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들을 만나 감탄하는 기쁨, 부러움, 뿌듯함, 그런 행복을 오래 누리고 싶은 마음, 그리고 감사함.  

 

아직도 이 책의 저자 이름을 못외운다. 책 표지 어디에도 나오지 않고 속에 잘 찾아봐야 조그맣게 나오는 이 책의 저자는 피에르도메니코 바칼라리오.
<율리시스 무어>는 책에 나오는 어떤 인물의 이름인데 주인공 아이들이 새로 이사간 집의 예전 주인으로서 이미 죽은 사람이라서 한번도 직접 이야기 속에 직접 등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1권을 읽는 내내 '이 사람 정말 죽은 것 맞아?' 의심하며 읽었는데 나보다 먼저 읽어 6권을 읽고 있는 아이에게 미리 엄마에게 어떤 정보도 미리 말하면 안된다고 못을 박아 놓았다. 이것이 바로 연작물을 읽는 재미 아닐까? 

  

 

  

 

<할매, 나도 이제 어른이 된거 같다>
경북 밀양 단산 초등학교 5-6학년 아이들
의 글모음집이다. 아이들의 담임선생님이신 이 승희 선생님이 엮어 2000년에 처음 책으로 내었으니 글을 쓴 아이들은 지금쯤 스무살이 훌쩍 넘어있겠다.
선생님과 함께 글쓰기 공부를 하며 쓴 글이라 할지라도 읽어보면 이들의 생활이 그대로 묻어나는 내용과 문체에 빠져들게 된다. 뒤에 이 오덕 선생님께서 '어른들을 위한 도움글'이란 제목으로 자세하고 꼼꼼한 평을 써주신대로 사투리는 굳이 표준말로 바꿔 쓸 것 없이 말할때 쓰는 그대로 쓰는 것을 더 권장한다고 한다.
박 미정 학생의 '트럭 탈 때'라는 글을 그대로 옮겨와본다. 
'막 논에서 오는 길이다. 딸기 싣는 트럭을 타고 왔는데 어떻게 타면 재미있는지 이야기해 줄게.
트럭을 탈 때는 뒤에 탈 때가 제일 재미있거든. 뒤에 타도 그냥 앉아 있으면 재미가 없다. 일어서서 딸기 묶는 줄을 잡고 서 있는다. 머리를 풀면 더 재미있다. 차가 속력을 좀 내면 머리카락이 막 휘날리기 때문에 내가 나는 느낌이 난다.
굴다리 안에 들어갈 때는 앉지 말고 서 봐! 내가 굴다리만 하게 커지는 것 같다니까! 굴다리가 낮으면 앉고.
가까운 거리로 트럭 탈 땐 꼭 뒤에 타 봐! 진짜 재미있다.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서 타래이. (120쪽)'
짧은 글이지만 재미있게 잘 썼다. 자신의 느낌을 글로 제대로 표현할 줄 아는구나 하는 느낌이 단박에 든다.
백아르미라는 예쁜 이름의 어린이가 쓴 글 '잠 못자는 깻잎'도 올려보자.
'강 건너
비닐하우스에 켜진 불
멀리서 보면
참 예쁘다
하지만
저 불은
들깻잎을 못 자게 깨우는 것.
나는 이제 잘라 하는데
저거들은 얼마나 힘들겠노
.
인간도 저렇게 당해 봐야
식물의 아픔을 알 거다
(139쪽)'
환경보호에 대한 전문가의 어떤 글보다도 마음에 와닿는다.
이 밖에도 농사짓는 집에서 어릴 때부터 일을 도와야 하는 것에 대한 힘듦, 부모와 떨어져 할머니하고 사는 아이의 생각, 어른들에 대한 아이들의 꾸밈없는 생각 등이 잘 드러나있었다.
표지의 저 만화같은 재미있는 그림은 누가 그렸을까. 

 

취학 전 아이들부터 보여주면 좋을 그림책 <천 년의 도시 경주>
한 미경 글, 이 광익 그림
, 웅진주니어에서 올해 펴냈다. 
경주를 소개한 책이 어디 한두권이랴. 아이 책만해도 수십권이 될텐데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 이 책이 적격이다. 그 이유는, 처음부터 끝까지 옆에서 엄마가 들려주는 것 같은 문체, 그리고 단어들로, 아이들이 이해하기 적절한 수준으로 재화되었기 때문이다. '경주에는 절이 아주 많은데 그 중에는 축구장보다도 더 큰 절이 있었어' 이렇게 말하면 아이들 눈이 벌써 동그래지지 않겠는가? 아주 큰 절이 있었대, 그냥 이렇게 말하는 것보다 말이다. 그 절의 이름은 '황룡사'. '집집마다 머리에 기와를 얹었어요' 라는 표현, 어디서 보아도 끝이 보이지 않는 연못이라는 '안압지'. 작가가 얼마나 단어 선택 하나에도 신경을 썼는지 마지막 페이지의 다음 문장에서도 드러난다.
'그동안 찾아낸 보물은 박물관에 오글오글 모여 있어요.
여러분이 말을 걸면, 보물들은 긴 잠에서 깨어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을 거예요. 사붓사붓 여러분을 따라다니면서요.'
어린이를 대상으로 어른이 글을 쓰기란, 정말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곁으로 들었다. 아, 이 책이 맘에 드는 점 또 한가지는 그림이다. 토우가 아이 둘을 데리고 다니면서 길을 안내해주는 형식의 그림인데 토우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그림의 색채 또한 튀지 않으면서도 칙칙하지 않아 동양화의 느낌을 주고 둥글둥글한 선, 경주 시가지 그림조차 어린이들이 봐도 복잡하지 않게 특징을 잘 잡아 그려져 있다.  
도서관에서 찾아낸 책이지만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 Schubert의 9번 교향곡을 들으며 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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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8-01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건 어떨까요?

율리시스가 그리스로 수학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맨날 보는 그곳. 지겹다. 어딘가 재밌는 곳이 업을까? 어젯밤에 몰래 외워둔 피에르도메니코 바칼라리오 라는 주문을 외자 순간이동을 하여 어디론가 도착하게 되었다. 그곳은 "경북 밀양 단산 초등학교" 어떻게 그 학교 이름을 알았냐구? 그런건 묻지말자. 김빠지게.. 율리시스는 몰래 숨어 아이들과 선생님의 수업을 훔쳐본다. 그런데 세상에 백아르미 (100Army) 라는 고대 전쟁의 여신의 이름을 가진 듯한 한 학생이 고대 신화를 얘기하고 있다. 들깻잎이 실은 밤이 되면 무서운 괴물로 변한다는 것 을 어떻게 알았을까..

몰래 나와 맨 돌과 산밖에 없는 길을 따라 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밤. 무서운 느낌이 든다. 꽤나 넓은 곳에 절터가 있다. 깜깜한 길을 걷다가 갑자기 발에 뭔가가 채인다. 무슨 보따리인데 왠지 묵직한 것이 보물이라도 있을 듯 하다. 주위를 좀 살핀 후 보따리를 풀어본다. 갑자기 바람이 쉭 하면서 불어와 수많은 이야기들이 마구 조잘댄다. 도무지 알아들을수 없는 말들이 재잘거려서 참기 힘들다. 이리저리 도망도 다녀보지만 이야기들은 끝까지 따라온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피에르도메니코 바칼라리오 !! 피에르도메니코 바칼라리오 !! 다시 돌아가는 주문을 왼다. 계속 따라온다...아 !!
몽롱한 상태에서 누군가 흔들어 나를 깨운다. 일어나보니 엄마가 에그베이컨을 만들어 놓고 밥을 먹으라신다. 꿈. 피에르도메니코 바칼라리오 !! 이건 뭐야..


ㅎㅎ


그나저나 슈베르트 9번 교향곡의 느낌은 어떠하신지요 ? hnine님 ^^

hnine 2010-08-02 05:59   좋아요 0 | URL
하하...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금방 환타지 동화가 한편 만들어졌네요? ^^
피에르도메니코 바칼라리오, 정말 주문같은 이름이지요? 실명일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봤답니다.
슈베르트의 9번 교향곡은 (지금도 또 듣고 있는 중이지만) Great이라는 제목으로 기대한 만큼 웅장한 스케일은 아닌 것 같고요, 여전히 너무나 Schubert적이라는, 뭐 저 혼자 생각입니다.
 

하루에 한권씩 뚝딱.
내가 아니고 아이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이다.

 

   

 

 

 

 

 

 

 

현재 10권까지 나와있는데, 검색을 하더니 같은 저자의 책이라며 어제 미리 주문해놓은 책은, 

 

 

 

 

 

 

 

 

이것도 현재 8권까지 나와있는데 다 읽을 셈인지, 지켜 봐야겠다. 

율리시스 무어 1권을 읽던 날 아이가 하도 재미있게 읽길래 어떤 내용인데 그러냐고 물었다.
남매가 부모님과 함께 아주 오래된 집으로 이사를 오는 것으로 시작한단다. 이사를 와서 보니  빼놓고 온 짐이 있더라는 것이다. 여기까지 얘기를 듣고 내가,
"잠깐! 그래서 부모님이 아이들만 집에 남기고 짐을 가지러 가시는구나, 맞지?"
그랬더니 엄마 벌써 그 책 읽었냐고 그런다.
"그래서 어른들이 안 계신 동안 아이들이 집안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비밀을 밝혀내는거야~"
신나서 계속 해본 소리에 아이는 화들짝. 엄마가 어떻게 아냐고.
읽기는~ 그냥 그렇게 전개되어 가는 얘기 아닐까 짐작으로 해본 소리지 ㅋㅋ
재미있으니 엄마도 읽어보라고 하도 권해서, 나도 오늘 가방에 율리시스 무어 챙겨 넣어 나가려고 한다. 

 

* 어제 장을 보러 가는데 아이가 말하기를, 내일 아침으로는 '베이컨& 에그' 를 먹어봐야겠단다.
  난데 없이 웬 베이컨 & 에그냐고 했더니 '율리시스 무어' 에 나오는데 어떤 맛인지 먹어 보고 싶다고.
  아침은 밥이 기본인 우리 집이지만, 매일도 아니고 한번 먹어보겠다는데 안될 것 없어서 어제 처음 내 손으로 베이컨이라는 것을 사 보았다. 먹어보고 뭐라고 할지 궁금하네.
 아이가 읽는 책에 따라 아침 식탁까지 달라질 수 있는게 그냥 재미있을 뿐이다. 

 

 

- 네이버에서 퍼온 Bacon and Egg  사진 - 
콜레스테롤 '결핍' 환자가 처방 받아 먹어야 할 특별식 같아 보이는군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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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0-07-29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 맞아요. 저콜레스테롤이라 건강검진 때 받은 처방이죠. 단, 베이컨 대신 굴. 으웩.

hnine 2010-07-29 18:33   좋아요 0 | URL
조선인님, 저콜레스테롤이시라니 저와 반대이시네요.
베이컨보다는 굴이 몇배 낫지요. 그런데 굴 싫어하시나요?? 굴밥, 굴부침개, 굴떡국...맛있는데...^^

조선인 2010-07-30 15:42   좋아요 0 | URL
굴과 계란노른자만 번갈아 드셔보시길. 킥킥

hnine 2010-07-30 16:36   좋아요 0 | URL
아이쿠...아무리 좋은 음식도 그렇게 계속 먹으라면 좀 그렇겠네요.
전 콜레스테롤이 너무 높아서 걱정이거든요. 집안 내력이랄까...

하늘바람 2010-07-29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다린이가 재미있어 한다니 저도 당장 읽고 프네요
베이컨 에그, 음 맛날 것같은데요

hnine 2010-07-29 18:33   좋아요 0 | URL
제가 오늘 1권 읽어보니 다린이만한 나이 남자 아이들이 재미있어할 내용이더라고요. 책장도 슝슝 넘어가고요 ^^

다락방 2010-07-29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 hnine님. 마치 [율리시스 무어]를 읽은것처럼 줄거리를 맞추시는게 재미있어요. ㅎㅎ 아이는 얼마나 신기했을까요? ㅋㅋ 저는 일전에 김혜자와 원빈 주연의 영화 [마더]의 반전을 맞춘 적이 있어요. 영화 시작하기도 전에요.
반전이래잖아, 그러니까 사실은 이렇게 되는거 아닐까? 하고요. 같이 봤던 남동생이 누나 어떻게 알았냐고 그랬어요. 하하하하


그나저나 저 베이컨 에그는 아흑, 침 나오네요. 계다가 계란은 제가 좋아하는 반숙. 흑. 그런데 음, 그냥 먹기는 좀 짤 것 같아요. 밥하고 함께 먹어야 하지 않을까요?

hnine 2010-07-29 18:19   좋아요 0 | URL
저 원래 내용 잘 못 맞추거든요.
며칠 전엔 다린이가 읽는 다른 책, 표지의 소개를 잠깐 보니 주인공 여자 아이가 부모님은 이혼하시고, 아무도 이 아이를 맞지 않겠다고 하여 고아원 같은데서 산다는 소개글이 나오길래 이 여자 아이가 힘들어하며 그래도 꿈을 잃지 않는다, 뭐 이런 내용 아닌가 했더니, 다린이 말이 이 여자 아이는 하나도 힘들어하지 않고 장난꾸러기, 왈가닥으로 나온다네요 ㅋㅋ
베이컨이 짜기도 하고...아무튼 매일 아침으로 먹을 건 아닌것 같아요.

sangmee 2010-07-29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린이 귀엽다 ㅎㅎㅎ 그냥 반찬중 하나로 밥이랑 한번쯤 먹어도 되지뭐.
베이컨은 굽고 나온 그 기름 보면 으~~ 소리가 절로 나와.

hnine 2010-07-29 18:21   좋아요 0 | URL
책에서 영국 사람들은 아침으로 그렇게 먹는다고 나왔대. 그래서 자기도 밥 없이 아침 '식사'로 먹어봐야겠다고 해서 ㅋㅋ
오늘 아침에 내가 일찍 나가느라고 다린이 아빠보고 같이 해먹으라고 했는데 물어보니 아주 맛있었다는데? ^^

마노아 2010-07-29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와 아이가 함께 귀여워요.^^;;;
앙, 저 계란은 색이 너무 선명해서 터트리기가 아까울 것 같아요.ㅎㅎ

hnine 2010-07-29 18:22   좋아요 0 | URL
싱싱한 계란인가봐요. 노른자가 저렇게 선명한 것을 보니.
터뜨리기 아까와서 못 먹는 사람들이 아니라서... 저희 식구들이요 ㅋㅋ

stella.K 2010-07-29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침에 저것 먹으면 몇분 안 있다 화장실로 가야해요.
칼로리도 좀 걱정되고 부담스럽네요.ㅜ

hnine 2010-07-29 18:23   좋아요 0 | URL
이왕 아침을 먹을거라면 한국식이 좋은 것 같아요. 빵처럼 저것도 '이벤트'이지요.

hnine 2010-07-30 16:37   좋아요 0 | URL
식구들이 좋아하면 그럴수도 있지요.

2010-07-29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9 1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pjy 2010-07-29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만간 책에서 나온 그 곳에 가보고 싶다고 할지도 몰라요^^

hnine 2010-07-29 20:28   좋아요 0 | URL
콘월의 킬모어 코브요? 으악~
안그래도 어디 있는 곳인지 묻던데요.

프레이야 2010-07-30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제가 콜레스테롤 결핍증일 거에요.
아닌가, 아마 과잉증? 아무튼..
베이컨 앤 에그, 맛나보이는 걸요.ㅎㅎ

hnine 2010-07-30 22:40   좋아요 0 | URL
그게 모자라도, 넘쳐도 문제가 되서 말이지요.
우리 나이에는 과잉증보다는 차라리 결핍증이 덜 위험할 것 같기도 하고요.
베이컨 앤 에그, 주말에 한번 해서 드세요~

bookJourney 2010-07-31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율리시스 무어, 남자아이들이 특히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희 아이는 도서관에서 빌려다 몇 번씩 읽더라구요. ^^
베이컨 앤 에그, 빵 사이에 끼워먹으면 맛있겠다~ 이런 생각 하고 있었어요. 그냥 먹기에는 좀 그렇고 ... 저는 콜레스테롤 수치 때문에 자제해야 하는 음식이니 아이들에게나 해줄까봐요. ^^*

hnine 2010-07-31 06:42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 없다며 저희 아이는 지금 다 돈 주고 사서 보고 있습니다 ㅠㅠ. 현재 10권까지 나와있더군요.
베이컨 앤 에그는 남편과 아이가 먹었습니다. 저도 콜레스테롤 때문에 베이컨 앤 에그는 고사하고 과자, 빵, 아이스크림도 자제해야 할 형편이라서 흑흑...

세실 2010-07-31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율리시스 무어 찾으러 도서관에 가봐야 겠군요.
규환인 과학소년과 내일은 실험왕에 빠져 있어서 고민입니다.
장편소설 읽는것도 해야 하는데요.

hnine 2010-07-31 07:50   좋아요 0 | URL
규환이도 틀림없이 좋아할 것 같아요. 저도 어제 1권 읽어보았는데 책장이 후루룩 넘어가더군요.
장편소설 읽는 건 사실 어른인 저도 잘 못해요 ^^

순오기 2010-07-31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험정신이 강한 다린군...좋아요!
우리아들도 율리어스 무어 봤으면 먹고 싶다고 했을 거에요.
녀석은 초등2학년 때, 황대권님의 야생초 편지에 소변이 좋다고 해서~ 자기 소변 먹어 봤대요.ㅋㅋㅋ

hnine 2010-07-31 14:17   좋아요 0 | URL
무슨 맛이래요?? ^^

2010-07-31 1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31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이미 크라우즈 로젠탈의 <쿠키, 한 입의 행복 수업>
원제는 Christmas Cookies: Bite-size lessons 인데, 쿠키라는 소재로 저자의 모든 인생 철학을 간단, 명료하게 풀이해놓은, 그림보다 글이 더 예쁜 그림책이다. 

'가족이란, 크리스마스 쿠키를 함께 나누어 먹는 사람들이야 '

'평화롭다는 건, 아무도 남이 가진 쿠키에 신경쓰지 않고 지금 자기가 가진 쿠키에 조용히 만족하는거야.  '(이 문장이 이 책에서 내가 뽑은 베스트) 

맨 뒤에는 정말 크리스카스 쿠키 레시피가 수록되어 있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또 베껴오고 말았다. 

   


니콜라스 하이델바흐의 <브루노를 위한 책>
독일 작가인데 글도 쓰고 그림도 그렸다.
등장 인물은 책읽기를 좋아하는 여자 아이 '울라'와 책읽기엔 전혀 취미가 없는 남자 아이 '브루노'
울라가 어떻게 브루노를 책의 세계로 이끌어가는지, 입에서 '아하!'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리고 책의 구성에 있어서 작가의 기발함에도 감탄하고.
나혼자 보기에 아까운 그림책이었다.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압둘 가사지의 정원>
압둘 가사지는 이야기 중에 등장하는 은퇴한 마법사의 이름이다.
이야기에 마법사를 등장시킬 때에는 이렇게 이름 부터 특이하고 신비스럽게 지어야 하나보다. 아줌마로부터, 동생네 집에 여행다녀 오는 동안 키우는 개를 봐달라는 부탁을 받은 꼬마 앨런.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다가 그만 개를 잃어버리게 되고 그 개를 찾아다니다가 마법사 압둘 가사지의 정원에 들어가게 된다. 결국 개를 못찾고 아줌마 집으로 돌아온 앨런이 발견한 것은? 환타지 세계를 다녀온 것을 대개는 주인공 외의 누구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증시물'.
이야기의 마무리를 증시물로 맺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어떤 여운을 남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이것은 위의 <브루노를 위한 책>에서도 마찬가지. 

 

오늘 읽은 이 세 권의 그림책은 어른, 아이를 막론하고 선물하고 싶은 그림책, 이라고 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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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7-31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물하고 싶은 그림책이라니 호감이 가는데요.
부르노를 위한 책은 학교 도서실에서 있던데...빌려와야겠어요.^^

hnine 2010-07-31 14:18   좋아요 0 | URL
브루노를 위한 책은 사실 그림은 별로 예쁘진 않아요. 작가가 직접 그렸거든요. 그런데 구성이 특이하고 내용도 독특해요.

ftd montreal 2010-08-03 0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린이에게 선물하기 딱 좋은책이군여

hnine 2010-08-03 06:52   좋아요 0 | URL
그런데 아직 한번도 선물할 기회는 없었네요.
잘 기억해두려고요.
 
모여라, 유랑인형극단! 낮은산 너른들 11
김중미 지음, 오정희 그림 / 낮은산 / 2009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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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까만 바탕색에 인형들이 모여 있고, 위쪽을 가리키며 무슨 얘기인가를 나누고 있다. 어두운 바탕색 때문에 흰색으로 쓰여진 제목은 더 도드라져 보이는 이 표지는 바로 이 책 중에 나오는 첫 인형극 공연의 무대를 보여주는 것이다.
가난해서, 부모님이 안 계셔서, 부모가 한센병 출신이라서, 다문화 가정 출신이라서, 이혼한 부모를 두고 있어서, 이런 저런 이유로 사회의 주류에 끼지 못하고 소외된 아이들, 그리고 어른들이 모여 사는 동네가 있다. 어느 날 이 동네 희망동 한 구석에 '남궁진영 미술교실' 이란 간판이 걸리고, 남궁사부로 불리는 이 미술교실의 주인장은 동네 아이들에게 무료로 미술 지도를 하며 서로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게 된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기도 하고 때로는 더 아프게도 하면서 다른 친구들처럼 학원에 다닐 형편도 못되는 아이들이 이 곳에 모여 서로 복닥거리며 배우고 웃고 울고 싸우며 정이 든다.
미술 교실 초기에, 서먹서먹함을 해소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남궁사부는 아이들로 하여금 각자  종이에 자기 모습을 나타낸 인형을 그리게 하고, 그 인형을 가지고 간단한 즉석 인형극을 꾸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인형을 통해 자기 소개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른 친구들 앞에서 할 수 있게 한다. 이것이 시초가 되어 이들은 본격적으로 인형극을 만들어보기로 하는데, 아이들의 부모, 형제, 모두 동원하여 인형극 극본을 쓰고, 인형을 제작하고, 음악을 삽입하고 무대를 꾸미고 소품을 구하고, 조금씩 힘을 모아 완성한 끝에 춘천에서 열리는 아마추어 인형극제에 나가기에 이른다.
실제로 오랫동안 지역 아동 공부방 일을 하고 있는 작가 김 중미의 경혐이 밑바탕 되어 쓰여진 이야기로써, 2007년 춘천 아마추어 인형극제에 나가 공연했던 작품이 이 이야기 속에 실제로 등장한다. 인형극이 어떻게 제작되는지 그 과정이 마치 과정샷 사진을 보듯이 생생하게, 그리고 이야기 형식으로 펼쳐 있어 페이지가 바쁘게 넘어가는 책이었다.
가난에 굴복하지 않는 사람들, 소외 당할망정 사람 사는 세상 자체를 미워하지 않는 사람들. 바로 김 중미가 그리고 있는 인물들이다. 척박한 상황에서 서로 밀쳐내기 보다는 서로 부등켜 안고 살 길을 모색해나가는, 결국은 읽는 사람 얼굴에 미소가 번지게 하는, 김 중미가 그리고 있는 인물들. 

'도저히 안 쓰고는 배길 수가 없었어요.' 언젠가 인터뷰에서 작가가 된 동기를 묻는 사회자에게 그렇게 대답하던 작가이다. 이 작품을 쓰는 동안에도 참 행복했다고 말하는 그녀의 마음 속은 항상 꿈으로 가득 차 있지 않을까.
대화체로 이루어져 있는 부분이 많고, 내용이 진행되어 가는 것도 그렇고, 꼭 만화책을 쓱쓱 넘기며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로 유쾌하고 적당한 감동이 있다.
다만 결말 부분에 마을 주민들이 단체로 이사를 하고, 학교에 나가는 대신 스스로 인형극과 관련된 공부를 해나가겠다는 아이의 결심 등을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없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그렇게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이 세상 사람들의 생각이 모두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다음 달 9일부터 15일까지 춘천에서는 2010 춘천인형극제가 열린다.
 --> 축제 소개
올해도 그냥 달력만 보다가 못가게 되려나. 지금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올해는 꼭 한번 가보라는 계시는 아닐지, 내 멋대로 갖다 붙이며 생각해본다.

나는 무슨 꿈을 가지고 있는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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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mssim 2010-07-28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반의 도시 춘천에서, 인형극제라면 영양가 있는 휴가가 될 것 같습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그렇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때로 잊고 있던 세계로 들어가보고도 싶습니다.
주류, 비주루 없이 좀 더디 가더라도 함께 가는 세상을 꿈꿔봅니다.

hnine 2010-07-28 16:00   좋아요 0 | URL
중전님 사시는 곳은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저희 집에서는 조금 머네요. 눈독 들이기를 몇 년 째 하고 있어요.
춘천에 가본 적이 있긴 한데 그때는 발표 거리를 가지고 새벽부터 나선 길이라 긴장해서 구경도 제대로 못했거든요.
 


집 앞 감나무에 감이 많이 달렸다. 아직은 푸르딩딩 하지만 지금 열심히 열심히 살을 찌우고 있을 것이다. 곧 푸름에서 붉음으로 넘어가는 그라데이션을 보여주겠지.

사과를 주문하려고 보니 벌써 아오리 사과가 나와있었다. 여름의 끝자락을 미리 보는 것 같아 잠시나마 더위가 견딜만 해지는 것 같다.

자연은 이렇게 '나 지금 놀고 있지 않다고요!' 라고 말 한마디 하지 않으면서도 자기 할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데, 요란 떨며 정작 할 일을 제대로 못하거나 안하고 있는 것은 말 없는 저들이 아니라 바로 나를 포함한 인간들이 아닌가 싶다. 

나는 김 중미의 <모여라, 유랑인형극단> 읽으며,  아이는 <율리시즈 무어> 2권을 읽으며 오전 시간을 보냈다. 지난 겨울, 친구가 율리시즈 무어 읽는 것을 보고 사달라고 하여 아이 아빠가 사주었는데 (나 같으면 그렇게 한꺼번에 네권을 덥석 사서 안기진 않는다) 정작 조금 읽어보더니 계속 안 읽길래 중고책으로 팔까 몇 번을 들었다 놓았다 했었는데, 그냥 두니 제가 제 손으로 저렇게 다시 읽는다. 1권을 하루에 다 읽더니 오늘 2권 읽기 시작하면서 나 보고도 읽어보라고 성화이다.
만약 지난 겨울에, 사달라고 해서 사주었더니 왜 안 읽느냐고 다그쳤더라면, 만약 안 읽을 거면 다시 팔아서 다른 책이나 사자고 중고책 시장에 내 놓았더라면? 그렇게 다그쳐 아이가 자기의 의지보다 엄마의 다그침에 의해 마지 못해 읽긴 읽었다면?
최고의 교육 방법 중의 하나가 '기다려주는 것' 이라더니. 나 처럼 성격 조급한 사람은 자주 되새겨야 할 것이다. 

어제 모처럼 아이와 영화를 보려 가기로 하고, 현재 상영중인 영화 세 편의 트레일러를 인터넷으로 보여 주며 네가 보고 싶은 것을 고르라고 했더니 <마법사의 제자>가 그래도 낫겠단다.
보고 온 소감, 디즈니가 만든 '해리 포터' 아류랄까. 아이나 나나 '별로다' 라며 영화관을 나왔다. 제작비도 많이 들었다던데. 디즈니 영화사는 무슨 생각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는지 모르곘다.
내일 보기로 한 '오션스'에 더 기대를 하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파는 알감자 구이를 흉내 내어 봤다. 언젠가 차를 타고 오는 길 들른 휴게소에서 파는 것을 보고 사달라는 것을 집에 가서 만들어주겠다고, 또 나의 그 '사서 고생 발언'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알감자를 씻어서 90% 정도 익을 정도로 물에 삶은 후 엄지 손톱 만큼의 버터 조각을 프라이 팬에 녹이고 감자를 그 위에 굴리며 노릇노릇 구워주었다. 허브 가루가 있으면 위에 뿌리면 좋겠지만 우리 집에 그런 것이 있을 턱이 없고, 찍어 먹을 소금과 함께 프라이팬 째 내주고 이것이 점심이니라 선포. 좋단다.  

 

 

 

 

 

 

 

 

 

 

 

 

 

 

<모여라, 유랑인형극단> 은 내용도 재미 있지만 (김 중미 아닌가, 김 중미), 잊고 있던 나의 꿈 한자락을 자꾸 생각나게 하여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각별한 마음이 더해가고 있다. 

 

 

 

 

 

 

 

 

 

지난 꿈, 앞으로의 꿈......

순서를 바꿔보는 것은 불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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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07-27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맛있겠어요!
근데 괄호 안의 글은 무슨 뜻인가요? 김 중미 아닌가, 김 중미...?

hnine 2010-07-27 14:18   좋아요 0 | URL
ㅋㅋ '김 중미'는 작가 이름인데요, '김 중미가 썼으니 재미 없을 리가 있겠는가' 그런 뜻으로 쓴거랍니다.

알감자 구이는 아이가 다 먹었어요. 더 달라는 걸 딱 조만큼만 해가지고는...
stella님 어머님이 보셨으면 매번 저렇게 딱 먹기에도 모자를만큼 음식을 하는 제가 참 못마땅하실거예요 ^^ 그게 잘 안 고쳐지더라고요.

stella.K 2010-07-27 14:03   좋아요 0 | URL
ㅎㅎㅎ 우리 엄니 보신 것 같아요.
옛날 분은 꼭 먹고 남아야 하잖아요.
저도 그것 땜에 엄마랑 얼마나 싸우는데요.ㅋㅋ

2010-07-27 1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8 0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7-27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나무와 사과나무는 조용히 제 일을 잘하고 있군요.
사과 이야기에 침이 고였어요~ 난 과일 중에 사과가 제일 좋아요.ㅋㅋ
어려선 사과나무 과수원집으로 시집간다고 했었던...^^
통감자버터구이~ 우리도 고속도로에서 사먹곤 집에서 즐겨 해먹어요.
집에서 손수 해주는 엄마손표 음식이 제일 좋잖아요.
IMF터졌던 그해 겨울방학 내내 우리 삼남매 간식이었어요.
아이가 하나니까 음식을 적게 할 거에요, 애가 셋이면 엄마 손도 커져요.^^

김중미 책은 관심 둘게요^^

hnine 2010-07-27 22:59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도 사과 좋아하시는구나~~ 저는 좋아하는 정도가 좀 지나쳐서 아침에 일어나서 사과를 한입 물지 않으면 잠에서 못 일어난다고나 할까요? 그렇답니다.
아이가 하나이고 남편은 집에서 저녁 먹지 않는 날이 많으니, 음식을 많이 했다가 버리게 되는 일이 생길까봐 적은 분량씩 하는 것이 버릇이 되었어요. 아이가 셋이면 정말 밥솥과 냄비 사이즈부터 달라질 것 같네요.
김 중미는 늘 소외된 대상들을 주인공으로 하면서도 바탕이 어둡지 않고 희망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더군요. 이 책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