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편의점에 탐닉한다 작은 탐닉 시리즈 17
채다인 지음 / 갤리온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 다 읽은 날짜 : 7월 5일 목요일 오늘!

 

 

 

 오늘 읽은 책 독후감을 '오늘' 써 보기는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부담갖지 않아도 되는 책이라 만화책 보듯 책장을 넘겨서일까. 앉은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손에 꼭 맞는 적당한 크기와 가벼운 무게만으로 이 책을 금세 다 읽을 거라 예상했다. 블로그에 한 번도 들어가보지 않은 나 같은 일반인도 알 정도로 유명한, 편의점 리뷰를 쓰는 이의 책이어서 호기심이 생긴 것도 한 이유였다. 편의점 리뷰가 기발하긴 하지만 이렇게 출판될 정도라고는 생각지 않았기에 어떤 내용일지 기대가 됐다.

 

 

 생동감 넘치는 컬러 페이지들

 

 밋밋한 흰색, 또는 미색 바탕에 글자는 검은색, 엷은 파랑색, 회색, 고동색 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책들만 보다가 눈이 휘둥그레해질 정도로 컬러 페이지로 그득한 책을 보니 반가웠다. 흑백 TV를 보다 컬러 TV를 보게 된 느낌? 확실히 보여줄 게 많은 책들은 잉크를 아끼면 안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가 잘 드러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하루에 1~2번은 가는 낯익은 장소여도, 이미 숱하게 봐서 눈에 익은 군것질거리여도 사진으로 보면 느낌이 색다른 법! 이 책에서 처음 보는 해외 편의점 사진들은 컬러여서 더 고마웠다.

 

 편의점 음식을 받아들이는 두 가지 자세

 

 사실 편의점 리뷰를 쓴다는 것이 썩 유쾌한 건 아닐 수도 있다. 그만큼 끼니를 제대로 챙겨먹지 못해 편의점 음식으로 때우고 있다는 의미니까. 나도 편의점 삼각김밥과 라면을 꽤나 먹어봤는데 딱히 낭만적인 추억은 기억나지 않는다. 때때로 특정 음식이 몹시 먹고 싶어서 자진해서 발걸음한 적도 있지만 식사 목적으로 편의점에 들를 때에는 거의 다 이유가 있었다. 굳이 따지자면 비자발적인 이유들(음식에 한정). 시간이 부족하거나, 제대로 밥 먹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멀리 나가기 귀찮아서 등등. 편의점 리뷰를 '자발적'으로 하고 블로그까지 꾸리는 저자가 느끼는 편의점과 내가 연상하는 편의점의 이미지는 확연히 다를 것 같다. 또, 아주 입맛에 맞는 음식을 발견하지도 못해서 못마땅할 적도 많았다. 시험 기간에 열려 있는 곳이 없어 컵라면으로 배를 채웠는데 소화가 잘 안 됐었고, 삼각김밥 밥알이 제대로 익지 않은 느낌을 받은 적도 있으며, 새로 도전한 메뉴가 별로여서 기분을 망친 적도 있다.

 

 필자는 친절하게도 자신이 먹어 본 편의점 음식들을 잘 분류해서 설명한다. 샌드위치, 라면, 삼각김밥, 돈까스부터 시작해서 안주나 레토르트 식품 등 가지수도 다양하다. 전반적인 평가도 호의적이다. 경악한다거나 비추천하는 메뉴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와 반대로 나는 만족스러웠던 걸 찾기가 훨씬 힘들다. 그나마 가장 괜찮은 게 전주비빔과 새우마요고 돈까스나 샌드위치류는 잘 먹지 않는다. 특히 돈까스의 경우 흔히 말하는 '싼 맛'이 날 가능성이 농후하기에 아예 도전도 안 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의 편의점 맛 탐험기가 거슬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편의점 음식에만 유독 예민한 내가 맛보지 않은 여러 음식들을 프리뷰해주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문제는 책이 쓰여질 당시에 있었던 음식들을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는 데 있다. 일본식 라면이나 군고구마, 초밥 같은 걸 정말 국내 편의점에서 팔았다니 믿기지 않는다. 편의점 음식을 두루두루 훑었는데도 그런 것들은 눈에 띄지 않았는데. 왜 편의점 음식은 시간이 흘렀는데 더 종류가 줄어드는 건지 의문이다.

 

 뭘 해도 될 사람

 

 남들은 그냥 넘길 수도 있는 편의점 음식들을 꼬박꼬박 리뷰해서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성실함을 요하는 일이다. 나도 블로그를 해 봐서 아는데(ㅋㅋ) 같잖아 보이는 포스팅도 알고 보면 상당한 정성과 고민이 들어가게 된다. 사진도 찍고 기억을 더듬어 맛도 기억해내서 묘사하고, 심지어 '꾸준히' 하다니 뭘 해도 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마지막 페이지를 보니 특기를 살려 세븐일레븐에 입사했단다! 집중과 몰입으로 자신의 블로그를 활자한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여겼는데 일자리까지 구했다! 역시 좋아서 하는 일의 힘은 이렇게도 크고 세다. 갑자기 서형욱 해설위원이 생각났다. 해외 축구를 보는 걸 좋아해서 PC통신 시절 관련 자료를 열심히 퍼나르고 번역도 하고 그러면서 경기 보는 눈을 키웠다는 서 위원 또한, 취미로 시작한 일을 직업으로 삼게 된 비슷한 케이스다. 나도 좋아서 하는 일을 쭉~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단 좋아하는 일부터 분명히 알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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