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은 남자가 혼자 살겠다고 부모님 집을 나오면 독립적인 성인이라고 존중을 받죠. 반면 결혼하지 않은 여자가 부모님 집을 나오면 결혼을 포기했거나, 결혼시장에 진입할 수 없는 이유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을 받아요."
_ 81쪽
많은 한국인들이 주택청약예금은 만인이 꿈꾸는 내 집 장만의 미래를 실현할 수 있는 공정한 절차라고 생각한다. 이는 임대주택은 과도기적인 주거형태라는 신념을 강화한다. 하지만 내 연구참여자들을 비롯한 노동빈곤층에게 임대주택은 장기적으로 또는 영구적으로 유일한 선택지이다. 노동빈곤층도 일정 기간 이상 보유한 주택청약예금이 있으면 아파트 구입 신청을 할 수 있지만, 싱글가구는 청약순위가 가장 낮고, 목돈이 없다보니 입찰 가격에서 아파트 가격에 덧붙는 프리미엄을 두고 경쟁을 할 수가 없다. 이런 구조에서 상당한 예금을 갖지 못한 사람은 독립적인 생활공간을 임대할 길이 전혀 없다.
_ 93쪽
"글쎄요. 정말 절약해서 큰돈을 모은 20~30대 여성들도 있어요. 근데 난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난 돈이 있으면 그냥 써버리거든요. 경제관념이 없어요. 내가 살아가는 방식에 큰 자부심을 느끼긴 하는데 큰돈이 필요한 급한 일이 생길 때마다 구걸을 해야 하는 게 정말 싫어요."
_ 104쪽
자본주의 문명이 우세한 국가의 노동계급은 이상한 망상을 품고 있다. 이 망상은 사회적, 개인적 고난을 일으키면서 200년이나 슬픈 인류를 고문해왔다. 이 망상은 바로 한 개인과 그 자손들의 생명력을 소진시킬 정도로 퍼내는 노동에 대한 사랑, 노동에 대한 맹렬한 열정이다. 성직자, 경제학자, 윤리학자들은 이 같은 정신적 일탈에 반대하기는커녕 노동에 신성한 후광을 입혔다. 맹목적이고 유한한 인간들은 신보다 더 지혜롭기를 원했고, 나약하고 경멸받아 마땅한 인간들은 신이 저주했던 것을 주제넘게 복원시키고자 했다. 나는 기독교도도, 경제학자도, 윤리학자도 아니지만, 이들의 판단에 불복해 신에게 탄원한다. 이들의 종교적, 경제적, 혹은 자유사상 윤리의 설교들로부터,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의 끔찍한 결과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_ 폴 라파르크 [게으를 수 있는 권리]
"여성단체들이 아이 엄마와 기혼 직장여성들의 고통을 설명하면서 사람들에게 일종의 상상을 불러일으키고 기혼 여성의 모성과 육아 문제를 여성 문제의 대표처럼 다루는 건 불편해요. 그들이 힘든 상황에 있는 건 저도 알아요.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건 그들만이 아니에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건 그들의 선택이에요. 내가 여성노동 문제에 관심 있다고 말하면 기혼 여성노동자를 위한 육아 문제를 연구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한테 질렸어요."
_ 17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