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후 뭘 하고 있을 것 같냐는 물음에
오래 생각하지 않고 그냥 나온 말은 식물원 주인이었다.
평소에 한번도 앞으로 하고 싶은 일로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왜 그런 말이 튀어나왔을까.
무의식을 얼마나 믿어야할지 모르겠지만
생각해보니 의외로 멋지다.
식물을 돌보는 일.
생명을 돌보는 일. 

며칠 전 남편이 어느 행사장에서 받았다며 비닐에 싼 꽃다발을 가지고 집에 왔다.
그걸 보더니 밖에 나가 유리병에 흙을 담아온다.
꽃을 그 속에 다시 꽂는다
나름 이리 저리 어울리게 배치해보면서.
내가 아니라 아이가 한 짓이다.
흙 속에 꽂아주고 물을 뿌려주면 꽃이 더 오래갈거라고 생각했나보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니
정신 상태에 변화가 온다.  
마음의 주파수대가 달라지는 느낌.
음악으로 치면 단조에서 장조로 조바꿈이 일어나는 느낌.

그나 저나 50년 후까지 살려면
지금부터 관리를 잘 해야하는데,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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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1-05-18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린이가요?
와~ 놀라워요. 게다가 남자아인데.. 다린인 참 다감하고 섬세한 아이에요^^
나인님이 식물원주인 하신다면 전 꼭 거기에 매일매일 가서 산책하고 싶어요.
좋은하루 보내세요^^
전 아직 감기가 안 떨어지고 밤새 기침에 미열에 아직 욱씬거리네요.
오늘은 그래도 도서관 가봐야돼요. 목소리가 좀 허스키하게 나오겠지만요.ㅎ

hnine 2011-05-18 22:52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프레이야님 서재에 뜸하시다 했는데 편찮으시군요. 밤새 기침하는 것만해도 지치고 힘든데 열도 있고 욱씬거리신다니, 감기뿐만 아니라 몸살이신가봐요. 화창한 날에 몸이 아프면 더 울적해지던데 얼른 기운 차리셨으면 좋겠어요.

제 친정아버지께서 식물 가꾸는 걸 무척 좋아하세요. 한집에 살때에는 한번도 눈여겨 본 적이 없는데 그렇게 눈에 익는 세월이 그냥 가지 않았는지도 모르지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

하늘바람 2011-05-18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린이 정말 놀랍군요.
어쩜 저리 감각이 있을까요? 님이 어릴 때부터 그림도 많이 보여주시고 피아노도 가르쳐 주시고 해서 일까요?
참 섬세하고 멋집니다

hnine 2011-05-18 22:54   좋아요 0 | URL
에구, 감각은요 뭘. 뭐든 그냥 안지나치고 손으로 조물락 거려 보고 싶은 것이겠지요.
멋지다고 해주시니 고마와요. 다린이에게 얘기해주었더니 좋아하네요 ^^

마녀고양이 2011-05-18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이쁘게 꽂았어요...
흙에 옮긴다는 자체가 너무 이쁘고 흐믓해요.
안 그래도 사진 보면서, 밑부분이 흙인가? 저렇게하면 오래 가나?
이 생각을 먼저 했거든요............ 화사하고도 슬픈 아침이예요.

hnine 2011-05-18 22:57   좋아요 0 | URL
뿌리가 없는 꽃은 흙에 꽂을 필요없다고 말해주어도 들은 체도 안하더군요 ^^
화사하고 슬픈 날이었군요 오늘이. 화사하고 말과 슬프다는 말이 의외로 잘 어울리네요? 내일은 화창하고 꺄르륵 소리나는, 그런 날이 되시길. 저는 내일 널부러질 예정이예요, 완전 편하게~ ^^

마노아 2011-05-18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곱네요. 우리가 50년 뒤에 식물원에서 만나면 얼마나 멋질까요. 상상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그림이니 직접 만나면 더 멋질 거예요.^^

hnine 2011-05-18 22:59   좋아요 0 | URL
꽃이 워낙 예쁘더라고요.
식물원 주인이 되고 싶다고 말 해놓고 나니, 정말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이 더 찐해지네요.
식물원 하려면 몸이 튼튼해야하는데, 지금부터 운동도 열심히 하고 건강하게 오래 살 궁리도 해야겠어요 ^^

무스탕 2011-05-18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0년 후에 꼭 식물원을 가꾸시길 바랍니다. 그땐 찾아가서 차 한 잔 달라고 조를테니까요 ^^

hnine 2011-05-18 23:01   좋아요 0 | URL
죽은 듯 하는 화분도 살려내시는 무스탕님. 무스탕님이야말로 식물원 주인 하셔야 할 분인데...^^
정말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알라딘 친구분들이 저의 식물원으로 와서 차 한잔 같이 하고, 서로 마음 달래줄 수 있는 그런 날이요. 생각만해도 좋아요 ^^

하이드 2011-05-18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이 옆에 있으면 주파수가 달라져요. 공감공감. 근데 절화를 흙에 꽂으면 물흡수 안되요. 줄기 사선으로 잘라 물에 담가 주시는게 좋습니다. ^^

hnine 2011-05-18 23:02   좋아요 0 | URL
제 아이에게 하이드님 말씀하신대로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그랬더니 흙에다가 물 잔뜩 뿌려주었다며 버티네요 ㅠㅠ 한 고집 하는 애랍니다 ㅋㅋ

비로그인 2011-05-19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오랜만이죠 ^^
꽃이 참 화사하고 멋지네요.

5월이 가고 있는데, 아직 이런 장조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어느새 .. 5월이 이렇게 가고 있어서 오늘은 좀 늦게 컴퓨터 앞에 앉아 있네요.
아직 밤은 추우니 감기 조심하시고요 ~

hnine 2011-05-19 04:44   좋아요 0 | URL
5월이 제겐 참 길게 느껴져요. 5월이 언제부터 이렇게 행사 많고 분주한 달이 되었는지. 봄은 확실히 가고 있더군요. 오늘 낮에 언덕배기 길을 오르며 땀을 흘렸으니까요. 반팔 옷을 입고도 춥지 않으니까요.
오래 전,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낼때 오늘 바람결님 페이퍼에 올리신 것 처럼 휴일이면 혼자 길을 나서 걷다가 돌아올 땐 꽃을 한 송이 사들고 오곤 했었어요. 썰렁하기 그지 얺는 방에, 꽃 한 송이를 병에 꽂아두어도 웬지 아주 혼자는 아닌 것 같았어요. 말하는 꽃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도 한 적이 있는데, 풋!

잘잘라 2011-05-19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분 하나 사다 놯야겠어요. 꽃 활짝 핀 걸루다가..
정신 상태의 변화,를 느끼고 싶어요. ^^

hnine 2011-05-19 13:40   좋아요 0 | URL
꽃 활짝 핀 화분, 좋지요. 크지 않은 것은 그리 비싸지도 않더라고요.
저는 씨앗을 심어볼까 생각 중이어요. 빨리 쑥쑥 자라는 것으로요. 상추가 그렇다는데 스티로폴 박스에 흙 담고 한번 심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