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금산타악기 페스티벌이 목적이었다.
집에서 약 한 시간 거리.
오전 10시부터 시작이라고 해서 시간에 맞게 행사장에 도착했는데 시작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며 기다려도 무대도 썰렁, 각 부스도 썰렁, 사람도 없다.
할 수 없이 들어가보게 된 것이 그 옆에 있는 금산 기적의 도서관이었다.
입구부터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도서관,
책꽂이가 아이들의 키높이를 넘지 않는 도서관,
도서관 앞 정원이 아름다운 도서관
아이와 나는 기꺼이 도서관에서의 시간을 즐기고 왔다.
거기서 내가 읽은 그림책들이다.
<나는 왜 초대하지 않아?>
친한 친구 찰스가 다른 아이랑 파티 얘기를 하는 것을 분명히 들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자기한테는 파티에 초대한다는 말을 하지 않아 시무룩해진 아이. 아마도 찰스가 여러 명을 초대하다 보니 자기를 모르고 빼놓았나보다 생각하고 찰스로 하여금 생각나게 하기 위해 아이는 이런 저런 방법을 다 써보지만.
드디어 파티 날이 왔고, 지나가면서 본 찰스네 집은 풍선으로 화려하게 장식이 되어 있었지만 끝내 초대를 못 받은 아이는 쓸쓸히 혼자 동네 놀이터로 향하는데.
결말의 그 유쾌한 반전이라니.
그림도 글도, 정말 예쁘다.
<레온과 마법사 압둘 카잠>
진즉부터 읽고 싶었던 그림책이었는데 이 날 드디어 보게 되었다.
그림책의 진수를 보여준다고 할까.
그림이 정말 환상적이다.
모든 그림책이 그럴 필요는 없겠지만 이 책의 내용이 내용인만큼 환상적인 색채와 입체적인 구성은 글 내용과 매우 잘 어울렸다.
<왕 짜증나는 날>
어른들만 이런 날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도 왕 짜증나는 날이 있다.
마지막 두 페이지의 결론이 마음에 들어서 한동안 눈길이 머물렀던 책.
'그래도 다행이예요.
시간이 지나면 밤이 되니까요.
그리고 그 밤이 지나면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지요.'
<내 이름은 윤이에요>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간 윤이.
윤이라는 글자를 알파벳으로 쓰는 법을 배우는데 꼬부랑 글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마음에 안 드는 것은 글자 뿐이 아니다. 학교도 싫고 낯선 동네, 낯선 나라도 싫다.
학교에서 시험지에 이름을 쓰는 난에 이름인 YOON대신 자기가 아닌 다른 단어들을 쓰는 윤이. 자기 이름은 어디까지나 YOON이 아닌 '윤'인 것이다.
아이들은 말로만 표현하지 않는다. 어른들의 눈으로 볼땐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행동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것을 읽을 줄 아는 어른이 주위에 있느냐가 문제.
외국 작가가 그린 우리나라 아이의 모습. 우리가 우리의 모습을 그린 것과는 또 다르다.
이 날 도서관에서 다른 그림책들도 보았지만 위의 네 권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