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물고기 - 물고기에서 인간까지, 35억 년 진화의 비밀
닐 슈빈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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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은『종의 기원』에서 “나는 곰과의 동물들이 자연선택에 의해 물속에서 살기에 더 적합한 신체 구조와 습성을 가지게 되고 입이 점점 터 커지며 마침내 고래 같은 동물이 되어가는 것이 전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원숭이가 인간의 조상”이라며 그를 비판했다.

우리가 ‘진화’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알기 쉬운 것이 바로 자연선택, 적자생존이다. 하지만 이것 못지않게 중요한 생물학적 법칙이 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닐 슈빈의『내 안의 물고기』를 주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에서 그는 생물학적 모든 것의 법칙이라고 할 만한 개념으로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는 부모가 있다는 사실’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인간은 ‘업그레이된 물고기’라는 과학적 발견을 일깨워주고 있다. 

저자는 인간의 몸은 다른 동물들의 몸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으로 인간의 부모를 찾아내고자 한다. 즉 이 책에는 물고기에서 인간까지의 35억 년 진화의 비밀이 담겨져 있다. 가령, 그는 우리가 박쥐의 날개를 만들고자 한다면 손가락을 아주 길게 늘이면 된다고 했다. 해부학자 리처드 오언이 발견했던 다양한 생명들의 중요한 패턴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리처드 오언은 생물들의 팔다리는 모두 공통의 설계를 따른다고 했다. 즉 팔의 상완골이나 허벅지의 대퇴골처럼 먼저 한 개의 뼈가 있고, 거기에 두 개의 뼈가 관절로 연결되며, 거기에 또 작고 뼈들이 여러 개 붙어 있고, 마지막으로 손가락이나 발가락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즉, 뼈 한 개- 뼈 두 개- 둥근 뼈 여러 개- 손. 발가락, 이라는 패턴을 알게 된다.

그런데 저자가 무엇보다도 역점을 두었던 것은 팔다리의 패턴을 다름 아닌 물고기의 지느러미에서 찾고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 봐서는 곰이 ‘거의 고래 같은’ 만큼이나 인간이 ‘거의 지느러미 같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우리의 일상적인 통념을 완전히 뒤집어 놓는 그는 우리에게 생명의 역사는 다시 한 번 화석 물고기를 탐구하게 한다.

생명의 역사에 있어 확실히 어류로 보이는 유스테놉테론(3억 80000만 년 전)과 확실히 양서류로 보이는 아칸토스테가(3억 6500만 년 전) 사이에는 ‘잃어버린 고리’가 있었다. 그러나 육기어류라 불리는 ‘틱타알릭’(3억 7500만 년 전)이 발견되면서 비로소 생명의 수수께끼가 풀렸다. 육기어류라는 것은 물고기와 사지동물의 중간단계에 속하는 것으로 발이 있는 물고기라는 것이다.

인간의 몸이 왜 이렇게 생겼을까? 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세 가지 사실을 알게 된다. 첫째 생물의 팔다리는 지느러미에서 생겨났다. 그리고 최초의 팔다리는 걷는 도구가 아니라 헤엄치는 도구였다. 둘째 틱타알릭이라는 물고기는 ‘팔굽혀펴기’를 할 수 있었다. 셋째 생명의 위대한 전환은 새로운 DNA의 탄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지느러미 발생에 관여했던 오래된 유전자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닐 슈빈의『내 안의 물고기』는 ‘틱타알릭’을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다. 동시에 그동안 진화의 ‘잃어버린 고리’라고 당연시 여겨왔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한다. 오히려 그는 ‘찾아낸 고리’라고 하면서 생명의 진화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시야를 열어놓았다. 그만큼 생명의 역사는 앞으로 발견해야 할 고리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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