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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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책 『닥치고 정치』

 

 1. 재미있다. 김어준의 말발은 활자화되어도 그 생명력을 잃지 않았다. 진보 진영 내에서 대립각을 세우는 진중권과 나꼼수 멤버들 중 전자를 훨씬 더 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김어준의 입담은 인정할 만했다. 별 생각 없이 뱉는 것 같지만 굵직굵직한 사건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주는 능력 하나는 정말 탁월하다. 통밥 굴릴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게끔 '대중의 언어'로 잘 풀어 설명해 주어서 반가웠다. 나 역시 모르는 게 천지인 대중일 뿐이므로.

 

 2. BBK 사건과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증여 사건에 대해 다룬 글 중에 이렇게까지 속 시원하게,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 텍스트가 있었나 고민하게 된다. 건방지게 썼는데 솔직히 짤막한 기사 말고는 관련 글을 읽어 본 적이 없으므로 진위를 확인하기는 곤란하다. BBK 때문에 주어없음의 저격수로 나선 건 정봉주인 줄 알았는데 나꼼수가 대박을 터뜨리기 이전에 이미 김어준은 대중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BBK를 설명해 두었다.

 

3. 탄탄하고 강력한 쉴드가 전제되어 있기에 문제제기를 해도 내가 듣고 싶은 대답을 듣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수만이 알고 이해하는 어려운 논리가 아니라 '무학의 통찰'로, 즉 김어준 식으로 얻은 깨달음이나 지식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해 버리니 반론을 펴기가 좀 애매해지는 것이다. 빈틈을 공격하면 '내가 언제 견고한 논리로 싸운댔어? 아니잖아' 이럴 것 같은? 너무 비꽜나. 어쨌든 참 영리하십니다.

 

4. 정치라는 말은 참 많은 것을 포괄하고 있다. 그러나 김어준이 『닥치고 정치』에서 주로 다룬 것은 대중정치였다. 고매하신 분들의 정치가 아닌,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치에 대해 이야기했다. 왜 사람들이 노무현에 열광했는지, 항상 옳은 방향으로 가려 하는데도 왜 진보 세력이 환영받지 못하는지, 보수가 그 동안 어떤 식으로 집권해 왔고 그 영향력을 쥐어 왔는지를, 가감없이 밝혔다. 대부분 공감했다. 진보 세력의 부진을 설명한 부분은 백미였다. 평소 내가 생각해오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나 진보 세력들이 도덕성을 중시하고, 결함을 최소화하려고 발버둥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 그것이 지나쳐 사람들의 '죄의식'을 건드리게 된 건 결과적으로 '부작용'이지만 말이다. 여튼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 이들이 어떻게 자신을 우리 사회의 부패한 진보와 차별화된 존재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쉽게 말해, 쥐 잡듯 잡으면 털어서 먼지 안 나올 사람이 어디 있냐 우리끼리는 왜 이렇게 서로 흠집내지 못해 안달이냐 VS 그럼 잘못된 게 있는데도 눈 감으란 말이냐 비리로 점철된 상대편과 우리가 다를 게 뭐냐 이거란 말이지. 진보 진영 사이에서도 상당히 의견이 갈리는 문제인데 어느 하나가 완벽히 옳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현실 파악이 덜 되는 나로서는 그렇게 눈 감아주다 보면 그걸 되돌리기 더 어려워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래서 나꼼수 팬덤이 그 멤버들이 지닌 결함에 대해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걸 볼 때 더 부아가 치미는 건지도?

 

5. 김어준이 강력히 주장하는 문재인 대세론에는 오히려 고개를 갸웃,했는데 솔직히 안철수만한 힘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판단이 들어서였다. 스스로를 자기 객관화가 잘 된 사람이라고 하지만, 글쎄 자신이 노빠(비하는 아님, 난 솟빠인 것과 마찬가지)인 것과 문재인을 지지하는 이유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당당히 말하긴 좀 그렇지 않나.. 문재인이 노무현 정부의 성공과 한계점을 잘 파악한다고 했지만, 그걸 잘 파악한다고 해서 문제를 잘 해결하는 능력을 가졌냐 하는 건 또 다른 문제라는 거다. 게다가 인지도도 많이 낮고 지금 박근혜의 유일한 대항마로 나오는 건 안철수 뿐이니까, 문재인을 향한 뜨거운 애정은 바라보고 있자면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다.

 

6. 여담인데 덕분에 진보집권플랜을 읽기 싫어졌다. 불쌍한 조국.. 이라고 써 놓으니 좀 조국에게 미안한 느낌이 드는군. 혹시 재미있을지도 모르니까 이번달이 가기 전에 읽긴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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