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십대의 탄생 - 소녀는 인문학을 읽는다 다른 탄생 시리즈 1
김해완 지음 / 그린비 / 2011년 3월
구판절판


내가 처해 있는 관계 속에서 과거부터 형성되어 온 여러 가지 힘들이, 어떤 시절을 타고 나를 통해서 표출되었다고 하는 것이 더 맞다. 또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내 의지와 무관하게 나를 찾아올 것인가.-28쪽

그런데 그 '당당함'은 반드시 학력과 직업을 필요로 하는 것일까? (중략) 그러나 '당당한 삶'과 '편안한 삶'은 다르다.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을 가지는 것이 왜 당당하게 사는 것일까? 남들이 우러러보기 때문이라면, 그것은 당당함이 아니다. 당당하게 산다는 것은 타인의 시선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도 내가 나 자신에게 떳떳해야 하기 때문이다. -37쪽

나는 내가 일하는 현장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카운터'라는 일에 나만의 의미를 부여했을 때, 나는 기계적 체계의 일부로서가 아니라 한 명의 기술자가 될 것이다.-75쪽

그러나 등록되지 않는 삶은 친구도, 직장도, 돈도, 시간도 전부 인정받을 수 없다. 수많은 철학자들은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무거운 고민을 했지만, 어쩌면 인간은 정말 간단한 것일지도 모른다. 바로 '신분증'이다. 신분증이 나를 보증해 주지 않으면 나는 돈을 버는 것도, 친구를 만드는 것도, 이동도 불가능하다.-101쪽

비노바 바베는 학습의 목적이 '자유'라고 했다. -151쪽

고로, 배우려면 일단 믿고 봐야 한다. 학생은 선생의 지혜, 삶, 노동, 사람 자체의 진실함과 그것이 만들어 내는 힘을 믿어야 한다. 선생과 함께하는 배움이 자신의 삶을 변하게 하리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155쪽

"장래희망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미정'이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는 것보다, 나의 미래가 이 몇 가지 선택지 중 하나여야만 한다는 것이 조금 열 받았다. 아니, 이 몇 개밖에 꿈꿀 수 없는 현재가 시시했다. '어떤 것이 되어야 한다'는 말에는 사회에서 포착 가능한 고정된 정체성을 가지라는 폭력성이 깔려 있다. (중략) 내 '꿈'이 설명 가능하려면 그것은 사회에 이미 존재해 있는 고정된 직업, 대학 졸업 후에 쟁취하고 도달할 수 있는 형태여야 한다.-160쪽

내가 겪고, 보고, 듣고, 느끼는 수많은 것들은 글을 쓰지 않으면 그냥 흘러가 버린다. 글을 쓸 때 그것들은 비로소 '나'가 된다. 내가 쓴 글은 내 소유물이 아니다. 내 이름이 박힌 글은 곧 '나'이고, 나는 글을 쓸 때 내가 된다. 그리고 내가 쓴 글이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닐 때 비로소 나는 세상과 만난다. 내 글은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부딪힌다. 사람들은 내가 그대로 담겨 있는 내 글을 읽을 때 어떤 핸디캡도 주지 않고 그대로(솔직하게, 냉정하게, 진심으로) 반응을 보인다. 이때만큼은, 나는 세상과 동등하게 관계를 맺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쓸 때 내 전부를 던진다. 그리고 내 글과 전면적으로 부딪혀 줄 누군가를 기다린다.-1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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