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Thirteen Stories That Capture the Agony and Ecstasy of Being Thirteen (Paperback)
Howe, James / Atheneum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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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활동하고 있는 미국 작가 열 세명이 모여 열 세살을 주제로 한 이야기를 담아 책으로 펴냈다.
우리 소설 중에도 열 세살이라는 제목을 가진 작품들이 있고, 제목은 아니더라도 그 나이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들이 많이 나와있는데 다른 나라의 작가들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냈을까 궁금했다. 어린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나이, 동시에 어린이이면서 어른이기도 한 나이.
"13이 그토록 재수없는 숫자라면서 그 숫자 나이의 한 해 전체를 그대로 겪어내야 하다니. 그냥 건너 뛰어 열 네살로 가면 안될까? "
"다른 누군가를 인정하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울까?"
"다른 아이들 모두 신고 있는 운동화를 나도 신고 싶어하는게 잘못된 것일까?"
"다른 남자 아이에게 키스하는 것이 왜 변태야?"
이 책의 내용을 암시하는 물음들이 이 책을 편집한 James Howe가 쓴 서문에 나온다. 열 세살의 나이로 산다는 것은 이리 저리 왔다 갔다 균형을 못잡는 배에 타고 있는 기분과 같다고 한다. 때로는 흥분되고, 때로는 미슥거리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갈피를 못잡는. 

나의 열 세살 시절을 되돌려 보는 것은 별로 재미없고 답답하기만 한데, 다른 이들의 이야기 속의 열 세살은 왜 이리 웃음도 나오고 뭉클해지기도 하며 120% 공감이 되는지. 읽는 동안 마음 속으로 울고 웃었다. 열 두편의 단편과 한 편의 시가 묶여 있는데 이 중 열 두편의 단편들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두고 싶다. 

What's the worst that could happen? (by Bruce Coville)
소심하기 짝이 없는 Murphy가, 마음 속에 두고 있는 여자 친구Tiffany의 권유로 용기를 내어 학교 연극에 참가하던 중 일어난 일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Tiffany와 좀 더 가까와 질거라는 애초의 예상과 달리,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만큼 눈에 띄지 않던, 말없는 여자애 Laurel의 관심을 받게 되면서 Murphy는 미래는 정말 예측 불허라는 것을 알아간다. 

Kate the Great (by Meg Cabot)
Jen은 13살이 된 기념으로 귀 뚫는 것과 아기보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부모로부터 허락을 받는다. 처음으로 아기를 봐주러 간 집이 한때 절친이었으나 지금은 관계가 소원해진 Kate의 옆집이었다. Kate는 Jen이 자기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아이 봐주는 일에 매달리는 것을 질투하고 계속 방해하고자 한다. 그런 행동을 하는 Kate의 본심을 Jen은 Kate의 남자친구인 Patrick을 통해 마침내 알게 된다.
이맘때 아이들의 행동은 진심보다는 진심을 숨기기 위한 행동일때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인데 어디 아이들만 그런가? 어른들도 그러지 않는가.

If you kiss a boy (by Alex Sanchez)
절친 Jarmal과 극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장난을 치다가 자기도 모르게 키스를 하게된 Joe는 이후로 Jamal과의 사이가 서먹해졌을 뿐 아니라 동성애자라고 놀림을 받을까봐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고민 끝에 Joe는 이미 동성애자라고 소문이 나있는 과학 선생님에게 자기의 고민을 털어놓고 용기를 얻어 Jamal과의 관계를 다시 회복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틴에이지 때에는 이성에게도 관심이 많아지지만 동성 친구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이것이 더 말못할 고민이 되는 경우가 있음을, 그리고 이것에 어떻게 대응해나가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Thirteen and a half (by Rachel Vail) 
사립학교에 다니다가 전학온 친구 Ashley가 내 옆에 앉게 되고, 하교길을 함께 걸어 집에 가게 된 것을 계기로 Ashley는 내게 이것 저것 물으며 친해지고 싶어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열 세살 반이 된 날이라며 집으로 초대한다는 Ashley의 말을 거절할 수 없어 그녀의 집에 간 나는 으리으리한 집의 규모에 놀란다. 큰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Ashley가 세살 때부터 키워왔다고 하는 새가 죽어있는 것을 보고 놀라 소리지르며 흥분하는 Ashley를 본 나는 어찌해야할지 모르지만 함께 그 새를 묻어주고 기도를 해주며 그동안 외로웠던 Ashley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해간다. 

Jeremy Goldblatt is so not moses (by James Howe)
유태인들의 13세는 특별하다. Bar mitzvah라고 하는 소년 성인식을 치르기 때문이다. 이 성인식에서 일어난 예상 외의 사건에 대해 가족, 친구, 랍비 등 관련된 여러 사람이 돌아가면서 화자가 되어 이야기하는 짧은 토막글의 모임으로 되어 있다. 특이한 형식, 특이한 주제가 돋보이는 글이었다. 

Black holes and basketball sneakers (by Lori Aurelia Williams)
아버지 없이 홀어머니 밑에서 많은 형제들과 어렵게 살고 있는 흑인 소년 Malik은 다른 친구들이 모두 신고 있는 신상 운동화를 자기도 신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학교에서 Malik이 다른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 때 그를 도와주며 호의적으로 접근한 Carl은 Malik에게 자기네 그룹에 들어오라고 권유한다. 운동화가 너무 갖고 싶어 용기를 내어 엄마에게 말해보지만 그 비싼 운동화를 사줄 형편이 못되어 미안하다는 엄마의 말을 듣고 실망에 빠진 Malik은 기분도 풀겸 Carl이 말한 그들의 아지트를 찾아가는데, 그가 그토록 갖고 싶어하는 운동화를 Carl과 그의 친구들이 어떻게 돈 없이도 얻어내는지를 알게 된다.
운동화를 매개로 하여 작가는 결핍과 소외 계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누구는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을, 내 잘못도 아닌데 나는 늘 결핍과 부러움 속에 살아야 한다는 불공평과, 그 감정을 어긋난 방식으로 해결하고 그 결과 새로운 미움과 증오를 낳게 하는 이 세상의 한 면을 열 세살 소년의 경험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Picky eater (by Stephen Roos)
자기가 다니는 학교 식당에서 일을 하는 엄마가 차려주는 음식에 늘 이런 저런 불평을 하며 먹기를 거부하는 Woody. 그의 버릇은 음식 자체보다 자신의 상황에 대한 불만과 거부를 나타낸다고 보여진다. 친구 사귀는 것 역시 아무하고나 친하게 지내기 보다는 차라리 혼자 있기를 즐기는 편인 Woody에게 어느 날 같은 동네 사는 Nelson이 호감을 보이며 가까와지고 싶어하지만 감옥에 수감중인 Woody아버지 얘기까지 Nelson이 꺼내자 Woody는 Nelson을 멀리하며 친구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몸이 늘 허약해보였던 Nelson이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전해 듣고 Woody는 쓸쓸함을 느끼고, 학교 식당에서 남은 음식이라며 엄마가 가져온 스파게티를 자신은 먹기를 거부했지만 감옥에 있는 아버지에게 면회가면서 싸가지고 간다는 엄마를 기꺼이 동행해준다. 

Noodle soup for nincompoops (by Ellen Wittlinger)
아마도 이 책에 실린 글 중에서 재미로 치자면 제 1순위로 뽑고 싶은 글이 아닐까 한다.
마음을 위로하는 책 중 Chicken soup (닭고기 수프)시리즈가 있다. 그것에 착안하여 학교 신문의 고민 상담 코너를 익명으로 맡게 된 Maggie가 붙인 코너 이름이 이 글의 제목인 Noodle soup for nincompoops. 여기서 nincompoop은 우리말로 하자면 뭐라 해야할까, 약간 제 정신이 아닌 사람, 멍청이라고 할까?
재치가 번뜩이는 이 코너는 단박에 학생들의 인기와 관심을 끌고, 쓰는 사람이 누군지 모두들 궁금해하는 가운데 Maggie의 절친 Liza는 그 코너의 집필자가 Maggie라는 것을 알아챈다. 그리고 실제 Maggie와의 사이에 생겨난 고민을 투고하는 식으로 Maggie의 의견을 알고 싶어하는데.
서로의 오해와 갈등이 풀어지는 과정이 톡톡 튀는 문장으로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이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어서 빌려온 <하드 러브>라는 책이 지금 내 옆에. 

Squid girl (by Todd Strasser)
일명 자연친화 가족인 Sierra의 가족.
아빠를 Mr. Nature Man, 엄마를 the Bird Woman이라고 부르는 Sierra는 자연탐사를 좋아하는 부모와 함께 여름 휴가차 오지의 바닷가를 찾는데 그곳에서 역시 휴가차 와있는 멋진 남자 아이를 발견하게 되고, 맘대로 Travis라는 멋진 이름을 붙여 놓고 가까와질 기회를 노린다.
부모님의 영향으로 자연과 과학에 대한 상식이 풍부한 Sierra는 오히려 이런 자기가 Travis에게는 잘난 척이나 하는 아이로 비춰질거라 생각하며 걱정하지만 Travis (그 아이의 실제 이름은 Bob -정말 평범한-인 것으로 나중에 밝혀진다) 는 오히려 Sierra의 그런 점에 매료된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아빠, 엄마의 이름을 저렇게 붙여 부르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름 지어서 붙이는데 폭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parents를 pair-o-rents라고 한 것도 그 예.
제목이 Squid girl인 이유는 cuttle fish와 squid (우리말로는 둘다 오징어) 를 정확히 구분하여 설명해준 Sierra에게 감탄한 Travis가 붙여준 닉네임이기 때문이다.  

Angel & Aly (by Ron Koertge)
소극적이고 허약하고 의존적이어서 늘 쌍동이 언니인 Mona의 보호와 보살핌을 받아야 하던 쌍동이 동생 Angel에게 어느 날 악어 인형이 생기게 된다. 그날부터 Angel은 이 인형에게 Aly라는 이름을 붙이고 마치 사람 친구를 대하듯이 행동하며 말도 하고, Aly가 말하듯이 대신 말해주기도 하며 평소엔 새모이처럼 먹던 음식을 Aly가 먹듯이 엄청나게 먹어치우는 등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걱정이 된 Mona는 부모님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늘 바쁜 부모는 신경쓸 시간과 여력이 없다. 뒤늦게 문제점을 알게 된 엄마와 아빠는 Angel과 Mona에 대한 그동안의 자신들의 태도를 바꾸게 되고 마침내 Angel은 더 이상 Aly를 사람처럼 대하는 이상 행동을 하지 않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는데에는 행동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바탕에 깔린 문제를 볼 줄 알아야 한다. Aly라는 인형에 자신을 투사하여 행동하는 Angel의 문제점이 다름 아닌 부모의 관심과 애정이었듯이. 

Nobody stole Jason Grayson (by Carolyn Mackler)
자시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nobody 같은 존재라고 여기는 열 세살 여자 아이 Abby는 우연히 같은 반 친구 Daytona의 사물함이 잠겨 있지 않은 것을 보게 되는데 그 안에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 아이 Jason의 사진이 있는 것을 보고 훔쳐서 혼자 간직하게 된다. 뜻밖에 이 일은 학교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물론 범인이 누구인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Abby는 자기가 더 이상 nobody는 아니라는 만족감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제목의 Nobody는 그러니까 주인공 Abby 자신을 일컫는 말. 

Tina the Teen Fairy (by Ann M. Martin and Laura Godwin)
정말 이런 요정이 있다면 어떨까? 요정은 아이들의 동화에서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환타지이다. 열 세살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 Maia의 열 세번째 생일을 하루 앞둔 밤, Teen 나라의 요정 Tina는 잠자고 있는 Maia를 Teen 나라로 데려가 틴에이지의 의미에 대해 보여주고 알려준다. 이 시기는 성장 (growing)실험 (experimentation)을 할 수 있는 때라는 것. 즉,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지 이렇게 저렇게 시도 (실험)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때이고, 실패는 그 과정의 일부이며 실패를 통해 성장한다는 것을 Maia는 이해하게 된다. 동화같은 이야기에 담긴 의미와 상징이 돋보인다.

이 책은 답보다 더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을지 모른다고 편집자는 말한다. 그 질문은 궁극적으로 '나는 누구인가?' 하는 것. 틴에이지 시기를 출렁이는 배에 타고 있는 시기라고 한 비유를 연장해서, 답이 목적지라면 질문은 그 배를 젓는 노라고 했다. 질문이 없이 닿을 수 있는 곳은 없다는 뜻이다.
마지막 문장이 짧고 명쾌하다.

Set sail. 계속 항해해나가세요!

책이 통째로 재미있다. 제목은 13살이지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면 중학교 3학년 정도 이상이면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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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3-05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여기서 13살이라면 중학생이겠지요?
그런데 저는 한국나이 13살, 즉 초6 때 평생 잊을 수 없는 일이 있었어요.
선생님이 저를 너무 편애하셔서, 일부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아이들 사이에서 제일 인기있던 여자아이에게 뺨을 한대 맞았었거든요.
물론 제 잘못도 있었구요.

두고두고 생각이 많았지요, 그때 일은.. ^^. 그런 나이인가봐요, 그때가.

hnine 2011-03-05 19:04   좋아요 0 | URL
이런...혹독한 열 세살을 보내셨군요. 그 당시에도 6학년 정도면 다 컸지요. 5학년때와는 아이들이 많이 달라보였던 기억이 저도 나요. 저는 더군다나 꼬맹이였기 때문에 ㅋㅋ
여기서 열 세살은 우리 나라 나이로 치면 열 네살 정도 되겠지요? 중학교 1학년이요.
이 책 진짜 재미있어요.

stella.K 2011-03-05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캐빈은 13살이란 외화가 생각이 나요.
그거 정말 재밌게 봤는데.
특히 주인공 더빙한 성우가 어쩌면 그리도 목소리가 좋던지...!
우리나라 나이론 14살쯤 되겠네요. 전 그때 뭐했을까요?흐흑~
이책 번역되서 나오면 좋겠네요.
아님 13살 때를 생각하며 알리더너를 대상으로 수필이나 단편소설
이벤트 해 보면 어떨까요? 얘기들이 많을 것 같은데...ㅋㅋ

hnine 2011-03-05 17:41   좋아요 0 | URL
와, 지난 번에 영화평론가 고 정 영일님도 그렇고 stella님과 저는 똑같은 TV프로그램을 주로 봤나봐요. 저도 케빈은 열세살 정말 재미있게 봤었어요. 성우가 장유진 아니었나 싶은데, 그건 자신없는 기억이고요.
저의 만 열 세살, 중학교 1학년때는 그야말로 생각은 커지고 몸은 아직 애이고, 그랬어요 ㅋㅋ
이책 읽고나서 국내 창작물도 좀 찾아봤는데 이 책만큼 재미있는 건 못찾았네요. 물론 제 개인적인 느낌이고 책들을 전부 찾아본 건 아니지만요.
열 세편 모두 비슷한 얘기가 하나도 없고 작가의 개성이 뚜렷해요.
이벤트 아이디어는 새겨둘만한데요? 기억해두겠습니다 ^^

순오기 2011-03-06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열세 살의 서로 다른 열두 편의 이야기라니 흥미롭네요.
빌려왔다는 '하드 러브'는 읽은 책이어서 눈이 반짝 뜨였어요.^^
우리 창작 읽은 것 중에
최나미의 '걱정쟁이 열세 살'과 김진영의 '열네 살, 비밀과 거짓말'을 추천해요.

hnine 2011-03-06 05:43   좋아요 0 | URL
제목에 맞게 실린 글도 열 세 편이었는데 그 중 하나는 시였어요. 정말 한 편 한 편 모두 재미있고 감동적이더라고요.
'하드 러브' 읽으셨군요. 지금 읽고 있는 '조태백 탈출 사건' (읽으셨겠지요? ^^) 얼른 읽고 읽어보려고요.
우리 나라 작품 속에서의 열 세 살과 비교해보고 싶어서 어제 도서관에 가서 좀 찾아봤어요. 말씀해주신 책들도 적어놓았다가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

순오기 2011-03-06 14:38   좋아요 0 | URL
<조태백 탈출사건>은 00공원에서 우수리뷰 먹었더랬어요.^^

hnine 2011-03-07 05:03   좋아요 0 | URL
<엄마의 정원> 때문에 읽어보게 된 책인데 실린 다른 글들도 괜찮네요.

다락방 2011-03-06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읽어보고 싶어요! 그렇지만 저는 번역되면 읽어볼래요. 아직 번역작품으로 있는건 아닌거죠? 리뷰를 읽다보니 혹시 읽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엠 아이 블루?]라는 책이 생각나요. 그 책도 여러 작가가 모여서 동성애에 대한 소설을 써낸 작품집이거든요.

케빈은 열세살, 은 저도 즐겨보던 프로그램이었어요. 케빈이 좋아하던 예쁜 여자애 이름이 아마도 '완다'였죠? 케빈 엄마가 케빈 학교로 찾아와서 아이들 다 있는데 큰 소리로

'여어, 케빈' 하고 불러서 케빈이 엄청 창피해했던 에피소드가 특히 기억에 남아요.

소개해주신 이야기들중 저는 [Picky eater]를 가장 읽어보고 싶어요, hnine님.

hnine 2011-03-07 05:09   좋아요 0 | URL
번역서가 나와있는지는 모르겠어요. 다락방님도 번역서 없이 읽으실만 한데...
<앰 아이 블루?> 네, 거의 항상 ㅠㅠ ㅋㅋ 저 아직 그 책 안 읽었어요. 제목은 귀에 익네요. 한번 읽어봐야지.
완다! 케빈이 좋아하던 여자 친구까지 기억하시다니, 저보다 한 수 위십니다. 까다롭게 먹는 아이 이야기는 뭐 이런 애가 다 있어? 하고 시작했다가 뭉클하면서 끝나는 이야기랍니다. 그 밑에 소개한 noodle soup 도 재미있고, 오징어 소녀도 재미있고...몽땅 재미있어요. noodle soup을 쓴 작가의 다른 책을 지금 읽고 있는데 이것도 재미있네요. <하드 러브> 라고, 힘든 사랑이란 뜻이래요.

starover 2011-04-23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네요. 이상한 건 미국이 '13'이라는 숫자를 싫어하는 데 왜 이번에 숫자 컨셉이 '13'이냐는 겁니다. 그래서 그런지 더 새로운 시도를 보는 것 같네요. 하여튼 전 여러 작가들이 모여서 만든 책들은 대부분 좋더라구요^^

hnine 2011-04-24 08:49   좋아요 0 | URL
말씀 듣고 보니 그렇네요. 글 내용 중엔 그런 구절이 나와요. 골치 아프고 누구나 피해가고 싶은 이 나이를 왜 건너 뛰지 않고 누구나 다 겪어내야 하느냐고요. 어쩌면 이프리트님이 말씀하신 13이란 숫자의 기피성때문에 일부러 책의 컨셉이 되지 않았나 싶네요.
이 책 권해드릴만 해요. 글 하나하나가 비슷한 것 없이 다 개성있어요. 그런 구성의 책을 좋아하신다면 이란 책도 괜찮을 것 같은데 저도 지금 읽는 중이라서, 얼른 읽고 리뷰 올리겠습니다. ^^
 
가족입니까 반올림 24
김해원 외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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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늘 생각하고 있던 주제였다는 것을, 책의 제목을 본 순간 바로 마음에 와서 꽂히는 것을 보고 알았다. 어쩌면 그래서 더  바로 못 읽고 지금에서야 읽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관심의 종류가 그러니까 더 알고 싶은 관심이 아니라 머리 속에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어 치워버릴 수 없는, 그런 종류의 관심이었던 것이다.
제목에서 보듯이 이 책은 독자들에게 '가족입니까?' 라고 묻고 있다. 가족입니까? 가족을 가지고 있습니까? 가족이 있어 행복합니까? 가족이 있어 힘이 됩니까? 제목을 볼때마다 이런 저런 문장으로 다가오는 이 물음에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최 윤정 대표 자신이 작가이자 번역가이기도 한 출판사 바람의 아이들은 어린이, 청소년 문학 출판사들 중에서 나름 자기 색깔을 가지고 있는 곳 이다. 출판사 기획물로 앤솔로지를 꾸준히 내고 있는데 작년 말, 네 명의 작가를 모이게 한 주제는 '가족'이었다. 김해원, 임태희, 김혜연, 임어진. 이 네 작가가 100매에서 150매 정도의 분량을 맡아 서로 연결되는 이야기로 가족을 그려냈다. 김해원는 <열일곱살의 털>로 많이 알려진 작가, 임태희는 <쥐를 잡자>, <나는 누구의 아바타일까>를 대표작으로 들 수 있는 떠오르는 젊은 작가 중 한 사람이며, 김혜연, 임어진 작가의 작품을 나는 아직 못 읽어봤지만 이름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연기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 엄마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고등학생 예린이, 예린이가 찍게 된 핸드폰 광고를 담당한 광고 회사 팀장 안지나, 안지나 팀장의 조카이자 엄마와 충돌후 집을 뛰쳐 나왔다가 이모의 제안으로 이모가 찍는 광고에 참여하게 된 남자 중학생 재형이, 친한 후배의 부탁으로 우연히 한 광고회사에 들렀다가 평범한 서민적 아버지의 모습으로 적당하다고 광고에 참여하게 된 박 동화씨. 이렇게 네 인물이 1인칭 서술자 시점으로 네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고생의 입장에서 본 가족, 30대 싱글녀로 살아가는 직장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가족의 의미, 엄마와의 충돌이 일상이 되어가는 중학교 사춘기 남학생이 말하는 가족, 빈둥지 증후군을 제대로 경험하고 있는 40대 가장의 가족에 대한 아쉬움. 책 속에서 만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어제 모습이고 현재의 모습이고 미래의 모습이다.
나의 남편, 나의 어머니, 나의 딸, 나의 아들을 온전히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 매우 어렵다. 하지만 이렇게 내가 모르는 인물의 이야기로 읽을 때 오히려 공감이 쉽게 되고 그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생각해볼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관심도 없으면서 학원 안가면 난리 난다니까" (162쪽)

중학생 재형이가 엄마에 대해 하는 말이다. 우리는 혹시 이런 부모는 아니었는지.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면서 매일 학교와 학원에 빠지지않고 가는 것만 체크하고 있는.
작가는 말한다. 지금도 여전히 '가족'은 답안지에 뭐라고 써야 할지 알수 없는 어려운 문제라고.
나 역시 그렇다. 어스름 해질녘, 혼자 저녁을 해서 먹고, 혼자 동네를 산책하는 길에 본 집의 창으로 흘러나오는 불빛에 그냥 눈물이 핑 돌던 때를 생각하고, 내 집보다 다른 집이 더 좋았던 철없던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고, 나중에 그리움과 좋은 기억으로 남을 가족을 만들기 위해 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본다.
청소년 대상으로 나온 책이라지만, 저자들도 말하듯이 그런 것 무시하고 모두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밖에서 어떤 회오리, 폭풍 속에 시달린다 해도, 좌절과 실패에 의욕을 잃는다 해도, 그것을 함께 나눌 가족이 있는한 우리는 쓰러지지 않는다는, 교과서같은 그 믿음을 지키며 살고 있는 모두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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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3-04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학교 모임에서 한분이 스타디의 일환으로
아버지에게 편지 쓰기를 하자는거예요. 아직 학생이라 좀 미숙하셔서
좀 강제적으로 쓰도록 했는데, 저는... 한줄도 못 쓰겠더라구요.
아직도 아버지에 대한 정리가 안 되고, 털어버리지도 못 한거죠.

나중에 코알라가 저를 생각할 때 이렇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요. ㅠ

hnine 2011-03-05 04:57   좋아요 0 | URL
아마 쉽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그런 제안을 하셨는지도 모르겠어요.
꼭 보내야한다는 전제 없다면 전 그냥 몇 줄 써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나의 아이가 나중에 나를 어떤 엄마로 기억할까 하는 것은 저도 늘 염두에 두고 싶은 질문이지요.
 

 

 김 해원 <고래벽화>

책의 제목과 표지 그림으로부터 내용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신나는 일이라곤 별로 없는 조용한 마을에 초등학교 육학년 사내 아이들 네명이 비밀 아지트를 만들고 거기에 낙서 비슷한 그림을 그리는데 이 그림이 오해를 받으면서 생기는 이야기이다. 독특한 발상도 좋았고, 작가의 문장력이야 흠잡을데 없는데 하나의 에피소드를 너무 길게 끌고 간 감이 없지않아 있다. 그래도 산뜻하고 예상 외의 결말이 작품을 살렸다고 생각된다. 어른이라면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심각하게만 몰고 갈게 아니라 이 책의 교장선생님과 같은 현명하고 경쾌한 결단을 내릴 수 있으면 좋겠다. 그건 지식이 아니라 지혜와 경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김 해원 작가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책 작가 ('더작가') 모임의 일원. 이들이 함께 낸 작품집 <박순미 미용실>에 실린 그녀의 단편 '연극이 끝나면'을 읽고난 후의 훈훈함과 그녀의 따뜻한 시각이 마음에 들어왔고 <가족입니까>를 읽고 확실히 좋아하게 된 작가이다. 이제 그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열일곱살의 털>을 읽어봐야할 때.

 

  

 토니 포터 외 글, 조 무어 그림, 김 경희 옮김
<나의 첫 세계 지도책> 

비슷한 책이 이미 많이 나와있는지라 이 책만의 어떤 특징이 있을까 염두에 두고 보았다.
'지도는 어떤 곳을 위에서 내려다 본 그림이에요' 라는 말로 시작한다. 지도, 그리고 이 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고 시작하는 방식이 우선 좋았다. 그 다음 쪽에도 각 나라들을 설명하기에 앞서 지구 전체를 놓고 방향, 지도의 축적, 적도, 북극, 남극 등을 그림으로 보여주며 간단하게 설명해준다. 그 다음엔 제일 먼저 대한민국. 외국의 저자에게 우리 나라에서 출판될 것을 위해 특별히 부탁했다고 한다. 우리 나라 행정 구역, 역사 연대표, 볼거리, 생활과 문화에 대한 내용이 나오고 다음으로 북유럽, 남유럽과 지중해 지역, 동유럽과 러시아, 영국과 중앙 유럽,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서남아시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섬나라들, 동아시아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 몽골과 함께 여기에 속한다), 오스트레일리아, 극지방 순으로 나와있다.
제목처럼 나의 첫 세계지도책인만큼 자세한 설명과 그림보다는 한눈에 들어올 수 있는 간략한 지도와 설명이다. 지적하고 싶은 점이라면 지도상에 있는 지명이 실제의 위치와 너무 다르게 표시된 곳이 눈에 띄었다는 것. 런던이 영국의 동남부에 위치한 것으로 표시되어 있는 것이 그 예이다 (16쪽). 또 한가지, 지역의 특징을 나타내기 위한 간단한 그림이 지도 상에 그려져 있는데 그 의미가 금방 들어오지 않을 그림이 가끔 발견된다는 것. 우리 나라 서해에 두루미(정확하게는 두루미 모습도 아니지만)가 그려져 있어 무슨 뜻일까 봤더니 철새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는 설명이 옆에 있다. 중앙유럽 지도에서 폴란드 땅 위에 그려진 새와 둥지는 그나마 설명이 없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영어가 아닌 어떤 지명은 그 나라 말 식대로 표기되어 있어 번역하는 분이 애 많이 쓰셨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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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I AM NUMBER 4 를 봤다.
재미있다.
103분 동안 지루함을 느낀 시간이 전혀 없었으니까. 

외계에서 지구로 망명 혹은 피신한 생명체, 자신의 정체성에 혼동을 느끼는 주인공 등등의 내용, 그리고 역시 컴퓨터 그래픽, 액션 기법 등은 이 영화에서 새로울 것은 없었으나 나를 몰입시킨 것은 아마 주인공의 캐릭터였을 것이다. 평범한 고등학생 차림의 인상이지만 그 눈빛만은 드러나지 않는 고독과 외로움 그 자체라고 느꼈다.  

 

 

 

 

 

 

 

 

 

 

 

 

 

 

 

 

 

 

 

 

 

 

 

왜 Number 4 일까.
입으로 발음도 해본다. Number 3, Number 5, Number 7 가 아니라 Number 4 가 제목이 된 이유가 궁금해졌다.

영화를 보면서도 느꼈지만 원작 소설을 찾아보니 확실히 속편이 만들어질 것 같은데, 주인공은 바뀌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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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11-03-01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보고 감상을 쓰는 분들을 보면 왠지 존경스러워요ㅎㅎ 차라리 저는 103분 동안 집중하여 글은 쓰라면 지루하게 쓰겠는데, 이상하게 영화보는 건 힘들더라구요. 눈과 귀가 다 약해서 그런지 몰입이 안 돼요. 더우기 이런 내용의 영화는..ㅎㅎㅎ 영화를 안 보는 저같은 사람이 완전 4차원이고 외계인이죠?

hnine 2011-03-01 22:02   좋아요 0 | URL
한때 영화 무~척 좋아했답니다. 요즘 영화 보는 것은 정말 가뭄에 콩 나듯이 봐요. 이 영화는 SF, 액션 영화라고 소개되어 있으니 저도 지나칠 수 있었던 영화인데 남편이 보고 싶어하길래 못 이기는 척 보러 나간 것이었어요. 그런데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103분 동안 집중하여 글 쓰는 편이 더 쉽다는 진주님, 정말 범상치는 않으신 것 맞습니다 ^^

가시장미 2011-03-01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 저도 보고싶었어요. ^^
사실 평이 안 좋아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님께서 좋은 평을 내려주셨으니..
주말에 시간되면 봐야 할 것 같아요. ㅋㅋ
저도 가뭄에 콩 나듯이 보는데, 콩 좀 자주 났으면 좋겠어요. 이히

원작 소설이 있군요? 아... 소설로 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영화보고 소설 읽으면 실망이 덜 하겠죠?
소설보고 영화보면 실망이 크더라구요. ^^;;

hnine 2011-03-02 07:25   좋아요 0 | URL
아이 낳고 나니 가뭄에 콩 나듯이 영화보다가, 아이 좀 크고 나면 이제 만화 영화 보는 시기로 들어갑니다. 취향에도 없는 영화를, 아이 보여주려고 함께 보는 시기를 지나 이제 조금만 있으면 최소한 12살 이상 관람가 영화는 아이랑 함께 볼 수 있겠다는 기대로 기다리고 있답니다. 그러고보니 시간 참 빨리 가네요.
저 영화, 다른 걸 다 떠나서 일단 재미있어요 ^^

sslmo 2011-03-02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만 가지고 있어요, 아직 읽지 못했어요.
영화도 보고 싶은데 밀린 영화가 몇편 돼요.
근래에 개봉된 것 만해도 '만추'에, '블랙스완'에, '아임넘버포'까지 말이죠~


hnine 2011-03-02 07:27   좋아요 0 | URL
만추, 블랙 스완, 저는 다 시큰둥 하네요. 사실 이 영화도 시큰둥 하고 있는데 남편이 보고 싶어 하길래, 그리고 모처럼 어제 함께 볼 시간이 되길래 봤는데 각각의 캐릭터가 나름대로 다 매력있더라고요. 넘버 식스로 나오는 여자도 멋있어요.

stella.K 2011-03-02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이클 베이가 영화는 그럴 듯하게 잘 만들죠.
근데 전 영화관 자체를 가는 게 시큰둥해요.
볼만한 영화들이 없는 것도 아닌데...ㅠㅠ

hnine 2011-03-02 17:20   좋아요 0 | URL
그래도 영화 많이 보시잖아요. 멋진 리뷰도 자주 올리시고요.
영화 자체가 아니라 영화관 가는게 시큰둥할 수도 있는거겠죠.
저도 요즘 그렇답니다.

마녀고양이 2011-03-02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언니, 이거 잼나요?
저는 SF 진짜 좋아하는데, 평이 영 꽝이더라구요.
음...... 보러가야게따~ ㅎㅎ

hnine 2011-03-02 18:39   좋아요 0 | URL
앙? 누구야요? 이 영화 꽝이라고 한사람!
(내가 왜 이러지? 마음을 진정시키고~)
그렇게 본 사람도 있겠지요 뭐...(먼산보기~)
그런데 저는 재미있더라고요 ^^
 

 

식물원 주인 

 

문 정희 

 

시인을 꿈꾸다가 시 대신 땅에 나무를 심어
식물원 주인이 된 그가 말했네
상처없는 시가 없듯이
지상에 상처 없는 나무는 한 그루도 없더라고 했네
살아서 바람 앞에 흔들리는 목숨에
상처는 지금 내가 살아있다는 빛나는 증표
쓰라린 아픔으로 진물을 흘리지만
깊은 성찰을 던진다네
시건 나무건 상처가 있어 가엾고 사랑스럽지, 그러니까
상처는 그 자체로 참혹하고 아름다운 생명!
그것을 알아본 식물원 주인! 그는 벌써 빛나는 시인이었네
그가 키운 저 푸른 상처를, 바람 앞에 나풀거리는 생명들
뿌리의 감옥에 갇혀서도 자유롭게 흔들리며
하늘로 치솟는 나무들을 보며
누가 보라고 저리 푸르렀을까 물었더니
주인이 없지! 보는 사람이 보는거지! 라고 대답하네
시도 시인이 아니라 읽는 사람이 다 가지듯이 

  

 

 

 

 

 

 

 

 

 

 

 

 

: 시어로서 '상처'라는 단어가 저렇게 직접적으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 시의 격을 떨어뜨리는 것 같기도 하고, 상처를 미화시키는 방식도 식상 해서, 아주 마음에 드는 시는 아니다.
그래도 라디오에서 시인이 직접 이 시를 소개하는 것을 들은 날 나는 무엇이 떠올라 끄적이게 했으니 고마와해야할 시라서 적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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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1-03-01 0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물들에 관한 동화책에서, 이제 시집으로요?
그러다가 이 시 제목처럼 '식물원 주인'이 되시는 건 아닐까요?
제게 '문정희'의 시들은 극과 극이에요, 앞에 '너무'라는 수식어가 붙는...

hnine 2011-03-01 06:16   좋아요 0 | URL
너무 좋거나 너무 싫거나, 그런가요? ^^
저 시집의 시들을 아직 다 본게 아니니 한번 찬찬히 읽어봐야겠어요.
제가 뭐 하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집착하는 경향이 있지요 ㅋㅋ

비로그인 2011-03-01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 요 책 다시 찾아 보겠습니다.

어느 시집 앞에

떠돌이 시들 마침내 집을 얻었다.
아니 관인들 어떠랴!

라고 하는 글이 있던데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요즘 보는 시들은 이상하게도 지금 이시대의 상처들이 나타나는 것 같이 느껴지더라고요.

hnine 2011-03-01 21:03   좋아요 0 | URL
인용해주신 구절, 좋은데요?
다시 찾아봐주세요 ^^

상처를 직접 상처라고 하지 않고 다른 말을 쓴다면 무엇이 좋을까...생각해봅니다. 감히 시인이 고른 어휘에 딴지를 걸다니. ㅋㅋ

프레이야 2012-09-16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문정희 시집을 고르다 땡스투유~~~~ ^^

hnine 2012-09-16 23:25   좋아요 0 | URL
제가 문정희 시인의 이 시를 읽고 <식물원>이라는 제목의 동화도 써봤잖아요 ㅋㅋ
문정희 시인은 이제 그 모습에서도 어떤 아우라가 팍팍 뿜어져 나오더군요.
땡스투유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