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많이 소개되지 않아서 아쉬운 작가 중에 한 명인 마츠모토 세이초. 일본 추리 문학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점과 선>, <모래그릇>과 같이 우리나라에 출간된 작품 뿐만 아니라 퍽하면 드라마화될 정도로 일본 내에서는 아직까지도 꽤 먹히는 작가가 아닐까 싶다. 이번에 마츠모토 세이쵸 100주년 기념으로 방영된 <의혹>도 국내에 출간되지는 않아서 처음 접하는 내용이었는데 한 번 보기 시작하니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게 봤다.
억수같이 많은 비오는 날 이시카와현 카나자와리 카나자와 제 3부두에서 차 한 대가 바다에 빠졌다. 가까스로 헤엄쳐서 나온 아내(쿠마코)는 자신의 남편이 아직 차 안에 있다고 구해달라는 신고를 하지만, 남편은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긴자에서 마담을 했었던 점, 전과 4범이었던 점, 남편이 죽기 전에 든 팔억엔의 보험금, 남편은 전혀 수영을 못했다는 점 등의 그녀가 범인이라는 정황 증거는 수두룩했지만 실질적인 물적 증거는 없는 상황. 하지만 언론과 경찰은 그녀를 판결이 나기도 전에 범인으로 단정한다. 언론과 경찰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 또한 의심스럽기 그지 없는 상황. 이런 상황 속에서 그녀의 변호사는 자신의 지병으로 변호를 못하게 되자 믿을만한 변호사에게 변호를 넘긴다. 국선 변호사치고는 꽤 근성있는 변호사 사하라. 그는 과연 쿠마코의 무죄를 밝혀낼 수 있을까?
자신의 본 모습을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항상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쿠마코. 13년 전 자신이 변호했던 범죄자에게 아내가 살해당한 아픈 경험이 있는 사하라. 쿠마코에 대한 여론몰이로 기자로서 성공길에 오르는 아키타니 등 다양한 인물들이 맞물려 부두에서 일어난 사건의 진실이 하나씩 밝혀지는데 마츠모토 세이초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어서 그런지 분명 어느 정도 손을 봤을텐데도 전형적인 마츠모토 세이초의 작품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만족스러웠다. (마츠모토 세이초의 작품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팜므파탈이 쿠마코랄까.)
이 드라마에서 중심을 잡고 있는 사하라 변호사 역을 맡고 있는 타무라 마사카즈는 이전에 <후루하타 닌자부로>에서 본 적이 있었던지라 왠지 모르게 후루하타의 억양이라던지 행동이 떠올라 처음에는 입가에 웃음이 감돌기도 했는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점 후루하타 경부보가 아니라 사하라 변호사로 보일 정도로 몰입하며 볼 수 있었다. 타무라 마사카즈 외에도 사와구치 야스코, 무로이 시게루, 마야 미키 등 꽤 괜찮은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어서 스토리도, 연기도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정말 이렇게 일본에서 스페셜 드라마로 마츠모토 세이쵸의 작품이 방영될 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우리나라에도 모쪼록 마츠모토 세이초의 작품들이 더 많이 번역되어 나왔으면 하는 바람. 나처럼 마츠모토 세이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미스터리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볼만한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