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호마이어 글 그림 <엄마의 슬픈 날>
누군가로부터 <엄마의 우울했던 날>이란 책이 있다고 들은 기억이 나서 검색하다가 제목이 잘못 전달되었고 그 사람이 말했던 책이 바로 이 책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제목 위의 한줄 설명을 보면 대번 이 책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마음의 병을 가진 부모와 사는 아이들을 위해'
의학적 지식과 기술의 발달은 치료 가능한 질환의 범위를 예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넓혀 놓았지만 반면 예전에 두드러지지 않던 마음의 병을 가진 사람들은 날로 더 많아지고 있는 느낌이다. 마음의 병의 대상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나이와 상관없이, 물질적인 부와 상관없이 찾아온다.
아이들이 읽는 책 속의 마음의 병은 주로 아이들이 그 대상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반해 이 책에는 엄마가 마음의 병에 걸린 경우 아이의 심리를 다루고 있다. 열 살 여자 아이 모나는 엄마의 상태에 따라 '햇볕 쨍쨍한 날' 그리고 '엄마의 슬픈 날' 이렇게 구분한다. 햇볕 쨍쨍한 날의 엄마는 모나에게 더할 수 없이 따뜻하고 친절한 엄마이지만 어떤 날의 엄마는 학교에 다녀와 아무리 초인종을 눌러도 대답하지 않아 한참을 밖에서 기다리게 하는 엄마이고, 말도 없고, 슬픔과 눈물에 젖어 있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소파에서 누워 잠 속에 빠져 있는 엄마이다. 바로 '엄마의 슬픈 날'의 경우이다. 모나는 엄마가 그러는 것에 대한 이유에 대해 생각하고 (나 때문이 아닐까?), 그런 엄마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혼자서 궁리하고 이런 저런 시도를 한다. 그러다가 모나는 이것이 일종의 마음의 병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모나의 엄마는 적극적인 치료의 방법을 택하게 된다. 병원에서는 엄마에게 상담 치료와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데 그런 엄마를 보면서 모나는 책을 읽는 독자 친구들에게 말한다. 그럴 때 믿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훨씬 낫다고, 그런 사람을 주위에서 찾아보라고 말이다.
어른들이 우울증에 빠졌을 때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되고 행동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책이다.
신시아 라일런트 글 <멋진 열 두 살>
인생의 모든 나이마다 넘어야 하는 언덕이 있기 마련이지만 열 두 살, 열 세 살 쯤 되는 나이는 그 나이를 거쳐온 사람에게나 아직 거치지 않은 아이들에게나 어딘지 좀 특별해보인다.
우리에게 <그리운 메이 아줌마>로 많이 알려져 있는 작가, 신시아 라일런트의 작품인데 꽤 오래전에 나온 것을 우리 나라에선 작년에 번역되어 소개되었다. 그녀의 작품들이 그러하듯이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 속에서 아이의 심리를 묘사하고 커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탄광촌에서 엄마, 아빠, 네 명의 언니, 그리고 '총알'이라는 이름의 비글 사냥개와 함께 사는 열 두 살 금발 소녀 엘리의 1년이란 시간을 가을, 겨울, 봄, 여름 이렇게 네개의 소제목 속에 담아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구성이 돋보이거나 사건 중심의 흥미진진한 책은 아니라는 점.
에스터 로타 가스페로니 글 <옆집 아저씨 이야기>
이탈리아에서 태어났으나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이다. 나에게는 처음 접하는 작가이지만 제목이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 읽어보게 되었다. 아버지는 아주 어릴 때 돌아가셔서 얼굴도 모르고 엄마,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소년 지아니의 옆집에 어느 날 클라라 라는 개를 데리고 혼자 사는 아저씨가 이사를 온다. 아저씨가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처음엔 경계하고 피하지만 아저씨의 따뜻한 말씨와 멋진 피아노 연주 솜씨, 사람들에 대한 벽이 없는 것을 보고 지아노는 점점 그 아저씨가 좋아지고 가까와지고 싶어한다. 나중엔 1층에 사는, 역시 아빠 없이 엄마하고만 사는 친구 비의 엄마가 그 아저씨와 점점 친해져가는 것을 보자 자기 엄마와 더 친해져야할텐데 하고 전전긍긍하는 사랑스런 아이 지아니. 이렇게 아이들 책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어떤 성격과 개성을 가지고 있던 결국 어느 시점에 가서는 아이다운 면을 드러내기 마련이고 그런 대목에서 독자, 특히 어른 독자는 마음이 확 풀어지면서 웃음을 짓게 된다.
아이다움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이 호기심 아닐까. 모르는 사람, 모르는 일, 모르는 장소에 대한 호기심. 어른이 되고 나면 '오지랖'이란 말로서 끌어내려지고 드러내기 조심스러워 지는 것.
특별한 소재가 아니면서도 아기자기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은 역시 작가의 일인가보다. 내 얘기가 아닌, 옆집 아저씨 이야기를 하면서 결국은 내 얘기를 하게 되는 것. 우리 어른들도 종종 그러지 않나 싶다.
주인공 아이, 아저씨, 엄마, 할머니 등등 주인공 위의 인물들의 성격도 잘 살려져 있는 것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