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 당신을 병들게 하는 스트레스의 모든 것 메디컬 사이언스 9
로버트 새폴스키 지음, 이재담.이지윤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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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30번씩 꼭꼭 씹어 먹으면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바쁜 사람들에게는 스트레스이다. 건강을 생각하자면 그렇게 해야 하는데 현실은 정작 궁핍하다. 돈을 걱정해야 하고, 회사 업무를 걱정해야 하고 , 자식 걱정을 해야 한다. 셀 수 없는 걱정 때문에 밥을 맘 편히 먹기란 쉽지 않다. 이로 인해 우리가 만성적인 소화불량으로 고생하게 된다. 오늘날 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이라는 것은 뚜렷한 사실이다. 문명화에 따른 정신적인 질병이 곧 스트레스이다.

그런데 로버트 새폴스키는『STRESS: 당신을 병들게 하는 스트레스의 모든 것』라는 두툼한 책에서 매우 흥미로운 주제를 전개하고 있다. 스트레스가 아무렇지 않게 일상화된 사회에서 그의 주장이 새로운 까닭은 우리가 잘 몰랐던 스트레스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차원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스트레스가 전적으로 나쁘다는 것은 오해라고 한다. 이 책에서 그는 스트레스와 스트레스 반응에 대한 기본적인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즉 스트레스란 신체의 항상성을 깨뜨릴 수 있는 외부 세계의 어떤 것을 말하며 스트레스 반응이란 항상성을 재정립하기 위해 신체가 하는 일을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스트레스보다 스트레스 반응이 더 파괴적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스트레스가 정신적일 때 스트레스 관련 질병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사자에게 쫒기는 얼룩말이나 얼룩말을 쫒는 사자 모두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동물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급작스러운 신체적 위기’에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동물들이 위궤양에 걸리지 않는다. 스트레스가 단기적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리 인간들은 교통체증, 돈 걱정 등으로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더구나 만성적이며 반복적이다. 이러한 차이는 전자는 스트레스를 받는 사건이 끝나면 스트레스 반응이 차단된다. 그러나 후자는 스트레스 반응이 끝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뇌(腦)가 스트레스 반응의 지침서 역할을 한다. 뇌는 자율신경계를 통해 신체의 다른 부위들에게 할 일을 지시한다. 자율신경계에는 스트레스 반응 때 활성화되는 교감신경계와 억제되는 부교감신경계로 나뉜다. 교감신경계는 신경을 운반하고 호르몬을 분비한다. 반면에 부교감신경계는 성장과 에너지 저장을 담당한다. 스트레스 반응은 시상하부-뇌하수체-말초 샘의 연결되어 작용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호르몬이 바로 부신에서 분비되는 ‘당질 코르티코이드’이다. 이 호르몬은 스트레스에 따른 신체의 모든 질병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가령,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람들이 과식하는 이유를 밝힐 수 있다. 스트레스 반응에서 회복하려면 섭취한 음식을 저장시켜야 한다. 이 효과를 얻기 위해서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지방 세포에서 순환중인 영양소를 분해하여 저장하기 위한 형태로 바꾸는 효소의 생산을 촉진시킨다. 그러나 문제는 당질 코르티코이드가 아무 지방 세포나 다 자극하는 것은 아니다. 복부지방, 즉 내장 지방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가 ‘사과형’ 체형이 된다. 이와 대조적인 것이 엉덩이 부근의 ‘둔부 지방’으로 우리가 ‘배’형 체형이 된다. 우리가 건강하려면 배형 체형이 되어야 한다. 복부에 지방이 많다는 것은 X증후군(대사증후군)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이 호르몬의 부작용으로 인해 성장에 있어 소마토메딘 방출이 억제되고 면역에 있어 림프구들이 순환계로 들어가는 것을 방해한다. 또한 기억에 있어 해마를 손상시키고 노화에 있어 ‘부정적 되먹이기 억제’를 하지 못한다.

이처럼 저자가 스트레스 반응을 해부하고 있는 것을 살펴보면 동물과의 차원이 다르다. 우리의 뇌 용량이 1,350cc이 지능적이라고 불리는 유인원의 650cc보다 많다는 정도의 문제는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것은 앞서 말했듯이 정신적 스트레스에 있다. 그러면 무엇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구성하는 것일까? 이 책에서 저자는 욕구불만의 배출구, 사회적 지원, 예측가능성, 통제, 악화된다는 의식이라는 심리적인 변수를 제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런 요소들이 충족되었을 때는 스트레스가 완화되고 상실되었을 때는 악화된다.

저자는 지난 30여 년 동안 개코원숭이와 함께 스트레스를 연구한 영장류학자이다. 이 책을 통해 그는 스트레스 원인과 스트레스 반응의 매커니즘을 파헤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쥐조차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바꾸면 병에 걸릴 가능성이 극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우리도 스트레스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가 인간을 ‘순응성이 있는 동물’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러한 까닭이다. 유산소 운동, 명상, 더 많은 통제와 예측 가능성, 인식적 유연성 등이 많은 도움이 된다.

끝으로 저자는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80/20 규칙을 제안한다. 그는 소비자의 20퍼센트가 80퍼센트의 불평을 제기한다, 고 하는 기존의 파레토 법칙은 인과 관계가 원인을 제기하는 인구에 따라 똑같이 분배되지 않는다는 지적한다. 그래서 그는 “노력의 첫 20퍼센트가 스트레스의 80퍼센트를 경감시킨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당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완벽한 접근법을 찾을 때까지 서두르지 말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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