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타자기
이젠 그만 자거라
할머니 호통 몇차례 듣고
억지로 누웠지만
눈은 말똥말똥
옆에 나란히 누워
속닥속닥 장난치던
동생도 잠이 드니
세상이 온통 조용해졌다
다 자나보다
나만 깨어있나보다
무서워지려고 하는데
저쪽 끝방에서 들려오는
타자기 소리
'타다닥 타다다
타다다닥, 찌~잉'
아빠다
아빠가 아직 안주무신다
나혼자 깨어있는게 아니었구나
마음이 놓여
잠이 소르르
아빠의 타자기 소리
이제는 들을 수 없는
타자기 소리
식구들이 다 잠든 시각에도
다음 날 일을 위해 타자기를 두드려야 했던
내 아버지의 그 고단한 밤들
그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던 나의 어린 시절 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