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로보트 목소리 흉내를 내며) "10분 전 9시! 10분 전 9시! 어린이들은 이제 잠 잘 준비를 해야할 시간입니다." 

다린: "아, 엄마. 이거 쪼~끔만 더보다 잘께요." 

엄마: "그거 쪼~끔 남은 거 내일 계속 봐도 돼." 

다린: "궁금해서 결과를 보고 싶은데...아, 그런데 엄마는 왜 꼭 9시에 자라고 해요? 제가 무슨 기계인가요? 매일 9시가 되면 자야 되게." 

엄마: "먹는 것만 잘 먹는다고 키가 자라는게 아니더라, 엄마를 보니까. 잠도 잘 자야 키가 쑥쑥 자라지. 엄마가 어렸을 때 잠을 참 안 잤거든. 네 나이에는 9시간은 자야 충분해." 

다린: "그럼, 오늘 좀 늦게 자서 내일 좀 늦게 일어나면 되잖아요. 언제 자든 9시간만 채우면 되는 것 아닌가요?" 

엄마: "얼만큼 자느냐만 중요한게 아니라 사실 언제 자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거든? 대낮에 9시간 자는 것 보다, 해가 지고난 밤에 그만큼 잠을 자주어야 해. 그 중에서 특히 더 중요한 시간 있는걸? 언제게?" 

다린: "잠 자는데 특히 더 중요한 시간이 있다고요? " 

엄마: " 밤 11시 부터 새벽 2시까지, 이때가 바로 그 특히 더 중요한 시간이래." 

다린: "왜요?" 

엄마: "우리 몸 속에도 시계가 있어. 우리가 시계를 보고 할 일을 하듯이 우리 몸도 몸 속의 시계에 따라서 일을 한단말야. 우리 키를 자라게 하는 물질이 있는데 이 물질이 바로 이 시계를 보면서 일을 하거든? 얘네들이 일을 하는 시간이 바로 밤 11시 부터 새벽 2시까지야. 그런데 우리가 그 시간에 잠을 자지 않고 깨어 있으면 얘네들이 밤이 아닌 줄 알고 헷갈려 한단 말야. 그러니까 제대로 일을 팡팡 할 수 있겠어?" 

다린: "우리 몸 속에 진짜 그런 시계가 있단말이예요? 우리 몸 속 어디에 있어요? " 

엄마: "뇌!" 

다린: "아~ 뇌는 정말 여러 가지 일을 하네요."

엄마: "아 그러니까 중요하지~ 뇌 중에 특히 이런 시계 역할을 하는 부위가 있지.
그런데 이 시계를 작동시키는데 뇌만큼 중요한 곳이 또 하나 있어. 어디일까?" 

다린: "엉?? 거기가 어디예요?" 

엄마: (다린이 눈을 가리키며) "바로, 여기!" 

다린: "앗, 깜짝이야." 

엄마: "이 눈으로 빛이 들어오는 것에 따라 뇌 속의 시계가 작동하는 것이거든. 눈으로 들어온 빛이 다른 전기 신호로 바뀌어서 뇌로 전달되는거지. 그러니까 잘 때 방의 불을 켜놓고 자면 안되겠지?" 

다린: "사람들은 그런 걸 다 어떻게 알아냈을까?" 

엄마: "다 알아내기는. 아직도 알려진 것 보다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많아서, 많은 사람들이 이것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중이란다. 키를 크게 하는 물질은 이런 시계의 조절을 받는 많은 것들 중의 하나일 뿐이고, 이런 시계를 또 조절하는 다른 물질, 방법들이 있을 것이거든. 그게 또 사람들마다 차이가 조금씩 있을 것이고." 

다린: "엄마, 키가 계속 자라는 건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엄마: "그렇지, 열 여덟살 정도면 거의 다 자랄걸." 

다린: "그럼, 키 다 자라고 나면 나 얼마든지 늦게 자도 되는거지요?" 

엄마: "엄마가 괜히 열 여덟살 되면 알아서 하라고 하는줄 아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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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린이와 한 대화를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니고, 대화체 형식으로 글을 쓰느라 제 임의로 많이 고쳤습니다. 아이들에게 그냥 빨리 자라 하는 것보다 왜 지금 자야하는지 설명을 해주며 자라고 하면 쪼~금 더 말을 잘 듣는 것 같아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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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1-28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정말 잘 정리하셨네요.아이들이 일찍자야하는 이유는 말씀하신대로 10시에서 2시사이에 키크는 호르몬이 가장 왕성하게 분비되기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hnine 2010-01-28 21:04   좋아요 0 | URL
어른들은 대개 알고 계실만한 것이지만, 아이들한테 뭘 하라고 할 때 말이 되든 안되든 이유를 설명해주면서 하라고 하면 더 말을 잘 듣는 것 같아서 한번 정리해봤어요.

상미 2010-01-28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애들이 알아듣기 쉽게 잘 썼네~
나같으면 <너 왜 안자~~,얼렁자~ >그랬을건데, 너니까 저렇게 조근조근 설명하지.
아들이 묻고 엄마가 답하고 뭐 그런책 써봐...
다린이도 널 닮아서 잠이없나보다.
경은이 초등학교 입학하고선 8시부터 재웠어.ㅋ
중학교 가서도 시험때나 10시반에 자고, 늦어도 10시에는 자고 ,
고딩이 된 지금도 학교 다녀온 시간이 10시50분,
다른 애들 2시까지 한다는데, 11시 반이면 꿈나라~~

hnine 2010-01-28 21:13   좋아요 0 | URL
내가 네말 듣고 특히 일찍 재우려고 하잖아 ^^
11시 반에 자면서도 공부를 잘 하니, 내가 학교 다니면서 제일 궁금하고 신기하게 생각하던 경우에 해당하는구나. 저애는 혹시 천재가 아닐까 생각했었다니까~ ㅋㅋ
애들이 참 신기하게, 말귀를 잘 못알아 들을때조차도 뭔가를 설명하면서 시키면 말을 잘 듣더라구. 그러니까 이건 엄마가 무작정 시키는게 아니라 뭔가 이유가 있어서 하라고 하는구나, 이렇게 접수하나봐.

비로그인 2010-01-28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다행이네요. 나이가 들어.. 밤도깨비짓을 하고 돌아다녀도 되니 말이죠 ^^ 근데..설마 어릴 적에 매일 9시에 주무셔서 별명을 hnine 으로 정하신 건 아니죠?? 9시 하니 9h가 생각나네요 ㅋ

그리고,,쪼~끔 말을 잘 듣게 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한거군요 ㅎ

hnine 2010-01-29 14:28   좋아요 0 | URL
하하...9h, 제가 어릴 때부터 잠이 없었어요. 식구들 다 잠들고 온 방에 불이 꺼진 다음에도 잠이 안와서 동생을 깨워서 같이 놀자고 조르고, 그러다가 할머니께 꾸중듣고, 그랬었거든요. 제가 먹는 건 가리지 않고 다 잘 먹었었는데 이렇게 키가 작은건 아무래도 잠을 충분히 안 자서 그런거라고 생각해요.

맞습니다, 쪼~끔 말을 잘 듣게 하는 것도 그냥 저절로 되지 않더라고요 ^^

같은하늘 2010-01-30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아이는 그래도 말을 안들어요.ㅜㅜ
낮에는 실컷 놀고 자라고 들여보내 놓으면 책보고 있다가 혼나지요.

hnine 2010-01-30 10:14   좋아요 0 | URL
그럼 잘 때 아예 지금부터 5분동안은 책 읽는 시간, 그리고 자자~ 라고 해보면 어떨까요. 전 가끔 핸드폰으로 알람을 5분후, 혹은 10분 후로 맞춰 놓기도 해요. 알람 소리가 울리면 책 덮기로 미리 약속을 해놓고요.
에효, 엄마 몸 뿐 아니라 머리도 잠시도 쉴 사이가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