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 딸을 둔 친구가 어느 날 딸의 학교로부터 경고 문자를 받았단다.
'귀댁의 자녀가 복장이 불량하여 벌점을 받았으니 가정내 연계지도 부탁드립니다' 라는.
치마 길이가 짧았다는  이유인데, 일부러 치마 길이를 줄여 입은 것도 아니고 허리 사이즈에 맞추어 사다 보니 길이가 좀 짧았던 것 뿐이고, 그래봤자 무릎 길이였다는데. 
사실 그것보다 더 웃긴건, 그래서 벌점을 주었으면 되었지 그걸 일일이 집에다가 친절하게 통보해주었다는 것이다. 초등학생도 아니고 고등학교 2학년, 내일 모레면 고등학교 3학년 되는 아이인데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 소피는 어릴 때부터 인형이나 장난감 같은데에는 관심이 없고 옷에 관심이 많은 아기였다. 다섯 살이 되었을 때에는 어린이 그림책보다 패션 잡지 뒤적이는 걸 더 좋아했고, 못보던 옷을 보면 그것을 구경하며 넋을 잃곤 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소피는 남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가는 것이 너무나 싫었다. 발은 두개인데 왜 사람들은 똑같은 구두 두 짝을 신는지 이상했고, 왜 같은 색의 양말을 신는지 이해가 안갔다. 되도록 남들이 안 입는 옷을, 집에 있는 엄마 옷, 아빠 옷, 모두 동원하여 자기 나름대로 꾸며 입고 학교 가는 것을 즐겼다. 그러던 어느 날, 소피 부모님은 학교로부터 경고성 편지를 받는다. '사육제 차림'으로 학교에 오게 하지 말라는 것. 소피의 부모는 소피에게 묻는다. 왜 그렇게 옷을 여러겹으로 입고 악세사리를 잔뜩 달고 다니는지. 그러자 소피는 이렇게 대답한다.
"이렇게 해야 옷을 입은 기분이 들거든요. 그러니까 나는 시를 쓰는 것처럼 옷을 입는 거예요. 내 몸은 종이고요, 두 손은 만년필, 두 눈은 영감의 창이에요. 모자는 느낌표이고, 스카프는 쉼표, 레이스는 말줄임표죠." (와~ 난 여기서 감탄!) 소피는 자신의 '시'가 무엇 때문에 문제가 되는지 전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그런 소피를 보고 엄마, 아빠는 학교에 이렇게 써서 답장을 보낸다.  




 

 

 

 

 

 

 

 

 

 

 

 

 

만약 자신의 아이가 이 책에 나오는 소피 같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나는 내 아이의 독특함에 내심 기쁠 것 같은데, 그건 여러 학생들이 모인 학교라는 집단을 지도하는 입장이 되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하는 생각일까? 

아이가 네 살 때로 기억된다. 사진의 날짜를 보니 9월 초인데 여전히 땀이 줄줄 나는 더운 여름이었다. 어린이집 갈 준비를 시키고 나는 출근 준비를 하는 아침, 아이가 부득부득 지난 겨울에 신던 털장화를 신고 가겠다는 것이다. 이 신발은 겨울에 추울 때 신는 것이라고 얘기를 해도 막무가내였다. 그래서 그냥 신겨서 보냈다. 덥긴 하겠지만 그거 하루 신고간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 해서. 신나서 털장화 신고 아파트를 나서는 아이를 보고 웃음만 나왔다. 


 

 

    

 

 

 

 

 

 

  

 

 

 

 

 

 

 

 

 

 

 

 

 

 

 

 

 

 

 

 

 

 

나중에 여동생이 이 사진을 보고서 내게 뭐라고 했다. 그날 남들이 애 옷차림을 보고 뭐라고 했겠느냐고.
'남들이 뭐라고 하는게 뭐 그리 문제야, 자기가 저러고 싶다는데 ㅋㅋ'
그리고 나도 바쁜 아침 시간이라서 더 아이를 말릴 시간이 없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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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0-10-31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소피랑 소피의 부모님께 추천 꾸욱이요~!!!
이 책 넘 좋은 걸요.
저희 아들의 패션감각도 남달라서,제가 곤혹스러울 때가 있는데...훌륭한 참고서가 되겠어요.

hnine 2010-10-31 12:17   좋아요 0 | URL
엊그제 <공주도 학교에 가야한다>라는 책을 읽고 관심이 가기 시작한 작가라서 도서관에 가서 세권을 더 빌려온 중 한권이어요. 책 괜찮지요? 소피의 패션은 하나의 예이고, 아이들의 취향이나 개성을 획일화로 밀어붙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어요.
양철나무꾼님 아들의 패션 감각, 궁금해요~ ^^

세실 2010-10-31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이들도 패션감각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 들어요. 규환이는 아직도 제가 꺼내주는 옷 입는 답니다. 스스로 꺼내 입으라고 하니 귀찮아서 싫다고 합니다. 에구구...

담주에 규환이가 중간고사 보는지라 오늘은 방콕입니다. 좀 답답해요.

hnine 2010-10-31 12:20   좋아요 0 | URL
엄마의 패션 감각을 규환이가 믿고 맡기는 것 아닐까요? ^^
저도 어디 나갈때마다 없는 감각에 옷 골라 입는 것이 어찌나 귀찮고 서투른지 모른답니다 이 나이까지요.
다음주가 중간 고사 기간이군요. 모범생 규환이, 잘 할거예요.

다락방 2010-10-31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피랑 소피의 부모님께 추천이에요! 저라면, 제 아이에게 남들과 똑같이 입고 다니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 같긴 한데, 저렇게 현명한 편지를 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내 아이의 편이 되어서 지혜롭게 편지를 쓴다는게 제가 과연 할 수 있는 일일지 말이죠. hnine님, 가끔 아이가 궁금해하는 것을 잘 설명해주시 잖아요. 그런 모습으로 유추하건데, hnine님은 저런 편지를 참 잘 써내실 것 같아요!

hnine 2010-10-31 12:22   좋아요 0 | URL
아, 다락방님, 바로 그거죠. 저렇게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고 현명한 편지를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것. 소피의 부모님을 보니, 소피가 전혀 엉뚱한 성격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옷을 입는 것을 시를 쓰는 것에 비유하는 것을 듣고 어리지만 자기 아이의 마음을 믿고 지지해줄 수 있는 부모, 발끝 만큼이라도 닮고 싶네요.

프레이야 2010-10-31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큰딸도 같은 학년이네요.
치마길이 일부러 잘라서 무릎위로 올라가게 해서 입고 다녀요.
처음엔 한두 번 말렸지만 그러고 싶어하는 애한테 더 못말리겠더라구요.
한번은 단속한다고 급히 교복치마 하나 새로 사서 갖다달라고 해서 그래준 적도 있어요.ㅎㅎ
너무 많은 규제와 통제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게 참..
9월 초였지만 더웠을 건데 털장화 신은 아이 귀여워요.
요즘 아가씨들도 뭐 여름에 핫팬티에 긴부츠 신고 그러죠.ㅋ

hnine 2010-10-31 18:47   좋아요 0 | URL
한참 그러고 싶을 때 아닌가 해요. 우리 세대는 그래보기도 전에 미리 억압당해버렸지요. 너무 그 시기를 답답하게 지낸 것 같아 지금 생각하면 좀 억울한걸요 ^^

마노아 2010-10-31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그런 내용이었군요. 소피의 부모님에게 더 큰 박수를 주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보다 어릴 때의 다린이라니, 깜찍해 죽겠어요. 울 조카도 저럴 때가 많았는데 언니도 말리다가 시간 없어서 그냥 포기하고 보내더라구요.^^ㅎㅎㅎ

hnine 2010-10-31 18:49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요즘 제가 새로이 발견한 작가예요. 수지 모건스턴이요. 마노아님도 이 사람 책들 읽어보세요, 좋아하실거라 믿어요.

춤추는인생. 2010-10-31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 남자아이들은 관심없는 패션에 다린이는 어릴적부터 남달랐군요.^^
저런 고집 맘에 들어요... 요즘도 다린이 머리에 물묻히고 학교가는지, 나인님 궁금해져요.

hnine 2010-10-31 18:52   좋아요 0 | URL
춤추는 인생님, 초록바탕의 흰말, 혹시 김 점선 화가 그림인가요? 예뻐요.
다린이는 여전하지요. 머리에 물묻히고 학교가는거요 ^^ 그것까지는 괜찮은데요, 가끔 급하면 손에 침 묻혀서 머리 만지려고 해서 저를 기겁하게 한답니다 ㅋㅋ
요즘은 가끔 제 책상 뒤에서 끙끙대는 소리가 들려서 보면 누워서 윗몸일으키기 하고 있어요. 뭐하냐고 물으면 자기도 식스팩 만들려고 그런대요 ㅋㅋ

상미 2010-10-31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 추억이지 ? ㅎㅎㅎ 털장화에 반바지차림 사진도
준이 반응이 의외네...

hnine 2010-10-31 18:53   좋아요 0 | URL
경은이때문에 쓰게 된 페이퍼야...^^

상미 2010-11-01 16:1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안그래도 시작이 우리 딸 얘기네 했단다 ㅎㅎㅎ
어제밤에 병규는 <어제도 학교 갔는데, 내일도 학교를 간다는건 말이 안돼>
그러는데,
딸은 <인간이 만든 조직 사회중 제일 잘 만든게 학교같아~ >
학교가는거 좋아하는거 뭔가 수상하지 ?? ㅎㅎㅎ

2010-11-01 0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1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oren 2010-11-01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철에 털장화 신은 꼬맹이가 너무 귀여운데요. ㅎㅎ

우리 모두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해주는 데 대해 너무 인색한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눈을 돌려보면,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 '자기 나름대로' 멋지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방식대로 자기 자신을 표현하면서 살아가고 있고 또 그게 너무나 당연한데도 말입니다.

* * * * * * * * *

자기 감정 나름

자, 그렇게 이상한 자극들 앞에서 왜 동물들은 우리에게 그토록 이상하게 보이는 행동들을 할까? 예를 들어 왜 암탉은 결과를 어렴풋이 예측이나 하듯이, 지독하게 흥미 없는 둥우리 속의 알들을 밤새 온몸으로 품을까? 유일한 대답은 자기 감정 나름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짐승들의 본능을 단지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 자신의 본능을 기준으로 해석한다. 왜 사람들은 가능하다면 딱딱한 바닥이 아니라 푹신푹신한 침대에 누울까? 왜 사람들은 추운 날 난로 곁에 앉을까? 왜 방 안에서는 벽을 마주 보는 대신 얼굴을 중앙 쪽으로 향할까? 왜 딱딱한 비스킷과 개울물보다 양 등심과 샴페인을 좋아할까? 왜 젊은이는 아가씨에게 사로잡히고, 그래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이 세상의 어느 것보다 더 중요하고 의미심장하게 보일까? 그것이 인간의 방식이라는 것, 그리고 동물들은 저마다 각자의 방식을 좋아하고 그 방식을 따라 행동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 외에는 달리 말할 것이 없다. 과학이 그 방식들을 신중히 고찰한다면 그것들 대부분이 유용하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그러나 각자가 자신의 방식을 따르는 것은 유용함 때문이 아니라 그 방식을 따르는 순간 그것이 유일하게 적절하고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수십억의 사람 중에서 단 한 명도 저녁을 먹으면서 유용성을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음식이 맛이 있고 그래서 더 먹고 싶기 때문에 먹는다. 만일 누군가가 왜 그런 맛의 음식을 더 먹고 싶어하느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존경스런 철학자가 아니라 바보 같은 사람으로 여기고 비웃음을 던질 것이다.

이와 같이 동물들은 특정한 물건이 있으면 특정한 행동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알을 보면 품고 싶어하는 암탉은, 둥우리 속의 알이 너무나 매력적이고 소중해서 밤새 품고 있을 물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생물이 지구상에 존재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294쪽)

- 스티븐 핑커,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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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비약해서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들과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게 만드는' 기술이 좀 부족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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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주의적 관점에 기여하는 기술

로버트 라이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일본을 폭격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내 미니밴이 일본제라는 것이다." 이 외에도 다른 사람들과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게 만드는 세계주의적 관점에 기여하는 기술에는, 언어 능력, 여행, 역사적 지식, 사실주의 예술이 포함된다. 이런 기술들을 통해 사람들은 다른 시대였다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적이었을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 자기 자신을 투사해 본다.(561쪽)

- 스티븐 핑커, 『빈서판』中에서

hnine 2010-11-01 15:07   좋아요 0 | URL
그야말로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 내 맘대로만 하고 살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의 생각과 방식을 하나의 규격 아래 묶어 놓는다는 것은 눈에 안보이는 감옥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요. 결국 대중을 이리 저리 다루기 쉽게 하는 수단이 될 뿐이지요.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들어보고 교환하는 행위에는 참 취약하면서 비난하는 것은 쉽게들 해요.
위의 스티븐 핑커의 말은 '마음이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라는 말과 통하는 것 같아요. 공감합니다.

BRINY 2010-11-01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습지만, 학교에서 문자를 보내는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학생인권조례로 체벌이 금지되었으니까요. 아마 문자 경고가 쌓이면 그 다음은 보호자 호출이 아닐까요? 저희학교 상벌점제도 그런 방향으로 개정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벌점 주고 말지'로 끝날 게 아니니까요.
지난 여름에 신임교장이 '아예 여름 교복을 체육복으로 할까?'라고 말 꺼냈다가 부장교사들의 맹반대에 부딪히는 현장을 보았습니다. 학교운영위원회라도 뒤집어지지 않는 한, 이런 일들은 당분간 학교현장에서 계속될 거 같습니다.

hnine 2010-11-01 15:02   좋아요 0 | URL
Briny님, 안그래도 쓰면서 짐작은 해보았네요. 학교 측의 입장이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체벌이 금지되었으니 더욱 더 경고 조치가 늘어날 것이라는 말씀도 맞고요. 보호자 호출, 저도 받아봤지요. 긴장해서 갔는데 막상 교장 선생님께서는 자상하게 조목조목 설명해주시더라고요.
그런데 저 책에서요, 소피의 영향이 온 학교로 다 퍼져서는 선생님 마저 옷차림이 바뀌기 시작해요. 예전에는 소피 혼자서 튀는 차림이었는데 전교생의 옷차림이 그렇게 바뀌기 시작하자 소피는 예전에 쳐다보지도 않던 얌전한 스타일의 블라우스와 치마를 꺼내 입고 학교에 가는 것으로 끝나지요 ^^

같은하늘 2010-11-02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피와 소피의 부모님이 존경스러운걸요~~
거기다 다린이의 반팔,반바지에 털장화 패션도요~~
저는 아들만 둘을 키우지만 아홉살인 큰 아이는 지금도 저에게 무슨 옷을 입느냐고 묻고, 다섯살인 작은 아이는 팬티, 양말, 내복마저도 골라 입어요. 그것도 아주 어려서부터...ㅜㅜ 아침에 유치원 시간때문에 저도 포기하고 하고싶은데로 해서 보낸적이 있네요.

hnine 2010-11-02 04:45   좋아요 0 | URL
같은 부모 밑의 형제나 자매가 이렇게 다른 것을 보면 참 재미있어요. 저도 어릴 때 두 살 아래 여동생과 여러 면에서 무척 달라서 그야말로 '아롱이 다롱이'였거든요. 저희 세대가, 아니 어쩌면 제가 워낙 스스로 선택하기 보다는 시키는대로 하는 것에 길들여져 있다보니 제 생각엔 아이들이 자기가 선택할 기회가 있을 때 웬만하면 그대로 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제가 못 누려 본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공주도 학교에 가야 한다> 수지 모건스턴 글
이 작가는 원래 미국 태생이지만 프랑스인과 결혼한 후 프랑스에 정착하여 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도 프랑스어로 출간된 것을 우리 나라에서 번역 출판한 것.
제목을 보고 어떤 이야기가 짐작되는가. 공주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 그러니까 책을 읽는 너희들도 공부 하기를 싫어하면 안된다는 이야기? 물론 그런 이야기일리는 없다. 제목은 이야기의 내용을 어느 정도 암시하고 있어야 하지만 제목에 모든 것이 다 드러나있어서도 안된다.
파산한 왕 조르주 114세는 왕궁을 팔고 가족을 데리고 허름한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되는데 어린 딸 알뤼에스테르 공주는 아는 친구도 없고 할일도 없어 심심하기만 하다. 어느 날 공주는 동네 사는 또래 아이들이 아침마다 가는 곳을 따라가 보기로 하는데. 
그 날 이후로 공주는 자기도 다른 아이들이 아침마다 가는 그 곳을 가고 싶어 왕과 왕비를 조른다.
어떻게 이런 소재를 생각해낼수 있었을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읽으며 슬며시 웃음을 머금게 되는 책이다. 초등 3,4 학년 용이라고 되어 있는데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 없고.  


<퀴즈 왕들의 비밀> E.L.코닉스버그 글
원제는 The View From Saturday
책의 내용으로 미루어 봐도 원제가 더 알쏭달쏭하다.
코닉스버그는 화학을 전공한 과학교사 출신. 역시 많이 알려져 있는 <클로디아의 비밀>의 저자이기도 하다. 두 권 모두 그에게 '뉴베리 상'의 영예를 안겨주기도 했는데 읽어보면 이 사람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어느 누구도 쓴 적이 없으리라 생각되는 신선하고 독특한 소재, 여러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서로 연관되어 진행되도록 하는 돋보이는 구성력, 행간에 흐르는 유머, 그리고 이 책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를 수 있는 자신의 경험, 과거를 상처로 생각하지 않고 떳떳하게 드러내보여도 된다는 가르침이 아주 살짝 느껴지기도 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게 만든다. 지금, 찾으러 간다!  

 

 
<어린이가 닮고 싶은 조선의 고집쟁이들>
이 책은 배송을 기다리고 있지만 기대감때문에 미리 올려본다. 아는 분이 저자 중 한사람으로 참여한 책이라서 ^^
책에 수록된 사람들은 우리 귀에 익은 위인들이 아니라 모두 숨어 있는 인물들. 기획이 참신한데 쓰는 사람은 자료 조사하느라 얼마나 애썼을지 짐작이 간다.
'고집쟁이들'이라...무슨 일을 해내려면 확실히 고집이 필요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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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이 시간까지 이렇게 버티고 앉아있을 수 있는 것도 내일 아침 출근을 안해도 되는 사람으로서 감사할 일 중 하나이다. 10시쯤 남편과 아이 모두 잠들고 나면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그 시간부터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뭐 없을까 생각하며 그냥 신이 난다. 막상 특별히 하는 일도 없으면서 이 책 저 책 찔끔찔끔 읽기도 하고, 몰래 아이 일기장도 읽어보고, 그러다가 부엌에 나가 내일 아침 먹을 국을 끓여놓기도 하고, TV를 켜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졸음이 와도 눈을 부릅뜨며 안 잘려고 애쓰는 모습이 내가 봐도 웃긴다. 

며칠 전 있었던 어떤 일 때문에 한동안 우울했고, 그동안 내가 살아온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되기도 하고, 그런 며칠이었다. 그러다 오늘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비록 나는 정해놓은 종교는 없지만, 진실은, 내 앞에서 나에 대해 뭐라고 한 그 사람도 아니고, 그 말에 상심한 나도 아닌, 어떤 높은 존재가 알고 있을 것이라는.
나중에 얼만큼 살다가 세상을 뜰때 아마도 우리가 아쉬워 할 것은 더 미워하지 못했음이 아니라, 더 사랑하지 못했음이 아닐까. 그래, 억울하다 생각말고 그냥 받아주자. 그렇게 받아들이며 살다보면 내가 점점 더 커질지도 몰라.

강한 엄마, 모범이 되는 엄마, 훌륭한 멘토 역할을 하는 엄마, 모두 좋은 말이다. 그런데 내가 제일 되고 싶은 것은 따뜻한 엄마. 지금 내가 아이에게 하는 것으로 봐서는 근처에도 못가지만 끝까지 노력하고 싶은 것은 그것이다. 밖에서 힘들고 억울한 일이 있을 때 제일 먼저 떠올려지는 사람으로, 이 세상 끝까지 내 편을 들어줄 사람으로, 항상 뒤에서 지켜봐주고 있는 사람으로, 그렇게 떠올려지는 사람이고 싶다. 어떤 결정을 해야할 때 현실적이고 적절한 조언을 해주는 것, 큰일에 대해 침착하게 대처하는 태도, 부모가 할 일로서 이런 것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안다. 그런데 나는 왜 따뜻한 엄마가 더 되고 싶은 것일까. 아이가 웃을때 같이 웃어주고, 울때 같이 울어주는. 푼수같더라도 나는 왜 그런 엄마가 더 되고 싶은 것일까. 

가을 옷들을 입어보기도 전에 겨울 옷으로 넘어가고 있다. 가을인가 싶었는데 겨울이 느껴진다. 우리의 삶도 그런건 아니겠지?  나는 아직 가을을 못보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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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10-29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엔야의 노래를 듣네요. 참 좋아요.

저는 회사 관둔 이후 아침 시간이 너무 여유로와 좋아요. 저만의 시간이란거,
서재도 기웃대고, 못 다 읽은 책도 읽고, 급한 수업 및 리포트도 하고,
또는 숙제처럼 밀린 퀼트도 하고....
아침에 집을 주욱 치우고 나면, 편안한 집이, 아 내 집 맞네 싶어서 참 좋아요.

hnine 2010-10-29 12:19   좋아요 0 | URL
네, 마녀고양이님. 현재를 즐기세요.
저 위의 페이퍼 올려놓고 내렸다 올렸다 그랬답니다. 너무 감상적인 글이 아닌가 해서요. 모두들 이해해주실거라 믿고...^^

세실 2010-10-29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냥 시간에 구애받지 않으려고 해요. 자고 싶으면 자고, 깨어있고 싶으면 깨어있고...
다행히 아침잠은 없어서 아무리 늦게 자도 일찍 일어나게 되네요.
저도 따뜻한 엄마, 친구같은 엄마가 제일 되고 싶어요.

hnine 2010-10-29 21:43   좋아요 0 | URL
아침잠 없다고 하면 부러워 하는 사람들 많아요 ^^
예전엔 아이따라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었는데 요즘은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네요. 건강에도 안 좋고 피부에도 안 좋을 것 같지만 혼자 깨어있는 시간이 좋아서 버틸 때까지 버티고 있어요.
친구 같은 엄마, 이미 그렇지 않으신가요? 특히 보림이와 세실님이요.
남자 아이와도 그게 가능할지, 아직 다 안키워봐서 모르겠어요 ^^

상미 2010-10-29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결혼전에 배우자에 대한 <이상형>이 있듯이
이상적인 엄마에 대한 생각이 많았던게 아닐까?
넌 다린이한테 따뜻하고 좋은 엄마야...
자신있게 살면 되는거란다.
스스로 최면을 걸면서,<나보다 더 따뜻하고 좋은 엄마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 이러면서 ㅎㅎ

hnine 2010-10-29 12:25   좋아요 0 | URL
그 이상형이라는게 그냥 나오는게 아니라는거지.
따뜻한 엄마인지 모르나 일관성 있고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엄마는 아니야.
소심한 A형이라서 자신있게 살기가 잘 안돼. 무슨 일이 일어나면 '나 때문인가?' 한다잖아~ ^^

깐따삐야 2010-10-29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푼수 같은 엄마는 자신있는데 멘토 같은 엄마는 자신없어요. 사실은 둘 다 자신없기도 해요.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엄마로 사는 일 같아요.

hnine 2010-10-29 12:29   좋아요 0 | URL
나중에 자식이 원할때 필요한 만큼만 멘토링을 해줄수 있으면 좋겠지만, 부모 자식 사이에 그 조절이 잘 안되더라고요. 월권하려 들고, 간섭하려들고요. 그게 겁나요.
깐따삐야님과 영달이 얘기, 잘 보고 있어요. 힘들다 힘들다 하며 지냈으면서, 지금도 아기들 얘기가 나오면 몰입하며 읽으며 부러워해요.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하고 있는 우리는 대단히 중요한 사람들이어요. 맞죠? ^^

2010-10-29 2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9 2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10-30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월 마지막주.

당연한 얘기긴 한데.. 11월의 첫주를 앞둔 날이기도 하고요 ^^
이밤에 음악들으면서 마실 다니고 있는데, hnine님 방은 참 따뜻해서 좋습니다.



hnine 2010-10-30 22:10   좋아요 0 | URL
서로 남의 방에 가 있었군요 ^^ 저 지금 바람결님 방에서 음악 듣고 왔거든요^^
시월과 슈베르트라~ '이보다 더 어울릴 순 없다! 역시 바람결님~' 이러면서요.
그러고 보니 음악만 듣고, 추천만 누르고, 댓글은 안달고 왔어요. 다시 가야지~~
 

 

<할아버지의 바닷속 집> 히라타 겐야 글, 가토 구니오 그림
조심스런 의견이지만 일본의 어린이책들을 보면 참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할 때가 많다. 혼, 신, 유령 등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의 특성도 한 몫 하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우리보다 판타지 세계, 상상력의 세계를 잘 그려내는 것 같다.
집의 공간적 깊이와 할아버지가 그간 살아온 시간을 서로 맞물려 감동적인 이야기 한편이 만들어졌고 그림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재미를 더하기 위해 그 집은 지상 위의 집이 아니라 바닷속 집이며, 아래층으로 내려가보게 되는 계기가 떨어뜨린 도구를 찾기 위해서라는 것은 작가가 억지로 설정했다는 티가 나지 않아 자연스럽고 납득이 갈 만한 상황으로 보였다.
할아버지가 망치를 떨어뜨리지 않았더라면 이전의 시간의 흔적을 못 볼수도 있었을까?
계속 허물어져가는 집에 계속 살려면 (미래) 보수가 필요했고, 그러다가 망치를 떨어뜨리는 사건이 일어났고 (현재), 그것을 찾으러 갔다가 과거와 만난다. 멋진 구성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동생은 싫어> 로리 뮈라이, 장노엘 로쉬 글
6-7세를 위한 그림 동화이다.
새로 태어난 동생 때문에 생기는 형의 고충을 그린 이야기들은 많다. 그런 이야기에 또 하나 보태는 책인가? 하고 들춰 보았는데, 아니었다. 책 속의 세바스티앙이란 아이는 표지 그림의 왼쪽의 아이. 혼자 노는게 심심해서 상상 속의 동생 피에르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늘 자기와 얘기하고 같이 놀아주는, 한마디로 자기 취향에 맞는 상대를 만들어냈는데, 문제는 엄마가 그것을 알고 세바스티앙에게 어떤 행동을 권할때 비교 대상으로 이 피에르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부터 세바스티앙은 자기와 반대로 뭐든지 엄마가 원하는대로 즉시 행동하는 이 가상의 동생이 싫어진다.
제목을 보고 미리 어떤 내용일거라 짐작하며 읽기 시작한 사람들을 유쾌하게 만들 수 있는 책이다. 

 

<비를 피할 때는 미끄럼틀 아래서> 오카다 준 글
이 작가의 <신기한 시간표>를 읽고서 감탄했던 기억이 있어서 이 책도 기대하며 읽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내용, 구성, 소재. 어느 하나 모자람이 없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 열명이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비를 피하기 위해 공원의 미끄럼틀 아래로 들어간다. 그리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미스테리한 인물 아마모리씨에 대한 자신들의 경험담을 돌아가며 하나씩 풀어놓는데, 이 이야기들이 다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라는 것이 포인트이다. <신기한 시간표>에서 그랬듯이 아이들이 어떤 혼자만의 걱정이나 근심에 빠졌을 때, 정말로 바라는 것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상상만 하고 있는 것들, 그런 것들이 이 아마모리씨를 통해 잠깐 동안이나마 이루어지는 경험들을 하는 것이다. 열명의 아이들이 이야기를 다 끝내고난 후 결말 처리는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역시 아이들은 어른들이 따라갈 수 없는 면이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좋은 작품이다. 

 

<방귀 한 방> 제4회 푸른문학상 동시집.
2006년 푸른문학상 동시 부문에 수상을 한 이 옥근, 유 은경, 조 향미, 이 정림 시인의 작품 묶음이다. 이 분들의 이력을 보니 국문학을 전공한 분도 있지만, 경영학, 생화학 등, 그렇지 않은 분도 계셨는데 공통적으로 참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는 시였다.  그러면서도 가만히 읽다 보면 네 사람만의 개성도 짚을 수 있었다. 이 옥근의 시 속에는 시인의 눈이 아니면 찾아내기 어려웠을 아이들의 심리가 잘 드러나 있었고, 조 향미의 시는 어른들의 마음에도 울림이 큰 내용들이 많았으며 이 중 제일 연배가 높은 이 정림 시인은 시각적인 이미지가 두드러진 시를 썼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사내아이 때문에  

                                               조 향미

서울서 전학 온 사내아이
하얀 얼굴 말쑥한 옷차림이
내 마음에 쏙 들었죠 

그 아이 뒷그림자 조심스레 밟으며
교문을 나서는데
장에 오신 아버지가
고추 보따리 지고서 교문 앞에 계셨죠 

이리저리 날 찾는 아버지 보고도
모르는 척 담장 밑으로 쏙 숨어 버렸는데
우리 아버지 날 봤는지
슬그머니 뒤돌아 학교서 멀어졌죠 

집으로 오는 내내
돌아서던 아버지 모습 자꾸만 눈에 서려
목줄기가 뻣뻣이 저리고 아파 왔죠 

쇠죽물 끓이시는 아버지 옆에서
마른침 삼키며 아무 말 못 하고 앉았는데
부지깽이만 탈탈 터시던 아버지
눈가 주름 굵게 잡으시며
씨익 한 번 웃으셨죠 

그 사내아이가 뭐라고
내가 왜 그랬을까? 

불씨를 뒤적이는 아버지의 옆을 보니
어느새 귀밑머리 하얀 눈이 소복했죠.

무슨 이유라고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으나, 어른의 시든, 아이들의 시든, 시를 늘 가까이 하고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시를 읽을 때마다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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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0-10-28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를 피할때는 미끄럼 아래서...잼날것 같아여~

시도 좋고요~^^

hnine 2010-10-28 22:33   좋아요 0 | URL
재미있어요. 저는 성인용 일본 소설은 잘 안보는데 (저랑 별로 궁합이 안맞는것 같아요 ㅠㅠ) 어린이책은 일본 작가의 작품 많이 봐요. 재미있고 기발해서요.
 
어떤 고백 문학동네 청소년 3
김리리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는데 내가 읽은 그녀의 첫 작품이다. 여섯 편의 중단편 소설 모음집.
<열입곱 순정> 제목에서 연상되는 어떤 스토리가 있다면 그것이 맞을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은 내용이라 하겠다. 같은 학교 여학생을 혼자서 좋아하다가 다른 남자 아이가 그녀와 더 친하게 되고, 그래도 변치 않는 마음으로 그 여학생을 지켜 보고. <스타일>에서는 각자 남자 친구를 데리고 함께 만나기로 한 두 여고생이 우연히 똑같은 옷을 입고 그 자리에 나타나게 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 <열다섯 봄날> 냄새 나는 간장 게장을 들고 내키지 않는 엄마 심부름을 가는 길에 하필이면 혼자 마음에 두고 있는 남학생을 버스 안에서 마주치게 되는데, 버스 속에서 자기에게 이상한 행동을 하는 남자를 보고도 모른 척 하는 그 남학생의 전화 번호를 마침내 휴대폰에서 삭제해버린다. <문>에서는 환타지 기법을 부분적으로 이용하여 고등학교때 잘못을 저지른 친구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양심의 소리를 듣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남친만들기> 남자친구를 만들고 싶은 여고생의 심리를 읽을 수 있을까 했는데 늘 그렇듯이 내가 좋아하는 상대와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같지 않다는 것으로 갈등을 삼아서 좀 식상한 면이 있었다. <나를 위한 노래>에서는 삼각 관계 플러스 자아 찾기 과정의 이야기.
대화가 많이 나오고 지루한 묘사가 없어 페이지는 빨리 넘어가는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어서, 성장 소설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매력을 기대했다가 좀 실망하기도 했다. 작가의 중고등학교 시절도 아니고 바로 지금의 그 세대들이 쓰는 말, 관심사, 일상을 그리기 위해 인터뷰를 비롯한 조사 작업을 많이 했는지 감사의 글에 그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있다. 그래서 현장감 있게 읽히기는 했다. 이 작품들이 그저 재미있는 에피소드의 수준을 뛰어 넘으려면 작가가 무엇을 더 해야 했을까? 아마도 좀더 독창적인 소재를 찾았어야 하고, 소소한 일상 얘기들도 좋지만 좀 더 비중있는 사건이 들어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 사건의 진행을 통해 작가의 의도가 읽히고 독자들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 그런데 이 책 속의 모든 이야기들은 마치 재미있는 시트콤을 여섯 편 보는 기분이어서 재미는 있으되 감동까지는 아닌 이야기들이었다. 현재 중고등학생들이 읽는다면 또 다르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바로 내 얘기라면서 무릎을 치며 읽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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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0-10-23 0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별 두개짜리도 있으시군요~
이 책을 읽진 않았지만,리뷰만으로도 님에게 공감합니다.

저도 문학동네 책을 읽으면서,
그 책을 다른데서 만들었어도 그만큼의 상업성 가치를 갖게 만들어 냈을까 싶을 때가 종종,아니 꽤 많거든요~^^

hnine 2010-10-23 08:22   좋아요 0 | URL
쓰고서 오타 확인도 안하고 그냥 올려버린 리뷰를 이렇게 읽어주시니 감사하고 또 부끄럽네요.
별 두개는 좀 심했나 싶기도 하지만...^^

순오기 2010-10-24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리리는 <나의 달타냥>과 <호기심>에 실린 단편을 참 좋게 봤던 작가인데...
소소한 일상 소재에서 감동을 담아내려면 작가가 더 많은 고민을 해야겠지요.^^

hnine 2010-10-24 18:48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책이 처음이기 때문에 잘은 모르겠어요. 그런데 마음까지 전달될만한 뭔가가 없어서 아쉽더군요. <나의 달타냥>은 제목부터 흥미를 끄는데요?

순오기 2010-10-25 21:54   좋아요 0 | URL
나의 달타냥은 주제나 풀어가는 방식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도서관에서 찾아보셔도 좋을 책입니다.
님을 위해 짧은 리뷰를 올려둡니다.^^

hnine 2010-10-25 22:57   좋아요 0 | URL
잘 읽고 왔습니다.
전 읽고 나서 내용을 금방 잊어버리는데 어떻게 그렇게 잘 기억하시는지요.
위의 책보다 훨씬 더 진지한 내용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 작가의 다른 책도 더 읽어봐야겠어요. 그래도 한권 읽고 생길뻔한 편견을 갖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순오기 2010-10-25 23:46   좋아요 0 | URL
작년에 알라딘에 리뷰는 안 올렸지만, 독서마라톤 하면서 남겨둔 기록이 있었어요.제가 무슨 수로 다 기억하겠습니까? 보통 기록을 안 남기면 내용보다 분위기만 기억하는데, 이 책은 좀 무겁고 어두운 아픔이라서 비교적 많이 기억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