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능성이다 - 기적의 트럼펫 소년 패트릭 헨리의 열정 행진곡
패트릭 헨리 휴스 외 지음, 이수정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침팬지와 대화를 나누는 여자로 알려진 제인 구달은 자서전『희망의 이유』에서 가족이나 가까운 몇 사람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사람의 얼굴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증세가 심각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안면 실인증인 그녀가 침팬지의 얼굴을 구분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는 것은 제목만큼이나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 주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삶의 희망이 있습니다. 만약 희망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절실할 것입니다. 장애라는 운명으로 태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한평생을 장애로 산다면 삶은 쉽게 부서질 것입니다. 그러나 희망이 있다면『나는 가능성이다』에 나오는 패트릭 헨리처럼 ‘기적의 트럼펫 소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무안구증으로 평생 앞을 볼 수 없었습니다. 팔다리마저 비정상이라 혼자 걷지도 서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펫은 그의 불가능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그의 트럼펫 기적은 “나는 가능성이다!(I Am Potential)"로 연주되면서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차동엽 신부가 말했듯 ‘감동뿐 아니라 지혜를, 지혜뿐 아니라 위로를, 위로뿐 아니라 치유를, 치유뿐 아니라 소망을’ 가슴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상황을 ‘장애’가 아니라 ‘능력’으로 선택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 우리는 모두 나름대로 잘하는 것을 갖고 있다”라고 삶을 격려했습니다.


그는 ‘피아노가 내 첫사랑’이라고 고백할 정도로 음악을 가장 하고 싶어 했습니다. 위대한 발명은 우연에서 비롯된다는 경우가 흔한데 그가 피아노 소리에 귀 기울인 것은 아버지 덕분이었습니다. 그가 어렸을 때 울음이 멈추지 않았던 자신을 달래주기 위해 아버지는 피아노를 연주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피아노 소리에 울음을 그쳤습니다. 피아노 소리가 다른 어떤 소리보다도 매우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그는 음악을 삶의 궁극적인 도전 과제로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마칭밴드에서 연주하면서 ‘디즈니세계 스포츠 정신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그의 단단한 삶을 보고 있으면 ‘용기 있는 사람’이 무엇인지를 감동적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사람들에게 장애는 별일입니다. 장애아의 사소한 하나하나가 별일입니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모든 별일을 “별일 아니야”라는 놀라운 용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자신의 진짜 한계를 알기 위해 불가능에 도전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는 자신의 목표를 알고 집중하면서 현재(오늘)에 충실했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는 동시에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였습니다.


돌이켜 보면 삶의 장애라는 현실은 누구에게라도 부닥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이건 불공평해!”라고 흐느껴 울 수도 있습니다. 오렌지 같이 달콤해야 하는데 레몬처럼 시린 인생을 좋아한다는 게 어렸습니다. 너무나 어려운 탓에 버트란트 러셀이『행복의 정복』에서 말한 ‘적절한 이유’를 무의미하게 했습니다. 즉 “어떤 불행이 닥쳐오면 진지하고 신중한 태도로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불행을 직시하고 나서는, 그 불행이 그렇게까지 끔찍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할 만한 적절한 이유를 스스로에게 제시해보라. 그럴 만한 이유는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나는 가능성이다』의 주인공인 패트릭 헨리에게 ‘적절한 이유’는 음악이라는 축복의 선물에 있었습니다. 음악은 그의 분신이었습니다. 그는 음악을 연주하면서 다른 사람과 하나가 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서 ‘사랑’만큼 강한 에너지는 없다는 믿음을 실천했습니다. 휠체어에 앉은 채 연주하는 트럼펫에는 자신의 삶에 대한 열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의 음악을 들으면 다른 사람들이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사랑을 아낌없이 베풀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다시 그에게 돌아왔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잠시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우리에게 사랑이라는 것이 너무나 평범해서 그저 사랑을 반복적으로 소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 우리가 사랑하고 있지만 정작 그 사랑이 가벼워서 작은 불행 앞에서 멜랑콜리해지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봤습니다. 패트릭 헨리뿐만 아니라 우리는 누구나 크고 작은 결핍을 안고 살아가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누군가로부터 따뜻한 위로와 격려는 삶을 긍정적으로 회복시켜 줍니다. 무엇보다도 마음으로 보고 느끼는 사랑을 할 때 우리의 영혼은 한결 평화롭고 아름다워집니다.


그래서 인지 트럼펫의 기적은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시간이 차곡차곡 쌓일수록 감사한 마음이 아로새겨졌습니다. 우리에게 5분 정도의 거리가 그에게는 30분도 부족하다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건강함의 사치가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내 몸이 멀쩡하다는 것이 멋져 보여서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몸 아픈 사람이 마음까지 다치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을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읽었다는 데 있었습니다.


끝으로 어느 순간 삶의 불행이 찾아올 때 너무 슬퍼하거나 포기하지 않기를 당부하고 싶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적절한 이유’는 있습니다. 삶의 불행이 약(藥)이 될 수도 있고 독(毒)이 될 수도 있음을 오랫동안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패트릭 헨리를 만나면서 삶의 불행을 좋다 혹은 나쁘다, 라고 더 이상 말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가슴 뛰게 하는 삶의 활력소는 ‘가능성’이며 가장 ‘적절한 이유’였습니다. 정말이지 가능성이라는 놀라운 기적에 가슴이 뿌듯해졌습니다. 그래서『나는 가능성이다』에서 울려 퍼지는 ‘가능성’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를 기대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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