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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입니까 ㅣ 반올림 24
김해원 외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0년 10월
평점 :
가족.
늘 생각하고 있던 주제였다는 것을, 책의 제목을 본 순간 바로 마음에 와서 꽂히는 것을 보고 알았다. 어쩌면 그래서 더 바로 못 읽고 지금에서야 읽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관심의 종류가 그러니까 더 알고 싶은 관심이 아니라 머리 속에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어 치워버릴 수 없는, 그런 종류의 관심이었던 것이다.
제목에서 보듯이 이 책은 독자들에게 '가족입니까?' 라고 묻고 있다. 가족입니까? 가족을 가지고 있습니까? 가족이 있어 행복합니까? 가족이 있어 힘이 됩니까? 제목을 볼때마다 이런 저런 문장으로 다가오는 이 물음에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최 윤정 대표 자신이 작가이자 번역가이기도 한 출판사 바람의 아이들은 어린이, 청소년 문학 출판사들 중에서 나름 자기 색깔을 가지고 있는 곳 이다. 출판사 기획물로 앤솔로지를 꾸준히 내고 있는데 작년 말, 네 명의 작가를 모이게 한 주제는 '가족'이었다. 김해원, 임태희, 김혜연, 임어진. 이 네 작가가 100매에서 150매 정도의 분량을 맡아 서로 연결되는 이야기로 가족을 그려냈다. 김해원는 <열일곱살의 털>로 많이 알려진 작가, 임태희는 <쥐를 잡자>, <나는 누구의 아바타일까>를 대표작으로 들 수 있는 떠오르는 젊은 작가 중 한 사람이며, 김혜연, 임어진 작가의 작품을 나는 아직 못 읽어봤지만 이름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연기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 엄마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고등학생 예린이, 예린이가 찍게 된 핸드폰 광고를 담당한 광고 회사 팀장 안지나, 안지나 팀장의 조카이자 엄마와 충돌후 집을 뛰쳐 나왔다가 이모의 제안으로 이모가 찍는 광고에 참여하게 된 남자 중학생 재형이, 친한 후배의 부탁으로 우연히 한 광고회사에 들렀다가 평범한 서민적 아버지의 모습으로 적당하다고 광고에 참여하게 된 박 동화씨. 이렇게 네 인물이 1인칭 서술자 시점으로 네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고생의 입장에서 본 가족, 30대 싱글녀로 살아가는 직장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가족의 의미, 엄마와의 충돌이 일상이 되어가는 중학교 사춘기 남학생이 말하는 가족, 빈둥지 증후군을 제대로 경험하고 있는 40대 가장의 가족에 대한 아쉬움. 책 속에서 만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어제 모습이고 현재의 모습이고 미래의 모습이다.
나의 남편, 나의 어머니, 나의 딸, 나의 아들을 온전히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 매우 어렵다. 하지만 이렇게 내가 모르는 인물의 이야기로 읽을 때 오히려 공감이 쉽게 되고 그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생각해볼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관심도 없으면서 학원 안가면 난리 난다니까" (162쪽)
중학생 재형이가 엄마에 대해 하는 말이다. 우리는 혹시 이런 부모는 아니었는지.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면서 매일 학교와 학원에 빠지지않고 가는 것만 체크하고 있는.
작가는 말한다. 지금도 여전히 '가족'은 답안지에 뭐라고 써야 할지 알수 없는 어려운 문제라고.
나 역시 그렇다. 어스름 해질녘, 혼자 저녁을 해서 먹고, 혼자 동네를 산책하는 길에 본 집의 창으로 흘러나오는 불빛에 그냥 눈물이 핑 돌던 때를 생각하고, 내 집보다 다른 집이 더 좋았던 철없던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고, 나중에 그리움과 좋은 기억으로 남을 가족을 만들기 위해 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본다.
청소년 대상으로 나온 책이라지만, 저자들도 말하듯이 그런 것 무시하고 모두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밖에서 어떤 회오리, 폭풍 속에 시달린다 해도, 좌절과 실패에 의욕을 잃는다 해도, 그것을 함께 나눌 가족이 있는한 우리는 쓰러지지 않는다는, 교과서같은 그 믿음을 지키며 살고 있는 모두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