈요기에도 제격이라고 생각했는데, <불과 해류>에서는 연기파 배우인 테라오 아키라가 베테랑 형사로 등장했고, 와타베 아츠로가 남편 역으로 등장해 재미를 더했다. 애정 없는 결혼 생활을 했지만 아내의 불륜을 받아들이지 못해 치밀한 범행을 계획하는 남편의 모습, 서로 끊임없이 상처를 주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서로를 괴롭히며 살아가는 비뚤어진 인간관계가 어쩐지 씁쓸했다. 만약 책으로 만났다면 형사가 집요하게 범인의 알리바이를 깨기 위한 모습이 좀더 긴장감 있게 전개되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2시간 남짓한 영상에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다보니 사건이 너무 쉽게 끝나버린 생각이 들어서 아쉬웠다. 하지만 마츠모토 세이초의 팬 혹은 와타베 아츠로의 팬이라면 꼭 한 번 볼만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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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2010-02-22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악 와타베다!!!(이건 봐야돼!)

이매지 2010-02-22 00:03   좋아요 0 | URL
와타베 아츠로, 나쁜 남자 역할 너무 잘 어울리는 듯 ㅎ

Kitty 2010-02-22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타베 아츠로 처음 사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너무 나이들어보여서 ㄷㄷ
분장한 거였군요.
마츠모토 세이초 작품은 뭔가 무거워(?)보여서 손이 잘 안가던데...
매지님 하나 추천해주실래요?

이매지 2010-02-22 00:24   좋아요 0 | URL
분장이예요 분장 ㅎㅎㅎ
마츠모토 세이초, 요즘 일본 추리소설에 비해선 좀 무겁긴 하죠~
<점과 선> 추천요! ㅎㅎ

BRINY 2010-02-22 0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도입부 보니 이거 전에 본 거 같은데, 결말이 생각 안나요!

이매지 2010-02-22 09:54   좋아요 0 | URL
그만큼 큰 임펙트가 없었던? ㅎㅎㅎ
사실 그냥 계속 남편의 알리바이를 깨겠다고 여기저기 쫓아다니다가
결국 알리바이를 풀어낸다, 이런 결말이었는걸요 뭐 ㅎㅎ

BRINY 2010-02-22 10:46   좋아요 0 | URL
알리바이 깨는 과정이 생각 안납니다 ㅠ.ㅠ

2010-02-22 1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2 1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2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2 1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2 16: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2 1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2 2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3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2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2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나라에 많이 소개되지 않아서 아쉬운 작가 중에 한 명인 마츠모토 세이초. 일본 추리 문학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점과 선>, <모래그릇>과 같이 우리나라에 출간된 작품 뿐만 아니라 퍽하면 드라마화될 정도로 일본 내에서는 아직까지도 꽤 먹히는 작가가 아닐까 싶다. 이번에 마츠모토 세이쵸 100주년 기념으로 방영된 <의혹>도 국내에 출간되지는 않아서 처음 접하는 내용이었는데 한 번 보기 시작하니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게 봤다. 



  억수같이 많은 비오는 날 이시카와현 카나자와리 카나자와 제 3부두에서 차 한 대가 바다에 빠졌다. 가까스로 헤엄쳐서 나온 아내(쿠마코)는 자신의 남편이 아직 차 안에 있다고 구해달라는 신고를 하지만, 남편은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긴자에서 마담을 했었던 점, 전과 4범이었던 점, 남편이 죽기 전에 든 팔억엔의 보험금, 남편은 전혀 수영을 못했다는 점 등의 그녀가 범인이라는 정황 증거는 수두룩했지만 실질적인 물적 증거는 없는 상황. 하지만 언론과 경찰은 그녀를 판결이 나기도 전에 범인으로 단정한다. 언론과 경찰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 또한 의심스럽기 그지 없는 상황. 이런 상황 속에서 그녀의 변호사는 자신의 지병으로 변호를 못하게 되자 믿을만한 변호사에게 변호를 넘긴다. 국선 변호사치고는 꽤 근성있는 변호사 사하라. 그는 과연 쿠마코의 무죄를 밝혀낼 수 있을까?



  자신의 본 모습을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항상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쿠마코. 13년 전 자신이 변호했던 범죄자에게 아내가 살해당한 아픈 경험이 있는 사하라. 쿠마코에 대한 여론몰이로 기자로서 성공길에 오르는 아키타니 등 다양한 인물들이 맞물려 부두에서 일어난 사건의 진실이 하나씩 밝혀지는데 마츠모토 세이초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어서 그런지 분명 어느 정도 손을 봤을텐데도 전형적인 마츠모토 세이초의 작품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만족스러웠다. (마츠모토 세이초의 작품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팜므파탈이 쿠마코랄까.)



  이 드라마에서 중심을 잡고 있는 사하라 변호사 역을 맡고 있는 타무라 마사카즈는 이전에 <후루하타 닌자부로>에서 본 적이 있었던지라 왠지 모르게 후루하타의 억양이라던지 행동이 떠올라 처음에는 입가에 웃음이 감돌기도 했는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점 후루하타 경부보가 아니라 사하라 변호사로 보일 정도로 몰입하며 볼 수 있었다. 타무라 마사카즈 외에도 사와구치 야스코, 무로이 시게루, 마야 미키 등 꽤 괜찮은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어서 스토리도, 연기도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정말 이렇게 일본에서 스페셜 드라마로 마츠모토 세이쵸의 작품이 방영될 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우리나라에도 모쪼록 마츠모토 세이초의 작품들이 더 많이 번역되어 나왔으면 하는 바람. 나처럼 마츠모토 세이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미스터리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볼만한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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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2-12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 마쓰모토 세이쵸의 작품은 알게 모르게 국내에서 많이 번역되었을 겁니다.사실 70~8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에 알려진 일본 추리작가는 에도가와 란포,마쓰모토 세이쵸,모리무라 세이치 정도였으니까요.
에도가와 란포는 그 유명세때문에 잘 알려진거고 책은 2권(음수와 고도의 마인및 단편 몇개)뿐이었지만 나머지 두 작가는 의외로 많이 번역되었읍니다.대부분 오래되서 절판된데다가 두 작가 모두 사회파 추리작가여선지 기업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많아 의외로 기업 소설로 둔갑된것이 많아서(책 표지나 제목이 야리꾸리한것으로 바뀐것이 꽤 돼죠) 잘 모르는 분들이 많으신것 같습니다.
마쓰모토 세이쵸의 작품은 이분이 워낙 다 작가여서 출판사의 경우 좋은 작품 선정의 애로성과 더불어 신 본격을 선호하는 요즘 추세에서 사회파는 한물 간 것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좀 힘들지 않을까 하네요.
참고로 일본내 일부 추리 독자들중에도 마쓰모토 세이쵸가 본격 추리소설을 죽인 원흉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실제 마쓰모토는 본격 소설의 부활이 필요하다고 주창했던 인물이라고 하는군요.

이매지 2009-02-12 14:18   좋아요 0 | URL
지금 그냥 헌책말고 구할 수 있는 건 3권 남짓 되더라구요.
본격 추리소설을 죽인 원흉이라니;;
안타까운 평이로군요 ㅠ_ㅠ

사실 일본 추리소설은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를 빼고는 현대작가 위주라
새삼 마츠모토 세이초를 들춰서 출간할 이유는 없을 것 같기도 해요.
그래도 이왕이면 다양한 작품을 맛보고 싶은 마음. 흑.

다소 2009-02-14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무라 마사카즈... 왠지 마츠모토 세이초 드라마에 엄청 어울리는 마스크네요. 내용 상관 없이 보자마자 '우와!'했다는... 제가 생각하는 마츠모토 세이초의 어떤 이미지랑 굉장히 잘 부합해요. ^^;
그나저나 저도 마츠모토 세이초의 책이 활발하게 출간되지 않는 게 좀 의아했어요. 전 요코미조 세이시 소설들이 줄줄이(?) 나올 때 마츠모토 책도 재판이든 뭐든 많이 나올거라 생각했거든요. 아리스가와 아리스 책들이랑... 뭔가 시기적으로 옛날 분들이란 생각이 들지만서도 일본 추리계에서 한 획을 그었다면 그은 분들이라 그런 걸 홍보삼아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참 조용해서 놀랐어요. 특히 마츠모토 세이쵸의 '검은 가죽 수첩'은 드라마로도 방영되어 인기를 끌었던 만큼 국내에도 출시되지 않을까 했는데 영 깜깜무소식;;; 책은 또다른 재미가 있는데..흠.

전 사회파 소설을 좋아해서인지 그런 분들 책들 많이 보고 싶은데...ㅜㅜ 그나저나 본격 추리소설을 죽인 원흉이라는 평가는 가혹하네요. 헉;

이매지 2009-02-14 22:03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요코미조 세이시는 김전일 할아버지라고 팔아먹을 수 있어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기도 ㅎㅎ 전후 일본 추리소설들이 나름 괜찮은 작품들이 많은데 국내에는 너무 최신작 위주로 소개되는 게 아쉬워요. 쩝.

검은 가죽 수첩을 비롯해서 나쁜 녀석들이나 손가락 등 마츠모토 세이초 스페셜 드라마는 꽤 자주 방영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 시청률을 봐도 꽤 높은 수치가 나오더군요. <의혹>도 20프로 넘었나 그정도 나왔더라구요.

저도 사회파 추리소설이 좋아요 ㅠ_ㅠ

카스피 2009-02-21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쓰모도 세이쵸의 책이 요런것도 출간되었네요.
필사의 게임 (풍림)
나비성 (성정)
파도의 탑 1, 2 (성정)
땅의 손가락 (성정)
특종을 노리는 사회부기자 (성정)
땅의 손가락 (성정)
바다에 남긴 유언 (예음)

이매지 2009-03-02 17:35   좋아요 0 | URL
그냥 조만간에 북스피어에서 나올 마츠모토 세이쵸 단편집을 기다릴래요. 흑
헌책방의 순례는 너무 힘들어요 ㅠ_ㅠ
 



  지난 2008년 3분기에 나름 열심히(?) 봤던 <코드블루>. 사실 메디컬 드라마를 생각하고 보면 아쉬움이 남고, 그렇다고 젊은 의사들의 성장담으로 보기에도 아쉬움이 남았지만 달리 볼만한 드라마도 없었고, 야마삐를 비롯한 출연진의 비쥬얼이 먹어 줬기 때문에 봤던 드라마. 사실 다시 볼 생각은 별로 없었는데, 이번에 신춘 스페셜을 하길래 겸사겸사 복습 아닌 복습을 했는데, 어째 처음 볼 때보다 기대를 안해서 그런지 차라리 좀 재미있게 봤다. 



  플라이트 닥터를 목표로 하고 소요대학 부속 호쿠부 병원에 펠로우십을 하기 위해 온 네 명의 의사가 현장에서 갖가지 사건을 겪으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그린 이 드라마에서 중심에 놓이는 건 수술을 많이 경험해서 외과의로서의 기술을 갖춰 명의가 되겠다는 아이자와 코사쿠가 아닐까 싶다. 물론 고향에 닥터 헬기를 도입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시라이시도, 아이자와보다 기술은 떨어지지만 지기를 싫어하는 히야마도, 허풍에 비해 실력을 현저히 떨어지는 후지카와도 이야기의 한 축을 유지하지만 수술에 있어서는 냉정하기만 했던 아이자와가 조금씩 인간다움을 찾아가는 것이 이 드라마의 주된 골격이 아닐까 싶었다. 



  닥터 헬기의 홍보 목적도 어느 정도 있는 드라마였기에 아무래도 초점이 닥터 헬기의 중요성에 맞춰진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위급할 때는 닥터 헬기를 타고 우수한 의사들이 출동해서 인명을 구한다는 소재는 높이 사고 싶지만, 현재 일본에서 잘나가는 배우들을 모아놓고 이 정도 밖에 못 만드나 싶었다. 캐릭터 설정도 약간 삐걱대는 감이 있어서 특히 히야마의 경우에는 다른 캐릭터에 다소 묻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다. 뭐 그래도 스페셜 드라마에서는 히야마에게도 나름 건수를 하나 던져줬지만, 그래도 토다 에리카 지못미. 메디컬 드라마를 기대하고 보는 이들에게는 긴장감이나 스토리 면에서 아쉬움이 만겠지만, 뭐 토다 에리카나 아라가키 유이, 그리고 무엇보다 야마삐를 아끼는 이들에겐 만족스러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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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수사물에서 기대하는 묵직함과는 거리가 먼 코믹한 수사물. 오다기리죠의 뽀글머리도, 시효관리과의 다른 경찰들도 모두 사랑스러워서 한 편 한 편 정말 재미있게 봤다. 딱히 어떤 에피소드를 베스트로 꼽기 힘들만큼 모든 에피소드가 고르게 재미있었다. 



  별다른 취미가 없는 시효 관리과의 키리야마. 마땅한 취미가 없다는 사실에 번듯한 취미가 생기길 바라며 학 천 마리를 접는 등 나름 진지하게 취미생활을 찾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취미로 시효가 지난 사건을 수사해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제안을 듣게 되고, 정말 취미로 시효가 지난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1편은 돈이 없어서 취미생활을 접는 것으로 끝나고, 2편은 경마에서 큰 돈을 따서 다시 취미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약간은 어벙하지만 의외로 예리한 구석이 있는 키리야마. 그리고 그를 남몰래(?) 짝사랑하는 미카즈키. 둘은 시효가 지난 사건 중 재미있어 보이는 사건을 엄별해서 취미로 수사를 진행한다. 기껏 사건을 수사해서 진범의 정체를 알게 되더라도, 어디까지나 자신의 취미 활동임을 밝히고 모처럼 진상을 알려준 범인분들을 불안해하지 않겠다는 목적으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쓰여진 카드를 제시하는 등 나름 열심히 취미활동을 하는 키리야마군. 사실 미궁에 빠져 결국 시효를 경과한 사건들도 호기심을 유발했지만, 그보다는 키리야마와 시효관리과 사람들, 그리고 곳곳에 있는 유머코드가 이 드라마에 더 빠져들게 했다. 더 호기심을 유발했다. 예를 들어 거짓말을 하면 비가 내린다던지 안경이 뿌옇게 흐려진다던지라는 얼토당토하지 않는 설정에서부터 말랑말랑한 지장보살상이나 만두냄새가 나는 우물, 무엇이든 푸짐하게 혹은 무엇이든 빨리 주는 식당 등 정말 밑도 끝도 없는 설정이 재미있었다. 



  금요 나이트 드라마였음에도 불구하고 10%가 넘는 꽤 높은 시청률 때문인지 <시효경찰>에 이어 다음 해 <돌아온 시효경찰>로 만들어졌는데, 1편이나 2편이나 사실 전체적인 컨셉은 크게 다르지 않아 만족스러웠다. <트릭>의 경우에는 시즌이 더해갈수록 사실 은근 근성으로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시효경찰>은 각 에피소드도 9회로 짧은 편이라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정통 수사물이나 추리물을 기대하고 본다면 분명 실망할 수 있을 정도로 빈약한 트릭이 등장하지만 이런 빈약함 속에서도 나름 캐릭터들이 강세를 보여 제법 안정감있는 드라마가 된 것 같다. 한 편으로는 이런 간단한 사건이 어째서 15년이라는 시효를 넘긴 것인가!라는 안타까움도 들었지만, (어쩌면 이는 시효에 대한 풍자?) 엽기적이고 황당하지만 그렇기때문에 사랑스러운 4차원 개그 드라마 <시효경찰>. 일상이 지루하고 따분한 이들에게 신선함을 불어넣어줄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정말 간만에 드라마를 보면서 낄낄거린듯. 언젠가 시효경찰 3기로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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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9-01-07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다는 말은 들었는데 아직 보진 못한 드라마네요. <트릭>은 정말 처음엔 재미있었는데 갈수록;;

이매지 2009-01-07 14:03   좋아요 0 | URL
<트릭>은 뒤로갈수록 근성이죠 ㅎㅎ
<시효경찰> 꼭 한 번 보세요 :)
4차원 수사물의 진수를 맛보실 수 있으실꺼예요 ㅎㅎ

비연 2009-01-07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다기리 죠 특유의 코믹 컨셉이 재밌었다는.

이매지 2009-01-07 14:03   좋아요 0 | URL
오다기리 죠는 진지한 역할도 제법 어울리지만 코믹 연기도 잘해요 ㅎ

다소 2009-01-12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이조쿠의 짝퉁이라는 인식과 캐릭터도 묘하게 중첩돼서 처음엔 상당히 불만이었는데, 갈수록 독자적인 캐릭터 형성, 이야기 형성에 아주 즐거워하며 본 드라마였지요. 여주인공 못 생겨서 싫어했는데, 갈수록 귀엽. >_< 소설화된 원서를 사려고까지 생각중이니까요.(아, 환율. 죽일놈의 환율) 처음엔 조연들 발음 때문에 듣기가 참 힘들더니 그것도 익숙해지니까 잘들려요. 요런 드라마야말로 일드의 매력인 것 같아요.

이매지 2009-01-12 11:40   좋아요 0 | URL
전 케이조쿠보다는 시효경찰이 더 마음에 들더라구요 :)
여주인공 정말 갈수록 귀엽 ㅎㅎㅎ
원서라니! 다소님은 역시 능력자 ㅎㅎ
저도 원서로 읽어보고 싶어요 -_ㅜ
 


  일드를 보기 시작하고 비교적 초창기에 봤던 드라마였는데, 그 때만 하더라도 쿠도칸때문에 본 게 아니라 그 무렵에 이시다 이라가 쓴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원작을 읽었기 때문에 호기심때문에 봤던 기억이 난다. 이제와 새삼 IWGP를 보니 예전에는 알지 못했던 나름 호화 캐스팅과 쿠도칸 드라마에서 익숙하게 만나는 출연자들이 보여 꽤 즐기며 볼 수 있었다. 

  만사가 귀찮은 마코토. 허구언날 하는 소리라곤 "귀찮아", "졸라 귀찮아" 정도지만, 말과는 달리 귀찮은 일에 스스로 발을 내딛는 인물. 실상 이케부쿠로에서 가장 주먹이 강하지만 귀찮아서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그저 엄마가 하는 과일 가게이나 가끔 보면서 주로 친구인 마사와 함께 중학생들을 상대로 내기 볼링을 쳐서 돈을 뜯거나, 온갖 장난질을 벌이며 살고 있다. 나름 평온한 생활을 하고 있던 마코토는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에서 우연히 만나 사귀게 된 리카가 연쇄 폭행범에 의해 살해 당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든다. 그리고 잇달아 일어나는 마코토를 둘러싼 사건사고들.

  사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마코토지만, 그보다 더 눈에 들어온 건 G-BOYS의 킹인 다카시였다. 쿠보즈카 요스케는 이전에 <핑퐁>이나 <란도리>, <롱 러브레터 표류교실>에서 본 적 있는데, 아무리 그래도 <IWGP>의 똘끼 넘치는 킹의 인상이 가장 강하게 남는 듯. 흐느적 흐느적거리면서 돌아다니는 폼새라 저래갖고 무슨 리더가 되겠나 싶지만, 의외로 할 때는 하는 성격이라 "역시 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새삼 쿠보즈카 요스케가 끌렸는데, 아쉽게도 최근엔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는 듯. 

  주연인 나가세 토모야를 비롯해 앞서 언급한 쿠보즈카 요스케, 풋풋한 모습의 야마삐, 어설픈 야쿠자 역으로 나오는 츠마부키 사토시를 비롯해 카토 아이, 사토 류타, 코유키 등 나름 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드라마. 내용 자체도 흡입력이 강해서 한 번 보면 끝까지 달릴 수 밖에 없었지만, 출연진들을 보는 재미도 한 몫을 한 것 같다. 특히 야마삐는 사실 최근의 드라마에서는 그닥 귀엽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IWGP에서는 정말 귀여워서 야마삐가 나올 때는 입가에 므흣한 미소를 띄고 봤다나 뭐라나. 

  사실 쿠도칸의 다른 드라마에 비해서는 원작이 있기 때문인지 비교적 쿠도칸의 색깔이 연한 느낌이라 아쉬웠다. 최근에 본 <유성의 인연>과 비교해 봤을 때도 아무래도 원작이 있는 쪽에서는 살짝 살짝 쿠도칸의 유머 코드를 섞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듯. 쿠도칸만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없다는 건 아쉽지만 그 때문에 비교적 쿠도칸을 낯설어 하는 이들도 편하게 접할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봤다. (쿠도칸은 호불호가 명확해 추천하기도 참 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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