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1
곤도 마리에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다 읽은 날짜 : 2012년 8월 21일 화요일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정리'를 소재로 한 책들이 인기 도서로 떠올랐다. 도서관 예약도서 목록에서 빠지지 않았고, 언론에서도 몇몇 잘 알려진 정리 관련 책들이 소개되었다. 평소에도 정리에 매달려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력서 특기란에 '정리하기'를 당당히 써 넣은 적이 있는 내가 이런 책들에 구미가 당기는 것은 당연했다.

 

 저자는 무려 '정리 컨설턴트'라는 특이한 직업을 갖고 있었다. 나라별로 있는 직업 없는 직업 차이가 좀 나겠지만, 그런 걸 빼고 나서라도 일본은 확실히 독특한 나라인 것 같다. 이미 고유명사로 자리잡은 아침형 인간 등 자기계발서나 온갖 종류의 심리학에 밝은 일본 출판계만 보더라도 감이 잡힌다. 이 나라 사람들은 무언가를 분석하고 정리해서 결론을 내리는 걸 몹시 즐긴다는 것.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렇다. 여하간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는 64장에 걸쳐 정리 이야기를 들려 준다. 잘못된 정리 상식을 버리라고 조언하고, 그녀만의 버리기 원칙과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는 정리 원칙을 알려 준다. '즐거운 공간을 디자인하는 수납 컨설팅'을 소개한 뒤 정리를 하면 인생에 뭐가 득이 되는지도 이야기해 준다.

 

 저자가 정리 쪽에서는 달인 급이라고 할 수 있는 전문가이긴 했으나, 워낙 정리란 게 생활 속 곳곳에서 가능한 거라 그런지 그녀의 발언이 그다지 위엄 있어 보이진 않았다. 아예 생판 모르는 분야였다면 고개를 끄덕이며 '아! 그렇구나!' 했겠지만, 나도 스무 해 넘게 살면서 터득한 게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결국 그녀의 말에 공감하느냐 마느냐로 나뉘었다.

 

 1) 물건을 버릴지 남길지 결정하는 것, 2) 물건의 제 위치를 정하는 것이 정리의 처음과 끝이라는 데에는 격하게 동의했다. 머릿속 생각은 있었으나 말로 말끔하게 정리가 안 돼 있었던 걸, 저자가 콕 집어서 명확한 문장으로 만들어 주었다. 정리는 매일 하는 게 아니라 한번에 확 끝내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한 번 완벽한 상태를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에도 공감했다. 날을 잡아 놓고 한번에 몰아치듯 정리하며 방을 깨끗이 비워낼 때 쾌감을 즐기는 나와 의견이 딱 맞았다. 공간별로 정리하지 말고 물건 쓰임새에 따라 정리하라는 데에 이르러서는 무릎을 탁 쳤다! 그동안 그렇게 깨끗하게 정리해놓고도 왜 늘 제자리로 돌아오는지 의문이었는데, 이제야 실패의 원인을 알았다.

 

 그러나 저자만의 유별난 감성(?)이 별을 깎았다. 이를테면 입고 나갔던 옷에게 집에 돌아와서 인사를 한다든가, 집한테 잘 있었는지 안부를 묻는다든가 하는 건 지나치게 소녀스러운 감성이어서 나같이 투박한 독자가 따라가기에는 버거웠다. '아 이것이 일본 정통의 아기자기한 감성인가!' 하는 개드립에 가까운 결론을 내릴 뻔했다. 물건들은 항상 주인이 잘 되기를 바라고 있다는 지점에서는 약간의 감동과 복잡미묘한 다른 감정들이 뒤섞여 다가왔다.

 

 실용서답지 않게 정리 방법을 사진과 그림을 통해 세심하게 소개하지 않은 점도 이 책의 큰 흠이었다. 이를테면 그녀는 옷이나 물건을 세워서 보관하라든지, 양말을 직사각형 모양으로 접으라든지 이런저런 제안을 한다. 그런데 그게 대체 어떤 모양인지 모르겠다. 그냥 말로 줄줄줄 설명이 돼 있으니 간단한 종이접기에도 헉헉거렸던 내가 알 턱이 있나. 저자의 제안을 독자들이 쉽게 받아들이고 실천할 수 있게 친절한 설명을 곁들이는 게 실용서의 미덕이 아니던가. 기본부터 결여돼 있으니 답답할 밖에.

 

 삐딱한 말들만 했지만 칭찬할 것도 몇 가지 있다. 우선 이 책은 도대체 "왜?" 정리를 하는지 그 목적을 생각할 수 있게 도왔다. 너무 기본적인 것 아닌가 싶겠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그냥 좋다니까 하는 거지 뭐' 이렇게 넘긴다. 적어도 본인이 무얼 할 때 왜 하는지는 돌아봐야 하는데, 그걸 잊지 않고 챙겨준 것 같아 좋았다. 53쪽에 보면 왜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은지 이유를 말하는 S씨의 사연이 나와 있다. 그녀는 "퇴근해 돌아오면 바닥에 아무것도 놓여있지 않고, 시야에 물건이 들어오지 않는 호텔 같은 깔끔한 방에서 생활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정리의 이유'를 나도 찾아봤다. 정돈되어 있는 모습이 좋다. 물건마다 제자리를 가지고 있는 게 좋다. 골칫덩이인 서류뭉치들을 빨리 정리하고 싶다. 자꾸 나중에 처리하자, 하며 미뤄둔 것들을 한번에 정리하고 싶다. 지저분하고 비좁은 방에서 벗어나고 싶다. 누군가를 알고 싶으면 그/그녀의 책상을 보라는데, 하물며 그보다 훨씬 더 큰 방은 어떨까. 내가 사는 소우주인데 그간 너무 소홀했던 것 같다. 

 

 공간별로 치우는 걸 하지 말라고 했지만 일단은 집에 가서 책상 서랍부터 치워야겠다. 독자를 바로 움직이게 만들다니, 별 두개 반짜리 책 치고는 훌륭하군.

 

 

 

 

 * 뱀의 발 : 5점 만점에 2.5점 정도면 그리 나쁘지 않은 점수라고 생각한다. 절반은 된다는 거니까. 확실히 내게 별 5개는 책을 평가할 때 좀 곤란한 수치다. 너무 선택의 폭이 제한돼 있다.

 

 * 뱀의 발2

 인생을 빛나게 하는 10가지 정리 팁

 1. 의류, 책, 서류, 소품, 추억의 물건 순으로 정리하라

 2. 옷은 전부 모은 후 철 지난 옷부터 정리하라

 3. 옷은 포개지 말고 세워서 수납하라

 4. 옷장 왼쪽에는 긴 옷, 오른쪽에는 짧은 옷을 걸어라

 5. 양말과 스타킹을 묶어서 수납하지 마라

 6. 옷은 계절별이 아닌 소재별로 정리하라

 7. 책은 전부 꺼내서 한곳에 모아 놓고 정리하라

 8. 역할이 끝난 서류는 즉시 버려라

 9. 동전은 보는 즉시 지갑에 넣어라

 10. 사진은 마지막 단계에서 몰아서 정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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