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그림자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구판절판




그는 과거 속에 사는 사람 같았어요. 자기 추억 속에 갇혀서 말이에요. 그는 개인적인 내밀함 속에서 살았지요. 자기 책 속에서 마치 호화로운 수감자처럼 말이죠.
-266쪽

만일 누군가 그를 파괴하려 한다면 이야기들과 그 인물들을 파괴해야겠지요.

-275쪽



"언젠가 누가 그랬어. 누구가를 사랑하는지 생각해보기 위해 가던 길을 멈춰 섰다면, 그땐 이미 그 사람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거라고."
-282쪽



그때까지 그것이 외로운 사람의 이야기이며 부재와 상실의 이야기였다는 걸 알지 못했다고, 그 때문에 그 이야기와 내 자신의 삶이 혼동될 때까지 나는 그 이야기 속에 피신해 있었다고, 사랑해야 할 이들이 단지 이방인의 영혼에 살고 있는 그림자뿐일 것 같아 소설 속으로 도망가는 사람처럼 그렇게 했다고.
-287쪽



이 삶은 서너 가지이유로 인해 살만하고 나머지는 들판의 비료 같은 거야. 난 이미 바보 같은 짓거리들을 많이 저질러왔어.
-299쪽



돈이란 바이러스와도 같지.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영혼을 부패시킨 다음에는 신선한 피를 찾아 떠나니까. 이 세상에서 명문가는 설탕 입힌 아몬드보다도 더 오래 못 가지. 한창 때, 즉 대략 1880년에서 1930년 사이에 산 가브리엘 학교는 돈 지갑에서 소리가 좀 나는 명문 가문의 최고 도련님들을 받아들였어. 알다야 가문과 그 동료들은 자기와 비슷한 이들과 교제하고 미사를 드리며, 또 자기들이 지겹도록 반복하기 위한 그런 역사를 배우기 위해 이 기숙학교로 몰려 들었었지.
-3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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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7-01-16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시나요? ㅎㅎ 재미있는 책이었는데, 항상 읽고 나서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줄거리가 가물가물~^^

stella.K 2007-01-16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읽겠다고 해 놓고 여태 못 읽고 있습니다요. ㅜ.ㅜ

잉크냄새 2007-01-16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의 그림자라...책보다는 바람의 그림자를 느껴보고 싶네요.

icaru 2007-01-17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티나무 님~ 머리 모양이 이쁜아가 진복이는 무럭무럭이죠? 2권을 읽고 있는데, 생각했던 거 보다 재밌어서 진도 잘 나가 좋아요!

스텔라님~ 잘 지어논 추리물 땡기실 때 읽으셔요~~

잉크냄새 님 오랜만요!!! 바람요~? 바람에 실려 잉크 향기가 예까지 왔네요~

히피드림~ 2007-01-17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문장들이네요...
이카루님 잘 계시져?^^;;

icaru 2007-01-18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펑크 님 너무 오랜만이유~ ㅠ.ㅜ
 
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중3 담임인 동생은 이미 방학이 시작되었어도 마음은 그닥 홀가분하지 않아 보인다. 입시에서 떨어진 아이들의 원서를 써 주어야 하는 것도 그렇고... 어느 날인가는 수심이 얼굴에 가득해서 물어보니 한 아이의 아버지가 자식이 입시에서 떨어지면 다른 지역에 다시 지원하지 않고, 아예 고등 학교를 보내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댄다. (이 아버지는 딸아이가 공부를 못한다고 애를 심하게 때려서인지, 아이에게는 멍이 가실 날이 없으며, 어딘가 늘 멍하니 정신을 놓고 있거나 속없이 배시시 웃는다고 한다.)

그 동안은 아이의 어머니와 상담을 했었는데, 지난 신정에는 집에 방문한 친인척들을 등에 업고 엄마가 넌지시 ‘딸아이가 다른 지역에 원서를 넣어야 할 것 같다고, 이 지역(과천안양)에 넣으면 떨어질 거라고 선생님이 전하더라’는 말을 했었나보다.

그러자 되려 친인척들 다 보는 앞에서 아이를 뺨과 몸을 무차별적으로 때리기 시작했다고. 그러면서 만약 아이가 선생님이 하는 말과 달리 학교에 붙기라도 하는 날엔 떨어질거라고 말한 담임도 가만 놔두지 않겠다고 했단다.

 

동생은 이 아버지를 어떻게 설득하여, 아이를 고등학교에 보낼지 고민하였다.


“아버님, 정신 분석가에게 상담 한번 받아 보시라고 해.”


딱! 이 말을 해 주고 싶었다.


비단 이 아버지만의 특별히 앓고 있는 질환이라 그런 게 아니고 모든 인간들에겐 마음 관리가 필요하고 자기 치유의 경험을 여러 차례 갖는 것이 중요할 터. 게다가 이 경우 딸과 아내의 관계까지 두루 행복*불행이 엮여 있지 않은가.


아이는 부모로부터 그토록 폭력적인 일을 당해도 분노를 표출하지 못하고(아버지의 학대를 회피하기 위해 가출을 하고 무단결석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분노를 참고 마음 깊숙이 억누른다. 분노를 품고 있기가 너무 고통스러우면 아예 분노가 있다는 사실조차 의식에서 지워버린다.


사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그런 분노가 있다. 이런 분노 때문에 아이는 전적으로 무력하고 의존적이며 미숙한 생존법을 가진 성장기를 보내게 된다.


내면의 분노는 분석 치료의 출발점 혹은 중점에 두어야 하리라는 생각이다. 내면의 그 분노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의 질은 판이하게 달라지니까.


 

억압된 내면의 분노는 생의 에너지를 앗아가며, 일하는 분야에서 능력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게으르고 무기력한 일상을 영위하거나, 타인을 의심하고 세상을 믿지 못하거나, 냉소적이고 신경질적인 말투를 갖거나, 자신과 무관한 일에서 이유 없이 화를 내는 이유가 된다. 무엇보다도 가장 믿을 만한 사람에게 표출되어 친밀한 관계를 망가뜨리곤 한다.


 

이 책은 분노를 해결하는 방법을 의식적으로 행하는 단계를 보여 준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표현하기 그 단계 다음으로 타인에게 표현하기, 타인에게 표현하기의 좋은 예로 텔레비전 토크쇼에 출연해 대중들에게 자신의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눈물을 흘리는 이들을 들었다.


모든 인간은 얼룩덜룩하고 울퉁불퉁한 내면을 가지고 있는 불안하고 부족한 존재이지 않은가. 때로는 ‘좋은 사람’이라는 자기 이미지를 적극 포기할 줄 알아야 하고, 순진하고 순수하다는 것이 반드시 좋은 일은 아니라는 것도, 또한 우리가 생각만큼 긍정적인 존재는 아니기에 우리의 부정적인 면을 성숙한 자아가 알아차리고 돌봐줄 필요도 있다. 내면에서 시기하고 분노하는 마음은 성장기에 상처 입은 어린 자기라고 하니까.


내가 나인 것이 좋아야겠다. 주변 정리정돈을 잘 못해도, 엄마 노릇 제대로 못해도, 직장에서 유능하지 못해도 괜찮다. 설령 남들로부터 비난이나 비판을 듣더라도, 남들이 하는 그런 종류의 얘기는 대체로 그들 내면이 투사된 현상이거나 그들의 시기심일 뿐인지 모른다고도 생각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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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9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1-04 1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팽이 2007-01-21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님 동생분께서 중학교 교사였군요..
삶의 상처와 갈등은 그 사람이 어떤 위치에 있든지
기본적인 인격과 사랑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해결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온 세상 어떤 사람하고도 공감하고 살 수 있는 마음의 넉넉함이
절실해지는 세상입니다.
그리고 나도 절실해집니다.
새해에는 글로 복 많이 지으시기를...

2007-01-15 0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1-15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1-19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1-19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클 2007-01-20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셨어요? ^^

마이리뷰 뽑히신 거 축하드려요.

프레이야 2007-01-20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멋진 리뷰입니다.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겠어요.
담대함과 겸손함을 겸비하고 싶어요.^^

humpty 2007-01-20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메일에 떡하니 뜨네. 반가워라, 축하축하!!

icaru 2007-01-22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01-19 23:16에 속삭님.
저도 받아볼까 하는 마음은 늘 있는데, 살면서 정말 중요한 것은 내 마음 관리하는 일인 거 같아요. 그리고 고마워요!!

01-04 17:29에 속삭님.
토요일에 아이가 제대로 몸을 뒤집었어요!!! 한시름 놓았네요. ㅡ.ㅡ;;;



달팽이 님. 님도 새해에는 글로 복 많이 지으세요. 늘 한결같으셔서 부럽고, 또 배워야지 한답니다.

01-15 08:06에 속삭 님
어떻게 아셨어요? 그 아버지는 정부청사 고위공무원이래요. 딸이 둘인데, 큰애만 그렇게 잡는다더군요.

01-19 22:08에 속삭 님.
야구의 세계에 포옥~ 빠지셨군요. ㅎㅎ 그 아이는 지금 기아 소속이거든요~ 연고지는 인천인데...ㅋㅋ

야클 님..의 선녀 이야기 잘 읽고 있어요.
추어탕과 장어구이였던가? 저도 좋아하는 메뉴인데 ^^

배혜경 님!!! 저도요~ 참, 이기회에 드리고 싶은 말씀...님의 “옆지기사진이 물고 온 짧은생각” 페이퍼 너무 좋아요.

humpty! 자네에게 제대로 한턱 내야 할듯헌데~~~

Kel 님! 고맙고, 또 반갑습네다~ 거의 1년만이어요. 이렇게 댓글을 보게 된 지가....

2007-01-22 1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7-01-23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제야...늦었지만 축하해요!^^
 
당신은 당신 아이의 첫 번째 선생님입니다
라히마 볼드윈 댄시 지음, 강도은 옮김, 한국슈타이너교육예술협회 감수 / 정인출판사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기 낳기 전에는 아이가 태어나면 해주고 싶은 게 참 많았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금방 파악해버렸다. 난 그렇게 열혈 엄마가 될 수 없으리라는 것을.

부모는 누구인가. 다른 그 어느 종보다 연약한 생물체를 보살피는 시중꾼 아니던가. 더구나 갓 태어났을 때야 말로. 이로 인해 부모라는 존재는 단순히 걱정과 불안, 두려움 등에 자신의 양육 에너지를 소진시킨다.

비슷한 월령의 아기는 뒤집기를 했다던데, 아기 체육관 가지고 잘만 논다던데... 우리 아기는 뒤집기에는 관심은 커녕이고, 아기 체육관은 아예 무서워하는 기색이 영력...

늦되는 건가? 혹시 문제가 있는 건가? 하면서 종종 두려움을 느끼지 않아도 될 대상에 두려움을 느끼고는 한다.

많은 책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꽤 나름대로 몇몇의 육아서를 읽었는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육아 전문가 역시 자신에 대해 과도하게 확신하는 경향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대개 문제의 어느 한 측면을 부각시켜 관점을 단단히 할 뿐, 다양한 각도에서 충분한 논의를 펼치려 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신중하거나 조심스러운 주장을 펼치는 전문가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자신의 소박한 이론이 사회 통념으로 바뀌기 바라기 때문에 뻔뻔해질 필요가 있음을 의식하는 듯했다. 어디서 읽은 구절이 생각났다. 독자들에게 호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중의 감정을 개입시킨다던가. 감정은 합리적 논증의 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 중에서 다른 어떤 것보다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두려움이다.

부모만큼 전문가가 만들어 내는 공포를 잘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사실 두려움은 육아라는 행위의 주요 구성 요인일터다.

이 책은 아이를 잘 기르기 위한 육아책의 범주에 드는 책이지만, 현대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영리한 아이를 키우는 지침을 제시하는 류의 단도직입적인 책은 아니기에 충분히 공감은 했지만 고통도 따랐다. 아이에게 이렇게 해 주면 아이가 행복하겠구나! 하는 많은 깨달음도 주었다. 그러나 항상 아이와 함께 할 수 없어서, 아이를 기르는 기쁨을 내가 온전히 맛볼 수 없으리라는 것 때문에. 

아이의 첫 번째 선생님인 우리는 물론 아이에게 사랑과 따스함, 안정과 리듬, 흥미와 열정적인 생명력을 제공해야 할 것이고, 그러면서 만나는 여러 딜레마들을 겪으면서 이것을 통해 나를 성장시키고 나를 점검하는 시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부모 노릇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던 나도 지금은 조금씩 배워 가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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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0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2-21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설 2006-12-21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악이 넘 빠르셨어요^^ 저도 열혈엄마 보면 부럽기도 하고 가끔은 왜 저러나 싶기도 하고... 나랑은 다른 인종인가 싶은 생각도 들면서 아이들이 제법 크고 나니까 왜 그때 난 그렇게 못했지 하는 후회도 살짝 들더군요. 뭐 사는건 후회의 연속이라니까...(얘기가 영 다른 길로 샌 듯한)

icaru 2006-12-21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 님.. 넵..자주 뵈어요~

속삭 님.. 조카가 만 세살? 이죠~ 남자아이 키우는데는 또, 비덜프 책이 많이 공부가 될 것 같더라고요. 님덕분으로 알게 된 비덜프 선생 ^^

미설 님. 기냥.. 본능적으로 파악이 되더라는 ㅋㅋㅋ
미설 님은 열혈엄마와는 다른 차원의 자애로운 엄마신데~

미설 2006-12-21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억. 자애롭다는 말에 웃다 넘어질 지경입니다. 방금도 애들 재우면서 알도한테 얼마나 모진 말을 해가며 재웠는지요. 잠든 애보고 반성하고 머리 쓰다듬어봤자 다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 잠깐을 참지 못하고 말아요. 다 수양이 부족한 탓이죠 뭐-_-;;

icaru 2006-12-22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그림이 그려지는 거 있죠~
자애로운 거 맞아요... 미설 님이 아는 자애와 내가 아는 자애가 쫌 다른가 어쩐가..
 
노란 코끼리
스에요시 아키코 지음, 양경미.이화순 옮김, 정효찬 그림 / 이가서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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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야기를 끌어가는 화자 나는 초등학교 5학년의 남자아이이다. 이 가족은 아빠가 다른 여자와 살기 위해 집을 나간 상황. 어린 딸과 초등학생 아들을 둔 엄마는 먹고 살기 위해 처녀 시절 하던 잡지사 일을 프리랜서로 되살려 하고 있는데, 다른 엄마들처럼 야무지고 억척이 아니라 일도 서툴고 덜렁대기까지 한다. 그래도 이 서툰 엄마는 크고 작은 사고를 치면서도 오래 풀이 죽어 있는다든지 낙담하지 않는다. 풀이 죽어 있다가도 금방 일어선다. 그래서 이 엄마 때문에 읽는 내내 더불어 힘이 났다.

‘노란 아기 코끼리’ 라는 애칭을 붙인 차를 구입하여 자가 운전을 하면서 몇 가지 황당한 에피소드를 겪게 되었지만, 오히려 이런 일들이 자칫  놀란 고슴도치처럼 몸을 동그랗게 말고 움츠려들기 쉬운 싱글맘 엄마에게 가슴 펴고 씩씩하게 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사실 이 노란 아기 코끼리는 엄마에게 큰 도움이 되었어. 우선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졌거든. 선뜻 어디로 떠나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으니까. (중략)
그리고 비참한 마음도 사라졌고, 엄마는 노란 아기 코끼리를 타고 있을 때면 늘 기분이 좋았단다. 엄마 노릇도 잘 못하고 아내로서도 부족했지만, 복잡한 도로에서 다른 차량의 물결에 섞여 함께 달리다 보면, ‘어떼, 나도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고 잘하잖아’ 하는 기분이 들었거든. 엄마가 그럭저럭 생활을 꾸려 갈 수 있었던 건 모두 이 노란 아기 코끼리 덕분이야. 물론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폐를 끼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도 남에게 의지하지 말고 어떻게든 씩씩하게 살아가야 해.“

내후년에 중학교에 입학하는 딸을 둔 아는 언니가 학군이 비교적 좋다는 지역으로 무리하게 이사를 했다. 이유는 지금 살고 있는 지역의 공립 중학교들은 황폐해져서 비행과 교내 폭력의 소굴인 모양이라나. (사립이든 공립이든 애들은 매일반 아닌가.)

이 책에도 나온다. 엄마의 친구이자, 주인공 친구의 엄마이기도 한 아줌마가 굳이 사립 중학교에 딸(친구)을 진학시킬려고 무리하게 학원 교육을 시킨다.

엄마는 친구에게 “왜 꼭 사립 중학교에 가야 하냐”고 하다가, 노란 코끼리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들에게 “너도 내년에 사립 중학교에 시험 쳐 볼래?” 한다. 큭.. 어느새 영향을 받은 엄마.

아들이 공부라면 딱 질색이라면서 싫다고 정색을 하자, 엄마는 웃으면서 “그래 공립중학교면 뭐 어때. 학생들 모두가 비행과 교내 폭력을 일삼는 것은 아닐 텐데. 사립도 마찬가지야.” 라고 말한다. 아들이 다시 “어쩜 내가 제일 먼저 학교에서 주먹을 휘두를지도 몰라요.”하고 절반은 진심을 담아 말했는데 엄마는 “그래도 그게 가정 폭력 보단 낫다.”하고 말하며 웃는다. ^^ 정말 낙천적인 엄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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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 영국 BBC 다큐멘터리, 행복 전문가 6인이 밝히는 행복의 심리학
리즈 호가드 지음, 이경아 옮김 / 예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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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람은 왜 태어날까. 노랫가사처럼,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났을까.’ 사랑받으면 왜 좋아? 행복하니까 좋지.
나는 행복할 자격이 있고, 행복은 내 인생에서 가장 우선 순위를 두고 싶은 항목이다.
하지만 나는 성격 급한 비관론자이다. 비관론자라서 행복할 수 없다. 없다, 라고 못박아 말하고 있는데, 사실 나는 뭐든 어쩔도리가 없다고 규정 짓는 게 싫다. 일테면 성인이 되어서 그의 인생관을 결정짓는다는 유아기의 트라우마 같은 것. ‘유년 시절을 잘못 보내면, 성인이 되어 인성에 문제가 있다’ 식의 말들. 꼭 그런 건 아니며, 설령 그렇더라도 좋아질 여지는 충분이 있는거다. 

우리가 살면서 힘든 일과 부딪칠 때, 고통을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겪어내고 나면, 정신적으로 부쩍 성장을 이루듯이, 행복이라는 감정도 연습할수록 느는 일종의 습관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습관? 음 기술이랄까,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의 진정한 요소에 눈뜰 수 있는 ‘기술’이 있고, 이것을 겪어내는 수단은 분명 “배움”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었다.

행복에 이르는 기술을 15가지를 키워드를 가지고 풀었다. 친구, 돈, 일, 사랑, 성, 가족, 아이들, 음식, 건강, 운동, 애완동물, 휴가, 공동체, 미소, 웃음, 종교, 나이.

공감 가는 부분에는 밑줄을 박박 그으며 읽었는데 책을 다시 훑어보니, 웬걸 “돈”에 관한 챕터에 제일 많이 밑줄이 죽죽 그어져 있다. 읽을 당시에 금전적인 문제로 가족들과 신경전을 치뤘던 것이 여실 반영이 되었나보다.

친구가 속을 썩일 때는 “친구”에 대한 부분을, 아이와 마찰이 있을 때는 “아이들” 부분을, 곁에 두고 그때그때 이 책에서 실마리를 얻어와도 좋겠다 싶다. 

가장 열심히 읽었던 “돈”에 관한 부분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하자면, 돈과 지위를 얻기 위한 경쟁은 제로섬 게임이다.

연봉이 올라가서 기쁘다가도 동료가 자신보다 더 많이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기분이 나빠지고 마는 것이다. 순위, 성적표, 광고처럼 비교할 대상이 많을수록 불행은 더 커진다. 그 결과 우리는 친구나 이웃 혹은 동료보다 더 많이 가지려는 목표를 중요하게 여기게 된다.

실제로 내가 잘 아는 K양이 그랬다. 누구라도 다음 상황에서는 고민을 하고 상처를 받으리라 여겨진다. 동종업계 다른 회사에 다니는 대학 1년 후배가 개인사정으로 일을 그만두면서 K양에게 자기 후임으로 와 달라고 부탁을 했단다. 그런데 그 후배가 받던 연봉이 지금 회사에서 K양이 받던 연봉보다 훨씬(500만원 정도?) 많았나 보다. 연봉뿐만이 아니라 회사 복지나 여러모로 더 괜찮았나 보다. 그래서 K양은 후배의 제의를 수락하고, 그 쪽 사무처장과 면담에 들어갔는데 연봉을 이야기하면서 사무처장은 전임자였던 후배보다 약 100만원 가량 적은 금액까지 제시를 했었나보다.  K양은 지금 있는 곳보다 400만원의 돈을 더 받을 수 있었지만 후배보다 100만원 덜 받고 간다는 사실에 상처를 받고 그 곳으로 옮겨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중이었다.
 
돈에 너무 연연하는 거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을텐데 우리들 누구나 이 상황이 되고 보면 저런 불행한 느낌에 빠지게 될 것이다.  돈은 여러 가지 면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는 돈 때문에 불행해지고 불만은 커지고 만다. 특히 자신의 소득과 남의 소득을 비교할 때 더욱 그렇다. 물론 남보다 돈이 많으면 더 행복하다. 하지만 그것은 소유한 부의 절대적인 규모 때문이 아니라 단지 남보다 더 가졌기 때문이다. 남보다 적게 가진 사람들은 그 사실로 인해 상처를 받는다. 소득 경쟁은 승자를 더 기쁘게 하는 반면 뒤처진 사람들을 실제보다 훨씬 불행하게 만든다.

삶에서 의미 있는 일이 아닌 돈을 좇는 태도는 불행으로 가는 길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의 진정한 요소에 눈뜰 수 있다면 변화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돈으로 소유할 수 있는 것들에 점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느라 우정을 키우고 타인을 도우며 정신적인 면을 성숙시키는 활동이나 인생의 진정한 목표를 도외시하는 삶을 사는 건 참 어리석은 일일터다.

이 책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인간을 실제로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을 살펴보면 그것이 너무 사소해서 놀라움을 느낄 것이다. 일에서의 성공, 일확천금, 권력이나 명성을 얻는 일 등 거창한 것이 아니라, 편안하고 친밀한 가족 공동체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랑, 쾌적한 환경, 사람에 대한 신뢰 스트레스가 적은 출퇴근처럼 훨씬 단순한 것이다.

또한 인생은 경쟁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겠다. 완전한 행복은 남들과 비교할 때가 아니라 더 높은 목표나 기준에 도달할 때 얻을 수 있다. 즐거운 인생은 스스로 창조해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방법을 그대로 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를 즐기면서 미래를 계획하고 과거에 너무 집착하지 않으면 보다 행복해질 수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할 것 같다. 만약 자신의 가치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있다면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인정하는 것을 배우야 할 것이다. 배워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찾아오는 것이 행복이 아니기에. 


77쪽
꿈은아무관계도 없는 → 꿈은 아무관계도 없는

201쪽

13. 사람이 아닌 섹스를 거절하라 → 사랑이 아닌 섹스를 거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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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4 17: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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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이최고야 2006-12-15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은 일종의 연습, 기술과도 같다는 님의 말에 동감합니다. 최근에 빚을 지게 되어 '돈' 좀 많았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님의 글을 읽으니 연연해 하지 말아야 겠구나! 그런 마음이 듭니다.

icaru 2006-12-15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 님.. 책에 나온 저 오타~ 처음엔 동물과 사람이 ...는 안 된다. 로 이해했다가 그 다음 설명보니까.. 그게그게 아니었던거죠..
그 소설가 이야기. 에휴~ 꿈을 쫒는다는 게 그렇게 눈물나는 일인지라...
애엄마 되는 것은 금방이네요. 작년 이맘 때까지도... 예측 못했던~ㅎㅎ

심상이 최고야 님.. 저도 본의아니게(?) 빚이 좀 있는데, 너무 연연하지 않기로 했어요. 대신 다른 부분에서 즐거움을 느껴볼까 하고요~ 그나저나 복이도 무럭무럭 잘 크죠?

2006-12-15 14: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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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6-12-16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야말로 자폐적인 성향이 농후한데~ 그 속에 고치를 틀고 들어앉아 있으면서 평화를 느낄 때도 있고, 다른 무엇과도 견줌의 대상이 되지 않고, 그 안에서 평화를 찾는거 ... 그거 말씀하시는 거죠?
그나저나 노다메 칸타빌레.. 들어는 봤는데, 님의 말씀 중에 나온 책이면 아주 쏠깃해진다니까요. 퇴근길에 대여점에서 빌려 놔야지 ㅋ

2006-12-16 11: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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