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수사물에서 기대하는 묵직함과는 거리가 먼 코믹한 수사물. 오다기리죠의 뽀글머리도, 시효관리과의 다른 경찰들도 모두 사랑스러워서 한 편 한 편 정말 재미있게 봤다. 딱히 어떤 에피소드를 베스트로 꼽기 힘들만큼 모든 에피소드가 고르게 재미있었다. 



  별다른 취미가 없는 시효 관리과의 키리야마. 마땅한 취미가 없다는 사실에 번듯한 취미가 생기길 바라며 학 천 마리를 접는 등 나름 진지하게 취미생활을 찾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취미로 시효가 지난 사건을 수사해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제안을 듣게 되고, 정말 취미로 시효가 지난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1편은 돈이 없어서 취미생활을 접는 것으로 끝나고, 2편은 경마에서 큰 돈을 따서 다시 취미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약간은 어벙하지만 의외로 예리한 구석이 있는 키리야마. 그리고 그를 남몰래(?) 짝사랑하는 미카즈키. 둘은 시효가 지난 사건 중 재미있어 보이는 사건을 엄별해서 취미로 수사를 진행한다. 기껏 사건을 수사해서 진범의 정체를 알게 되더라도, 어디까지나 자신의 취미 활동임을 밝히고 모처럼 진상을 알려준 범인분들을 불안해하지 않겠다는 목적으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쓰여진 카드를 제시하는 등 나름 열심히 취미활동을 하는 키리야마군. 사실 미궁에 빠져 결국 시효를 경과한 사건들도 호기심을 유발했지만, 그보다는 키리야마와 시효관리과 사람들, 그리고 곳곳에 있는 유머코드가 이 드라마에 더 빠져들게 했다. 더 호기심을 유발했다. 예를 들어 거짓말을 하면 비가 내린다던지 안경이 뿌옇게 흐려진다던지라는 얼토당토하지 않는 설정에서부터 말랑말랑한 지장보살상이나 만두냄새가 나는 우물, 무엇이든 푸짐하게 혹은 무엇이든 빨리 주는 식당 등 정말 밑도 끝도 없는 설정이 재미있었다. 



  금요 나이트 드라마였음에도 불구하고 10%가 넘는 꽤 높은 시청률 때문인지 <시효경찰>에 이어 다음 해 <돌아온 시효경찰>로 만들어졌는데, 1편이나 2편이나 사실 전체적인 컨셉은 크게 다르지 않아 만족스러웠다. <트릭>의 경우에는 시즌이 더해갈수록 사실 은근 근성으로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시효경찰>은 각 에피소드도 9회로 짧은 편이라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정통 수사물이나 추리물을 기대하고 본다면 분명 실망할 수 있을 정도로 빈약한 트릭이 등장하지만 이런 빈약함 속에서도 나름 캐릭터들이 강세를 보여 제법 안정감있는 드라마가 된 것 같다. 한 편으로는 이런 간단한 사건이 어째서 15년이라는 시효를 넘긴 것인가!라는 안타까움도 들었지만, (어쩌면 이는 시효에 대한 풍자?) 엽기적이고 황당하지만 그렇기때문에 사랑스러운 4차원 개그 드라마 <시효경찰>. 일상이 지루하고 따분한 이들에게 신선함을 불어넣어줄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정말 간만에 드라마를 보면서 낄낄거린듯. 언젠가 시효경찰 3기로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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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9-01-07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다는 말은 들었는데 아직 보진 못한 드라마네요. <트릭>은 정말 처음엔 재미있었는데 갈수록;;

이매지 2009-01-07 14:03   좋아요 0 | URL
<트릭>은 뒤로갈수록 근성이죠 ㅎㅎ
<시효경찰> 꼭 한 번 보세요 :)
4차원 수사물의 진수를 맛보실 수 있으실꺼예요 ㅎㅎ

비연 2009-01-07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다기리 죠 특유의 코믹 컨셉이 재밌었다는.

이매지 2009-01-07 14:03   좋아요 0 | URL
오다기리 죠는 진지한 역할도 제법 어울리지만 코믹 연기도 잘해요 ㅎ

다소 2009-01-12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이조쿠의 짝퉁이라는 인식과 캐릭터도 묘하게 중첩돼서 처음엔 상당히 불만이었는데, 갈수록 독자적인 캐릭터 형성, 이야기 형성에 아주 즐거워하며 본 드라마였지요. 여주인공 못 생겨서 싫어했는데, 갈수록 귀엽. >_< 소설화된 원서를 사려고까지 생각중이니까요.(아, 환율. 죽일놈의 환율) 처음엔 조연들 발음 때문에 듣기가 참 힘들더니 그것도 익숙해지니까 잘들려요. 요런 드라마야말로 일드의 매력인 것 같아요.

이매지 2009-01-12 11:40   좋아요 0 | URL
전 케이조쿠보다는 시효경찰이 더 마음에 들더라구요 :)
여주인공 정말 갈수록 귀엽 ㅎㅎㅎ
원서라니! 다소님은 역시 능력자 ㅎㅎ
저도 원서로 읽어보고 싶어요 -_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