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가까이 갔을때 코끝에 살짝 와닿는 향.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것 같은 향.

마음이 분주하거나 경황이 없는 상태에선 못 맡고지나치는 향.

 

 

 

특이한 형태를 하고 있는 다육식물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어 사가지고 왔던 식물이다. 꼭 돼지발끝 처럼 식물의 몸통 끝이 양쪽으로 갈라져있다.

 

 

 

 

 

파는 아가씨가 흰돌멩이에 '축전'이라고 이름을 적어주었다.

주의 사항은 단 한가지,

"절대 물 자주 주지 마세요. 물 주는거 그냥 잊어버리고 있으세요."

 

 

 

꽃이 피었다.

저 정도 피기까지 벌써 며칠 전부터 변화가 있었을텐데 오늘 아침에야 보았다.

갈라진 틈으로 삐집고 나온 노란 꽃.

축전이라는 이름에 어떤 뜻이 담겨있는지 모른다.

祝電이었으면.

그렇다면 네가 피어준 것 만으로도 祝電이겠다.

 

 

검색해보니 Conophytum, 祝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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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2-09-22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쪼글쪼글해진거 보니 당장 물 줘야겠는데요?

hnine 2012-09-22 19:50   좋아요 0 | URL
꽃피어있는 사진들 보면 저렇게 쪼글쪼글 상태인 것들이 많더라고요. 탈피할때가 되어서 그렇다는데, 아직 다육이 초보라서 무슨 소리인지 금방금방 접수가 안되네요.
축전은 여름엔 물을 적게 주는 정도가 아니가 거의 '단수'해야 무르지 않는다고 해서 물을 한번도 안주었어요.
하이드님 말씀 듣고 오늘 처음으로 물을 주었답니다.

하이드 2012-09-29 13:38   좋아요 0 | URL
여름에 단수해야 한다는 것은 '장마철'에 습할때의 이야기에요. 습할 때는 단수요. 여름에 덥고 건조할 때는 물 주는 주기를 더 짧게 하곤 하지요. 한달에 한 번 준다고 하면, 여름엔 이십일에 한 번, 겨울엔 사십일에 한번, 이런 식으로요. 가장 좋은 것은 다육의 상태를 보고 물을 주는 것이구요. 대부분의 다육은 겨울에 휴면 들어가니, 겨울에 단수 들어가지, 여름 단수는 좀 안 맞는듯하네요.

다육도 꽃 있을때는 물 더 자주 줘야 해요. 꽃이 지면 꽃대 잘라주고요.
여튼 물 먹고 탱탱해졌다니 다행입니다. ^^

hnine 2012-09-30 20:31   좋아요 0 | URL
'다육의 상태를 보고' --> 이게 중요하겠네요.
지금 마구 꽃을 올리고 있는데 이럴 때 물을 더 자주 줘야하는 것도 알았고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을 올리길 잘했네요 ^^

무스탕 2012-09-22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뻐요!
난순이도 이쁘고 다육이도 이쁘고 코끼리도 이쁘고요 ^^

hnine 2012-09-24 00:03   좋아요 0 | URL
저 코끼리 화분이 한몫 했어요 저 다육이를 사기로 하는데요.
지금 옆에서 또 꽃이 피려고 꼬물거리고 있어요. 기대만땅입니다 ^^

그건 그렇고, 무스탕님, 반가와요~~~~

순오기 2012-09-23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에게 꽃을 활짝 피운 축전을 띄웠군요.^^
우린 다육이도 밖에 내놓아 햇빛을 많이 받기 때문에 물도 자주 주어요.
작년엔 빨간 꽃을 많이 피웠는데, 올해는 꽃이 안 피네요.
해거름 하는 건지...

hnine 2012-09-24 00:02   좋아요 0 | URL
저희는 아파트라서 실내에서 제일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두었어요. 저 축전이랑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다른 다육이도 있는데 그건 크기만 커지고 꽃을 안 피우네요. 그건 다린이가 자기거라고 샀기 때문에 제 다육이 꽃 핀거 보고 지금 질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답니다.

잘잘라 2012-09-25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어... 저거 저거 '거북손'같아요. 님의 설명을 읽으니 족발같기도 하고요. 어떡하죠. 왠지 들고 쪽쪽~~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 ^^ 모양만큼 이름도 특이해서 오래 기억할 것 같아요. 물 주는 거 잊어버리고 있어도 되고, 꽃도 저리 이쁘게 피다니 음.. 저도 당장 동네 화원으로 달려가서 한 놈 업어와야겠습니다요!!!

hnine 2012-09-25 20:21   좋아요 0 | URL
족발...ㅋㅋ
다육식물 중에 저렇게 생긴 애들이 꽤 있어요. 지금 꽃이 몇개 더 피려고 하고 있답니다. 가격도 별로 안 비싸요. 크기가 큰 거 아니라면 오륙천원 정도면 살 수 있어요.
 

 

아빠의 타자기

 

 

 

 

 

이젠 그만 자거라

할머니 호통 몇차례 듣고

억지로 누웠지만

눈은 말똥말똥

옆에 나란히 누워 

속닥속닥 장난치던

동생도 잠이 드니

세상이 온통 조용해졌다

다 자나보다

나만 깨어있나보다

무서워지려고 하는데

 

 

 

저쪽 끝방에서 들려오는

타자기 소리

'타다닥 타다다

타다다닥, 찌~잉'

아빠다

아빠가 아직 안주무신다

나혼자 깨어있는게 아니었구나

마음이 놓여

잠이 소르르

아빠의 타자기 소리

이제는 들을 수 없는

타자기 소리

 

 

 

 

 

식구들이 다 잠든 시각에도

다음 날 일을 위해 타자기를 두드려야 했던

내 아버지의 그 고단한 밤들

그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던 나의 어린 시절 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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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9-22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타자기 이야기가 이것이었군요.
마지막 두 행에서 마음이 짠해집니다.
그리운 얼굴, 그리운 소리, 나인님.^^
저도 어느 날 밤새 수동타자기 소리를 바로 곁에서 들으며 얕은 잠을 잔 적이 있어요.
이십대 초반의 이야기지요.

hnine 2012-09-22 19:53   좋아요 0 | URL
그 타자기는 지금 친정 어느 구석에서 잠자고 있을지 몰라요. 그때는 수동 타자기였고, 몇 년 후엔 손으로 찌~잉 하고 밀어낼 필요없는 전동 타자기를 쓰셨는데 저는 물론 수동 타자기 소리에 더 정이 들었지요.
이십대 초반의 프레이야님 옆에서 수동타자기를 치시던 분은 누구이실까요? ^^

프레이야 2012-09-22 21:36   좋아요 0 | URL
히히 비밀요^^
전동타자기도 생각나요. 직장에서 다년간 그걸 썼지요.

hnine 2012-09-23 23:53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저처럼 타자기 소리를 들은 정도가 아니라 직접 타자기를 오랫동안 다루셨네요, 저희 아버지처럼.

무스탕 2012-09-22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여상을 나왔기에 타자는 죽어라;; 쳤었지요 ^^; 자격증도 땄고요 :)
그 옛날 유명했던 '마라톤 타자기'는 이제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거에요.
먹끈은 팔지도 않을걸요?

프레이야 2012-09-22 21:39   좋아요 0 | URL
아ᆢ먹끈이요. 무스탕님 방가방가ㅎㅎ
제가 먹지라고 잘못 썼어요, 제 페이퍼에ᆢ요새는 단어도 헛갈려요ㅠ 먹끈 사러 큰문구점 멀리 버스타고 가고 그랬는데요.

hnine 2012-09-23 23:57   좋아요 0 | URL
ㅋㅋ 무스탕님 앞에서 제가 주름 잡았군요.
1분에 몇타, 이렇게 얘기하는 것 같던데, 무스탕님은 그때 상당한 수준이셨겠어요. 마라톤 타자기, 이거 예전에 학생중앙이라는 잡지에 항상 선전 나왔었어요. 저희 집에 있던 건 무슨 타자기였는지 기억도 안나네요 마라톤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요즘 이 책에 대한 리뷰가 많이 올라오기에 어떤 책인가 보고는 직접 구입하게 된 그림책이다. 아들 읽히려고 산게 아니라 내가 읽으려고. (열두살이 된 아이는 더 이상 그림책을 보지않는다. 이제 이 아이가 다시 그림책을 손에 쥐는 때는 한참 후에, 아이의 아이가 생기거나, 아니면 지금의 나처럼 다시 세상에 찌든 마음을 달래고 싶은 나이에 이르거나, 그때가 되어야겠지.)

 

주위에 장미꽃이 만발하여 장미별장이다. 그곳엔 별장 주인인 할머니 혼자 살고 계시는데, 딱히 할일이 없는 할머니는 이곳을 찾아오는 상처 입은 동물들을 돌봐주는 일을 한다. 달팽이, 새, 강아지, 젊은이 등등. 이들은 장미별장에 머물다가 상처가 다 나으면 떠나서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다시 돌아온 유일한 동물은 바로 제목에 나와있는 쥐. 이 쥐가 별장을 떠난 것도 상처가 다 낫자마자 떠났던 것이 아니고 고양이가 새로 들어오고 자기보다 고양이가 할머니 옆에 있어주는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였다. 세상을 떠돌다 우연히 그 별장의 할머니가 생각나서 다시 돌아와보는 쥐. 그러나 쥐가 다시 돌아왔을때 별장은?

 

우리 나라 작가가 아닌 중국의 작가가 쓰고 그린 그림책. 쓸쓸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언젠가 습작용으로 '식물원' 이야기를 동화 형식으로 써본 적 있는데 이 그림책을 읽으며 그 이야기를 쓸때 생각이 났다. 이 책의 작가와 그 이야기를 쓸 당시의 내 마음이 비슷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무리 이기적이고 험한 세상이라지만 이 세상에는 여전이 다른 사람의 상처를 알아보고 보듬어 주는 사람이 있다.

 

제목이 장미 별장의 '할머니'가 아니라 '쥐'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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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2-09-21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좋아해요. 그림도 푸근하고, 맨 마지막 장면도 기억에 남고요.

hnine 2012-09-21 22:57   좋아요 0 | URL
이책 구입하기 전에 하양물감님 리뷰도 읽었답니다 ^^

파란놀 2012-09-21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도록 천천히 잘 사랑받을 그림책이 아닐까 싶어요

그림책은 '아이들만 읽으란' 법이 없어
저희 식구는 모두 다 나란히 읽어요

hnine 2012-09-22 07:19   좋아요 0 | URL
요즘 그림책을 아이들만 읽는 책으로 아는 어른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아이들은 나이가 좀 되니까 이제까지 접하지 못하던 책에 대한 흥미때문에 이제껏 읽어오던 그림책에서는 좀 소원해지는 것 같더군요.

반딧불,, 2012-09-24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지 저를 위해서 사는 그림책이라는 것이 어려운 것이지 생각해보면 저를 위한 그림책들이 더 많아요. 아..이글 보니 꼭 써야겠다고 생각한 글을 오늘 반드시 올려야겠다 다시 다짐합니다.

hnine 2012-09-24 16:37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제 여러 장르의 책들을 부족한대로 섭렵해보고 나니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보다도 복잡하지 않은 방법으로 사람의 마음 속까지 와닿는 그림책의 매력을 새로 알게 되더라고요. 요즘 유행하는 '힐링'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 같아요.
꼭 써야겠다고 생각한 글이 어떤 글일까, 저도 궁금^^
 

아직도 먹고 사는데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영어.

최근에 사서 보고 있는 책들이다.


4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영어 스피킹 기적의 영어코칭 30- 예일대 비즈니스 스쿨 엄선 30강
윌리엄 A. 반스 지음, 최드림 옮김 / 로그인 / 2013년 12월
13,500원 → 12,150원(10%할인) / 마일리지 670원(5% 적립)
2014년 03월 15일에 저장
품절
잘못된 곳을 고쳐주는 영작문
조형묵 지음 / 경문사(경문북스) / 2012년 3월
20,000원 → 20,000원(0%할인) / 마일리지 200원(1%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2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2년 09월 20일에 저장

지금 나한테 딱 필요한 책이라서 구입했는데 좀 오래된 구문, 오래된 형식이긴 하지만 필요한 사항들로 잘 짜여져 있어 도움이 된다.
영문법 무작정 따라하기- 10년 내내 헷갈린 영문법에 마침표를 찍는다!
송연석 지음 / 길벗이지톡 / 2010년 4월
19,800원 → 17,820원(10%할인) / 마일리지 990원(5% 적립)
2012년 09월 20일에 저장
구판절판
공부한지 오래되는 문법을 다시 한번 정리할 필요가 있을 때 적격인것 같다.
`구와 절, 그 자체가 또하나의 품사` 이런 식으로 한마디로 농축된 문법 사항이 마음에 든다.
영어 이메일 문장표현사전- 비즈니스맨을 위한 손쉬운 영어 이메일 작성법
Akira Kurahone & Travis T. Kurahone 지음, Paul D. Ki / 두앤비컨텐츠(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9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2012년 09월 20일에 저장
절판
이런 내용의 책이 어찌나 많이 나와있던지. 그런데 마음에 딱 드는 책은 없었다. 이 책도 그냥 그럭저럭.


4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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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2012-09-20 14: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기만 해도 죽겠는 그것, 존재의 좌표, 까지는 아니라도, 아, 매일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그것요. 어떤 맘인지 아시죠? ^^

hnine 2012-09-20 16:30   좋아요 1 | URL
존재의 좌표,참신한 표현이네요. 저한테는 어디까지나 외국어, 외국말일 수 밖에 없는, 그래도 내치지 못하고 있는 영어이지요.
댈러웨이님, 권해주실만한 책 있으면 언제든지 알려주세요.
 

 

늦은 밤

물 먹으러 부엌에 갔다가

내 방으로 올 때

오, 나를 따라오는 게 있네

내 방까지 따라와

내 옆에 나란히 앉는게 있네

만져볼 수 없이

함부로 바라볼 수 없이 내 옆에서

다만 느낌으로

앉아 있네

 

 

"자긴 누구지?"

"......"

멍들었던 데를 만져보듯

되돌려 받는 물음

"자긴 누구지?"

"......"

 

 

다만 시늉으로 살다가

시늉으로만 살아 있다가

지나가는 구름 그림자에

창이 가려지듯

슬그머니 눈을 감는 것인가

 

 

"자긴 누구지?"

"......"

오늘도 나는

죽음의 시늉으로

그 물음 곁에

누워보는 것이 아닌가

 

 

 

- 장석남 <달의 방 1> -

 

 

 

 

 

 

 

 

 

 

 

 

 

 

 

 

 

 

 

 

나희덕 시인과 장석남 시인의 편지글 <더 레터>를 읽은 후로 요즘 장석남 시인의 시와 사귀고() 있는 중이다.  위의 시는 그의 시집 '젖은눈'에 실려 있다.

 

'시늉으로만 산다는 것' 이라는 말에 움찔.

 

어제는 서점에서 책구경을 하다가 이런 구절을 발견하고 수첩에 마구 베껴 오기도 했다.

 

The trouble with not having a goal is that you can spend your life running up and down the field and never scoring.

 

(목표가 없는 것의 문제는 당신이 경기장을 이리저리 뛰어다니지만 결코 득점하지 못하면서 인생을 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 Bill Copeland, 호주 출신의 국제 크리켓 경기 심판 -

 

나 역시 시늉으로만 살고 있지 않은지 무의식 속에서 자신 없었던 모양이다.

모처럼 주어진 여유 시간을 어떻게 하면 잘 보낼까 고심하다 보면, 무언가 실제로 한 시간보다 고심하느라 보낸 시간이 더 많은 때가 있다.

어떻게 하면 한번 사는 이 삶을 후회없이 살까 생각하느라, 실제 무언가 하면서 시간과 노력을 쓰는게 아니라 그 고민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진할 수 있다.

경기장에서 혼자 우두커니 서 있을 수 없으니 계속 이리 뛰고 저리 뛰긴 하는데 무엇을 위해 왜 뛰는지 모르고 남들 뛰는 대로 덩달아 뛰다보면 결국 득점은 하나도 못하고 경기가 끝나는 수가 있다.

 

시늉으로만 사는 것은 쉽다. 언제든 발뺌할 수 있으니까. 책임지지 않아도 되니까. 다른 사람의 칭찬, 비난 등을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될 것 같으니까. 그저 시늉만 할 뿐이라고 둘러대면 되니까.

 

그런 나의 실체를 대면하는 순간이 있는데 바로 어두운 밤, 식구들이 모두 잠든 밤, 즉, 누군가의 앞에서 시늉할 필요가 없는 그런 시간이다.

 

나는 온전한 나의 삶을 살고 있는가.

 

 

바다 소리 새까만

몰멩이 너덧 알을 주워다

책상 위에 풀어놓고

읽던 책 갈피에도 끼워두고 세간

기울어진 자리도 괴곤 했다

잠 아니 오는 밤에는 나머지 것들

물끄러미 치어다도 보다가 맨 처음

이 돌멩이들 있던 자리까지를

궁금해하노라면,

 

 

구름 지나는 그림자에

귀 먹먹해지는 어느 겨울날 오후

혼자 매인

늦둥이 송아지 눈매에 얹힌

낮달처럼

저나 나나

살아간다는 것이,

이렇듯 외따로 있다는 것이.

 

 

- 장석남 <돌멩이들> -

 

 

 

살아간다는 것,

이렇듯 외따로 있다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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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9-16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장석남 시와 사귀고 싶어지는 페이퍼에요, 나인님.^^
너무 좋잖아요, 이거!!
담아갑니다^^ 빗속을 뚫고 운전하고 돌아왔어요.
작은딸 영어 도서관 리딩 버디 봉사 마치고 잠시 데이트를 했네요.
태풍이 내일 강타한다고 내일은 학교도 휴교네요. 다린이 학교는 어떤지요.
시늉만으로 사는 삶, 저도 컥 걸려서 심장이 덜커덩거립니다.^^

hnine 2012-09-16 23:19   좋아요 0 | URL
리딩 버디라, reading buddy 말씀하시는거라면 작은 따님이 엄마 하는 일을 이어서 하고 있네요? ^^
딸과의 데이트, 얼마나 좋아요!
다린이 학교에선 지금 방금 문자메시지 왔어요, 수업은 정상적으로 한다고요.
내일 큰 피해 없이 잘 지나갔으면 좋겠는데...
우리, 지금부터라도 행여 시늉만 내며 살지 말기로 해요.

세실 2012-09-16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희덕 시인과 장석남 시인이 주고 받은 편지라~~~
당장 읽고 싶어 집니다.
내일 도서관 자료실로 직행! 이럴때 사서라는 직업이 좋아요.
시늉하는 삶보다는 직접 부딪치며 사는 삶을 살겠노라 마음 먹지만 싶지 않네요.
편안하게 들리는 빗소리가 불안한 밤이지만 오늘을 즐겨야 겠습니다.

hnine 2012-09-16 23:21   좋아요 0 | URL
나희덕 시인과 장석남 시인의 <더 레터>는 생각보다 책이 얇아요. 금방 읽는답니다. 두 시인의 시집도 좋고요.
시늉하는 삶과 반대말은 '직접 부딪히며 사는 삶', 그렇네요. 부딪힐때마다 아프긴 하겠지만 그게 제대로 사는거겠지요.

Jeanne_Hebuterne 2012-09-16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늉만 하기에도 벅차서 그만.......

hnine 2012-09-16 23:22   좋아요 0 | URL
에뷔테른님, 그렇다면 그건 시늉이 아닐거예요...

Jeanne_Hebuterne 2012-09-17 12:32   좋아요 0 | URL
목적 없는 목표여서 그럴거란 생각을 했어요.
목적이 분명해야 목표가 또렷하니까요.

hnine 2012-09-17 15:29   좋아요 0 | URL
제 경우엔 "끝까지 가보자" 이건데요, 이게 목적인지 목표인지, 아니면 그 무어도 아닌지, 잘 모르겠네요.
적어도 끝까지 다 가보고 말해야지, 이런 뚝심이랄까.
목적이 너무 분명한 사람도 좀 겁이 나지요.

하양물감 2012-09-17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 구절에 감정이입이 잘 안되는 편이에요. 너무 메말랐나봐..(^^)
오늘 부산은 휴교예요. 한솔이도 휴원하는 바람에 지금 출근을 어찌해야하나 고민중입니다..

hnine 2012-09-17 15:30   좋아요 0 | URL
시가 워낙 주관적인 것이고 함축된 표현이라서, 첫눈에 팍 하고 들어오거나 아니면 계속 갸우뚱하게 되거나, 그런 것 같아요.
부산은 다 휴교라는 소식 뉴스에서 전해들었는데, 정상 수업한다던 제 아이도 오전 수업만 하고 집에 왔네요.

하늘바람 2012-09-21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구마구 찔립니다 여태 살아온 모든 시간이

hnine 2012-09-21 19:03   좋아요 0 | URL
앞으로 살아갈 날이 훨씬 더 많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