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 신영복 서화 에세이
신영복 글.그림, 이승혁.장지숙 엮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2월
구판절판


사제

우리는 누군가의 제자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스승으로 살아갑니다.
가르치고 배우는 삶의 연쇄 속에서 자신을 깨닫게 됩니다.-30쪽

목수의 집 그림

노인 목수가 그리는 집 그림은 충격이었습니다.
집을 그리는 순서가 판이하였기 때문입니다.
지붕부터 그리는 우리들의 순서와는 반대였습니다.
먼저 주춧돌을 그린 다음 기둥, 도리, 들보, 서까래.....
지붕을 맨 나중에 그렸습니다.
그가 집을 그리는 순서는 집을 짓는 순서였습니다.
일하는 사람의 그림이었습니다.-36쪽

일몰

오늘 저녁의 일몰에서
내일 아침의 일출을 읽는 마음이
지성입니다.-61쪽

무대와 TV

무대와 무대 위의 연극은
그것이 아무리 진한 감동을 안겨준다고 하더라도
삶의 현장에서 직면하는 현실과는
아득한 거리가 있습니다.
연극이 끝나고 극장의 가상 공간으로부터
저마다의 삶의 현장으로 돌아오면
그 달구어진 열기가 냉각되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연극의 한계이며 무대의 환상입니다.
TV는 무대보다 작고
무대는 삶의 현장에
미치지 못합니다.-76쪽

자유

자유는 자기의 이유로
걸어가는 것입니다.-78쪽

여행

여행은 떠남과 만남입니다.
떠난다는 것은 자기의 성 밖으로 걸어 나오는 것이며,
만난다는 것은 새로운 대상을 대면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행은 떠나는 것도 만나는 것도 아닙니다.
여행은 돌아옴입니다.
자기 자신의 정직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이며,
우리의 아픈 상처로 돌아오는 것일 뿐입니다.-79쪽

관해난수(觀海難水)

바다를 본 사람은 물을 말하기 어려워합니다.
큰 것을 깨달은 사람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함부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법입니다.-86쪽

종이비행기

사상은 실천됨으로서 완성되는 것입니다.
생활 속에서 실천된 만큼의 사상만이 자기 것이며,
그 나머지는 아무리 강론하고 공감하더라도
결코 자기 것이 될 수 없습니다.
하물며 지붕에서 날리는 종이비행기가
그의 사상이 될 수는 없습니다.-190쪽

분단의 벽

베를린의 슈프레 강가에는 강을 따라 2킬로미터에 달하는
분단 시절의 장벽이 남아 있습니다.
그 장벽에는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환희를 새긴
수많은 글과 그림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글과 그림들은 지난 세월 독일인들이 치러야 했던
분단의 아픔과 희생을 증거하고 있습니다.
나는 장벽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읽어 보았습니다.
"사상은 하늘을 나는 새들의 비행처럼 자유로운 것이다."
분단이란 땅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하늘을 가르려고 하는
헛된 수고임을 깨닫게 하는 글입니다.
누군가 한글로 적어두었습니다.
"우리도 하나가 되리라."-201쪽

블루모스크의 합창

관용은 자기와 다른 것, 자기에게 없는 것에 대한 애정입니다.-207쪽

간디의 물레

진보는 단순화입니다.
Progress is Simplification.-209쪽

편안함은 잠들게 합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이것은 단지 과거의 철학자가 던진 질문이라고 할 수만은 없습니다.
편안함, 그것이 삶의 궁극적 가치일 수는 없습니다.
편안함은 우리를 잠들게 하기 때문입니다.-2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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