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흩날리는 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4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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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 <다크>를 읽었을 때, 앞부분에서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아 아쉬웠다. 인물들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부분, 미로가 무슨 사건을 계기로 황폐해지고, 극단적인 결심까지 하게 되었는가 하는 것에 관한 것 말이다.  기리노 나쓰오 작품은 거의 읽다시피했지만, 리뷰는 쓰지 않았는데, 유일하게 읽고 나서 기록을 했던 게 <다크>였다. 그 리뷰 아래에 물만두 님(내 추리 분야 리뷰에 유일하게 댓글 달아 주시던 분)께서 <다크>에 앞선 이 책을 읽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라는 말씀을 남겨 주셨고, 2년전 당시는 국내 번역 전이었었다. 번역이 되고, 비교적 빠르게 내 손에 들어오게 된 <다크>의 전작과도 같은 <얼굴에 흩날리는 비>

역시, 기리노 나쓰오 님 멋지다~ 이 책은 표지도 그로테스크한 것도 나쁘지 않고. 여자가 쓴 하드 보일드라서일까, 보통은 이렇게 비정한 세계를 그려 놓은 작품들을 대할 때면 그 속이 너무 어두워서 어쩐지 한 구석에서는 외면하고 싶은 마음도 들고는 했는데, 마자, 세상이 꿈과 희망으로 곱게 채색된 아름다운 곳만은 아니지, 하면서 이 여자의 글과 내공과 완력과 치밀함과 어떤 카리스마 같은 것에 가독성까지 가미되어 그녀의 전작주의자로 만들어 버린다.

계속계속 읽게 되네.

책의 중후반 부터는 요코의 애인인 나루세와 주인공 미로의 감정선 줄다리기를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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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
나루케 마코토 지음, 홍성민 옮김 / 뜨인돌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일본은 이런 논픽션 계열의 책이 많은 것 같다.  걷는 즐거움에 관한 책만 한 바구니, 독서에 관련된  책 한 바구니.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또 얼마나 많을까.  

얇고 쉽다는 장점 아닌 장점 때문에 부담없이 읽게 된다.  
 

저자는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마이크로소프트사 일본 법인의 사장으로 취임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나름 자신의 연재물에 대한 팬층을 두텁게 확보한 사람이라더라. 그래선지자신의 마니아층을 믿고, 무턱대고 목소리만 높인다는 인상을 주는 부분도 더러 있던데...본인 스스로가 밝히기를 남들이 부러워하는 일류대를 나온 것도 아니고, 머리가 탁월하게 좋은 것도 아니었다고. 그의 비밀 병기는 남들과 똑같이 살지 않겠다는 신념 이랄까?

그것의 일환으로 무섭도록 책을 읽었고 말이다.


신문이나 잡지에 꾸준히 기고한 글을 엮어서 책을 만든 티가 역력한 것이....

챕터마다 동어 반복이 많다.  그래서 이 사람이 전달하려고 하는 요지 정도는 확실히 알겠다~

읽다가 피식 웃음이 났던 부분...




"독서를 하고 하지 않고는 그 사람의 품격과 관련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품격과 독서가 무슨 관계가 있냐고 반문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자동차에 어린아이를 혼자 둔 채 파친코를 하러 가거나, 지하철 안에서 누가 보든 말든 아무렇지도 않게 화장을 하지는 않는다. "


지하철 안에서 화장 운운 부분에서... 나는 졸지에 왕무식 무매너 인간이 됐네~

화장하는 모습을 보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반응할지 거기까지 상상력이 못 미치는 얕은 인간이라는 것이다.


내 생각엔, 

책을 읽고 그렇지 않고의 유무와 상관없이.... 살다보니,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게 되었다는 게 맞을 법하다. 나도 전에는 지하철 안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 화장을 하는 사람을 보면, 대단히 용감하거나 생각 없는 사람이라고 여겼었다.

그런데 최근 둘째를 낳은 시점부터일거다. 아침에 에센스와 아이크림까지 바르고 지하철 안에서 혹은 버스 안에서 비비크림과 파우더를 바르고 최종 립스틱까지 해결하는 날들이 허다하다. 이렇게 하니까, 아침 시간 5분이 절약되던데....


이런 화장을 위해서 보통 문가에 서울대입구역부터 신림역까지 개폐될 일이 없는 출입문 쪽에 서서 시커먼 차장 쪽을 바라보고 작업한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혹은 어떤 입장에 실제로 처해 보게 되면서 전에는 비난을 금치 못했을 행동들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아이가 없을 때 길을 가다가 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를 쥐잡듯 잡고 뺨을 때리는 엄마를 본 적이 있는데, 세상에 저런 엄마가! 하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최근에 인터넷으로 중국 해외 토픽에 식당에서 다섯 살 가량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를 질질 끌고 나와 무차별하게 발차기하면 윽박지르는 애엄마를 카메라에 잡은 뉴스를 보게 되었는데, 몰상식한 엄마를 향한 갖은 육두문자 댓글이 올라와 있더라만, 나는 어쩐지 저 엄마의 심정이 어떤 건지 조금은 이해가 가면서.... 쉽게 돌을 던지기 어려웠다.  ㅠㅠ) 사람이 이렇게 변한다.


물론 그런 행동은 아이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좋은 부모로써의 모습을 절대 아니니 가급적 삼가야 할 훈육 방식이기는 하다만, 해외 토픽 감이라기 보다는 음,,, 어디까지나 충분히 그럴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뭐 뉴스란 그런 것이다. 육아스트레스로 인한 홧병을 가진 개인에 대한 감상 따위는 알바 아닌...
 

책 이야기 하다가 삼천포~~로  

다시 돌아와서.. 

 

내가 또 두번째로 피식 웃음을 흘렸던 부분에 대한 언급할란다.  

책 읽을 시간이 없으면, 시간을 사라는 부분 

직장인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은 출퇴근 시간이 상당한데, 만원 지하철 버스에 시달리느라 확보가 안 될시, 비용이 들더라도 택시 등을 이용해서 느긋하게 책을 읽으라는 거다. 

 

사람마다 다른 모양인데, 나는 택시나 승용차 버스 등에서 책 읽다보면, 5분도 못되어 토나올 것처럼 속도 머리도 좋지 않은 상태가 되던데...  저혈압인 사람은 그렇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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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서판 - 인간은 본성을 타고나는가 사이언스 클래식 2
스티븐 핀커 지음, 김한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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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쪽 


 단순한 논리로 말하자면, 학습을 위한 선천적 메커니즘 없이 학습은 존재할 수 없다. 그 메커니즘은 인간이 성취하는 모든 종류의 학습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강력하다.

431쪽 


족벌주의는 인간의 보편적인 성향이자 대규모 조직의 보편적인 재앙이다. 그것은 세습 왕조가 지배하는 나라들을 도탄에 빠트리고 제3세계 정부와 기업들을 수렁에 빠뜨리는 대표적인 악습이다. 이에 대해 역사적으로 자주 등장하는 해결책은 가족적 연고가 없는 사람들, 가령 환관, 독신자, 노예, 집이 먼 사람 등에게 해당 지역의 권력을 주는 것이었다.

548쪽

흰개미들이 집의 대들보를 갉아먹거나 모기가 사람을 물어서 말라리아를 전염시킬 때 그 놈들은 비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다. 녀석들은 진화적으로 설계된 행동을 그대로 행하는 것이고 그 결과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 것뿐이다.


661쪽

외모가 성격에 미치는 영향은 작고 제한적이다. 금발은 빗댄 농담이 유행하지만, 매력적인 모든 여성이 무식하고 허영에 들떠 있는 것은 아니다.

698쪽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에 대해 이성적으로 판단할 때 이처럼 단순한 사실들을 종종 망각한다는 것은 현대의 교의들이 사람들을 얼마나 깊이 사로잡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사람들은 아이가 특별한 인간관계의 당사자란 사실을 쉽게 잊고 말랑말랑한 공작용 재료쯤 된다고 생각한다.





733쪽 ~735쪽

a.s 바이어트는 <뉴욕타임스 매거진>의 편집자들이 지난 1000년 동안 최고의 이야기가 무엇이었냐고 묻자 세헤라자데 이야기를 꼽았다.

<천일야화> 속의 이야기들은 사랑과 삶과 죽음과 돈과 음식과 그밖의 다른 필수품들에 대해 끝없이 이야기하는 이야기들이다. 인간에게 있어 이야기하기는 숨쉬기나 혈액 순환만큼이나 중요한 본성이다. 모더니즘 문학은 이야기를 제거하려 했다. 이야기를 저속하게 생각했고, 플래시백, 직관, 의식의 흐름 등으로 대체했다. 그러나 이야기는 생물학적 시간의 본질이어서 우리는 그로부터 탈출할 수 없다. 파스칼이 말했듯이, 인생은 동료 죄수들이 매일 처형당하기 위해 끌려 나가는 감옥에서 사는 것과 같다. 세헤라자데처럼 우리도 누구나 사형 선고를 받은 존재여서, 자신의 삶을 시작과 중간과 끝이 있는 이야기로 생각한다.

존 업다이크 역시 지난 1000년을 회고해 달라는 질문에 자신이 속한 문학의 미래로 그 답을 대신했다. “거짓말의 전문가인 소설가는 역설적으로 무엇이 진실인가에 집착한다.” 그리고 “진실의 단위는 최소한 소설가에게는 지난 10만 년 동안 변하지 않는 호모사피엔스라는 종에 속한 인간이라는 동물이다.”

진화는 역사보다 느리고 최근 몇 세기 동안의 과학 기술보다는 훨씬 느리다. 사회 생물학은 놀랍게도 학계 일각에서 악의적인 공격에 시달리고는 있지만, 어떤 특성이 선천적이고 어떤특성이 후천적인가를 밝히는데 유용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진화를 통해 정착한 인간의 하드웨어는 어떤 종류의 소프트웨어를 지원하는가? 소설은 암중모색을 통해, 개인이 공급할 수 있거나 공급하고자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사회가 요구할 때 우리를 엄습하는 불안의 순간들을 포착한다. 보통 사람들이 경험하는 갈등이 소설을 쓰는 우리의 손과 심장을 뜨겁게 달군다.

인간은 팽팽한 긴장속에서 죽음을 예견하고 리비도를 의식하는 동물이다. 지상의 어떤 다른 존재도 그렇게 뛰어난 사고 능력을, 가능성을 상상하고 좌절하는 복잡한 능력을, 종족과 생물학의 명령을 의심하는 골치 아픈 능력을 경험하지 못한다.

그렇게 많은 갈등과 영리함을 지닌 존재로서 인간은 허구적인 생각에 초점을 맞추며 끝없이 즐거워한다. 아마도 호모 사피엔스는 아무리 아름다운 유토피아에 도달해도 자신의 모든 갈등을 풀거나 온갖 심술의 원천인 궁핍함을 제거할 만큼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모든 사람이 운명이나, 유전자, 또래 집단 등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영향력을 인정하지는 않는다. 한 어머니는 <시카고 트리뷴>에 이렇게 말했다. “이것이 사실이 아니기를 하느님께 기도한다.  그러나 진실은 우리의 소망과 무관하고 때로는 그 소망에 의지하도록 우리의 등을 떠밀기도 한다.

사실 아이가 행복하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알고리듬이 없다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정말로 자녀들의 특성을 미리 지정하기를 원하는가? 그래서 모든 아이가 예기치 않은 재능과 성공으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기를 바라지 않는가? 사람들은 인간 복제를 두려워하고 부모가 유전 공학을 통해 자식을 설계할 수 있다는 미심쩍은 약속을 끔찍하게 여긴다. 그러나 그것은 부모가 양육을 통해 자식을 설계할 수 있다는 환상과 얼마나 다른가? 현실적인 부모라면 오히려 시름을 덜 수 있다. 아이를 자극하고 사회화하고 아이의 성격을 향상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대신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동화 책을 읽어 줄 때도 그것이 뉴런에 유익한 영향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라는 사실에 마음이 넉넉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렇다면 내가 우리 아이를 어떻게 대하든 중요하지 않다는 말인가?” 라는 질문을 생각해 보자. 이것이 사실이라면 얼마나 불행하겠는가? 물론 부모의 양육은 매우 중요하다. 해리스는 독자들에게 그 이유를 설명한다.

첫째, 부모는 자식에게 막강한 힘을 가진 존재이고, 부모의 행동은 아이들의 행복에 대단히 중요하다. 양육은 무엇보다 윤리적인 책임이다. 부모가 자식을 때리거나 무시하거나 학대하거나 방치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크고 강한 사람이 작고 힘없는 존재를 그렇게 다루는 것은 끔찍한 일이기 때문이다. 해리스의 말대로, “우리는 아이들의 미래를 쥐고 있지는 않지만 아이들의 현재를 쥐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아이들의 현재를 아주 비참하게 만들 힘도 쥐고 있다.”

둘째, 부모와 자식은 인간적인 관계로 맺어져 있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를 보살피는 것은 상대방의 인성을 원하는 대로 변화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깊고 만족스런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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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가 술술~저절로 써지던 때가 있었고,
책을 읽으면 숙제처럼 리뷰를 쓰던 때가 있었다.
사실이야? 그럴 때가 있었단 말이? 싶지만...
거짓말이 아니라,
그때의 흔적들이 찾으면 고스란이 남아 있으니까
여기, 그리고 저기에....


요즘엔 없다.
흠뻑 빠질~ 내 마음의 조각이 없다.
시간이야 내자면 있고,
책이야 읽자면 읽는데,

분명 여유 한 옴큼도 없다.

회사 생활
이건 분명
먹고 살기 위해  

하는 거지.

그런데, 오늘 모처럼 여유 한 조각이 빼꼼 하고 서명을 비치다.  

오늘은 사수하리라!  


밖에 나가야만 신나 하는 우리 형제.

밖에 나가야만 의좋은 형제가 되는 아이들.

사진 두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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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0-07-15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뻑 빠지실만한 두 아이들이 있으셔서 그런거겠지요~~.^^
넘 귀여워요!!!깨물어 주고 싶어요,,,웃는게 너무 이쁘잖아욧!!!

icaru 2010-07-15 14:49   좋아요 0 | URL
하하... 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게 인지상정이겠지요~
나비 님 서재 눈팅만 열심히 하는 구독자인데 ㅋㅋ 찾아 주셔서 영광이어요!

stella.K 2010-07-15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귀여워라! 이카루님 첫째 낳다고 페이퍼 올린 게 어제 같은데
그세 둘째까지 보셨군요. 보기 좋습니다. 이렇게 반가울대가...!^^

icaru 2010-07-15 14:49   좋아요 0 | URL
ㅎㅎ 그랬죠~ 첫애 낳았다고 사진 올리고 축하도 받았었죠~ 그게 2006년 여름이네요 와우~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따뜻하게 공간을 메우고 계신 스텔라 님 홧팅!

hanicare 2010-07-15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낙 사진찍는 걸 싫어했지만
요즘은 더더욱 멀리합니다.
이카루님이 쓰셨듯이 찌들고 냉냉한 모습
시간을 잘 쓰지 못하고 시간에 휩쓸려 부유하는 모습을 확인해보는 시간이니까
아무래도 내키지않더군요.

어렸을 때는 시간의 농도가 진했었죠?
우모악처라 이카루님 애들 사진보니 많이 찔립니다 ㅎㅎㅎㅎ

icaru 2010-07-15 14:48   좋아요 0 | URL
제 페이퍼가 울 하니케이 님께 우모악처의 느낌을 갖게 했다믄,,,, 증말로 바람직하지 못한 거예요~~ 잉잉...
사진은 의도하는 것에 따라 젊고, 예쁘고 단란한 모습만 강조할 수 있으니 참 편리하기도 하죠 ㅋ 하니케어 님 댁의 대찬 똑순이도 이제 고학년 된다고 그러겠어요! 저는 뭐 늘, 우리집의 꼬물꼬물한 것들 언제 학교 보내나 하고 있고요...

조선인 2010-07-15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립중앙박물관인가요? 아이들 정말 다정해 보여요.

icaru 2010-07-15 14:52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같은 용산에 있으니까용~ 용산 전쟁 기념관인데, 밖에서는 나름 형아가 동생 챙기는 포즈를 취하곤 해요 ㅋㅋ

2010-07-16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19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욕하고 싶은 사람 있을 때, 불운한 일들이 겹쳐서 일어날 때,

난 꼭 그럴 때만 쓰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욕하고 싶었던 사람을 객관적으로 낱낱히 해부하여 그 사람에 대한 섭섭함과 일말의 오해를 희석시키고, 불운한 일들을 구구절절하소연 하면서 그러했으나 이젠 좋아질 거라고 주문을 거는 모양이다. 페이퍼로 쓰면서 말이다. 

 나는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3일 병가다. 백발마녀 차장님으로부터 어렵사리(말을 떼는 게 어렵지, 그 이후 절차는 일사천리~) 오케이 사인 받은 병가.

목요일날 출근할 때, 병원에서 만원 주고 발급받은 전치 2주 진단서를 총무부에 제출하면 병가는 간단하게 절차를 마치게 된다. 차장님은 쉴 때 확실히 쉬라며 입원을 그리고 일주일 이상의 휴가가 어떻겠냐고 권하시더라. 많이 흔들렸지만 4월말 하판 앞두고 있는 이 시국에 팀원들의 원성어린 눈길도 심히 밟히고, 그래 내맘도 편하지 않을듯하여 절반 3일 병가다.  

 오늘의 불운한 일 퍼레이드는  이렇다.

어제 일찍 잠들었음에도 오늘 눈을 뜨니까, 9시였다. 새벽에 건이가 느닷없이 우는 바람에 일어나서 토닥이고 분유 타 먹이고 했던 일 때문이었을까? 그것도 이유가 된다면.... 아무려면 어떤가 출근 준비로 서두를 일도 없는데. 그러나 집앞에서 어린이집차가 9시 20분에 찬이를 데릴러 오는데, 그 때까지 준비를 마치지 못할 거 같아서 유치원에 전화를 했다. 오늘은 찬이 차량 등원 안 하고 직접 데려갑니다.

그러나 9시 20분이 되자, 기사 아저씨와 선생님이 연락을 못 받은 모양. 크락션을 빵빵거리고 하기에, 수첩 뒤져서 차량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서 오늘 안 탄다고 다시 말하고 돌아서는데, 찬이가 쉬아가 마렵다며 발을 동동 구른다.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남방 가슴 주머니에 넣고 아이 쉬아시키다가 그만 세수물 받아놓은 대야에 핸드폰을 퐁당 한거다. 신속하게 밧데리를 분리시키고, 드라이로 말려 줬어야 하는데 정신나간 아침 시간에 찬이 등원 준비시킨다고 마저 씻기고, 하는 와중에 회사에서 전화가 온거다. 

 전화를 받고, 여보세요~ 나는 상대의 목소리가 잘 들리건만,,,,,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보다. 핸드폰이 고장난 거지. 집전화로 회사에 전화를 하니, 같이 일하는 대리가 암울하게 탁한 목소리로 "큰일났다"고 하는거다. 

 인쇄 사고다. 3학년에서 과목명과 학년이 들어가는 맨 첫장이 백지로 나가게 생겼다. 그 페이지가 백지로 나간다고 애들이 책보고 공부하는데 하등지장 없고, 그 페이지가 아녀도, 표지에서 표2에서 속표지에서 이 책이 뭐고 몇 학년인거 다 나오니까.... 그래도 책이 좀 우습긴 할 거다. 

 잘잘못을 가려 뭣하나 내 불찰이다. 디자인 표지팀과 확실하게 의사소통을 하지 않은 불찰, 제작부와 제판실 부장님께 직접 말씀드리지 않은 불찰( 그 페이지만 뒤늦게 디자인 표지팀에서 작업이 되어서, 표지팀에서 제작부에 직접 넘기기로 말이 되었다가, 내가 1학년 화면 보러 외근 중인 사이 우리 조판소에서 작업해 내리고 했었던거다. 그래서 늦게 나온 그 페이지를 같이 일하는 대리에게 대신 제판실에 내려 달라고 했고 나는 병가를 냈지.) 그 친구는 제판실 부장님에게도 다 이야기가 된 줄 알고, 제판실 부장님이 자리에 안 계시니 그냥 자리에 내려 놓고 온 것이고. 

 그때부터 사정없이 뒤골이 땡기고 머리에서 딱따구리가 콕콕 쪼기 시작하면서 은근하게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이 시작되었다. 눈앞에 산적한 해결해야 할 과제 중. 무엇부터 해야 할까? 일단 찬이부터 유치원에 데려다 준 다음, 나머지 일을 처리하자는 생각에 아이 손을 잡고, 집을 나서는데, 아이가 유치원 차를 타고내리는 집 근처 바로 그 자리에서 움직이질 않으며, 차를 타고 갈 거라고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입속에 혀같이 착착 안기는 맛도 있는 아이인데, 하필이면 이런 날. 영문을 알 수없는 떼부림. 정말 네 머릿속에 들어가 네 생각을 일일히 헤아려 주려 하는 엄마 마음 십분 그 이상임에도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그 고집....

우리가 늦어서 유치원 차가 먼저 갔다고 해도, 타고 거야 한다는 거다. 어르고 달래며 용케 유치원 현관 앞에 도착했는데, 집에 도로 가겠다며 대성통곡을 하는 아이. 거의 억지로 담임 선생님에게 떼매어 주며, 엄마가 교실 앞에서 서 있을께 라 하며 선생님과 아이가 교실로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  버스 정류장 쪽으로 향했다. 핸드폰을 손봐야 하니까. 평소에 버스를 타며 출퇴근길에 봐 두었던 핸드폰 서비스 센터가 서울대입구쪽에 있었다는 기억을 더듬어 찾아가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세정거장에서 내렸다. 우쒸 한정거장 더 왔다. 거슬러 걸어 올라간다. 드디어 도착. 저 멀리 입간판이 보였다. 건물 근처까지 걸어 갔는데, 도통 입구처럼 생긴 곳이 아리까리. 스포츠 맛사지 해 준다는 층만 크게 입구표시를 해놓고, 건축 자재 같은 건이 건물 1층에 널부러져 있는 것도 불길... 2층이라고 표시되어 있길래 가보니, 입구에 "3월 30일부로 폐점합니다. 구로점과 삼섬점을 찾아 주세요."

 

검색 좀 하고 와 볼걸,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냐....!  

갑자기 허리와 꼬리뼈가 시끈시끈...

금방 좌절모드로 바뀐 나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정류장으로 세 정거장이나 되는 집쪽으로 하염없이 걷고 있더라. 집 근처 병원에서 1시간여 물리치료를 받고, 집에 돌아오니 시간은 12시 30분을 향하고 있었다.

엄마가 기운없는 목소리로 내가 나가고 바로 회사에서 전화가 왔었다고 전하신다. 아침부터 춥고 목구멍이 아프시고 입맛도 똑 떨어지셨다고 하시는 엄니는 느닷없는 감기의 방문에 컨디션이 속절없이 다운되신거다.

 

(이러니까 내가 불행은 겹쳐서 온다고 말하는 거다. )

 

회사로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는다. 세상에 국어부에 인원이 40여명인데, 우리 팀원 없으면, 다른 데서 내선으로 땡겨 받기라고 해야 할 것 아닌가.

기억을 잘 더듬어 보니, 오늘 5일부로 신입사원이 6명 입사한다고 했는데, 점심 환영 회식이 있는 모양인기라. 그래서 1시가 넘기를 기다렸다가 회사에 전화해서 대리와 후속 처리 문제를 논의하고, (후속 처리랄 것도 없다. 3학년은 인쇄가 이미 끝났다고 한다. 그러니까 일은 되돌릴 수 없는거다.) 내 책임으로 일어난 사고니까, 시말서를 쓰든 사직서를 쓰든 책임도 내가 지고, 차장님께 보고도 내가 드리기로 했다. 일이 생기면 집전화로 연락 달라고 했다. 그러고 나자, 이 친구의 목소리가 조금 기운을 차리는 듯.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음식에 대해서 아무 생각 없기도 오랜만이다. 목이 유난히 뻣뻣하니 뻐근해질 때 동반하는 것이 있는데, 속이 울렁~ 하는 증상이다. 속시끄러운 일들 투성이인지라 입맛도 딱 떨어지고.

 

하지만 약을 먹어야 하니까 몇 술을 떠 본다. 이제 삼성역 1번 출구로 나와 미래에셋생명 건물 1층에 있다는 핸드폰 수리 고객 센터를 찾아가 보기로 한다. 그런데 지하철 타고 갔다고 오기 싫다는 생각이 드는거다. 그러니까 내가 어떤 사람이냐면, 구로 애경백화점에서 산 남편 가디건이 사이즈가 맞질 않아서 바꿔야 하는데, 2호선 타면 분주한 신도림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타고 구로역에 갈 일이 깝깝스러워서 집앞 버스 정류장에서 서울대입구 방향으로 가는 아무 버스 잡아탄 다음, 서울대입구 역에서 내려 20여분 기다려 (배차 간격도 참 지랄같지 공항버스 라니깐 뭐...) 6003번 공항버스로 다시 갈아타고 구로역에서 내려 애경백화점 찾아간 위인이지.

마침 근방에서 근무하는 남동생에게 전화를 해서 네 회사 근처 갈 건데, 한번에 가는 버스는 없을테고, 갈아타고 갈 수 있는 버스가 있냐고 묻자, 무슨 그런 터무니없는 노선을 바라냐는 듯 없다고 모른다고 하네. 근처 가면 잠깐 얼굴은 볼 수 있냐고 물으니, 외근이라 하네.

 
핸드폰을 맡기고, 역에서 지하철이 오기를 기다린다.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외출중인데다가 어깨통증이 허리와 발끝까지 찌릿찌릿한 것에 대해 몹시 신경 쓰고 있던 와중이었다. 하여 몸에 밴 감각에 따라 발길 닿는대로 걷고 들어오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을 뿐인데, 어느덧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집과는 반대 방향인 종합 운동장역이더라. 이제 이 정도 되면, 헛걸음 헛수고는 그냥 애교라고 생각되는 경지라 나오느니 헛웃음이다.


집에 돌아왔다. 건이는 자고 있다. 엄마가 몸이 많이 힘드신지 기운없는 창백한 얼굴로 누워 계신다. 아이가 잘 때가 유일하게 나를 위한 차 시간을 갖을 수 있을 때다. 게다가 오늘은 힘들었잖아. 얼른 믹스 두 개를 털어넣고 머그컵에 물을 잔뜩부어 과하게 커피를 타 가지고 책상 앞에 앉고, 노트북을 켠다. 커피를 채  두 모금도 마시지 않았는데, 잠에서 깨어난 건이가 기분이 좋은지 벙싯거린다. 아이에게 달려간다. 부비부비 하고 어쩌고 하다가, 아침에 아이 등원시킬 때 서랍칸에서 아무렇게나 빼놓은 옷들 마른 빨래들이 너저분하여 그거 정리하다보니, 누워 계시던 엄마가

"쟤 컵들고 저방(컴퓨터 방)에서 뭐하는 거라니?"

하........   


책상과 방바닥이 커피로 맛사지를 제대로 받는 와중이었던 거다.  조금만 늦었어도, 노트북 마저 에이에스 맞길 뻔... 

 
건이의 요즘 일과 중에 하나다. 식탁이나 책상위에 있는 것들 장님 코끼리 만지는 손 쭉 뻗어 더듬더듬해서 다 내려놓고 내용물 쏟아내기. 지난번에는 식탁위에 올려둔 조림 반찬 그릇을 내려서 방바닥에 쏟아놓고는 철벅철벅 손으로 절구질을 하더라.  

 
5시가 조금 지나서 찬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왔다. 오전에 유치원 현관앞에서 '오늘 잘 놀면, 장난감 트럭 사 준다'고 순간 면피용으로 귓속말 했었는데, 그 때는 시끗도 안 하더니만, 날 보자마자

"엄마가 이따가 장난감 트럭 사준다고 그랬죠오~?" 하며 확인하는 거다. 무서운 녀석.

'일단 밥먹자.' 하니까. " 밥 잘 먹어야 엄마가 사주는 거죠오~?" 하며 끝을 길게 늘이는 말투다.  

밥 다 먹고 나서 장난감 언제 사러 가냐는 채근을 견디기 어려워, '응 설거지 다하고~ '

설거지 다 한다음에는 방책이 안 떠올라 "찬아, 우리 아빠 마중 나갈래?" 라고 물으니, 좋다고~ 트럭이고 뭐고 다 잊어버린 눈치.... 

버스정류장으로 아이 아빠마중을 나갔다. 그 시각이 8시 30분쯤.... 조금 있으니, 아빠가 9번 버스에서 내린다. 그냥 들어가기 아쉬워 하는 내 눈치를 헤아린 걸까, 오늘 정신없고 의기소침했노라 전화 통화로 했던 말들이 걸렸던 걸까. "우리 시장 갈까?" 하는 남편. 

돌아오는 길에, 보드람 치킨 집에서 (헉,,, 저녁에 삼계탕 해 먹었거늘) 아이와 두 내외 후라이드 반마리 뜯고 생맥주 한 잔씩 걸쳐 주시고.... 남편 님 왈

"아무래도 너 조만간 그만 두는 게 좋겠다." -그럼 이렇게 시간적인 여유도 더 부리며 살 수 있지 않겠냐는 문맥의 말인듯- 그 말에 만감이 교차하는 나.

다사다난 했던 하루였지만 마무리는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찬이도 예의 그 장난감을 득템하고야 말았고, (트럭이 아니라 뽀로로 불자동차라고 편의점에서 파는 9000원짜리로 쇼부쳤다.) 내 꿀꿀함을 헤아려 준 남편이 고마웠다. 

남편으로 말하자면, 요즘 부쩍 피곤해하고 늘 제자리이던 몸무게 마저도 빠지는 거 같아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던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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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10-04-06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산수도?
사바세상이 곧 도 닦는 곳이지요.^^
힘내시고!

icaru 2010-04-06 22:21   좋아요 0 | URL
ㅎㅎㅎ 작년에는 눈물 쏙빠지게 힘들어서 올해는 괜찮겠지 했는데, 아휴~ 언제나 경지에 오를지요~

춤추는인생. 2010-04-06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이게 얼마만인가요?^^
밥 잘먹어야 엄마가 사주는 거죠오..~~ 와.. 찬이가 벌써 그렇게 컸나요 이카루님.?ㅎㅎ
전 아직도 가엾게 울던 찬이의 이미지가 지워지질 않네요.ㅎㅎ 정말 힘겨운 하루이지 않았나 싶어요. 이카루님 수고하셨습니다.
참 찬이동생 건이도 보고싶어요...^^

icaru 2010-04-06 22:24   좋아요 0 | URL
ㅎㅎㅎ 찬이는 이제 좀 커서 저랑 툭탁툭탁 할 지경이죠.
제가 비교적 점잖은 사람인데, 아주 도발을 시킨다고나 할까요.
건이는 무던한듯 하면서 말썽쟁이예요. 생김새는 곰돌이 같은데, 하는 짓은 생쥐라... 딱 곰쥐...

프레이야 2010-04-07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해주고 싶은 사람, 저도 오늘 있는데
정작 그래주진 못하고..ㅠ
미안하단 말도 옆구리 찔러 억지로 받고 참 어이없어요.
출판사 여직원이요.
이카루님 물리치료 잘 받으세요.

icaru 2010-04-09 10:49   좋아요 0 | URL
ㅎㅎ 지금쯤은 풀리셨나 몰라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상식과 교양의 양날인 혜경 님을 화나게 만들었다면, 그 여직원이 얼마나 어이없는 과실을 했는지는...
물리치료는 꾸준히 잘 받겠습니다~ 후유증 정말 무섭잖아요 ^^;;

순오기 2010-05-13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완전 머피의 법칙이 적용된 날이군요.

2010-05-13 2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