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떤 고백 ㅣ 문학동네 청소년 3
김리리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는데 내가 읽은 그녀의 첫 작품이다. 여섯 편의 중단편 소설 모음집.
<열입곱 순정> 제목에서 연상되는 어떤 스토리가 있다면 그것이 맞을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은 내용이라 하겠다. 같은 학교 여학생을 혼자서 좋아하다가 다른 남자 아이가 그녀와 더 친하게 되고, 그래도 변치 않는 마음으로 그 여학생을 지켜 보고. <스타일>에서는 각자 남자 친구를 데리고 함께 만나기로 한 두 여고생이 우연히 똑같은 옷을 입고 그 자리에 나타나게 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 <열다섯 봄날> 냄새 나는 간장 게장을 들고 내키지 않는 엄마 심부름을 가는 길에 하필이면 혼자 마음에 두고 있는 남학생을 버스 안에서 마주치게 되는데, 버스 속에서 자기에게 이상한 행동을 하는 남자를 보고도 모른 척 하는 그 남학생의 전화 번호를 마침내 휴대폰에서 삭제해버린다. <문>에서는 환타지 기법을 부분적으로 이용하여 고등학교때 잘못을 저지른 친구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양심의 소리를 듣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남친만들기> 남자친구를 만들고 싶은 여고생의 심리를 읽을 수 있을까 했는데 늘 그렇듯이 내가 좋아하는 상대와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같지 않다는 것으로 갈등을 삼아서 좀 식상한 면이 있었다. <나를 위한 노래>에서는 삼각 관계 플러스 자아 찾기 과정의 이야기.
대화가 많이 나오고 지루한 묘사가 없어 페이지는 빨리 넘어가는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어서, 성장 소설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매력을 기대했다가 좀 실망하기도 했다. 작가의 중고등학교 시절도 아니고 바로 지금의 그 세대들이 쓰는 말, 관심사, 일상을 그리기 위해 인터뷰를 비롯한 조사 작업을 많이 했는지 감사의 글에 그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있다. 그래서 현장감 있게 읽히기는 했다. 이 작품들이 그저 재미있는 에피소드의 수준을 뛰어 넘으려면 작가가 무엇을 더 해야 했을까? 아마도 좀더 독창적인 소재를 찾았어야 하고, 소소한 일상 얘기들도 좋지만 좀 더 비중있는 사건이 들어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 사건의 진행을 통해 작가의 의도가 읽히고 독자들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 그런데 이 책 속의 모든 이야기들은 마치 재미있는 시트콤을 여섯 편 보는 기분이어서 재미는 있으되 감동까지는 아닌 이야기들이었다. 현재 중고등학생들이 읽는다면 또 다르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바로 내 얘기라면서 무릎을 치며 읽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