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4일부터 9일까지 체코에 다녀왔습니다.

저의 신체적, 정신적 용량을 고려하여 인근 다른 나라 안가고 오로지 체코에만 있다가 왔습니다.

딱 1년 전 이 기간에 런던엘 다녀왔는데 그때는 혼자 다녀왔었고 이번엔 남편이 함께 했습니다. 저는 체코 여행이 처음인데 반해 남편은 세번째 방문이 되는데, 평소 "경험이 재산"이라 여기는 저의 생각을 약간 수정하기로 했습니다. "기록된 경험은 재산"이라고요.

 

 

날짜나 장소 대신 소재나 주제로 제목을 대신해서 사진을 올려볼까 합니다.

오늘은 제가 체코에서 발견한 색깔들입니다. 체코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저의 마음을 건드린 것이기때문입니다.

노랑, 분홍, 초록, 파랑 대신 연노랑, 연분홍, 연초록, 연파랑으로 채도를 낮춘 색깔들. 사람이 선택한 건물 벽, 지붕 색을 물론이고 나무, 풀, 밭 처럼 자연 마저도 그래보였답니다. 사진 보정할때 콘트래스트를 높이는 대신 -3, -4쯤으로 일부러 낮춘 듯한 색깔들.

벽돌색과 회색이 번갈아 칠해 있는 벽. 계속 벽인가 싶으면 한 구석에 작은 쪽문이 달려있는데 그 쪽문의 색깔은 연노랑.

보는 사람을 적당히 가라앉히는 색깔들이라고 할까요.

지하철 역의 벽 색깔도 봐주세요. MUZEUM 역과 MALOSTRANSKA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며 찍었습니다.

 

 

 

 

 

 

 

 

 

 

 

 

 

 

 

 

 

 

 

 

 

 

 

 

 

 

 

 

 

 

 

 

 

 

 

 

 

 

 

 

 

 

 

 

 

 

 

 

 

 

 

 

 

 

 

 

 

 

 

 

 

 

 

 

 

 

 

 

 

 

 

 

 

 

 

 

 

 

 

 

 

 

 

 

 

 

 

 

 

 

 

 

 

 

나이들어 하는 여행이 무슨 의미가 있나 했었습니다. 관광 이상의 의미가 있나. 시간 때우기 이상 뭐가 있나.

더 많은 경험과 체험이 필요할때. 그것을 바탕으로 앞으로 인생의 방향을 결정할 필요가 있는 나이일때 여행은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것이지. 이렇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그 생각이 이번 여행에 바뀔지도 모르겠구나 그런 예감이 들었습니다. 여행 첫날에.

탁하고 고인 생각들을 털어내고 갈아치울 필요성. 이런건 오히려 젊을 때보다 중년을 넘어선 나이가 되어 생긴다는 것을 왜 못했을까요.

그러니 더 젊었을때 못 다녔다고, 이젠 늦었다고 실망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 여전히 여행은 유익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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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9-10-13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코 여행 다녀오셨네요. ‘기록된 경험은 재산‘ 이란 말에 공감해요!^^ 자연색이 최고의 예술인 듯... 빛과 어우러진 도시 건축도 예술, hnine님 사진도 멋져요!♡
내겐 로망인데 아직 인연이 안 닿아 기회가 오겠지 기다립니다.^^

hnine 2019-10-13 21:51   좋아요 0 | URL
기록된 경험은 재산이라는 말은 세번째 가는 남편이 갔던 곳 기억을 잘 못하는 것을 보고 한 생각이랍니다. 저도 마찬가지겠지만 어떤 형식으로든 기록으로 남겨놓지 않은 경험들은 그냥 잊혀지기 마련인것 같아요. 아깝잖아요 ㅠㅠ
체코 저는 또 가보고 싶어요. 저랑 묘하게 코드가 맞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너무 활기차고 역동적인 곳이 아니어석 그런가보죠 ^^
사진이 무지하게 많아요. 잘 골라서 올려야 사진 홍수를 막는 포스팅이 될텐데 말입니다.

서니데이 2019-10-13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여행 잘 다녀오셨나요.
사진 속의 오래된 건물들도 풍경도 좋지만, 지하철역이 우리 나라와 조금 달라서 미술관이나 전시관 같은 느낌이 들어요.
사진 잘 봤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hnine 2019-10-13 21:59   좋아요 1 | URL
‘여긴 어딜 가도 색감이 달라‘ 제가 계속 중얼거리고 다녔던 말이어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색들로 어울리게 만들어놓았고요. 상식을 깨는 색깔들의 나열들도 그랬고요. 지붕위에 창이 있는데 그 크기가 다 다른 집도 봤어요. 이건 따로 사진을 모아 올리려고 해요.
런던의 지하철 역 벽엔 그 역 주위의 명소나 특징을 살린 그림이 그려져 있는 곳이 많은데 프라하 지하철 역은 저렇게 단순하게 패턴으로 말해요. 그런데 심심하지 않고 마음에 들어요. 매력적인 곳이어요.

Emotion 2019-10-13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유럽 쪽 풍경 사진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우리에겐 건축 디자인과 문화가 없다는 겁니다. 서양 사람들 마을은 하나같이 모두 건축 디자인이고 문화의 보고라는 생각입니다. 이건 열등 의식적 자각인 동시에 객관적 사실의 인식인 것이죠. 우리의 건축 디자인과 문화는 다 헐렸거나 파괴되었죠. 일부 남아 있는 건 박제화된, 일상의 삶의 제거된, 가공된 것들에 불과하죠. 위 사진에서 보듯이 체코 건축 디자인의 세부는 매우 미학적이고 섬세하게 보입니다. 저런 미학적 건축 환경에서 자라고 생활하는 사람들도 미적 감각이 섬세하고 세련될 것입니다. 환경이 의식을 만들죠. hnine 님이 찍은 멋지고 아름다운 사진들을 보면서 어울리지 않게 한국의 건축 디자인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드러내서 좀 죄송합니다. 애초에 맘 먹었던 내용과는 전혀 다른 댓글이 되었네요. 그래도 일단 쓴 건 지우지 않고 올리는 주의라 이대로 올립니다. 한데 hnine 님 사진들은 정말 맘에 듭니다. 알라딘 서재에서 몇 안 되는 정말 마음 치유가 되는 글이고 사진입니다.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hnine 님 이외에 몇몇 분들은 너무 오랫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네요. 어떤 분한테는 제가 실기한 탓에 답글을 드리지 못해 가슴이 아리기도 한데요.

hnine 2019-10-13 22:25   좋아요 0 | URL
Emotion님 말씀에 구구절절 공감합니다. 이번 여행을 하며 느낀 점 중 하나이기도 한데, 우리나라는 보수한다 하면 갈아엎고 새로 짓는 게 일반적이잖아요. 그러니 시간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고 자꾸 지워져가요. 시간의 흔적은 살아온 흔적, 사람의 냄새가 난다는 것인데 그렇지 않으니 새로운 멋은 있는지 몰라도 각별한 정은 안가는거죠. 유행하는 양식, 자재, 디자인, 색상, 이런데 급급한 경향이 있어서 깊이, 심리적 안정감, 이런 것과는 동떨어진 환경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안타깝습니다.
저는 그저 누구나 찍는 사진 밖에 찍을 줄 모르고 그 이상 더 욕심도 없는데, 그럼에도 맘에 들어해주시니 얼마나 고마운지요. 긴 댓글과 함께 감사드립니다.

책읽는나무 2019-10-13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록된 경험은 재산!!
탁 하고 고인 생각들을 털어내고 갈아치울 필요성!!
명언입니다^^

hnine 2019-10-13 22:30   좋아요 0 | URL
아이쿠, 민망해라.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경험을 했다는 사실만 기억할뿐, 어떤 경험을 어떤 느낌으로 했는지는 다 잊어버리더라고요. 경험을 하는 순간이 1차, 그리고 그것을 기록하면서 2차, 그리고 더 시간이 지난 후 그 경험을 추억하면서 3차. 이렇게 최소한 3단계를 거쳐서 나의 컨텐츠가 되는 것 같아서요.
나이가 들더라고 여행에 무관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형편상 자주 많은 곳을 가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계획은 세워볼수 있도록 건강은 다져놓아야지요.
책읽는나무님의 댓글은 늘 힘을 주세요. ^^

2019-10-13 2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9-10-13 22:43   좋아요 1 | URL
요즘 이 날씨가 감기 몸살 앓기 딱 좋은 날씨더라고요. 몸살이면 감기보다 더 증상이 심하고 힘드셨을텐데 좀 차도가 있으신지요. 몸 따뜻하게 하시고 약 잘 드시고 물도 많이 드시고요.
체코는 여기보다 기온이 낮아서 아예 겨울 옷을 입고 다녔어요. 추위 잘 안 타는 체질이었는데 젊을 때 얘기이고 이젠 남들보다 더 호들갑 떨면서 추워해요 ㅠㅠ 조금만 빗방울 떨어져도 우산 펴드는 바람에 남편이 뭐라고 하기도 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젖으면 더 춥기 때문에 열심히 우산 쓰고 다녔고요. 그러다 한국 돌아오니 체코보다는 아직 덜 추운 것 같지만 밤에는 추워서 히터를 잠깐 틀기 시작했어요.
기록의 수단이 글 뿐 아니라 그림, 음악, 영상등 여러가지가 있을텐데 전 사진과 글이라도 잘 정리해서 남기려고요.
이제 기온은 점점 더 떨어질텐데 따듯하게 입고 다니시고 몸조리 잘 하셔야죠.

2019-10-13 2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9-10-13 22:48   좋아요 0 | URL
프라하도 프라하지만 체로키 크룸로프라는 곳을 갔더니 그곳은 더욱 더 중세 모습이 잘 남아있는거라고 하더라고요. 지금까지 가본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을 다녀왔다고 그날 일기장에 적었답니다.
사진 정말 많이 찍었지요. 그래도 스마트폰으로 찍으니 편했는데 제 남편은 스마트폰으로 찍다가, 카메라로 그것도 렌즈 바꿔가며 찍다가 하느라고 아주 정신 없었답니다.
체코 공항을 떠나면서 ‘잘 있어. 또 올 때까지.‘ 이렇게 혼자말 하고 왔어요 ^^

카스피 2019-10-14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코여행 다녀오셨네요.사진이 넘 그림같아서 정말 멋진 여행이 되셨으리라고 생각됩니다^^

hnine 2019-10-14 12:11   좋아요 0 | URL
사진보다 실제 보는 것이 훨씬 아름답기도 하고, 사진으로 본의아니게 강조되어 보이기도 하겠지만 체코는 분명히 그들만의 색을 가지고 있는 나라였어요. 너무 생기발랄하고 밝지 않아도 아름다울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워왔습니다.

보슬비 2019-10-16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대로인듯하면서 새로운듯한 느낌이 들어요. 그리움도 함께요~~^^ 다른 사진들도 무척 기대가 됩니다~^^

hnine 2019-10-17 05:37   좋아요 0 | URL
그리움이 크실 것 같아요.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제 옆에 앉으셨던 어르신께서는 10년 만에 체코 다녀오는데 변한게 아무것도 없다고 그러시더라고요. 우리나라만큼 몇년 있다 오면 많이 달라져 있는 나라가 있을까요? ^^
저는 꼭 한번 다시 가보고 싶어요. 가서 사온 사진책을 어제 들춰보노라니 가서 보고 싶은 곳이 아직도 많더라고요. 특히 Brno에 있는 멘델 박물관을 하필 휴관일에 가는 바람에 내부를 못보고 왔거든요.

icaru 2019-10-22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래에서 세 번째 사진도 필터를 씌운 것처럼 효과가 있네요~ 실내에서 창밖을 찍으신 건가요? 우와우!
체코,,, 색의 나라였던거예요,, 지하철 벽 색 쓴 거 보니 우아! 말이 필요없어요 멋짐멋짐^^+.,*

hnine 2019-10-23 05:27   좋아요 0 | URL
저는 건너편 건물 (에곤 쉴레 미술관) 안에 있었어요. 창문으로 내다 보니 저 건물이 보였는데 안에 사람은 안보였지만 무슨 스튜디오 작업실 같았어요. 오래 된 건물이지만 다 허물고 새로운 건물 짓는 대신 오래된 채 살려 쓰는 것이 눈에 들어와서 찍어 보았답니다. 창틀도, 벽 색깔도, 오래되었지만 정감이 가잖아요. 체코는 색의 나라, 저도 그렇게 생각했답니다.
icaru님, 안가보셨다면 가보셔야함! ^^
 

 

 

 

 

1. 벌새 (2018)

 

 

 

평범한 14살 여중생의 일상을 찍었고 어떤 점을 특히 보여주려고 했다는 티가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고 나올땐 이 한편의 영화 속에 가능한 모든 문제들을 담았다는 생각을 품고 나오게 되는 영화.

뻔한 일상을 뻔하지 않게 그려내는 데는 어떤 기술과 능력이 녹아들어있는 것일까.

누구든 볼 수 있는 것만 담담하게 담아내며 무엇을 강조하고 보여주려 했다는 티를 내지 않았다는 것. 가르치려 들지 않고 그냥 보여주는데까지만 하는 절제와 소신. 그것이 이 영화의 미덕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학교 다닐때 벌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라고 배운 기억이 난다.

 

 

 

 

 

 

 

 

2. 변함없는 자들의 마을 (The land of steady habits, 2018)

 

 

 

제목이 독특하다.

중년.

새로운 것을 계획하는 것 보다 지나온 길 되돌아 보는 일이 더 잦아 지는 때.

앞으로 남은 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안살아보고도 머리 속 짐작이 가능해지는때.

 

 

"인간은 여전히 (   ①  ) 과 (  ②  ) 앞에 무력하다." 라고 혼자 결론을 내린 영화.

 

 

① 자연

② 외로움

 

 

 

 

 

 

 

 

3.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Brad's Status, 2017)

 

 

 

 

 

 

 

 

 

 

아들의 대학 입학 준비 차원에서 가고 싶은 대학 미리 방문 순례를 떠난 아버지 Brad와 아들 Troy.

Brad는 자기의 대학 시절을 떠올리게 되고, 아들의 대학 면접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부탁하기 위해 잘나가는 대학 동창들에게 연락을 취하면서 자기 인생을 되돌아보게 된다. 성공한 인생인지, 루저 인생인지.

눈에 띈 업적 없이 살아온 인생, 특별히 모자란 것도 없지만 특별히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현재 위치, 아들도 자기를 별로 존경하는 것 같지 않고, 이상을 쫓아 살다보니 현실적으로는 남는게 없어보이는, 이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자괴감만 든다. 이런 Brad에게 촌철살인의 한마디를 던져준 것은, 친구 아버지인 Brad에게 오히려 조언을 구했던 Troy의 친구였고, 개인적으로 그 장면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제일 인상깊게 남아 있는 장면이 되었다.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영화.

 

 

 

 

최근에 본 영화.

이중 한편을 고르라면 Brad's Sta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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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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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내용인가 보다 작가 소개에 먼저 눈길이 간 책이었다.

델리아 오언스. 평생 동물행동학을 연구해온 학자였던 그녀가 2018년, 70대에 이르러 첫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그리고 아마존, 뉴욕타임스 등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30주 이상 머무르며 인기 몰이를 하더니 2019년 3월엔 밀리언 셀러에 등극하였고 현재는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망라하면 250만부를 넘어섰다고 한다. 북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영화배우 리즈 위더스푼의 격찬이 인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직접 읽어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것은 평소 즐겨 듣는 팟캐스트에 이 소설을 번역한 김선형 번역가가 초대되어 이 책에 대해 소개하는 것을 듣던 날이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놓기 힘들게 가독성이 있다는 것 (잔잔하고 아름답기만 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문학 전공자가 아님에도 문장 표현이 매우 섬세하고 아름답다는 것, 시가 많이 인용되어 번역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는 것, 그러면서 대중의 마음에 꽂히게 하는 그 무엇, 독자들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고 도움이 될만한, 베스트셀러들이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는 그 요소가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전 정보를 가지고서 구입하여 읽고난 소감은, 이런 정보들이 틀리지 않다는 것이다.

1950년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해안 습지 마을. 엄마, 아빠, 언니 둘, 오빠 둘과 살고 있는 어린 소녀 카야의 이야기의 시작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 가족에 대한 아버지의 무차별적 폭력과 학대를 견디다 못해 엄마, 언니, 오빠 차례로 집을 떠나고, 다만 너무 어려 떠나지 못해 남은 카야는 아버지 눈을 피해다니며 스스로 먹고 사는 법을 배우며 버틴다. 그런 아버지 마저 집을 떠나고 혼자 남게 되자 바닷가에서 홍합을 주워다 마을 상점에 갖다주고 먹을 거리를 얻어오고 습지와 조개, 새들을 친구 삼으며 혼자 사는데 길들여 간다. 말을 할 상대도 없고 말을 들어줄 상대도 없으니 점차 더 고립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고 학교는 하루 나가고 말았을 뿐이다. 행색마저 이상한 카야가 동네에서 가끔 눈에 띨라치면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마시걸이라고 조롱하며 이상하게 볼 뿐이다. 사람대신에 카야에게는 지는 해, 바람, 비, 구름, 물결치는 바다, 새들의 움직임, 소리, 개구리, 반딧불이, 풀숲. 이런 자연 그 자체가 전부였고 그녀의 세상이었다.

다른 생물들도 그러하듯이 사람도 이렇게 계속 혼자 외로움 속에 살 수는 없는 것이다. 혹시나 집을 나간 엄마가 돌아오지 않을까 기다리며 고립 생활이 일상이 된 카야 앞에 어느 날 테이트라는 소년이 나타난다. 길을 잃어 도움을 주게 된 것이 시작이 되어 서로 새의 깃털을 교환하고 테이트가 카야에게 글자를 가르쳐 주며 친해지게 되는데, 테이트가 대학에 진학하면서 그 관계는 단절되고 만다. 여기까지 읽으면 마치 이 소설은 외로운 한 소녀의 성장 소설, 러브 스토리인가보다 생각될 수 있지만 이 소설의 시작 부분은 엄연히 마을의 한 남자가 소방망루 아래 떨어진 채 시체로 발견되는 장면이었으니 범죄 소설, 미스터리 소설일 수도 있다. 이 죽음에 대한 해답은 소설의 맨 마지막에 이를때까지도 알 수 없게 쓰여 있으니 가독성이 있을 수 밖에.

 

제목 가재가 노래하는 곳에 대한 유래는 책 속 몇 군데에서 언급되고 있다. 다음은 테이트와 카야의 대화에서 언급된 대목이다.

"저기 어디 가재들이 노래하는 곳에 가서 꼭꼭 숨어야겠네. 누군지 몰라도 카야를 데리고 가서 키워야 하는 사람들 참 안됐다." 테이트가 만면에 웃음을 띠었다.

"무슨 말이야,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라니? 엄마도 그런 말을 했었어."

엄마는 언제나 습지를 탐험해보라고 독려하며 말했다. "갈 수 있는 한 멀리까지 가봐. 저 멀리 가재가 노래하는 곳까지."

"그냥 저 숲속 같은 곳, 야생동물이 야생동물답게 살고 있는 곳을 말하는 거야." (140쪽)

야생동물이 야생동물답게 살고 있는곳, 즉 자연을 말하는 것이다. 이용되고 있는 자연이 아니라 그대로 존재하는 자연.

다 읽은 후 youtube에서 델리아 오언스 인터뷰를 찾아보았다. 캐나다 국경에 가까운 아이다호 자연 속에서 혼자 살고 있는 그녀는 제목에 대해 책 속에 언급한 것 처럼 실제로 그녀가 어릴때 엄마가 그녀를 숲속에 산책을 데리고 가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독려하기 위해 하던 말이라고 한다. "Listen to what those woods had to say." 너와 자연 밖엔 없는 그런 곳까지 스스로 멀리 가보면 가재가 노래하는 것을 들을 수 있을거라고.

첫 소설이라고 하지만 그동안 그녀가 끄적거려온 종이들로 꽉 차 있는 커다란 상자를 인터뷰 도중 보여주는 그녀는 좋은 문장이나 표현이 떠오르면 자다가도 일어나 메모를 해놓았다고 한다.

 

그녀는 영리하다. 그녀의 어린 시절, 자연과 생물에 대한 사랑, 그것에 쏟아부어온 동물생태학자로서의 일생을 이 소설 속에 하나로 이렇게 잘 버무려 놓을 수 있다니.

외로움과 고립은 견뎌야 할 상태일지 몰라도 자연스런 상태는 아니다. 누구든 언젠가는 헤어나오고 싶어하는 불가피한 상황이며 상태이다. 이 소설 속에서 카야가 어떻게 그것을 헤쳐나오는지, 누가 가르쳐주지 않고 스스로 벗어나오는 과정과 방법이 궁금하지 않을지.

 

나는 살아있는 동안 가재가 노래하는 것을 들을 기회가 있을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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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전공하였고 여전히 좋아하면서도

현장을 떠나온 후 과학 관련 서적을 잘 읽지는 않는다.

그건 아마 나의 친정어머니께서 어릴때 쌀밥 보다 자주 드셨다는 보리밥을 지금은 외면하시는 이유와 비슷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띠는 과학 서적이 있어 올려본다. 오늘 아침 오랜만에 들어가본 사이트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09019&SOURCE=6)

에서 알게 된 책이다.


엊그제 알라딘 서재 친구분에게, 일상과 읽은 책을 연결시켜 글 쓰시는데 탁월한 능력자이시라고 말씀드린바 있는데,

위의 링크된 사이트에 책을 소개해주신 분은 일상과 과학을 연결시켜 글을 쓰시는데 탁월하셨다. 자기의 전문 분야에 대한 내용을 너무 수준 높지도 낮지도 않게, 지루하지도 식상하지도 않게, 일반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글쓰기를 하시는데 성공하시는 분들을 보면 부럽고 존경스럽다. 


과학은 일상이다. 일상과 동떨어져 저기 손닿지 않는 어디쯤 있는 것이 아닌.






























-  혼자 심심할때 읽고 있는 책  -

 

처음엔 연습겸 우리말로 옮겨적어보다가, 그러자니 진도도 안나가고 이걸 내가 왜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어 요즘은 그냥 읽는다.



 

 

 

 

 

접힌 부분 펼치기 ▼

 

 

 

 

 

 

 

 

 

 

 

실험노트. 1989년에 쓰기 시작하여 2003년까지 계속된.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있다.

내가 아무리 버리기 좋아하기로서니, 앞으로도 이것들은 버리지 못할 것 같다.

내게만 특별한 경험이어서가 아니라 아마 누구라도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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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1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징구 - 로마의 열병 / 다른 두 사람 / 에이프릴 샤워 얼리퍼플오키드 2
이디스 워튼 지음, 이리나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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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제목에 재미 중국인 작가의 소설인가 했고 표지 인물 그림을 보고는 Xingu는 사람이름일거라고 짐작해버렸다. 실제로 이디스 워튼이 어떻게 선택한 이름인지 모르겠고 개인적으로 중국어를 잘 모르지만 중국 이름을 영어로 표기할때 X로 시작하는 이름들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다. 중국어 발음을 영어로 표기할때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 없어서 X 로 표기하고 있는 발음이 있는데  (Xu, Xiao 등) 실제 발음이 's'과 'z'의 중간쯤 된다고 한다.

이디스 워튼. 영화화된 소설 <순수의 시대>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미국의 작가이다. 그녀에게 여성 최초 퓰리처 수상이라는 명예를 안겨준 <순수의 시대> 이전에 그녀를 본격적으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한 작품으로 <기쁨의 집>도 국내에 번역되어 나와있다. 뉴욕 명문가에서 태어난 그녀가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불행한 결혼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신경쇠약과 우울증 처방 차원에서 의사가 글을 써볼 것을 권하여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하였고 미국 태생이지만 프랑스로 거주지를 옮겨 마지막 생애도 파리에서 마쳤다고 한다.

집에 <순수의 시대>와 <기쁨의 집>을 전집류 속에 가지고 있는지 오래되었는데도 책 두께에 겁먹어 읽지 못하고 있다가 정작 이 얇은 단편집으로 그녀의 작품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이 책에는 네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이중 처음 두편 <징구>와 <로마의 열병>에 대해서만 할 말이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머지 두편 <다른 두 사람>과 <에이프릴 샤워>는 앞의 두 작품과 동등한 수준으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디스 워튼이 주로 소재로 삼아 왔다는 상류 사회 여성들. <징구>에도 그런 한 모임이 배경이 된다. 첫 페이지 문장만으로도 이 모임의 성격이 대번에 드러난다.

밸린저 부인은 혼자 뭘 하는 게 두려워 문화 생활도 여러 사람과 함께 하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자기처럼 끊임없이 배움을 갈망하는 여성 몇 명을 모아 '런치클럽'을 만들었다. (7쪽)

'혼자 뭘 하는 게 두려워', '끊임없이 배움을 갈망하는', 모임 이름이 하필 '런치클럽'. 그렇게 시작된 런치클럽은 지역에서 유명세를 타게되었고 급기야 한 유명작가를 그들의 모임에 초대하는 일을 앞두고 술렁인다. 주체인 밸린저 부인 외에 귀빈 초대에 더 수준 있는 집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플린스 부인, 이에 비해 소극적 회원인 레버렛 부인, 초대하기로 한 작가의 작품을 모임에서 처음 추천했던 밴 블레이크 양, 모임에서 은근히 소외를 당하고 있는 로비 부인까지, 유명 작가를 초대한 자리에서 어떤 질문을 하여 자기의 지적 욕구를 입증하고 앞으로 모임에서 자기의 입지를 더욱 다질수 있을지 내심 궁리한다. 드디어 작가 초대의 날, 로비 부인이 언급한 징구. 누구도 그것이 무엇인지 그 자리에서 묻지 않는다. 그것은 초대된 작가도 마찬가지이다. 무엇이 이 모임에 있던 사람들로 하여금 입을 다물게 했을까. 이디스 워튼은 그 시대 상류 여성들의, 그들 자신도 몰랐을 허세와 교만과 거짓 교양을 성공적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나는, 그리고 이 책을 읽었을 당신은, 자신의 부족함을 숨기려 하지 않고 이런 방식으로 대응한 로비 부인 쪽인가, 아니면 다수의 다른 부인들 쪽인가.

<로마의 열병>이라는 제목으로는 무슨 내용인지 짐작도 안가는 상태에서 다음 단편을 읽어내려가는데, 어느 새 마지막 줄에 이르러서는 작가의 예리함에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비밀은 어느 순간 자기에게 유리하게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마지막 보루인가. 그렇다면 작품 속 두 사람은 그것을 제대로 잘 사용한 셈이다. 숨기는 것과 드러내는 것의 절묘한 대조는 <징구>와도 일맥상통한다.

신랄하고 성공적 비판 의식이다. 그 목표가 된 대상이 당시 상류층 여성이든, 그 사회이든, 아니면 시대를 막론한 인간 보편적 본성이든, 읽는 사람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어도 작가의 의도는 혼란없이, 모호하지 않게 독자에게 전달된다.

아쉽게도 문학성 뛰어난 문장 표현으로 감탄을 한 대목은 딱히 없었던 것을 보면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서인가? 이디스 워튼의 본격 장편 <순수의 시대>와 <기쁨의 집>을 읽으며 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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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9-23 0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디스 워튼의 이 단편집은 재미있지만 좀 가볍다는 느낌을 주죠. 확실히 <순수의 시대>와는 좀 다르고요. 저는 이 책에 실린 네 편중에 <징구>가 재미있었지만, <로마의 열병>이 참 좋았어요. <에이프릴 샤워>는 가장 별로였는데, ‘음 작가의 초기작인가‘ 싶을만큼 그저 소품의 느낌이었고요.

이디스 워튼 이라면, <순수의 시대>도 좋지만, <이선 프롬>으로 다시 만나보시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제 경우엔 아직 <기쁨의 집>을 사두기만 하고 안읽었어요.

아, 사람들이 자꾸 징구를 읽어서 너무 좋아요. ㅎㅎ

hnine 2019-09-23 13:29   좋아요 0 | URL
지금 보니까 이 책 출판사도 독특하고 얼리퍼플오키드라는 기획도 색다르고 그렇네요. 이 책에 실린 네편의 단편은 누가, 어떻게 선별해서 한 책으로 엮었는지도 궁금해지고요.
<이선 프롬>도 읽어야겠어서 이 책과 관련된 다락방님의 페이퍼 다 읽고 왔어요. 읽은 책과 일상을 연결시켜 글 쓰시는데 탁월하심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다락방 2019-09-23 13:10   좋아요 0 | URL
아니,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나인님. 제가 좋아 죽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리퍼플오키드 기획의 다른 책은 케이트 쇼팽 이더라고요. 케이트 쇼팽이라면 또 제가 너무 좋아하는 작가인지라, 조만간 케이트 쇼팽의 단편집도 읽어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어요.

이선 프롬 참 좋아요, 나인님. 나인님께 말씀드리고 나니 저도 다시 읽고 싶네요.
아, 오늘 아침만 해도 알라딘 접을까, 떠날까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나보디 역시 알라딘만한 데가 없구나 싶고 그러네요 ㅠㅠ

책읽는나무 2019-09-23 17:00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은 왜 떠나실 생각을???
안돼요~~
다락방님으로 인해 알게 되는 책들이 얼마나 많은데,부지런히 읽고, 알려주셔야죠^^

나인님 징구 얘기 읽으러 왔다가 다락방님 댓글에 대댓글 달고 가네요ㅋㅋ
이것도 알라딘이니 가능한??^^
<순수의 시대>,<기쁨의 집> 제목 기억해 두고 있었는데 제목 하나 더 얹고 가네요.<이선 프롬>까지...
저는 며칠 전 아룬다티 로이 책 읽었다고 기록하니 유부만두님이 슬며시 작가의 다른 작품 제목을 알려주시더라구요.
은근 기분 좋았습니다.
언제 읽을지 장담할순 없지만,누군가 책을 추천해 준다는 건 애정받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같이 느껴보고 싶을만큼 상대를 애정하는??
아..너무 앞서 나갔나요??ㅋㅋ
암튼 알라딘이니 가능한 것 같아요^^

hnine 2019-09-24 05:04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떠나시다니요 ㅠㅠ 저보다도 더 알라딘에 정 많이 드셨을텐데.
책읽는나무님, 동감입니다. 저도 누가 책 권해주면 참 마음이 따뜻해지고 기분 좋더라고요. 알라딘에서나 느낄 수 있다는 것도 맞고요. 제 친구 중에도 늘 제게 책을 권해달라고 하는 친구가 있는데 제가 알려주는건 거의 구입해서 읽더라고요. 좋은 책 있으면 그 친구부터 떠올려요. 알려줘야겠다 하고요.
덕분에 아룬다티 로이 책 검색해보았어요. ‘작은 것들의 신‘을 ‘작은 신의 아이들‘이라는 제가 알고 있는 책과 혼동했다가 다른 작품인 걸 알았답니다.

syo 2019-09-23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징구 페이퍼/리뷰 중 ‘하하하하하하‘가 등장하지 않는 첫 글인 것 같아요 ㅎㅎㅎㅎ

이디스 워튼으로 들어가는 현관문 같은 책인가봐요!!

hnine 2019-09-23 12:27   좋아요 0 | URL
저는 하하하 라기 보다 ˝소~름˝ 이랬어요. <로마의 열병> 읽으면서는 나도 여자이지만 여자들 참 무섭구나 생각이 들었고 <징구>는 우리 모두 가지고 있는 얼굴 없는 허세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눈에 보이지 않는, 끊임없는 배움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그 허세와 거리가 멀다고 믿으며 살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그것도 소~름 !

Falstaff 2019-09-23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디스 워튼, 미국 부르주아 계급 특유의 보수적 속물성이(워튼이 그렇다는 뜻이 아니라 그이가 주제로 하는 부류가요)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 <순수의 시대>니 <기쁨의 집>이니 굉장히 싫어했었거든요. ˝나는 개인적으로 찰스 디킨스 씨와 마크 트웨인 씨가 마음에 들지 않아요. 그 사람들의 책엔 신사가 등장하지 않거든요.˝ 아주 염병을 하잖아요.
근데 <이선 프롬>을 읽고나서 생각을 조금 바꿨습니다. 내용은 완전 19세기 이야기책 수준인데요, 마지막 에필로그 부분에 가서 휘까닥 돌아버리더군요. 그래 마음을 바꿔 워튼을 좀 더 읽어봐야겠다, 생각 중인데 좋은 책 소개해주시네요.
고맙습니다.

hnine 2019-09-24 05:10   좋아요 1 | URL
저도 사실 고백하자면 그래서 <순수의 시대>를 책도 아니고 영화로 조금 보다 말았어요. 나중에 구입한 전집류에 들어있는데도 두께도 그렇고 얼른 손이 안가게 되었고요.
에필로그 부분에서 휘까닥 돌아버리게 하는건 이디스 워튼의 비장의 무기일까요? 집에 있는 순수의 시대, 기쁨의 집보다 아무래도 <이선 프롬>을 먼저 읽게 될 것 같네요. 그리고 만약 Falstaff님께서 <징구>을 읽으신다면 <이선 프롬>만큼이나 Falstaff님의 그 예리하고 유쾌한 리뷰도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