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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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제목대로 이 책은 그리스인 조르바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는 머리로 고민하고 애태우지 않고, 몸으로 느끼고 몸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와 그를 고용한 화자와의 이야기가 이 책의 전체적인 이야기이다.

  이 책 속에서 조르바는 살아 숨쉬고 있었고, 그는 인생을 즐기고 있었다. 그저 마음가는대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나이를 먹었어도 그는 끊임없이 여자를 통해서 자신의 욕정을 해소하면서도 끊임없이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서슴치 않는다.즐길때는 언제고, 지나서는 여성은 자신보다 하급의 사람이라는 둥. 어쩌고 저쩌고. 여성을 폄하하는 내용이 많이 나오는지라 썩 기분이 좋게 읽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의 자유스러운 사상과 행동만은 가슴에 와닿았다. 과거나 미래를 사는 것이 아닌 그가 살아서 숨쉬고 있는 현재를 즐기는 조르바의 모습이 부럽게 느껴졌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고 가슴으로 느끼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의 행동을 하라는 조르바가 던져주는 메세지. 그 메세지를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과연 내가 그것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건, 이 책의 번역을 맡은 이윤기에 대한 존경심이다. 자신이 번역한 책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다시 책을 번역하는 용기와 그 장인정신에 존경심을 표하고 싶다. 장미의 이름을 읽었을 때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윤기는 장인정신을 지닌 몇 안되는 번역가인 것 같다. (주인공 이름을 잘못 번역해놓고는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본소설을 번역하는 김모 번역가와 비교된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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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9-27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마음가는대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 오와! 내가 원하는 삶.
그나저나. 매지야~ 너 정말 책 많이 읽는구나!! 대단하다 -_-)b 부러워. 그 능력!!

이매지 2005-09-27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거 올 초에 읽은건데 난 올려놓은 줄 알았는데 안 올렸더라구^-^;;
뒤늦게 이제사 올린거지 뭐 ^-^;

페일레스 2005-09-27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소설 주인공 이름을 잘못 번역한 김모 번역가인가요? +_+
 
불륜과 남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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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 대해서 처음 접했을 때, 엄연히 책소개에 소설집이라고 써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이 책을 여행기라고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책을 펼쳤을 때 처음 몇 장을 읽고. '어랏?'이라는 반응이 저절로 튀어나왔고, 그 때문에 다시 찾아 보니 이 책은 바나나가 여행을 가서 그 곳에서 영감을 받아 소설을 쓴 것이었다. 그래서일까? 이 책에는 하라 마스미의 그림들과 함께 (표지에 있는 그림과 비슷한 느낌의 그림들이 잔뜩 실려있었다. 엽서로 만들어도 괜찮았을텐데.) 책 속에서 주인공이 갔던 장소들에 관련된 사진들이 함께 실려 있다. 

   남미라고 하면 흔히 '정열의 나라' 혹은 '우리랑 비슷하지만 좀 못사는 나라' 정도 아니면 탱고, 이과수폭포, 스페인어 등을 떠올린다. 그런 이미지때문일까? 이 책의 겉 표지에는 탱고 그림이 그려져있고, 겉표지를 벗겨내면 정열적이라는 말이 선뜻 떠오르는 새빨간 표지가 자리잡고 있다. 책만봐도 남미에 대한 이미지가 떠오른다고 할까? 게다가 책장을 넘기다보면 바나나는 남미, 그 중에서도 아르헨티나의 문화재들에 대해서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다.(물론, 그녀가 찍은 게 아니라 동행한 사람이 찍은 사진이지만.)

  이 책에 실린 총 7편의 단편들을 따라가다보면 마치 그 장소에 가면 그 주인공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묘한 사실감이 생긴다. 아마도 바나나 자신이 직접 가본 곳들을 등장시켜서 그런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주인공들이 식사를 했던 곳, 잠을 잤던 곳, 그리고 관광을 했던 곳, 산책을 했던 곳, 그런 곳들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책의 제목에서는 '남미'라고 되어 있지만, 사실상 이 책은 남미 여러 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보다는 거의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이과수 폭포때문에 브라질에 간 게 아르헨티나 외의 나라의 일이랄까.). 그런 점이 좀 아쉬웠다면 아쉬웠다랄까. 7편의 이야기를 읽고 뒤에 실린 바나나의 여행후기에 가까운 작가후기와 여행 일정표를 읽고 나니 저절로 남미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바나나의 다음 작품은 타히티 이야기라고 하는데, 어떤 이야기들이 그 곳에는 또 존재하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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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먹는 요정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34
안네게르트 푹스후버 그림, 미하엘 엔데 글, 문성원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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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히 잠은 하루를 마무리한다는 개념만 가진 것이 아니다.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고, 다음 날을 보낼 수 있는 힘을 잠을 통해서 얻는다. 오랜 시간 잠을 자는 것보다 편안한 잠이 더 소중한 것임을 잘 알고 있는 '단잠나라'. 그 곳에서는 잠을 가장 잘 자는 사람이 왕이 된다. 그런데, 단잠나라의 '단꿈'공주는 악몽에 시달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보지만 결국 모두 실패로 돌아간다. 결국, 단잠나라의 왕이 단꿈공주의 악몽을 떨쳐낼 방법을 찾아 떠나고 그는 꿈을 먹는 요정을 만나게 된다.

  어린 시절, 무서운 꿈이라도 꾸는 날이면 다시는 잠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잠에 빠지지 않으려고 아둥바둥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결국은 잠들었다만.) 이 책은 나처럼 무서운 꿈을 꿀까봐 걱정하는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아이가 정 무서워한다면 주문을 외우면 될테니까 말이다. 그럼 아이는 요정이 나타날 것을 믿고는 편안하게 잠잘 수 있을 것이다. 생긴 건 고슴도치처럼 생긴 요정이지만, 악몽을 먹어주는 요정이라니. 악몽에 시달릴까 걱정되는 밤이면 한 번쯤 만나보고 싶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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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설탕 두 조각 소년한길 동화 2
미하엘 엔데 지음, 유혜자 옮김 / 한길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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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어리다고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주지 않은 부모님. 그런 부모님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렝켄은 요정을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찾아간 요정은 렝켄의 사정을 듣고는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을 준다. 이 설탕을 먹은 부모님이 렝켄의 말에 반대할 때마다 그들의 키는 절반씩 줄어든다고 하면서. 그리고 정말 요정의 말처럼 그들이 렝켄의 말에 반대할 때마다 절반씩 작아져 결국에는 얼마되지 않아 성냥갑에 들어갈 정도가 되어버린다. "씻고 자라."와 같은 사소한 잔소리를 듣지도 않아서 좋았지만, 그것도 잠시, 렝켄은 자신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후회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요정을 찾아가 부모님은 원상태로 돌아간다. 하지만, 렝켄은 요정과 한 약속때문에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듣는 아이가 되고. 되려 부모님의 걱정을 낳아 모든 진실을 밝히고 부모와 렝켄 모두 서로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얻게 된다.

 
  흔히 아이와 부모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을 어렵지 않게 풀어가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렝켄을 통해서 누가 뭐라고 해서 올바른 행동을 하게 되는 것보다는 자기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그리고 부모는 마냥 아이의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아이는 동등한 입장에 있다는 생각도 다시금 하게 됐고. 무조건 어른의 말을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조건 어른의 말에 반항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 렝켄과 무조건 아이에게 명령을 내리거나 반대하는 것도 잘못된 일임을 깨닫게 된 부모. 모두에게 해피엔드 -
 
  내게 마법의 설탕이 생긴다면 나는 어디에 쓰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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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반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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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주제는 '사랑'이 아닐까. 흔히 듣게되는 유행가 가사를 봐도, 영화의 내용을 봐도, 사랑, 사랑. 온통 사랑이 가득하다. (거기엔 이별도 포함.) 게다가 시내에서 길가는 사람을 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하고 있는지. 이 책은 그렇게 사랑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여가며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라는 질문에 과연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너의 눈때문에 사랑해, 너의 근육때문에 사랑해. 너의 웃는 모습때문에 사랑해. 그렇다면 그게 바뀌게 되면 사랑하지 않는 것인가? "그냥. 으음. 사랑해.(사랑하니까 사랑하는거지.)"라는 극히 빈약한 이유말고는 달리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책 속에서 주인공은 사랑을 통해서 자아를 발견하기도 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어떤 점에 대해서 깨닫기도 한다.

  우연히 비행기에서 만나 사랑을 하게 되는 두 남녀. 남자는 이 만남이 확률적으로 봤을 때 이건 불가능한 만남이다. 그러니 그녀와의 만남을 운명으로 규정지으려고 하는 남자의 설레임(?)에서부터 사랑의 발전, 그리고 결국은 아무런 힘이 없어진 사랑앞에서의 절망 등의 감정을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상적인 사랑을 철학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이 책은 어쩌면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너무 어려워서 못 읽겠어! "라고 할 정도는 아니니 안심하시길.

  알랭 드 보통의 사랑에 대한 분석이 심란한 마음에 불을 지폈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정곡을 찌른 작가의 말들에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행복했던 그 시절이 생각이 나기도 하고, 설레임도 생각이 나고, 체념에 가까운 감정들이 생기기도 하고. 하지만 이런 것도 사랑인가싶기도 하고. 나는 왜 대체, 하필, 그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너를 사랑하는 것인가. 그리고 왜 그런 감정을 다 겪고서도 새로운 사랑에 또 다시 시작하게 되는 것인지. 어차피 같은 반복일 뿐일텐데...

 

  여담이지만, 작가인 알랭 드 보통은 이 책을 25살에 지었다고 한다. 내 나이가 25살이 되더라도 이런 책은 짓지 못할 것 같은데...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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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09-04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25살요? 와~ 놀랍네요. 문장 하나하나 장난 아니던데.

이매지 2005-09-04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뒤에 옮긴이가 쓴 말에 그렇게 쓰여있더라구요 -
게다가 이게 처녀작이랍디다 -_ ㅜ

이리스 2005-09-05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매지님이 아직 25살이 안되었다는데에 크게 놀람.
(으흐흑... ㅠ.ㅜ)

이매지 2005-09-05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흐흑. -_ ㅠ
생각하신 나이가 25살에서 플러스예요? 마이너스예요?




이리스 2005-09-05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해요.. 늙어서 그만 계산을 실수로..
대학생이면 대부분은 25살이 안되었을것인데.. -_-;; 엉엉엉...

이매지 2005-09-05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근데 서재활동하면서 제 나이로 보시는 분이 없어서 ^-^;;
괜찮아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