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서재 - 그리고 그들은 누군가의 책이 되었다
한정원 지음, 전영건 사진 / 행성B(행성비)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영국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는 우리에게 두 개의 눈(目)이 있다고 했다. 하나는 얼굴에 있는 육체의 눈이며 다른 하나는 가슴에 있는 마음의 눈이다. 얼굴과 가슴과의 거리가 가깝다고 한다면 가까울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의 눈을 잃어버리면 그 거리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어떻게 보면 마음의 눈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외눈박이다.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평범하다.

그러나 지식인은 게으른 일상을 거부하며 초점을 잃지 않고 산다. 지식인의 사유의 힘은 무엇일까?『지식인의 서재』를 유심히 들여다 본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이 책의 제목에서 드러나듯 지식인은 독서광이다. 지식인은 만 권의 책을 읽고(讀萬券書) 만 리 길을 걸은(行萬里路)사람이다. 그래서 지식인에게 서재는 책이 꽂혀 있는 물리적인 공간으로서만이 아니라 사람을 만드는 감성적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서재가 곧 사람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지식인의 서재에 담긴 오랜 사연들과 만난다. 가령, 법학자 조국에게는 ‘서재는 책과 교감하는 나의 성(城)’이며 자연과학자 최재천에게는 ‘통섭원’이었다. 솟대 예술작가 이안수에게는 ‘사유의 숲’이며 섬진강 시인 김용택에게는 ‘자연의 숲’이었다. 그런가하면 아트스토리텔러 이주헌에게는 ‘놀이터’이며 소셜 디자이너 박원순에게는 ‘나의 치열한 전쟁터’였다. 출판문화인 김성룡에게는 ‘삶의 흔적’이며 영화 감독 장진에게는 ‘영감과 기억의 창고’였다. 끝으로 전통공연예술 연출가 진옥섭에게는 ‘고물상’이었다.


이렇듯 지식인의 서재는 지식인의 삶과 사유를 이해하는 통로다. 또한 독서에 대한 가치를 깨닫게 해주고 있다. 흔히 사람들은 독서를 취미라고 여긴다. 하지만 최재천은 독서는 일이며 전략이고 삶의 현장이라고 했다. 소통을 역설한 조국은 자신을 넓혀가기 위해서 자기 확장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자기 생각과 다른 타인의 생각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북디자이너 정병규에 따르면 독서는 ‘약간의 낯섦’을 전제로 한다. 약간의 낯섦이란 곧 자유다.


그런가하면 도시건축가 김진애는 책을 읽을 때는 의문을 가지고 읽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주헌은 당혹스럽게도 책은 완전하지 않다고 하면서 책은 70%만 이해하면 된다고 했다. 장진의 독서에 대한 생각은 책이 아니라 책을 읽는 태도로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 조윤범은 책과 음악은 같다고 하면서 독서하면서 웃거나 울거나 화내라고 했다.


우리는『지식인의 서재』에서 15명의 지식인들의 서재를 만나게 된다. 서재 못지않게 독서에 대한 단상은 게으른 정신을 활활 불타오르게 한다.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가 말했듯 책은 보석보다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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