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부터 2주간 스페인으로 근속휴가를 다녀왔다.

(2주나 휴가를 가면 업무가 얼마나 꼬이는지, 얼마나 민폐를 끼쳐야 하는지 절감했다.)


스페인어라고는 올라, 그라시아스밖에 모르는데 괜찮으려나 걱정했는데,
피차 영어도 안 되고 스페인어도 안 되니

포기하고 손발짓으로 해결하니 어찌저찌 됐다. (먼 산) 

여행 첫날부터 어디 서점 없나 눈을 부릅뜨고 다녔는데도
기껏 찾았다 하면 시에스타 때문에 닫힌 문.

심지어 바르셀로나에서는 한인 민박 주인 언니에게 서점을 물었지만 "글쎄"라는 대답이 돌아왔었다.   

뭐 아무튼, 여행한 지 일주일이 지나 세비야에 도착했을 무렵, 
소나기를 피할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는데
저 멀리서 오아시스처럼 짜잔(!)하고 나타난 서점.

카사 델 리브로.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체인이라고 한다.

 

입구 쪽에는 켄 폴릿의 책이 진열.

시에스타 때문에 문이 닫힌 서점에서도 늘 바깥에 이 책이 진열되어 있었다.
블랙펜클럽으로 나왔던 <대지의 기둥>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렇게 만나니 반가웠다.




들어가면 한 켠에 베스트셀러 진열대가.
1위는 켄 폴릿, 3위는 <불륜>, 4위는 영화 <메이즈러너>의 원작소설, 6위는 밀란 쿤데라의 <무의미의 축제>.
스페인어는 까막눈이지만 일단 국내판과 표지가 같으니 알아보기가 쉬웠다.



외국소설 매대.
우리나라 서점의 매대처럼 외국소설, 국내소설, 에세이, 인문 등으로 매대가 분류되어 있었다.



일본 소설이 여기저기에 많이 보여 신기했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점과 선>은 <도쿄행 급행열차> 정도의 제목으로 바뀌어 출간.
욱일승천기를 배경으로 깔아 눈에는 확 들어오지만

확실히 한국에서 이런 표지로 나오긴 좀;



미시마 유키오, 유메노 규사쿠와 헨리 제임스.


 
1층은 문학 쪽으로 다양한 매대가 갖춰져 있었다.





코엘료의 문장을 넣어 만든 듯한 다이어리도 눈에 들어왔다.
뭔가 커버부터 영적인(?) 느낌.
내지는 뭐 별 거 없고, 중간중간 코엘료의 문장이 들어간 듯.





2층에서 바라본 1층의 모습.
서점은 총 4층이었는데,
폐점 시간이 임박해서 갔던 터라 3층까지만 둘러보고 쫓겨났다. ;ㅁ;



2층에는 청소년 소설, 장르 소설 위주의 진열이 돋보였습니다.
여기도 켄 폴릿...



서가에 꽂힌 책을 보다가 PKD의 <유빅>도 보여서 한 컷.



스페인 여행에 챙겨간 책 중 하나인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
그리고 옆에 놓인 책은 <천사의 게임>인 듯.
예전 문지판 <바람의 그림자>는 원서 표지였구나.



댄 브라운은 스페인에서도 인기인 듯.
러브크래프트와 <드라큘라>도 평면 매대에 놓여 있어서 신기했던.



하지만 역시 가장 놀란 건 켄 폴릿의 인기.
그의 책이 놓인 매대를 몇 개나 본지 모르겠다.



이후 다른 서점에서도 봤지만, 조지 오웰의 책도 눈에 많이 들어왔다.
스페인 내전을 다룬 <카탈로니아 찬가> 때문이 아닐까 싶지만
<1984> <동물농장> 같은 책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그냥 기념품으로 살까말까 망설였던 세비야의 건축물을 일러스트로 담은 책. 
 




한국 작가의 책은 없나 두리번거렸는데,
<피로사회> 등으로 한국에도 소개된 한병철 교수의 책만 발견.



한국작가의 작품은 찾을 수 없었지만 <1Q84>의 스페인어판.
2권도 통일된 디자인으로 있을 것 같은데 일단 이 서가에는 없어서 짬뽕으로.



SIN COLOR라니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이겠거니...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은 영국판과 표지가 같아서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두번째로 찾은 서점은 마드리드 솔 광장 한편에 위치한 엘 꼬르떼 잉글레스 백화점의 서점.
스페인 유일의 백화점이라고 하는데 우리처럼 한 건물에 모든 매장이 입점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건물로 여러 채 되어 있어서 신기했다.
서점 건물 하나, 스포츠의류 건물 하나, 식품점+화장품+의류 건물 하나 뭐 이런 식.

선물용으로도 좋을 것 같은 <돈키호테>.
성경 같은 느낌마저 든다.



여기서도 하루키의 인기는!



미시마 유키오의 책도 제법 번역되어 있었다.



세비야에서 그렇게 찾아 헤맬 때는 안 보이더니. 
드디어 만난 신경숙 선생님의 소설! 
뭐 잘은 모르겠지만 띠지에 COREANA, 200만 어쩌고 있길래 <엄마를 부탁해>인가 했는데, 
찾아봤더니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원제가 시적이라서인지 번역판 제목도 바꾼 듯.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에 찾은 서점이라 관련 매대가 있지 않을까 했는데,
세비야에서도 마드리드에서도 노벨상 특별 매대(?)는 찾을 수 없었다.
런던에 갔을 때는 여기저기서 책 읽는 사람을 많이 봤는데,
스페인에서는 우리나라만큼이나 책 읽는 사람이 드물어 여러모로 비슷하구나 싶었던.
(그 외에, 평일에는 1~2시, 주말에는 거의 밤새 술 마시며 떠드는 분위기도 비슷...) 

아무튼 손에 꼽을 정도였던, 책 읽는 사람의 사진을 끝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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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11-21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나는 이번에 홍콩 갔을 때도 서점에서 사진을 못찍게 해서...싱가폴에서도 서점 사진 못찍게 하고 ㅠㅠ
그런데 이렇게 여러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니 좋다 좋다 ㅠㅠ
눈이 호강하고 갑니다 매지님.
아 오랜만에 뿅- 하고 나타나서 이런 페이퍼라니. 이런 양질페이퍼녀 같으니라구! ㅋㅋㅋㅋㅋ

>.<

이매지 2014-11-21 10:48   좋아요 0 | URL
사내 인트라넷에 올렸던 건데 거기만 올리기 아까워서 서재로 가져왔어요. ㅋㅋㅋ
잘했죠? 으하하하하하.
사진 찍어도 되냐고 더듬더듬 허락받고 찍었던 ㅎㅎ

레와 2014-11-21 13:47   좋아요 0 | URL
다락방이 이 페이퍼를 보면 당장 스페인 가고 싶다고 항공권 알아볼 줄 알았는데, 중요한 한가지가 빠졌네요.


술과 고기 사진이..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매지 2014-11-21 13:54   좋아요 0 | URL
스페인에서 마신 술과 먹은 음식만으로도 페이퍼를 하나 쓸까요...?
근데 잘생긴 남자가 없어서...후...;ㅁ;

레와 2014-11-21 14:33   좋아요 0 | URL
일단 써봐요!! ㅎㅎㅎㅎ
음식과 술만으로 이루어진 페이퍼라니.. 생각만해도 므찌다!

abi06 2014-11-21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르셀로나에 엘 코르테 잉글레스? 여튼 그 백화점에서부터 카사밀라 올라 가는 길에도 큰 서점이 하나 있어요. 작년 여행 중에 들어갔다가 저 역시 하루키의 인기만 확인하고 왔었지요.

이매지 2014-11-21 11:24   좋아요 0 | URL
오, 제가 반대편으로 걸었었나보네요. 거기 분명히 지나갔는데 왜 놓쳤지 ㅠㅠ
암스테르담에서 환승했는데 거기서도 하루키 책은 눈에 띄더라구요.

하늘바람 2014-11-21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멋져요

이매지 2014-11-21 13:54   좋아요 0 | URL
뭐 한 달쯤 지나니 저길 내가 가긴 했나 싶지만요. ㅋㅋ

세실 2014-11-21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지님 스페인 다녀오셨구나.. 2주나...부럽다요^^
서점 멋져요~~~ 책 표지들도 참 예쁘네요.

이매지 2014-11-22 23:41   좋아요 0 | URL
넹 가기 전에 몇 달 동안 주말도 없이 일하고 다녀와서도 그랬지만 ㅎㅎㅎ
그래도 2주나 휴가를 쓸 수 있었음에 이 자리를 빌어 회사에 감사를...(응?!)
좀 더 작고 아기자기한 서점들도 있엇는데 그놈의 시에스타 때문에 ㅠㅠ

책방꽃방 2014-11-21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스페인 서점 구경잘했네요,책 표지들이 정말 이쁜걸요^^

이매지 2014-11-22 23:41   좋아요 0 | URL
스페인어는 까막눈이라 정말 제목이 뭔지 몰라서 표지 구경만 했어요. ㅎㅎ

가넷 2014-11-21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잘 보았습니다..^^

이매지 2014-11-22 23:41   좋아요 0 | URL
가넷님 오랜만이네요. ㅎㅎ 잘 지내시죠?

유부만두 2014-12-21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포스팅을 본 후라 서점 포스팅은 좀 덜 흥분되었어요;;;
미시마 유키오가 인기 라는건 좀 의외네요.
언어를 떠나 서점은 포근한 공간이네요. 멋져요.

이매지 2014-12-24 11:28   좋아요 0 | URL
언어는 몰라도 서점은 분위기만으로도 푸근한 것 같아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