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쪽

 

 '인간은 생각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하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중략) 개인도 마찬가지다. 자기 이야기가 풍요로워야 행복한 존재다. 할 이야기가 많아야 불안하지 않다. 한국 남자들의 존재 불안은 할 이야기가 전혀 없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23쪽

 

선택의 자유는 인간 존재의 근거다. 내 삶의 의미는 내가 선택했는가, 아닌가에 의해 결정된다.

 

 

 

 

31쪽

 

 어떤 이에게도 위로 받지 못하는 이 존재론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현대인들은 관심과 배려를 돈 주고 산다. 흥미로운 사실은 남자들은 1차 배려경제, 즉 감각적이고 원초적인 배려경제에 많은 지출을 한다. 반면 여자들은 2차 배려경제, 즉 마음의 위로와 배려에 더 많이 지출한다는 것이다.

 

 

49쪽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 자신의 삶에 감사할 줄 안다. 그래서 가끔은 외로워야 한다. 가슴 저린 그리움이 있어야 내가 이제까지 살아온 삶에 대한 기쁨, 내 가족에 대한 사랑, 내가 소유한 모든 것들에 대한 감사가 생기는 까닭이다. (중략) 삶에 아무런 기쁨이 없을 때는 처절하게 고독해보는 것도 아주 훌륭한 대처 방법이다. (중략) 고독해야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되고, 누군가를 그리워해야 내면이 풍요로워진다.

 

 

56쪽

 

 문제는 손해배상이나 청구하고 그 처자의 신상을 뒤져서 익명으로 욕설이나 내뱉는 유치한 반응 이외에는 별다른 저항의 수단이 없다는 사실이다. 자업자득이다. 자신을 둘러싼 이 땅의 온갖 역사, 문화적 변동에 아무 성찰 없이 투덜댄 결과다. (중략) 이제까지 남자들의 눈길에 맞춰 가슴에 소금물 주머니를 삽입하고, 엄지발가락이 휘어지도록 높은 하이힐을 신어 엉덩이를 치켜세워야 했던 여인들이 지금까지 참고 있었던 이야기를 아주 조금씩 내놓고 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73쪽

 

 왜 성공한 사람은 재미라고는 전혀 없는 성직자의 삶을 살아야 하는가? 왜 재미있고 즐거워서 성공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는 전혀 없을까? 왜 꼭 실패와 역경을 딛고 성공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일까? '여유' '재미' '나눔'과 같은 풍요로운 이야기는 왜 한국식 내러티브에는 전혀 포함되지 않는 걸까?

 

 

92쪽

 

 어른이 된다는 것은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차이에 관대해지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뜻한다.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 심리학과의 제임스 페네베이커 교수 등은 8세부터 85세까지 3280명의 일기 같은 기록과 유명작가 열 명의 작품들을 분석했다. (중략) 동사의 과거형은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중년은 현재형을, 노년으로 갈수록 미래형을 더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289쪽

 

 더욱 흥미로운 것은 한국이 중심에 있는 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지도를 보면서, 우리 스스로도 한국이 속한 지역을 극동아시아라고 불렀다는 사실이다. 유럽 중심주의는 이렇게 구체적이고 철저하게 우리를 세뇌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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