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을 파라'는 옛말에서 부터, 하루에 3시간씩 10년을 노력해야 어떤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좀 더 구체적인 최근의 말에 이르기까지, 이것 저것 건드리는 것 보다는 인내심을 가지고 우직하게 한가지 일에 전념하는 것이 성공의 근본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일까. 언제부터인가 개인적으로 한 우물을 계속 파지 못한 것에 대하여 지레 실패감 비숫한 것을 마음 한 귀퉁이에 안고 살고 있었던 것 같다. 

며칠 전, 전공을 살려 학교에 남은 친구와 오랜 만에 전화를 하게 되어 안부를 묻다가 어떻게 지내느냐는 그 친구의 물음에 우스개 소리로 답하면서 나도 모르게 나 자신에 대해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친구: "그래, 집에서 뭐하며 지내니?"
나: " 뭐하긴, 학교에서 연구하는 것만 빼놓고는 다 하지. 넌 연구 한가지 하느라 다른 일 아무것도 못하잖아. 난 한가지 안 하는 덕분에 다른 것 다 하고 살아." 
나의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주고 폭소를 터뜨려주는 친구가 고맙다. 

한 우물을 파고 싶었다. 아니,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 속에 박혀 있었다. 그런데 사람 일이 꼭 생각대로 되는 것이 아니더란 말이다. 나름대로 몇 년 동안 몸 담고 있던 일을 접기 까지의 과정도 힘들었지만, 그렇게 결정하는 일 자체도 쉽지 않았다. 당장 내 인생은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진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덕분에 배운 것도 많다. 내가 겪어 보지 않았더라면 이해하는데 훨씬 더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었을 일들을 내가 겪어 보아 알게 된 것들, 지금도 계속 배우고 있는 것들.  

며칠 전에 남편이 하는 말, 요즘 동네 주택가에도 까페들이 많이 생기고 있는데 그 주 고객들이 집에서 살림하는 아줌마들이란다. 나도 까페를 그리 자주 애용하는 사람은 아니고, 더구나 아이를 키우고 빠듯한 살림살이를 꾸려나가는 보통 아줌마이다보니 요원하게만 들리는 얘기이지만 남편에게 대답했다.
"집에서만 있는 주부들일수록 그렇게 일부러라도 바깥 바람을 쐬어 주어야 한다구. 집에만 있어봐. 세상 돌아가는 것도 잘 모르고, 우울증도 오기 쉽고, 식구들과 대화도 쉽게 막히고. 집에 있는 주부들도 그렇게 까페에 나가 차도 마시고, 친구들과 얘기도 하는것, 나는 참 필요하다고 봐."
진심이다.  

내가 대학생일때,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 앞 까페에 나와 친구들을 만나는 아줌마들을 이해 못했었다. 아이 키우랴, 직장 생활 하랴, 지각, 조퇴 잦고, 그러면서 미안해하지도 않는 직장내 아줌마 동료들을 보며 또 잘난 척 했었다. '아니, 결혼하고 아이 낳으면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걸 모르고 결혼하고 아이 낳았나? 대책도 없이...'  

나의 에너지를 한군데 집중시켜 일하고 있는 생활을 내 자의에 의해 그만 두고, 이것 저것  여러 가지 일에 그 에너지를 분산시켜야 하는 지금, 나처럼 multi-tasking 인간이 못되는 사람은 늘 머리 속이 복잡하지만, 그래서 예전에 눈도 돌리지 않은 곳들에 눈길이 간다. 대형 마트 대신 매일 장바구니 들고 장 보러 다니면서 길가의 채소 파는 할머니들과 얘기도 나누고, 반찬 만드는 방법을 요리책이 아닌 그 할머니들에게 물어서 해보기도 하며, 전혀 관심도 없던 떡이니 빵을 만들기도 한다. 영어, 수학 배우느라 학원 보내는 것은 최대한 미루자는 생각으로 내가 직접 아이에게 이것 저것 가르치느라 나름 공부도 한다. 대신 일주일에 한번 아이가 배우고 싶다는 중국어 선생님이 오시는 날은 나도 방문 너머로 들으며 중국어를 배워보기도 한다. 아이 데리고 다니면서 나도 새로 배우는 것들이 많아졌다. 읽고 싶던 책을 맘껏 읽고 있다. 이게 웬 생각지도 못했던 여유란 말이냐. 그러고도 너 실패감이니 어쩌니 하면서 불평할래?

내 맘속에 조금이라도 남아있던 실패감이 조금씩 극복되어 가는 것 같아 기쁘다. 아니, 내가 특별히 노력한 것이 없으니 '극복'이라는 말 보다는 그저 나이가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여전히 한 우물을 파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그 분들이라고 중간에 위기의 순간들이 없었으랴.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해서 그것을 자기 인생의 어떤 결점으로 볼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 뿐이다. 그대신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하는 편이 우리 자신에게도 훨씬 좋다. 그리고, 지금 그 우물 파던 삽을 놓았다고 해서, 영영 놓아야 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으니까. 다시, 더 굳건한 손으로 놓았던 삽을 다시 잡을 날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인생은 그래서, 그런 예측불허성때문에 힘들기도 하고 신도 나고 하는 것 아닐까 싶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10-01-30 1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30 2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30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30 2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1-31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12시 넘었으니..한 발은 저기에 있는 어제라고 해야겠죠?^^) 약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hnine 님의 깊은 속뜻은 제가 알 수 없겠지만 그냥 왠지 쓰신 글 보고 그런 생각이 드네요~ ㅎ

덕분에 뭔가 좀 힘이 납니다. 잘 보고 갑니다 =D

hnine 2010-01-31 09:40   좋아요 0 | URL
제 생각, 비슷한 생각, 그런 생각...모두 이심전심으로 이해하고 넘어갑니다 ^^
좀 힘이 나셨다는 말씀을 통해서도요.

2010-01-31 0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31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31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31 1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상미 2010-01-31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난 애초에 한 우물 팔 생각도 못했던거 같아.
애들을 기르다 보니,
한 우물을 파기 전 ,우물을 파고 싶어 하는지, 어떤 우물을 팔건지에 대한
내가 아이가 파길 원하는게 아니고,
그 아이가 파고 싶어하는게 뭘지에 대해 알고 시작하는게 필요한거 같더라.

hnine 2010-01-31 21:24   좋아요 0 | URL
결혼을 하면 여자는 일을 계속 해나가기 어렵다고 엄마가 하도 그러셔서 나는 결혼도 안할 수 있으면 하지 말아야지 생각했다니까~ ㅋㅋ

하늘바람 2010-01-31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우물 파기란 쉬운 일도 아니지만 한우물 파지 않아서 더 좋은 점도 전 많았던 것같아요. 님이 다린이를 가르치시기 위해 공부하시는 것들 참 부러워요. 저도 그러고 싶었는데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닌 것같아요.
엄마의 그런 마음 덕분에 다린이는 좀더 여유있게 더 많은 것을 배우는 것같아요.

hnine 2010-01-31 21:28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도 그러시군요. 그런데 크게 보면 지금도 한우물을 파고 계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

같은하늘 2010-02-09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제부터 무슨 우물을 파야하나 고민하는 사람인데요...

hnine 2010-02-09 17:54   좋아요 0 | URL
그게 한 순간 결정되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늘 염두에 두고 있다보면 어느 날 길이 보이지 않을까요.
사실 저는 아이가 엄마를 제일 필요로 하는 시기에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내며 보내는 시간도 '한 우물'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싶거든요. 주위 사람들이 나의 그런 소신을 알아주지 않을때가 많아 종종 흔들릴 정도의 내공 밖에 되지 않는게 저의 문제이지만요 ^^
 

 

교보문고가 생긴 것이 아마 내가 중학교 다닐 때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고등학교 1학년때 처음 교보문고에 가서, 그 자리에 선 채로 몇 권을 읽고 온 "꼬마 니꼴라"였다. 너무 재미있어서 다리가 아픈 줄도 모르고 읽어댔던 기억이 생생하다.

자기는 전혀 안 웃으면서 남을 웃기는 코메디언처럼, 간결한 문체로 담담하게 사건 묘사만 하는데 읽는 사람은 웃음을 참지 못하게 하는, 글과 그림이 정말 사랑스러웠던 그 책의 주인공 니꼴라를 오늘 영화로 다시 만나보고 왔다.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옆에 앉아 같이 본 아들과 서로 낄낄, 깔깔거리며 1시간 30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고.
영화의 마지막, 니꼴라가 뜻밖의 계기로 자기의 장래 희망을 정하게 되는 것도 참 사랑스럽다.
다 보고 나오는 길, 아이는 금방 영화 속 니꼴라의 흉내를 내기 시작한다. 

"저거 책으로도 있는데..."
내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자 아이의 눈이 반짝 ^^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0-01-30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린 예전에 아이들과 얼마나 재밌게 봤는지...보고 또 보고 깔깔대고...참 프랑스적이라면서 프랑스를 동경하게 됐다니까요.ㅋㅋ

2010-01-29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1-29 22:53   좋아요 0 | URL
프랑스적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어른이 되어서도 저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를 주인공으로 글을 쓰는 작가에 대해 또한번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책은 검색되는 것만 해도 훨씬 더 많은데 그냥 몇권만 올려보았네요. 꼬마 니꼴라가 나온지 벌써 50년이 넘었나요? 그럼 제 나이보다 더 오래 되었군요 ^^

순오기 2010-01-30 00:49   좋아요 0 | URL
자유분망하고 사랑스런 캐릭터~ 너무 좋잖아요.
프랑스적이라~ 내 느낌이라 어떻게 의미를 전달해야 할까요? ㅋㅋ
로알드 달 작품은 영국스럽고, 고시니는 프랑스다웁고...^^

같은하늘 2010-01-30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너무 재미나요. 근데 영화는 극장에서 하는건가요?
그렇다면 우리아이와 함께 봐야겠어요.^^

순오기 2010-01-30 00:47   좋아요 0 | URL
목욜에 개봉됐어요.^^

hnine 2010-01-30 09:57   좋아요 0 | URL
같은하늘님, 저는 예고편 할때 보고는 이번주를 언제부터 기다렸는지 모른답니다. 학교를 배경으로 한 장면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학교 생활을 해본 아이가 보면 더 재미있어 할것 같기는 한데, 아니어도 재미있게 볼 것 같네요.

상미 2010-01-30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보여줘서
나도 예전 책 있었다고 경은이한테 얘기 하니까, 프랑스어로 사달라더라.
사줘도 아직 못읽으면서...

hnine 2010-01-30 10:06   좋아요 0 | URL
우리 나라에서 개봉되는 영화들이 예나지금이나 헐리웃 영화들에 집중되어 있다보니까 나는 하나도 못알아들음에도 어제 영화의 프랑스어 대사들이 얼마나 새롭게 들리던지. 경은이에게 영화도 추천이야. 다린이 말이, 프랑스어는 왜 이렇게 빠르냐고, ㅋㅋ 못 알아듣는 말은 더 빠르게 느껴지는 법이지.

비로그인 2010-02-08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꼬마 니꼴라.
(..밤에 발음하면서 혼자 웃음짓는..)

마음에 담습니다!!

hnine 2010-02-09 05:00   좋아요 0 | URL
재미있어요. 어제 밤에도 아이와 누워서 이 영화의 한 장면을 흉내내면서 낄낄거리다 잤어요 ㅋㅋ
 

엄마:  (로보트 목소리 흉내를 내며) "10분 전 9시! 10분 전 9시! 어린이들은 이제 잠 잘 준비를 해야할 시간입니다." 

다린: "아, 엄마. 이거 쪼~끔만 더보다 잘께요." 

엄마: "그거 쪼~끔 남은 거 내일 계속 봐도 돼." 

다린: "궁금해서 결과를 보고 싶은데...아, 그런데 엄마는 왜 꼭 9시에 자라고 해요? 제가 무슨 기계인가요? 매일 9시가 되면 자야 되게." 

엄마: "먹는 것만 잘 먹는다고 키가 자라는게 아니더라, 엄마를 보니까. 잠도 잘 자야 키가 쑥쑥 자라지. 엄마가 어렸을 때 잠을 참 안 잤거든. 네 나이에는 9시간은 자야 충분해." 

다린: "그럼, 오늘 좀 늦게 자서 내일 좀 늦게 일어나면 되잖아요. 언제 자든 9시간만 채우면 되는 것 아닌가요?" 

엄마: "얼만큼 자느냐만 중요한게 아니라 사실 언제 자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거든? 대낮에 9시간 자는 것 보다, 해가 지고난 밤에 그만큼 잠을 자주어야 해. 그 중에서 특히 더 중요한 시간 있는걸? 언제게?" 

다린: "잠 자는데 특히 더 중요한 시간이 있다고요? " 

엄마: " 밤 11시 부터 새벽 2시까지, 이때가 바로 그 특히 더 중요한 시간이래." 

다린: "왜요?" 

엄마: "우리 몸 속에도 시계가 있어. 우리가 시계를 보고 할 일을 하듯이 우리 몸도 몸 속의 시계에 따라서 일을 한단말야. 우리 키를 자라게 하는 물질이 있는데 이 물질이 바로 이 시계를 보면서 일을 하거든? 얘네들이 일을 하는 시간이 바로 밤 11시 부터 새벽 2시까지야. 그런데 우리가 그 시간에 잠을 자지 않고 깨어 있으면 얘네들이 밤이 아닌 줄 알고 헷갈려 한단 말야. 그러니까 제대로 일을 팡팡 할 수 있겠어?" 

다린: "우리 몸 속에 진짜 그런 시계가 있단말이예요? 우리 몸 속 어디에 있어요? " 

엄마: "뇌!" 

다린: "아~ 뇌는 정말 여러 가지 일을 하네요."

엄마: "아 그러니까 중요하지~ 뇌 중에 특히 이런 시계 역할을 하는 부위가 있지.
그런데 이 시계를 작동시키는데 뇌만큼 중요한 곳이 또 하나 있어. 어디일까?" 

다린: "엉?? 거기가 어디예요?" 

엄마: (다린이 눈을 가리키며) "바로, 여기!" 

다린: "앗, 깜짝이야." 

엄마: "이 눈으로 빛이 들어오는 것에 따라 뇌 속의 시계가 작동하는 것이거든. 눈으로 들어온 빛이 다른 전기 신호로 바뀌어서 뇌로 전달되는거지. 그러니까 잘 때 방의 불을 켜놓고 자면 안되겠지?" 

다린: "사람들은 그런 걸 다 어떻게 알아냈을까?" 

엄마: "다 알아내기는. 아직도 알려진 것 보다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많아서, 많은 사람들이 이것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중이란다. 키를 크게 하는 물질은 이런 시계의 조절을 받는 많은 것들 중의 하나일 뿐이고, 이런 시계를 또 조절하는 다른 물질, 방법들이 있을 것이거든. 그게 또 사람들마다 차이가 조금씩 있을 것이고." 

다린: "엄마, 키가 계속 자라는 건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엄마: "그렇지, 열 여덟살 정도면 거의 다 자랄걸." 

다린: "그럼, 키 다 자라고 나면 나 얼마든지 늦게 자도 되는거지요?" 

엄마: "엄마가 괜히 열 여덟살 되면 알아서 하라고 하는줄 아니? " 

^^ 

 ----------------------------------------------------------------------------------

다린이와 한 대화를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니고, 대화체 형식으로 글을 쓰느라 제 임의로 많이 고쳤습니다. 아이들에게 그냥 빨리 자라 하는 것보다 왜 지금 자야하는지 설명을 해주며 자라고 하면 쪼~금 더 말을 잘 듣는 것 같아서요 ^^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카스피 2010-01-28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정말 잘 정리하셨네요.아이들이 일찍자야하는 이유는 말씀하신대로 10시에서 2시사이에 키크는 호르몬이 가장 왕성하게 분비되기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hnine 2010-01-28 21:04   좋아요 0 | URL
어른들은 대개 알고 계실만한 것이지만, 아이들한테 뭘 하라고 할 때 말이 되든 안되든 이유를 설명해주면서 하라고 하면 더 말을 잘 듣는 것 같아서 한번 정리해봤어요.

상미 2010-01-28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애들이 알아듣기 쉽게 잘 썼네~
나같으면 <너 왜 안자~~,얼렁자~ >그랬을건데, 너니까 저렇게 조근조근 설명하지.
아들이 묻고 엄마가 답하고 뭐 그런책 써봐...
다린이도 널 닮아서 잠이없나보다.
경은이 초등학교 입학하고선 8시부터 재웠어.ㅋ
중학교 가서도 시험때나 10시반에 자고, 늦어도 10시에는 자고 ,
고딩이 된 지금도 학교 다녀온 시간이 10시50분,
다른 애들 2시까지 한다는데, 11시 반이면 꿈나라~~

hnine 2010-01-28 21:13   좋아요 0 | URL
내가 네말 듣고 특히 일찍 재우려고 하잖아 ^^
11시 반에 자면서도 공부를 잘 하니, 내가 학교 다니면서 제일 궁금하고 신기하게 생각하던 경우에 해당하는구나. 저애는 혹시 천재가 아닐까 생각했었다니까~ ㅋㅋ
애들이 참 신기하게, 말귀를 잘 못알아 들을때조차도 뭔가를 설명하면서 시키면 말을 잘 듣더라구. 그러니까 이건 엄마가 무작정 시키는게 아니라 뭔가 이유가 있어서 하라고 하는구나, 이렇게 접수하나봐.

비로그인 2010-01-28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다행이네요. 나이가 들어.. 밤도깨비짓을 하고 돌아다녀도 되니 말이죠 ^^ 근데..설마 어릴 적에 매일 9시에 주무셔서 별명을 hnine 으로 정하신 건 아니죠?? 9시 하니 9h가 생각나네요 ㅋ

그리고,,쪼~끔 말을 잘 듣게 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한거군요 ㅎ

hnine 2010-01-29 14:28   좋아요 0 | URL
하하...9h, 제가 어릴 때부터 잠이 없었어요. 식구들 다 잠들고 온 방에 불이 꺼진 다음에도 잠이 안와서 동생을 깨워서 같이 놀자고 조르고, 그러다가 할머니께 꾸중듣고, 그랬었거든요. 제가 먹는 건 가리지 않고 다 잘 먹었었는데 이렇게 키가 작은건 아무래도 잠을 충분히 안 자서 그런거라고 생각해요.

맞습니다, 쪼~끔 말을 잘 듣게 하는 것도 그냥 저절로 되지 않더라고요 ^^

같은하늘 2010-01-30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아이는 그래도 말을 안들어요.ㅜㅜ
낮에는 실컷 놀고 자라고 들여보내 놓으면 책보고 있다가 혼나지요.

hnine 2010-01-30 10:14   좋아요 0 | URL
그럼 잘 때 아예 지금부터 5분동안은 책 읽는 시간, 그리고 자자~ 라고 해보면 어떨까요. 전 가끔 핸드폰으로 알람을 5분후, 혹은 10분 후로 맞춰 놓기도 해요. 알람 소리가 울리면 책 덮기로 미리 약속을 해놓고요.
에효, 엄마 몸 뿐 아니라 머리도 잠시도 쉴 사이가 없지요.
 
<자학의 시>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자학의 시 1 세미콜론 코믹스
고다 요시이에 지음, 송치민 옮김 / 세미콜론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알라딘 서평단이 된 덕분에 몇년 만에 이렇게 책으로 나온 만화를 보는지 모르겠다.
이 '자학의 시 (詩)'란 만화는 1985년에서 1990년까지 일본 잡지에 연재된 네컷짜리 만화 시리즈였던 것이 1996년에 단행본으로 출간된 것인데 2007년엔 영화화되기도 했다고 한다. 

   
 

1,2권으로 되어 있는데 어느 것 부터 읽어도 무리가 없다. 나도 실제로 2권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고 나서 오히려 순서가 이것이 맞지 않나 생각이 들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유키에라는 여자는 어릴 때 엄마가 집을 나가고 홀아버지 밑에서 자란다. 그러나 아버지는 변변한 직장 없이 늘 사채꾼에게 쫓겨 다니기만 하여 유키에가 신문 돌리는 일을 하여 생계를 유지했으니 사실은 홀아버지를 어린 유키에가 부양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하겠다. 학교에서도 늘 외로왔던 유키에, 하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코믹하게 그려져 있다.
어른이 된 유키에. 사랑하는 남자 이사오를 만나 함께 살게 되지만 결혼식은 물론이고 혼인 신고도 안한 상태, 더구나 이 남자 역시 유키에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 처럼 직장은 커녕 경마와 오락에만 관심이 있을 뿐, 식당에서 일을 하는 유키에에게 전적으로 의존하여 살고 있을 뿐이다. 이런 남자를 너무나 너무나 사랑하는 유키에는 그가 늦게 들어오는 날에는 그의 옷을 부둥켜 안고서 행복해하며 잠이 드는 그런 여자이다. 영화 포스터에도 나와 있듯이 마음에 안들면 밥상을 뒤집어 엎어버리는 것이 취미인 이 남자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바치는 유키에를 동정할 필요도, 이해하려고 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사랑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것이던가? 이유가 없는 것이니까. 그렇게 사랑할 대상이 있고, 자기의 사랑을 쏟을 상대가 있는 것이 오히려 완전한 외로움보다 살아가는데 힘이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 만화에서 옆집의 과부 아주머니가 유키에를 부러워하는 모습에서 알수 있듯이 말이다.
정상적인 직업이 없었던 이사오가 그나마 한동안 일하던 곳은 야쿠자 조직 밑이었는데, 하는 일이라는게 야쿠자 관련 업소에 트럭으로 물수건을 배달하는 일. 아내를 잃고 딸에게 변변히 아버지 노릇도 못하는 이 남자, 그리고 역시 자기에게 매달리는 여자에게 돈과 사랑을 의존하며 사는 유키에의 남자, 역시 혼자 외로와하며 어떻게 해서든지 유키에의 환심을 사고 싶어하는 유키에가 일하는 식당의 주인 남자. 이 만화에 등장하는 남자들의 모습이다. 만화가 가진 잇점이랄까, 읽는 사람들에게 이런 문제들을 드러내보이지만 심각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이다. 야쿠자, 실업, 학내 소외 문제 등, 일본에서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이 여기 저기서 잘 드러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보다 먼저 잠깐 이 책을 들여다본 남편의 말이, 무뚝뚝하고 표현력 없으며 한심하게만 보일 수도 있는 유키에의 남편이 그래도 유키에를 많이 사랑하고 있다고. 역시 남자의 마음은 남자들이 더 잘 알아보는 모양이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0-01-28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였군요. 소설인 줄 알았다능...
영화 보고 싶네요.^^

hnine 2010-01-28 15:43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영화로 보면 또 어떨까 저도 궁금하던걸요.
위의 만화는 혹시 보고 싶으시면 말씀하세요 ^^

stella.K 2010-01-29 16:23   좋아요 0 | URL
보고 싶기는 한데 님 마음만 받겠습니다.
마음 써 주셔서 고마워요.^^
 

  

우리 아파트 마루 창을 열면 보이는 차도, 그리고 이 나무들.
이래봐도 메타스퀘이어란다.



 

 

 

 

 

 

 

 

 

 

 



햇살이 따스해보여 집을 나서 이 길을 따라 쭉 걸어보았다.
 



 

 

 

 

 

 

 

 

 

 

 

    

동네에 있는 야트막한 숲속 길을 따라 걸었다.
며칠 전만 해도 눈이 덮혀 있었고, 덮힌 눈이 꽝꽝 얼어, 안그래도 잘 넘어지는데 혹시 혼자 걷다가 꽈당 미끄러져 넘어질까봐 구경만 하고 돌아섰었다. 

며칠 동안의 햇볕은 대부분의 눈들을 흔적도 없이 녹여 놓았다.
땅도 말랑말랑.
눈만 녹인 것이 아니라, 언 흙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놓았다, 햇빛이.

 

 

 

 

 

 

 

 

 

 

 

 

 

 

적당한 지점에서 발걸음을 돌려 다시 내려오니, 체육공원에 인근 유치원 아이들인지 단체로 나와 놀고 있다. 아이들은 그 모습만으로도 생기와 푸릇푸릇함이 느껴지는, 풍경 그 자체이다. 

이렇게 흙을 밟고, 땅을 밟으며, 마음껏 소리치며 놀 시간이 점점 줄어가는 것이 안타깝다.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10-01-27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스개소리로 메타포세크 라고 부르는 나무군요..^^ 말씀처럼 곧 해토가 오겠군요~
기분좋은 햇살 느끼며 하루 풍성하게 보내시길 빕니다.

아..근데 맨 마지막 사진 보니 저도 이나이에 갑자기 소리치며 막 뛰어놀고 싶네요 ㅠ.ㅠ

hnine 2010-01-27 09:08   좋아요 0 | URL
아이가 있으면 가끔 아이 핑계대고 (아이랑 놀아주는 척 하면서) 저렇게 뛰어놀 수 있어요 이 나이에도요 ^^

세실 2010-01-27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규환이 춥다고 한발자욱도 나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걱정스러워요.
전 규환이만할때 개울가에 가서 얼음썰매 타고 신나게 놀았는데 말입니다.

hnine 2010-01-27 09:09   좋아요 0 | URL
아직 춥긴 추워요. 오후 2~4시 경, 그때 잠깐 나가서 햇빛 쏘이고 들어오는데, 해 지면 역시 쌀쌀하더라고요.
다린이는 저녁 먹고 어두워진 후에도 공차러 나가자고 졸라서 걱정인데 말이지요 ㅋㅋ

상미 2010-01-27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메타세콰이어 길은 사시사철 다 보기 좋구나.
추위도 다 갔다 싶으면서 벌써 우충충한 색깔 옷 입기가 싫더라구.

hnine 2010-01-27 09:34   좋아요 0 | URL
진짜 멋장이는 계절을 미리 앞서 간다잖아.
우중충한 겨울옷 말고 밝은 색 옷을 지금부터 입어보는거야 우리~ ^^

하늘바람 2010-01-27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따라서 산책한 기분이에요. 메타세콰이어 길 걷고 싶네요

hnine 2010-01-27 16:26   좋아요 0 | URL
매일 보면 별로 특별해보이지도 않는데 그래도 가끔 눈에 들어오는 날이 있네요.

카스피 2010-01-27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추위가 한물가서 바람만 불지 않으면 햇빛이 매우 따사로이 느껴지더군요^^

hnine 2010-01-27 16:27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목련나무에서 벌써 꼬물꼬물 뭐가 나왔더라고요 ^^

프레이야 2010-01-27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벗은 메타세콰이어가 늠름해보여요.
하늘이 유난히 파랗네요.^^

hnine 2010-01-28 06:50   좋아요 0 | URL
혹시 나중에 이곳을 떠나게 되면 저 나무가 많이 생각날 것 같아요.
저 날을 유난히 하늘이 파래보였지요. 절로 집을 나서게 만들었을 정도로요. 어제는 비가 오고, 오늘도 땅이 젖어 있네요.

미설 2010-01-28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사진 보고 있는것 만으로도 청량감이 느껴지네요. 오늘은 볕은 좋은데 은근히 바람이 쌀쌀하더라구요~

hnine 2010-01-28 15:44   좋아요 0 | URL
오늘은 아침에 잠깐 나갔다 들어오고는 계속 집에 있네요.
알도랑 봄이 잘 있지요? 지난 번 올려주신 봄이 사진이 또 머리 속에 떠올라요 ^^

순오기 2010-01-29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니뭐니 해도 담양의 메타세쿼이어 거리가 최고죠.^^
2008년 알라디너들이 광주에 왔을 때 담양 메타세쿼이어 페이퍼를 보셨을려나?
http://blog.aladdin.co.kr/714960143/2139472

도심에서 흙을 밟을 수 있다는 걸 감사해야죠.

hnine 2010-01-29 22:56   좋아요 0 | URL
그럼요, 어디 담양의 메타세쿼이어에 비교하겠어요.
전 그래서 그 나무는 그렇게 유명한 곳에 가야만 볼수 있는 줄 알았었거든요.
바로 우리 집 앞에서 매일 볼수 있다는 것에 새삼 감사하고 싶을 뿐이지요.

같은하늘 2010-01-30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아름다운 동네에 사시네요.
우리동네는 이리보아도 저리보아도 아파트뿐인데...ㅜㅜ

hnine 2010-01-30 10:07   좋아요 0 | URL
저희 동네도 크게 다르지는 않답니다. 저기서 카메라를 조금만 돌려서 찍으면 아파트 숲이긴 마찬가지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