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 제1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임영태 지음 / 뿔(웅진)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임영태. 처음 듣는 이름이다. 경력을 본다. 1992년에 등단했다고 하는데 그의 작품 목록 중에 읽은 것이 없다. 어떤 선입견 없이 그의 작품과 만날 수 있겠다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다.
매우 평이한 문체에, 수식이 많지 않으며, 주인공을 비롯한 인물의 감정 표현에 과함이 없는, 내가 선호하는 글 스타일이었기 때문일까. 매우 빠른 속도로 읽혔다. 범인이 궁금한 추리 소설도 아니면서, 어떤 특별한 사건이 펼쳐지는 스토리도 아니면서, 그렇게 속도감 있게 읽힐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아마도 다른 사람의 일기장을 훔쳐 보는 기분으로 읽혀졌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소설이라기 보다는 어떤 한 남자의 일기장, 혹은 블로그의 아주 개인적인 한 카테고리를 쭉 훑어 읽는 느낌이 들게 할 정도로,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여진 글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마치 독백과 같은 글이었다. 더구나 자전적 요소가 적지 않다는, 어느 신문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 난 후임에야.
조용히 옆에서 남자를 지켜봐주고, 챙겨 주던 아내가 병으로 세상을 뜨고, 아내에게 잘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는 생각때문에 더욱 쓸쓸해하며 살아가는 남자의 이야기에 아내가 살아 있을 때의 이야기, 그때 키우던 개 이야기, 어릴 적 왕따 친구 이야기, 한동네 살던 불행했던 누나 이야기 등이 어우러져, 어느 대목 하나 쓸쓸하지 않은 대목이 없는, 그런 소설이었다.

태인이 집 근처까지 갔지만 기척이 없었다. 나는 조용히 숨을 들이마신 뒤, 허리를 숙여 개집 안을 들여다보았다. 태인이가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태인아! 나는 얼른 태인이를 안았다. 태인이가 꼬리를 흔들었다.
"그만해라, 힘도 없을 텐데."
나는 태인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114쪽)

 태인이는 주인공과 그 아내의 이름 한자씩을 따서 만든, 키우는 개의 이름이다. 상한 음식을 먹고 키우던 개 네 마리 중 두 마리가 죽던 때의 이야기 중 한 대목인데 읽는 동안 마치 위의 장면이 눈 앞에서 펼쳐 지고 있는 것 같았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동안에도 계속 그 잔영이 머리 속에 남아 있었다. 생사의 기로에서도 주인을 반기는 개와, 그런 개의 마음을 알아주는 남자의 따뜻하고도 쓸쓸한 말투.

이 사람은 슬프다는 말을, 쓸쓸하다는 말을 다음과 같은 식으로 한다.

도가니탕이 나왔다. 뽀얀 국물을 한 숟가락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더 먹지 못했다. 손에 숟가락을 든 채, 울음을 참으면서 나는 국물이 식을 때까지 창밖 거리만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228쪽)

주인공이 한때 위가 안좋아 병원 신세를 지고 나온 후 기운 차리라며 아내가 사주었던 도가니탕. 혼자서 그 도가니탕을 주문해서 먹는 장면이다. 눈물을 뚝뚝 흘린 것도 아니고, 그 자리를 그냥 박차고 나간 것도 아니고, 울음을 참으면서 숟가락을 든채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 그렇게 슬픔이 삭기를 말없이 기다리며 사는 일상인 것이다.

아내가 죽고 난 후 종우 형은 이따금 전화를 걸어 내가 무사히 살고 있는가를 체크했다. 몇 번째 전화던가, 종우 형의 전화가 '체크'라는 것을 느꼈을 때 내가 말했다.
"형님, 저는 따라 죽을 위인 못 돼요."
"누가 뭐래. 서울 올라가면 잘 때 없을까 봐 그러지." (120쪽)

남겨진 사람은 남겨진 대로의 삶을 계속 살아가야 한다. 대필을 의뢰하는 전화가 오면 한치도 게으름없이 성실하게 답변하고 일을 맡겠다고 응하는 주인공이 고맙다. 왜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주어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부디 추억이 그를 끌어내리지 않고 계속 지탱해나가게 하는 힘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마도 내가 읽은 책 중 제일 쓸쓸한 느낌을 주는 책 리스트를 만든다면 빠지지 않고 들어갈 책이다. 책을 읽고 나면 미루지 않고 바로 리뷰를 쓰는 편인데 이 책은 다 읽고서 다른 책까지 한 권 더 읽고서 리뷰를 쓴다. 일부러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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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2-17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설날전에 주문해서 오늘 받았는데 hnine님의 리뷰를 보니 안심이 되요 (엄한 것 주문하지 않았다는 안도감) 대필작가 이야기라는 데 끌려서 덥썩 주문했었거든요.

hnine 2010-02-17 22:39   좋아요 0 | URL
읽어보실만 합니다. 작가 자신도 지난 4년 동안 대필작가로 일해오고 있었고, 그래서 대필작가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주인공 직업도 그렇게 정했다고 하더군요.

하늘바람 2010-02-17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필작가 이야기? 궁금하네요^^

hnine 2010-02-17 22:40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2010-02-17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7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0-02-17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들어 본 이름 같습니다. 읽어보지 못했구요. hnine님의 제일 쓸쓸한 느낌을 주는 책이라. 왠지 저는 읽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제목은 참 맘에 드는데...^^

hnine 2010-02-17 22:46   좋아요 0 | URL
들어보셨군요. 쓸쓸한 느낌을 주지만 괜히 읽었다는 생각은 들게 하지 않는 책이어요. 아마 읽는 사람의 어느 한 구석에 있던 비슷한 정서를 어루만져준다고나 할까요.
 

'동물원에 가 보았지...' 라는 노래를 부른 그룹의 이름도 '동물원'. 대학교 때 내가 정말 좋아하던 그룹이었다. 어제 오후 동물원을 돌아다니며 그 노래를 계속 흥얼흥얼 거렸다.

이곳으로 이사오고 제일 처음 나들이 삼아 가본 곳이 동물원. 아이가 여섯 살 때였다. 그 이후로도 얼마나 자주 갔는지 아마 어제 간 것이 열번 째 쯤 되지 않느냐고 아이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지난 번에 왔을 때 수달 사육사 공사를 하고 있던 기억이 나는데 어제 가보니 사육사 밑으로 지나가는 통로가 만들어져 있었다. 그 통로를 따라 가며 아이들이 수달을 옆에서도 보고 아래에서도 볼수 있게 해 놓은 것이다. 귀엽게 생긴 수달이 먹이로 던져진, 꽁치로 보이는 생선 토막을 열심히 먹는 모습이 새삼 신기했다. 

원숭이 사육사 속의 원숭이는 사과, 귤, 토마토 조각을 열심히 먹고 있었다. 두 손으로 과일을 잡고 먹는 모습이 사람들이 과일을 먹는 모습과 매우 흡사하여 사육사 유리창 앞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그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원숭이는 그 과일이 왜 자기에게 주어졌는지 모른다. 던져 주니 정신 없이 달려들어 맛있게 먹고 있을 뿐. 사람들이 둘러서서 그런 자기 모습을 구경하고 있는 것을 알까?  그래서 주어진 먹이라는 것을 알까? 던져진 먹이, 본능에 따른 행동, 보상, 댓가, 구경꺼리...이런 말들이 머리 속에서 맴돌기 시작하더니, 이 동물원이라는 것이 만들어진 것 자체가 인간들의 구경거리를 위해서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야생에서 뛰어 다녀야 하는 동물들이 잡혀와 우리 속에서 평생을 지낸다는 생각을 하자 좀 우울해지기도 했다.

연휴 마지막 날, 가족끼리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동물원의 주 관람객을 어린이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나는 동물원에서 데이트를 하는 것을 한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는데 어제 보니 푸릇푸릇한 젊은 연인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소박하고 수줍어 보이는, 요즘 젊은이 같지 않아 보이는 커플도 있었고, 잔뜩 멋을 부린 티가 금방 나는 남자와 눈의 띄게 공들인 화장에 긴 생머리를 연신 뒤로 쓸어 넘기는 여자 커플도 있었다. 혼자 온 남자도 보았다. 동물원이 그리 크지 않다 보니 돌다 보면 한번 본 사람을 또 보게 되는 수가 많은데 그 남자는 카메라 하나 메고 잔뜩 움츠린 채, 동물을 보는지 사람들 구경을 하는지 그저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인지 잘 알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천천히 걷고 있었다. 

아이가 처음에 왔을 때 탔던 놀이기구를 가리키며 탈거냐고 물어봤더니 아이가 단번에 싫다고 한다. 이제 그런 건 안탄다고. 이제는 아이가 아니라는 뜻이다.  

다음에 올때는 아마 개나리, 진달래가 온 동물원을 덮고 있겠지. 머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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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6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2-16 17:18   좋아요 0 | URL
이제 어릴 때 부르던 노래를 한번 불러보라고 해도 싫어합니다. 어제 동물원에서 Brown bear가 있길래 어릴 때 부르던 같은 제목의 노래가 생각나서 한번 불러보라고 했더니 애들이 부르는 노래라면서 거기서는 싫고 있다가 집에 가서 부르겠다고 하더군요.

연휴는 무사히 보냈는데 여전히 저는 명절이 조금도 기다려지지 않는, 대한민국의 며느리랍니다. 올해 추석까지는 이제 걱정 없다 라는 홀가분함이 더 컸다고나 할까요.

상미 2010-02-16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동물 좋아하는 병규는 아빠랑 대전 동물원도 다녀왔지.ㅋㅋ
옛날 옛적 남편이랑 데이트 할 때, 동물원도 가끔 갔지.

hnine 2010-02-16 21:07   좋아요 0 | URL
대전동물원에 언제 다녀왔는지. 지금은 예전보다 확장되어서 플라워랜드라는 곳도 생기긴 했어.

상미 2010-02-17 00:1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벌써 병규가 초등학교 5학년 때니까 한~~참 전이지...

비로그인 2010-02-17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누구 손잡고 가끔 갔는걸요 ^^..

hnine 2010-02-17 09:17   좋아요 0 | URL
부모님 손 잡고...는 아니시겠지요? ^^
 
사금파리 한 조각 1
린다 수 박 지음, 이상희 옮김, 김세현 그림 / 서울문화사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존 뉴베리 (John Newbury)는 18세기 영국의 서적상, 혹은 출판업자라고 알려져 있는데 1922년 미국에서 그의 이름을 딴 아동문학상이 제정되어 현재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아동문학상 이름이 됨으로써 뉴베리란 인물보다 상 이름이 더 유명해지게 되었다. 수상자에게 메달이 수여되는 이유로 뉴베리 메달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상은, 상이 수여된 작품의 책 표지에도 노란 색 뉴베리 메달이 새겨짐으로 해서 그 작품을 더 돋보이게 한다.
뉴베리 상은 미국시민이나 미국에서 거주하는 사람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한국인 최초로 뉴베리 메달 수여의 영예를 안은 이 책 <사금파리 한조각> 역시 영어로 쓰여져 영어로 출간되었고, 이후에 한국어로 '번역 출간'되어 국내에서도 많이 읽혀진 작품이다.
 한국인 부모를 두기는 했지만 한국에서 자라다가 미국으로 이민간 것도 아니고 미국에서 태어나줄곧 미국에서 자란 저자 린다 수 박은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비로소 자기 아이들에게 한국에 대해 알려주고 싶지만 알려 줄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그때부터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곧 한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 작업이 자신에게 얼마나 엄청난 경험이었는지 모른다고 작가의 말에서 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어가다보면 저자의 그 말의 의미를 금방 이해하게 된다. 마치 도자기를 만들고 굽는 경험을 많이 해본 사람이 쓴 것 같은 자세한 설명과 묘사, 특히 그 중에서도 아직까지도 고려시대의 그 기술이 완전히 재현되지 않고 있다는 상감청자를 만드는 과정이 단지 이 소설의 한 에피소드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그 줄기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흙으로 그릇을 빚고 그 위에 단순히 그리고싶은 문양을 그리거나 새기는 것이 아니라, 그릇 위에 오목한 무늬를 파서 틈을 만들고 그 사이에 그릇을 빚을 때 사용한 것과는 다른 종류의 흙, 즉 백토나 자토를 집어 넣고 굽게 되면 백토나 자토가 들어간 부분은 다른 색으로 변하게 되어 무늬를 나타내게 된다. 이런 상감 기법을 오묘한 녹색의 청자에 도입하여 그 어느 나라도 따라 올 수 없는 고려의 상감 청자가 탄생되는 것이다. 학교 다닐 때 국사 시간에도 배웠고, 대학 때 미술사 시간에도 배웠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만큼 실감나게 이해하지 못했었다. 아마 스토리를 따라가는 재미 뿐 아니라 책 뒤에 사진과 함께 실려있는 도자기 제작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 덕분이었을 것이다.
부모의 얼굴도 모른채, 동네의 거렁뱅이나 다름없는 두루미 아저씨와 함께 다리 밑에서 살고 있는 목이라는 어린 아이가 마을 도예꾼들이 작업하는 것을 기웃거리며 도자기에 관심을 갖게 되고, 가진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지만 언젠가는 자기 손으로 그 도자기를 만들고 싶다는 오로지 그 일념아래 배가 고픈 것도, 하루 종일 나무를 해오고 흙을 실어오는 고단함도, 쉽게 기술을 가르쳐 주지 않으려는 민영감의 냉대 속에서도 인내로 버텨 나가는 과정은 어찌 보면 예술의 길, 또는 꿈을 이루어 가는 여정이라고도 보여진다.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민영감의 귀중한 도자기를 지고 송도(지금의 개성)로 가는 도중 도적을 만나  도자기는 산산 조각이 나버리지만 거기서 주저앉지 않고 그 중의 한 조각 (제목의 사금파리 한 조각)을 주워 들고 가던 길을 계속 가서 왕실 감도관의 허락을 받아내는 목이. 그것이 바로 꿈을 가진 자의 용기이고 자신감 아닐까. 부서진 것은 도자기이지 '꿈'이 아니었던 것이다. 전체로서 온전하지 않은 작은 조각이지만 그 숭고한 기법과 가치는 충분히 살아있다고 믿는 자신감은, 목표는 높이 세워 놓고 기대만 클뿐 그만한 노력은 기울이지 않으면서 쉽게 좌절하고 꿈을 포기하네 마네하는 우리에게 조용히 무엇인가를 말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란 무엇이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용기가 무엇이며 인내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이책은 청소년들이 읽어도 큰 감동을 안겨줄 것이라 생각된다. 

  

(아버님 산소가는 차 안에서 읽었다. 오는 길에는 자면서 오고.
집으로 돌아오니 제기며 음식이며 정리해야 할 것들이 쌓여있긴 하지만 '숙제 다 했다!'는 홀가분함이 훨씬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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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2-15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베리 수상작을 열심히 챙겨보는데 이상하게 이 책은 도서관에서 골랐다가 자꾸 다른 책에 밀려났어요. 님 덕분에 다시 챙겨봐야겠어요.^^

hnine 2010-02-15 11:08   좋아요 0 | URL
매우 한국적인 내용에, 한국적인 삽화에...저자가 한참 공부해서 썼을 것으로 짐작되는, 들인 공이 느껴지는 그런 책 있잖아요? 이 책도 그런 책이었어요.
1권 표지의 바탕은 상감청자의 구름학 무늬가, 2권 표지에는 연화문이 바탕에 깔려 있지요. 김 세현이라는 분이 삽화를 그리셨는데 김 동성 화백의 그림이 곱고 정밀한 것에 비해 이분이 그린 주인공 소년 목이의 모습에는 어딘가 결연한 의지와 힘이 느껴지더군요.
한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비로그인 2010-02-15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조카 책 몇권 사서 보내야하는데, 요고 추가해서 보내야겠네요~ ^^
하하~ 어려운 숙제 마치셨다니..귀여우십니다. ㅋ

hnine 2010-02-15 22:30   좋아요 0 | URL
지난 번에 페이퍼에 쓰셨던 그 조카요? 보시다시피 1,2권으로 되어 있는데 한권이 140쪽 쯤 되어요.
아마 우리 나라 대부분의 맏며느리들, 아니 모든 며느리들의 공통적인 느낌이 아닐까 싶네요, 숙제 마쳤다는 느낌이요. 어른들이 들으시면 야단맞을까요? ^^

세실 2010-02-15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재미있게 읽었던 책입니다. 깊이가 있어요.
저도 숙제 다 했다는 홀가분함으로 휴일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이번 설에는 저 정말 고생 많이 했답니다. 헤헤~~
음식 옆지기랑 둘이서 준비했거든요.

hnine 2010-02-15 22:40   좋아요 0 | URL

세실님도 이 책 읽으셨군요. 신문에서 뉴베리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마음에 담아 놓고 있다가 이제서야 읽었네요.
이번 설 정말 고생 많으셨죠? 누구와 함께 하는 것과, 주도적으로 혼자서 알아서 하는 것과는 정말 많은 차이가 있잖아요. 저도 처음에는 얼마나 막막하던지...수고 많으셨어요. 아마 누구보다도 옆지기님께서 세실님께 많이 고마와하실 것 같네요.

꿈꾸는섬 2010-02-15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설 잘 보내셨지요? ㅎㅎ
저도 오늘 집으로 돌아오며 크게 호흡을 좀 했어요. 숙제 다한 듯 설을 마쳤잖아요.ㅎㅎ

hnine 2010-02-15 22:38   좋아요 0 | URL
저는 저희 집에서 음식 준비해서 차례를 지내기 때문에 차례 후 산소에는 가지만 따로 시댁에 따로 갈 필요가 없어서 그나마 편하게 설을 보낸다 생각이 들어요. 또 이번엔 산소 가는 동안 교툥 체증이 별로 없어서 저는 고생을 덜 했네요. 아직 어린 아이들 둘 데리고 먼길 다녀오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어요. 시댁에 가셔서는 또 어떠셨었는지...
이제 마음도 몸도 충분히 푹 쉬셨으면 좋겠네요.

하늘바람 2010-02-17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 잘 보내셨어요? 위 댓글 보니 잘 지내신 것같긴 한데 음식하시느라 힘드셨겠어요. 저는 마산 김해 부산까지 찍고 왔답니다

hnine 2010-02-17 18:16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프레이야님 서재에서 알았어요. 부산에도 가셨다고요.
여행이었는지요? 바다 사진 좀 보여주세요~~ ^^
 
<남자는 초콜릿이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남자는 초콜릿이다 - 정박미경의 B급 연애 탈출기
정박미경 지음, 문홍진 그림 / 레드박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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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연애 탈출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은 30대 미혼 여성을 주대상으로 역시 30대 중반 미혼인 저자가 그간의 경험과 다른 사람의 인터뷰 자료를 토대로 엮은 연애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미 30대 중반을 훨씬 넘어선 기혼자이지만 30대를 훌쩍 넘어서 결혼을 한터라 그때까지의 기억이 많이 남아 있어서 그나마 이 책을 읽기 시작할때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었다.
책의 내용, 공감이 가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는 것은, 어느 책에서나 마찬가지 이겠지만 이 책의 경우엔 '글쎄~'하며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내용이 비교적 많았음을 얘기할 수 밖에 없다. 결혼 적령기라는 것이 이미 무너지기 시작했고 많은 여성들의 결혼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많은 여성들이 결혼과 동시에 자기가 하던 일을 그만 두고 주부로서의 생활로 전환할 것을 계획하던 시대가 아니고, 남편의 지위와 조건에 묻어가려는 의존적 태도로 결혼을 보던 시대는 아니라고 본다. 그럼에도 이런 종류의 책들이 대부분 미혼 '여성'을 대상으로 쓰여지고 있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결혼은 여전히 여성에게 불리한 제도로 작용하기 때문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연애 하면서 계속 계산한다. 이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앞으로의 나의 인생에 보탬이 될지, 장애가 될지, 얼마나 도움이 될지를 따져 본다. 이런 이성적인 계산과 감정적인 절실함을 저울의 양쪽에 올려 놓고 균형을 이루는 지점에서 타협하고 판단을 내린다. 이렇게 책 한권의 경험을 안고 결혼을 하고 나면, 그때 부터의 이야기는 어디 책 한권 정도이랴. 열 권도 모자랄, 치고 받고, 밀고 당기는 이야기들이 생겨 나서 '지는게 이기는 것이다'라는, 언뜻 들으면 말도 안되는 말이 내 입에서 나올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어떤 경로를 거쳤든 일단 결혼을 하기로 결정을 내린다면 그 동안 연애하면서 가졌을 기대를 버리고 오히려 마음을 비우는 것으로 시작해야할 것이 결혼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시 시작, 리셋 (reset)이랄까? 연애하면서 보여진 그 남자의 모습을 바탕으로 하여 혼자서 어떤 남편상을 그려놓고 그것을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일곱 가지의 각기 다른 사례들을 읽으면서 몇가지 동의하기 어려웠던 것들 중의 하나는, '지금 나의 감정과 기분에 충실하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말이 '나만 좋으면 된다'는 것과 거의 같은 뜻으로 쓰여진 것 같다는 것인데, 이건 저자가 말하는'쿨'한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사회적인 통념이나 관습을 벗어나려는 것은 좋으나 거기에서 더 나아가 다른 사람에게 치명적인 상처가 되거나, 크게는 파괴를 초래할 수 있는 '내 감정에 충실하기'가 얼마나 오래 가겠는가.
여러 남자와 연인 사이를 동시에 유지하고 있는 한 미혼 여성의 사례에서, '한 남자로 모든 게 충족되지 않는다면 그 욕구의 일정 부분을 다른 남자들로부터 나눠서 얻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35쪽)'라는 말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의를 할지도 궁금해진다.
이 책의 한 꼭지 제목이기도 한 '착한 여자는 천국에 가지만 못된 여자는 아무데나 간다'라는 말은, 마음만 먹으면 웬만한 남자들은 다 넘어오게 할 수 있다는, 네 남자와 동시에 사귀고 있는 여성의 사례 내용이다. 이 제목은 예전에 읽은 다른 책에서 이미 눈에 익은 문장이었다.  

독일의 여성운동가 우테 에어하르트의 <나쁜 여자가 성공한다>라는 이 책에서이다. '착한 여자는 하늘나라로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로든 간다.' 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여기서 나쁜 여자란 '착한 여자 신드롬'에서 깨어나 독립적인 존재로 생각하고 자신의 인생을 당당하게 헤쳐 나가는 여자를 의미하는, 여성들로 하여금 그렇게 살 것을 주장하는, 내가 꽤 인상깊게 읽었던 책이다.
이 책에서의 관점이 남자에 의존하지 않는, 평등하고 독립적인 존재로서의 여성으로서의 삶이었다면, <남자는 초콜릿이다>에서는 부제에서처럼 B급 연애에서 탈출하기 위한, 좀 더 실속있고 현명한 연애를 하기 위한 것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대조가 된다.
나는 왜 우테 에어하르트의 책은 그토록 공감하여 '결혼을 앞두고 있는 후배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라는 제목으로 만든 리스트까지 만들어 그 중 한 권으로 뽑았을 정도였으면서, '남자는 초콜릿이다'라는 이 책에는 아주 최소한의 공감 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인지 알 것 같다. 

현명한 연애를 하기 위해 고민하지 말고, 현명한 인생을 살기 위해 고민하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어찌 보면 둘 다 고민 거리가 아닌지도 모르겠다. 고민하기보다는 직접 몸으로 부딛혀 배우는 것이 많다는 점에 있어서는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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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2-13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엔 남자들도 철저히 계산하는 추세인듯 해요. 나인님. 근데 그게 남자/ 여자 그 어느 개인들에게로만 책임을 묻기에는 한계가 많은 것 같더라구요. 여자의 스펙이나 재산을 보는 남자들이 많아지는 건 그만큼 세상 살기가 어려워지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듯이, 즉 같이 벌어줄 수 있는 능력 좋은 여자가 연애와는 다르게 결혼에 있어 필수 조건 중 하나가 되어지듯, 서로 실속을 따지겠다는 계산은 어쩌면 개인과 사회적 모순 양 쪽을 다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어머니 세대들의 분투 보다는<그저 집안교육이 엉망이거나 나쁜여자로 혹은 지혜롭지 못한 여자로 찍히기가 쉬웠죠ㅠㅠ 우리도 지혜로운 남자를 원하는데 말이지요..ㅠㅠ > 사회 경제적 시스템의 변화가 성적 평등을 더 빨리 앞당기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듯, 새로운 환경들이 어떤 가족의 그림을 가져올지는 계속 지켜봐야겠지만 남자건 여자건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만으로 딛고 일어서는 모습의 가족형태는 없어져야겠지요..

hnine 2010-02-15 22:51   좋아요 0 | URL
맞아요 현대인들님, 남자들도 철저히 계산하는데 남자들의 계산은 여자들의 계산과 그 배경에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어요. 이미 그동안 눈으로 보고 들어 뻔히 알고 있는 결혼으로 인한 손해, 양보, 방향의 급전환 등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안간힘이 여자의 경우라면, 남자들의 계산에는 더 빨리, 더 쉽게 기득권 층으로 들어가고 싶은 심리가 아닐까 하거든요. 같이 벌어줄 수 있는 능력 좋은 여자, 좋지요. 하지만 그 댓가를 어디서든 치르게 된다는 것은 남자도, 여자도 알아야 할 것 같아요. 달라진 결혼의 풍속은 가족 관계의 변화와 직결되기 때문에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 같고요.

솔직히 친한 후배들이 결혼에 대해 고민을 얘기할 때마다 저는 누구와 결혼을 하든 결혼으로 인해 여자가 겪는 것은 어차피 거기가 거기니 그렇게 이것 저것 재지 말고 그냥 이 사람 아니면 안되겠다 하는 남자가 나타나면 결혼을 하든가, 그 정도로 좋아하는 남자가 아니라면 하지 말고 혼자 사는 것은 어떻냐고 얘기하는, 극단적인 답변을 해주던 선배였어요. 그런데 우리 나라는 혼자 살거나 늦게 결혼하는 여자들에 대한 주위의 시선이 지나칠 정도이기 때문에 그것들로부터 자유로와지기가 제 경우에는 더 힘들더군요.

비로그인 2010-02-13 13:51   좋아요 0 | URL
"같이 벌어줄 수 있는 능력 좋은 여자, 좋지요. 하지만 그 댓가를 어디서든 치르게 된다는 것은 남자도, 여자도 알아야 할 것 같아요. 달라진 결혼의 풍속은 가족 관계의 변화와 직결되기 때문에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이 말씀에 정말 백만 스물 두번 동의해요. 나인님. 여자가 경제적인 역할을 나누어 갖게 되면 그만큼의 역할 변화가 따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갈등을 겪고 힘들어 하는 분들 너무 많이 뵈었거든요. ㅠㅠ

2010-02-13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2-13 15:40   좋아요 0 | URL
저와 같으시군요 ^^
혹시 위의 <나쁜 여자가 성공한다>는 읽어보셨는지요? 전 그 책은 꽤 설득력있게 읽었거든요.
서평단 덕분에 여러 가지 책 경험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눈이 말을 한다
중얼중얼
나 이렇게
지상으로 내려오기까지
어떤 사연이 있었노라고
말을 한다 
중얼중얼


말을 하다가 눈이
눈물을 흘린다
헤어지고 온 하늘
자기 힘으로는 이제 도저히
다시 돌아갈 수 없음이 서러워
꿀꺽꿀꺽
흐느낀다 


네가 땅에 떨어져
물이 되어 흐르거나
아니면 어딘가에 고여있다가
햇빛이 너를 말려 주면
너는 작은 물방울이 되어
다시 너의 하늘 가까이 돌아갈 수 있다고
내가 눈에게 말을 한다
중얼중얼 


눈은 눈물을 그친다


햇빛으로도
물방울이 되어 돌아갈 수 없는
내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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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3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2-13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음악 들으면 진짜 눈물 나오는데... (^^)
음악도 아름답고, 몰입하고 있는 연주자의 모습도 아름답네요.
한밤의 선물, 감사합니다.

L.SHIN 2010-02-13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좋네요...^^

hnine 2010-02-13 04:24   좋아요 0 | URL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

꿈꾸는섬 2010-02-13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눈이 참 많이 내려요. 귀성 행렬 차들은 얼마나 고생들이 많을까 싶어요.
나인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nine 2010-02-13 09:10   좋아요 0 | URL
여기도요...
오늘 일찍부터 들러주셨네요. 새해 인사도 주시고, 감사합니다.
꿈꾸는 섬님, 복 많이 받으세요.

비로그인 2010-02-13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읽고 마음에 새겨갑니다~

hnine 2010-02-13 13:12   좋아요 0 | URL
지난 밤 혼자 깨어있다가 그냥 끄적거려본 건데...(머쓱~ ^^)

세실 2010-02-13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참 아름다운 시네요. 내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한다에..울컥.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한 한해 되시길 기도드려요^*^

hnine 2010-02-13 13:15   좋아요 0 | URL
눈이 참 많이 오는 겨울로 기억될 것 같아요 이번 겨울은요.
어제 밤에 식혜 만드는 중 기다리는 시간에 떠오른 생각을 끄적거려보았어요.
이번 설 준비 혼자 하시는건가요 정말? 에효...너무 잘 하려고 스트레스 받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너무 잘 하시면 계속 시키시는 수가 있을까봐...쉬~).

이매지 2010-02-13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이 흐르는 건지 눈물이 흐르는 건지. :)
나인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nine 2010-02-13 21:05   좋아요 0 | URL
저는 영어로 tear의 뜻의 '눈물'을 생각하고 썼는데 이매지님 말씀 듣고 보니 정말 눈(snow)이 녹아내리는 물의 '눈물'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저보다 한 수 위이십니다 ^^
이매지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늘바람님 케이프 하고서 올리신 사진 보니 기억 속에 있는 예전에 올리신 사진보다 더 앳되보이시는 것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