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한 줄
강명석.고재열.김화성 외 지음 / 북바이북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서먼 영은『책은 죽었다』에서 책을 ‘기능적인 책’과 ‘안티 책’(anti book, 나쁜 책) 그리고 ‘책’으로 나눈다. 기능적인 책이란 흔히 말하는 교과서 같은 책을 말한다. 안티 책이란 상업적인 책으로 사상이 담겨 있지도 않고 사고를 촉발하지도 못하는 책이다. 그래서 그가 말하는 책이란 좋은 책을 의미하는데 깊은 사고를 통해 깊은 대화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바야흐로 어록(語錄)의 시대다. 새로운 미디어, 즉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누구나 어록족(語錄族)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어록이란 위인들의 짤막한 말을 모은 기록을 말한다. 하지만 오늘날은 ‘누구누구’의 말이다. 여기서 누구누구는 대중의 지지를 받는 스타이며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트위터 스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트위터 스타와 팔로워하고 리트윗(RT)하면서 소통하고자 한다. 소통의 목적은 간단하다. 설득이 아니라 공감이다.




그러면 거꾸로 트위터 스타들은 어떻게 대중들과 공감하는 것일까? 강명석 외 25인이 공동집필한『공감의 한 줄』은 ‘트위터 멘토’라고 충분히 부를 만 했다. 대중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어록을 쓰는 것 못지않게 선택하는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자신이 선택한 어록은 사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보다는 사실에 대한 견해라고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필이 꽂혀서 들뜬 기분이 되는 것은 이렇다. ‘나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 그런데 당신이 그것을 기가 막히게 표현을 해주는군.’




그들의 기가 막히게 표현에는 뭔가 마음을 흔드는 것이 있다. “큰 을乙 하는 것보다 작은 갑甲 하는 게 저는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주인이니까요.” 시골의사 박경철은 스스로를 ‘소갑주의자’小甲主義者 라고 하며 삶의 주인공이 되라고 했다. “3등은 괜찮다. 삼류는 안 된다.” 로커 김태원은 경쟁사회에서 패배주의에 휩싸인 사람들에게 다시 일어나라고 격려한다. “항상 갈망하고, 끝없이 무모하라.”(Stay Hungry, Stay Foolish) 혁신의 아이콘(iCon) 스티브 잡스는 삶의 비전을 제시한다. “산이란 인간의 의지만으로 오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산악인 엄홍길은 산 앞에서 겸손함을 말한다.




그런가 하면 사회정치적 메시지라고 할 만큼 현실에 대한 냉소주의도 다반사다. 정치 없는 정치라든가 말로만 하는 정치는 불편한 소음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왜’가 아니라 ‘어떻게’다. “너 그렇게 살면 안 된다. 대신 나랑 밥이나 한번 먹자.” 연기자 김여진은 ‘하라’고 하지 않고 ‘하자’라고 말한다. “웃기는 데는 좌도 없고 우도 없다.” 사회사司會士 김제동은 웃음은 불법이 아니라고 역설한다. “천장에서 비가 새고 있는데 디자인 좋은 벽지로 도배할 것인가?” 현실 정치인 노회찬은 군더더기 없이 분노한다. “‘미안해. 하지만…’은 사과가 아닙니다. 진심어린 사과는 변명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과학자 정재승은 사과할 줄 모르는 시대에 직격탄을 날린다.




이 책에서 보듯 어록에는 좋은 말이 많다. 좋은 말이란 ‘힘 있는 말이며 힘 있는 움직임’을 실감하게 한다. 그만큼 자기희생과 책임감이 따른다. 트위터를 읽다보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더구나 남들한테는 이래라저래라 하면서 정작 자신은 이렇게저렇게 하지 않으면 끝내 그런 말은 ‘안티 트위터’(나쁜 트위터)가 되지 않을까? 조국 교수 말대로 ‘이념’을 떠나 ‘품성’이 왜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품성은 곧 진정성이다. 진정성은 소설가 이외수가 말한 ‘마음’으로 공감해야 한다. 즉 ‘흥부가 다리 부러진 제비를 보고 불쌍해 못 견디는 건 마음이다. 그것을 보고 제비 다리를 고쳐주고 한몫 잡아야겠다는 게 생각이다.’




이 책을 기획한 한기호 소장은 어록을 ‘대낮의 글쓰기’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대낮의 글쓰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브리콜라주bricolage적인 지식’이 필요하다고 한다. 브리콜라주는 개인이 즉각 동원할 수 있는 것들로 필요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지식, 바로 역량을 말한다. 그리고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쓰기와 읽기가 항상 순환론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즉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록의 과잉시대! 어록에 대한 착각은 <시사IN> 문화팀장 고재열이 말한 ‘어록만 따먹는 것으로는 정신을 살찌우지 못한다.’는 것으로 끝날 수 있다. 다시 반복하자면 그들의 ‘저작으로 들어가 맥락을 찾고 철학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독서에 관하여 공병호는 “로마에 가면 돌멩이만 보인다. 모르면 그냥 돌멩이다. 그 역사를 알면 역사가 보인다. 단순한 돌멩이가 아닌 것이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본문은 그냥 본문이 아니다. 좋은 어록은 다름아닌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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