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필요한 시간 - 강신주의 인문학 카운슬링
강신주 지음 / 사계절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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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라는 말에서는 왠지 지혜롭다는 것이 느껴진다. 지혜는 곧 배움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지혜롭다고 해서 철학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철학을 모른다고 해서 삶이 불편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들에게 ‘철학이 필요한 시간’을 역설하는 철학자가 있다. 바로『철학이 필요한 시간』을 지은 강신주다. 이 책에서 저자는 철학이 필요한 까닭을 ‘인문정신’에서 찾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인문정신의 핵심은 어렵지 않다. ‘솔직함과 정직함’이면 충분하다. 솔직함과 정직함이 진짜 인문정신의 맨얼굴이라고 한다면 가짜 인문정신은 ‘페르소나’다. 자기 위로와 자기 최면일 뿐이다.


가령, 후회하지 않는 삶은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 이러한 질문에 니체는『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간을 가두고 있는 담벼락을 망치로 부수겠다고 했다. 니체의 망치는 다름 아닌 ‘영원 회귀’였다. 어제의 고통이 내일의 행복으로 여기는 것이 ‘영원불멸’이다. 하지만 영원 회귀에서는 어제의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몇 년 주기로 해서 영원히 반복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슬픈 과거는 슬픈 미래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현재의 고통에 맞서야 한다. 고통에 맞서지 않고 비겁한 행동을 한다면 우리는 삶의 주인이 될 수 없다.


삶의 주인과 관련해서 최시형의『해월신사법설』은 당당했다. 이 책에서 최시형은 “나를 향해 위패를 설치하라(向我設位)!”고 주장했다. 또 하나 “사람은 모두 한울님(天主)을 모시는 영기(靈氣)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최시형이 말한 향아설위, 영기 등은 모두 동학(東學)의 필연적인 결과였다. 동학이 기독교의 서학(西學)의 반대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동학이 비범한 인문정신인 것은 ‘인내천(人乃天)’에 있다. 저자는 인내천 사상에서 ‘인간 외부에 존재하는 초월자를 긍정하는 초월적 사유를 부정하자마자, 인간 내부에 잠재한 생명력을 긍정하는 내재적 사유가 전개된다는 사실’을 주목하였다.


그런가 하면 사르트르는『존재와 무』에서 인간을 ‘대자(對自)’라는 개념으로 파악했다. 사르트르에 따르면 존재는 컴퓨터나 의자처럼 스스로 행위를 결정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에 무는 인간은 스스로의 본질을 만들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인간이 자신과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돌아보고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반성의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사물과 달리 ‘자신에 대해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이 책에는 인문정신의 48가지 맨얼굴들이 거침없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었던 48가지 맨얼굴들 이었으나 무심코 지나쳐 왔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만나면서 우리는 철학에 관심을 갖는 것뿐만 아니라 인문정신도 강렬하게 배울 수 있다. 이것은 들뢰즈가 말했던 ‘강렬한 독서’이다. 들뢰즈에 따르면 강렬한 독서란 ‘감응하는 독서’를 일컫는다. 단순히 어휘에 대한 해석이나 설명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의 삶을 흔들어버리거나 나의 허영을 부수고 내 맨얼굴을 보도록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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