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

 

 



 

인생은 아름다워

라고 말해야 하는 이유는

인생이 아름답지만은 않기 때문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라고 주문처럼 중얼거리는 이유는
뜻만으로 길이 생기지 않기 때문 




내일은 더 좋은 날이 될거야
라며 마무리를 해야하는 이유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  

 

 

 

 

 

 

 

 

인생이 진흙탕 같은 순간에도 

미련스럽게
꿋꿋하게
아무 생각 없어보이는 듯
살아내는 그 모습이 아름답다는 생각 

  

인생 그것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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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1-10-23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이 시 좋아요. 김훈의 소설을 읽을 때 제가 받는 느낌이 이것과 꼭같은 거 같애요. 인생 그것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공감 백 배.

hnine 2011-10-23 14:26   좋아요 0 | URL
저렇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도 많이 계실텐데 좀 쭈빗거리다가 그냥 올렸어요.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영화를 봐도 그렇고 인생을 살아내는 모습이 눈물겨워 아름답다고 표현했을 뿐이지 인생 자체는 가시밭길에 더 가깝지 않나? 제 모자란 생각에는 그렇거든요.
제가 좀 회의적이고 염세적이긴 합니다. 그러니 꿋꿋하기라도 하려고요 ^^

잘잘라 2011-10-23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렇네요. 인생이 진흙탕 같은 순간에도 미련스럽게 꿋꿋하게!!!

hnine 2011-10-23 21:00   좋아요 0 | URL
원래 '시궁창'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진흙탕'으로 고쳤어요 ^^
진훍탕이어도, 시궁창이어도, 계속 가 보는 겁니다.

비로그인 2011-10-23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공감 백 배에요... 달사르님은 김훈의 소설을 읽을 때 그렇다고 하셨는데, 저는 다르덴 형제의 영화를 볼 때 그래요. 근데 또 까먹는다는 거... 잊지 않아야 하는데!

hnine 2011-10-23 22:56   좋아요 0 | URL
까먹는건 당연하고요, 이제 까먹는 횟수가 점점 늘어가요 ㅠㅠ
나이가 쪼금 들어가니, 그냥 저런 글이 막 써져요. 시(詩)라고 하기엔 부끄럽고요.

프레이야 2011-10-23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시가 점점 더 좋아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정말 님의 시를 그대로 말해주는 영화였어요.
네, 인생이 아름다운 건 그래서였네요.

hnine 2011-10-23 22:59   좋아요 0 | URL
시라고 생각하고 쓴 건 아니고 행을 짧게 쓴 일기라고나 할까...그렇게 끄적거렸는데 써놓고 보니 모양새는 시 같아서 그냥 시 카테고리에 넣어버렸네요 ^^
인생은 정~말 아름다운 거라고, 곱고 우아하게 말하고 싶은데 아직까지는 저게 저의 생각이랍니다. 앞으로 혹시 바뀔까요?

마녀고양이 2011-10-24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항상 고통은 함께 따라다닌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대로.
하지만, 참 슬퍼요.. 문득.

hnine 2011-10-24 21:47   좋아요 0 | URL
딱 떨어지는 답이 없는 문제들이 있더라고요. 그런 문제에 매달려 웃었다 울었다 하는게 무슨 소용인가 싶어요.
그것보다 더 의미있는 것은 어찌되었든 간에 주어진 삶을 묵묵히 살아내는 것 아닐까 생각했어요.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 그런 마음의 equilibrium 상태를 저는 꿈꿔요 감히.

하늘바람 2011-10-27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저도 생각해보다 고개를 끄덕입니다

hnine 2011-10-28 08:13   좋아요 0 | URL
전 그냥 이렇게 인정해버리면 훨씬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원래는 금산타악기 페스티벌이 목적이었다.
집에서 약 한 시간 거리.
오전 10시부터 시작이라고 해서 시간에 맞게 행사장에 도착했는데 시작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며 기다려도 무대도 썰렁, 각 부스도 썰렁, 사람도 없다.  

할 수 없이 들어가보게 된 것이 그 옆에 있는 금산 기적의 도서관이었다.

입구부터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도서관,
책꽂이가 아이들의 키높이를 넘지 않는 도서관,
도서관 앞 정원이 아름다운 도서관

아이와 나는 기꺼이 도서관에서의 시간을 즐기고 왔다. 

 

  

 

 

 

 

 

 

 

 

 

 

   

 

 

 

 

 

 

 

 

 

 

 

 

  

 

 

 

 

 

 

 

 

 

 

 

 

 

 거기서 내가 읽은 그림책들이다. 

<나는 왜 초대하지 않아?> 

 친한 친구 찰스가 다른 아이랑 파티 얘기를 하는 것을 분명히 들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자기한테는 파티에 초대한다는 말을 하지 않아 시무룩해진 아이. 아마도 찰스가 여러 명을 초대하다 보니 자기를 모르고 빼놓았나보다 생각하고 찰스로 하여금 생각나게 하기 위해 아이는 이런 저런 방법을 다 써보지만.
드디어 파티 날이 왔고, 지나가면서 본 찰스네 집은 풍선으로 화려하게 장식이 되어 있었지만 끝내 초대를 못 받은 아이는 쓸쓸히 혼자 동네 놀이터로 향하는데.
결말의 그 유쾌한 반전이라니.

 그림도 글도, 정말 예쁘다.

  

 

 

 

 

 

 

 

 

 

 

 

 

 

 

 

   

 

 

 

 

 

 

 

 

 

 

 

 

 

 <레온과 마법사 압둘 카잠>

 진즉부터 읽고 싶었던 그림책이었는데 이 날 드디어 보게 되었다.
그림책의 진수를 보여준다고 할까.
그림이 정말 환상적이다.
모든 그림책이 그럴 필요는 없겠지만 이 책의 내용이 내용인만큼 환상적인 색채와 입체적인 구성은 글 내용과 매우 잘 어울렸다.

 

 

 

 

  

 

 

 

 

 

 

 

 

 

 

 

 

  

 

 

 

 

 

 

 

 

 

 

 

 

 

 <왕 짜증나는 날>

어른들만 이런 날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도 왕 짜증나는 날이 있다.
마지막 두 페이지의 결론이 마음에 들어서 한동안 눈길이 머물렀던 책.

 

'그래도 다행이예요.
시간이 지나면 밤이 되니까요.
그리고 그 밤이 지나면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지요.'

 

 

   

 

 

 

 

 

 

 

 

 

 

 

 

  

 

 

 

 

 

 

 

 

 

 

 

 

  

 

 

 

 

 

 

 

 

 

 

 

 

  

 

 

 

 

 

 

 

 

 

 

 

 

 

  

 <내 이름은 윤이에요>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간 윤이.
윤이라는 글자를 알파벳으로 쓰는 법을 배우는데 꼬부랑 글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마음에 안 드는 것은 글자 뿐이 아니다. 학교도 싫고 낯선 동네, 낯선 나라도 싫다.
학교에서 시험지에 이름을 쓰는 난에 이름인 YOON대신 자기가 아닌 다른 단어들을 쓰는 윤이. 자기 이름은 어디까지나 YOON이 아닌 '윤'인 것이다.

아이들은 말로만 표현하지 않는다. 어른들의 눈으로 볼땐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행동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것을 읽을 줄 아는 어른이 주위에 있느냐가 문제.

외국 작가가 그린 우리나라 아이의 모습. 우리가 우리의 모습을 그린 것과는 또 다르다.

  

 

 

 

 

 

 

 

 

 

 

 

 

  

 

 

 

 

 

 

 

 

 

 

 

 

  

 

 

 

 

 

 

 

 

 

 

 

 

 

 이 날 도서관에서 다른 그림책들도 보았지만 위의 네 권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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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10-17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왕 짜증 나는 날. 이건 제가 좀 보고 싶은 책입니다.
그래도 밤은 오는 것이지용. 풋 ^^ 스르륵 잠들기 전에 좀 소심하게 웃어 봅니다!!

hnine 2011-10-18 05:12   좋아요 0 | URL
저도 그림책 속의 아이에게 배웠어요. 아무리 왕 짜증나는 날도 밤이 오기 마련이고 새 날이 오게 마련이라는. 저 아이를 제 스승으로 모실까봐요 ^^

순오기 2011-10-18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산에도 기적의 도서관이 있군요. 순천 기적의 도서관만 가봤는데~~~~
좋은 그림책 보셨네요~ 이 그림책들 도서관에 가면 찾아봐야겠어요.^^

hnine 2011-10-19 22:51   좋아요 0 | URL
저 도서관 참 좋더라고요. 일단 입구에서 머뭇거리는 저와 아이에게 먼저 인사해주시는 분이 계셔서 좋았고요, 책 보면서 들어보니 책 있는지 문의하는 전화인 것 같은데 친절하게 서가에서 일일이 책 찾아보고 답변을 해주시더라고요.
일요일 오전이니 아이들도 별로 없고, 호젓하게 즐기다 왔어요.

비로그인 2011-10-18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빠졌는데... 미니의 웃음이 없어요 :)
시험이 끝나면 어린이책 코너에서 오래 머무를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ㅎㅎ
기적의 도서관이라고 하면 그... MBC에서 했던 프로젝트 아닌가요? 잘 지었네요!

hnine 2011-10-18 17:21   좋아요 0 | URL
아침 식탁에 가족의 웃음이 빠지면 참 썰렁하지요. 저런 표현을 쓸 줄 알아야 어린이책 작가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시험 끝난 후 어린이책 코너, 특히 그림책 코너에 가시면 아마 시간 가는 줄 모르실 거예요. 마음 뭉클한 책들과 부디 만나시길 바랄께요.
기적의 도서관, MBC 그 프로젝트에 의해 지어진 도서관 맞아요. 저도 말로만 들어보았다가 이번에 처음 가보았답니다.

sslmo 2011-10-19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초등학교 1학년 때 연필화로 저렇게 머리랑 눈이랑을 꼭꼭 눌러가며 그리던 윤이란 이름의 아이를 알아요.
그래서 저 책이 마냥 마음 편하게 다가오지만은 않네요~

기적의 도서관, 저도 가보고 싶어요.
다른 문구도 물론이지만...
"책꽂이가 아이들의 키높이를 넘지 않는 도서관"이란 문구...정말 근사한걸요~^^

hnine 2011-10-20 11:53   좋아요 0 | URL
초등학교 1학년 때 일을 여전히 기억 창고에 담고 있으시군요.
저 책 속의 윤이는 그래도 선생님의 따뜻한 배려 덕분에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해요.
기적의 도서관은 저도 말로만 들어보았는데 저 날, 그것도 갈려고 간게 아니라 우연히 들어가보게 되었어요. 책꽂이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보니 어른들은 허리를 구부리고 책을 찾아야한답니다 ^^

yamoo 2011-10-22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적의 도서관이라...참 멋진 이름이네요. 근데, 이름과는 달리 참 소박한 도서관이어요~^^

금산이라...서울에서 참으로 먼 곳이네요. 서울에도 생겼으면 좋겠어요.ㅎㅎ

hnine 2011-10-22 23:36   좋아요 0 | URL
충청남도 금산군이니 서울에선 꽤 떨어져 있지요.
기적의 도서관이라는 이름에서 웬지 시설이 뛰어난 도서관일 것 같은 뉘앙스가 풍기지요?
기적의 도서관은 전국 여러 곳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순천, 제주, 인천 등등.

달사르 2011-10-23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산타악기페스티벌, 저도 갈려고 했는데 시간을 못내서 못갔네요. 금산페스티벌 구경은 잘 하셨어요? ..라고 물어볼려니 원래 계획은..이 살짝 보이네요. 하하. 대신 기적의 도서관이로군요. 금산이 인삼축제도 하더니 기적의 도서관도 있고 타악기페스티벌도 하고 멋진 도시입니다.

저 네 권은 다 마음에 들어요. 그림체도 좋고 내용도 좋구요. 마지막 윤이는 특히. 외국인 작가의 책이어서 관심이 더 가요.

hnine 2011-10-23 23:02   좋아요 0 | URL
달사르님은 들어보셨군요? 타악기페스티벌! 저희집 아이가 요즘 학교에서 드럼을 배우는데 관심을 보여서 가보려고 나선 길이었는데 얼마나 썰렁하던지. 무대는 텅 비었고 관객석엔 물론 아무도 없고요. 청소하는 분들만 몇분 왔다 갔다 하시길래 30분 쯤 기다리면 할 줄 알았어요. 그래서 기다리는 동안 들어간 곳이 기적의 도서관이랍니다. 30분이 아니라 1시간 넘게 도서관에서 있다가 나와도 시작을 안하고 있었어요 ㅠㅠ 그래도 저렇게 아담하고 예쁜 도서관에 들러서 좋은 그림책 보고 나올 수 있어서 만족합니다.

희망찬샘 2012-02-05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들이 배꼽으로 나타나서 볼 수 없어 안타깝네요. 왕짜증 나는 날... 그 책 읽고 그 짜증이 제게 확 겹치는 느낌 들어서 책에 대한 기억이 안 좋았는데... 정말이지 책이란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맞이한다는 말이 맞나봐요. <빵점 맞은 날> 읽었을 때, 정말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그 책 읽으며 키득거리는 애들이 많더라구요.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는 모습 보면서 책을 다 다르게 만날 수 있음을 생각했는데 이 책도 그런 책이네요.

hnine 2012-02-05 16:28   좋아요 0 | URL
아까는 저도 사진이 배꼽으로 보이더니 지금은 제대로 보이네요.
<빵점 맞은 날>은 저도 안 읽어봤는데, 역시 영화도, 책도, 보고 나서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하고 듣는 과정도 참 재미있는 것 같아요.
<왕짜증나는 날>을 읽으면서는 '나는 이 책의 아이만도 못해' 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수 배웠어요.

희망찬샘 2012-02-05 19:40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이제는 제대로 보여요. 이렇게 읽어보니 그림책의 가치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우리 집 

 

어렵고 하기 싫은 공부하다
몸이 지쳤을 때도
동무들과 말다툼하다
마음이 상했을 때도 


집으로 돌아와
대문 손잡이만 잡으면
기분이 좋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일터에 가신 어머니가
차려놓은 밥상이 있고,
어린이날에 아버지가 사 주신
동화책 <몽실 언니>와
깍쟁이 누나가 사준 장난감도 있다 


'인교야, 오늘 내내 힘들었지.
자, 이제 아무 걱정 말고 푹 쉬어라.' 


벽에 걸린 가족사진도
나를 내려다보며 말을 건다 


내가 만들고 싶은 우리집은 이런 집
좀 비좁고 궁색할지라도

내가 꿈꾸는 집
바로 지금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집
쉬워보이지만 해보면 쉽지 않은 집

 

작은 꿈 

 

-옆집에 사는 원근이 아저씨는 공장 천장에서 떨어져 평생 일어나지 못하는 깊은 병을 얻어 누워 있습니다. 그래도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갑니다- 

 


내 손으로 밥 먹고
하루 한번 이 닦는 것 


방에서 똥오줌 누지 않고
변소 가서 누는 것 


그리고
햇볕 잘 드는 창문을
내 손으로 여는 것



나는 다 할 수 있는 것들
그 누군가에겐 꿈으로만 바랄 수 있는 것들...  

 

어버이날 

 

점심밥 먹는둥 마는둥
바쁘게 산밭에 가서
어둑어둑 해가 다 지고 나서야
돌아온 어머니 

 
"야야, 오늘 피곤하다.
말도 시키지 마라." 


말하기도 귀찮은 어머니 


'어머니, 어깨 주물러 드릴까요?'
몇번이나 속에서 말이 나왔지만
쏙 들어가고, 쏙 들어갔습니다. 


씻지도 않고 자리에 누워
금세 잠이 든 어머니 머리 맡에
빨간 카네이션도 잠들었습니다 

 

 

   

  

 

 

 

 

 

 

 

 

  

 

 

 

호숫물 

 

뒤에 처지는 이 없이
혼자 먼저 가는 이 없이 


뽐내어 솟아나는 이 없이
넘어져 밟히는 이 없이 


맑고 따스하게
우리는 모여서 ...... 

 

 

눈치 

 

마당에 쪼그려 앉아
울고 있는 내 동생
새 크레파스 사 달라고
엄마를 조르는거다 


고양이가 다가가
발 하나를 내밀자
동생도 손을 내밀어 장난치며
살짝 웃고 만다 


그러다가 생각난 듯 
다시 울기 시작하는 녀석
엄마 어디 계시나 두리번거리며
더 크게 우는 내 동생 

 

 

 

풍 선 

 

새끼 손가락에만 닿아도
동동 뜨지요 


다정한 마음
따스한 마음을
후- 후 불어 넣었으니까요 


그렇지만 무언가가
날카롭게 덤벼든다면
그때는 달라져야지요 


뻥!
깜짝 놀랄 힘을 보여줄 거예요  

 

 

 

 

 

 

 

 

 

 

 

 

시가 좋다. 군더더기 다 떨치고 할 말만 하고 마는 시가 좋다.

동시는 더 좋다. 눈에 보이는 군더더기 뿐 아니라 마음의 군더더기까지 깨끗이 청소해주는 느낌이 들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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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저녁 준비 하기 바로 전.
다린이에게 아파트 베란다 커튼 치고 기니픽 먹이 주라고 이르고 화장실엘 막 들어갔는데
갑자기 울음 소리가 들린다. 엉~엉~
그 2-3초 내에 별 생각을 다 하며 뛰쳐나와보니 기니픽에게 먹이를 주러 갔던 다린이가 울고 있다.

"다린아, 왜??" 

"엄마, 기니픽이 죽었어요...엉~엉~" 

아주 섧게 운다. 

지난 번에 이미 두 마리 키우다가 며칠 간격으로 죽었고 지금 키우는 것들은 그 이후에 다시 사온 애들로 이름은 '초코'와 '쿠키'이다. 그동안의 경험때문인지 얘네들은 크기가 거의 강아지 크기 만 해지도록 지금까지 잘 자라주어 다행이다 싶었는데,
아까 낮에까지만 해도 발견 못했는데 언제 죽었나 모르겠다.

아이말을 듣고 기니픽 집에 가보니 브라운 색을 띄던 쿠키가 나무 집 지붕위에 널브러져 죽어있다.  

남편이 들어와서는 옷도 안 갈아입고 기니픽을 묻어주러 갔다. 아이도 옷을 입고 따라 나섰다.  

오늘 아침에 남편이 나보고 지난 밤에 기니픽 집에 담요 갖다 덮어주었냐고 물어본다. 나도 아니고, 남편도 아니고, 잠 자기 전 아마 다린이가 기니픽이 추울까봐 덮어주었나보다. 남은 한 마리라도 잘 보살펴주고 싶은 마음이겠지. 

쿠키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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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10-16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으로 속상하겟네요 그렇게 세상을 떠날까봐 애완동물 키우는게 무서워요
다린이가 그렇게 이별을 배워나가네요

hnine 2011-10-17 19:16   좋아요 0 | URL
저는 개는 좋아하는데 기니픽에게는 처음부터 별로 정이 안가더라고요. 그래서 거의 다린이 아빠와 다린이가 기니픽 관리를 했었는데도 저렇게 죽고 나니까 마음이 안좋더군요. 사람이나 동물이나,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그냥 지나쳐지지가 않아요.

BRINY 2011-10-16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쿠키야, 안녕...
초코는 다린이의 담요를 덮고 겨울을 잘 나길 바래요.

hnine 2011-10-17 19:18   좋아요 0 | URL
Briny님의 인사도 하늘나라에서 쿠키가 들었으면 좋겠어요.
남은 초코를 잘 보살펴야지요. 너무 무심했던 저도 자주 들여다보려고 해요. 그래도 몇달을 한 가족으로 지내오고 있는데 말이어요.

비로그인 2011-10-16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 쿠키가 먹는 쿠키인줄 알았습니다.
잠시 쿠키를 위해 묵념을..

제가 지금 듣는, 10월에 듣는 음악도 어딘지 좀 쓸쓸해 보여요.

hnine 2011-10-17 19:28   좋아요 0 | URL
초코쿠키에서 만든 이름이어요. 두 마리중 한 마리를 초코, 다른 한 마리를 쿠키라고 부르기로 했거든요. '쿠키'라는 이름, 발음하면 좋지 않나요? ^^
그래도 잘 보살펴준다고 했는데 무엇이 원인이 되어 죽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특별한 것을 먹이로 준 것도 아니고, 아직 추워서 죽었을 정도도 아니고...

달사르 2011-10-16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조금이라도 더 늦게 알았으면 하는 '사랑하는 것과의 이별'을 다린이가 알아버렸네요. 마음이 짠합니다. 초코가 혼자 외로울텐데 다린이가 신경을 더 쓰겠네요.

hnine 2011-10-17 19:31   좋아요 0 | URL
기니픽, 소라게, 사슴벌레...모두 다린이가 키우던 동물들이랍니다. 요즘은 또 개를 키우게 해달라고 조르고 있어요. 천식있어서 안된다고 하고 있는데 사실은 저도 개 키우고 싶거든요 ^^
기니픽에게 먹이로 배추를 줬었는데 어제는 또 무슨 생각을 했는지 배추만으로는 영양가가 부족한 것 같다며 당근을 가져다 주더라고요.

마노아 2011-10-17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짠하네요. 다린이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요. 담요를 덮어주는 아스라한 손길이 그려져요. 쿠키 안녕, 초코야 오래오래 건강히 살렴!!

hnine 2011-10-17 19:35   좋아요 0 | URL
좀 더 추워지면 담요가지고 안되고 실내로 들여와야지요.
둘이 있다가 혼자 남으니 남은 한 마리도 곧 죽었던 경험이 있어요. 그래서 더 각별히 보살펴 주고 싶나봐요.

파란놀 2011-10-17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사랑을 받고 살다가
좋은 누리에서 꿈을 키우리라 믿어요..

hnine 2011-10-17 19:38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빌어주고 있답니다.
 

 

 

 

 

 

 

나를 잠시 끄기 위해
소리도 끄고
빛도 끄고
움직임도 끄고
생각도 잠시 꺼두라네
결국 라디오 하나는 끄지 못하고
켜둔 채 잠자리에 든 어제
성시경의 목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어
이주연의 목소리를 들으며 일어났다



깨어 있는 나혼자

아직 깨어나지 않은 집 여기 저기
헤집고 다니노라면
깜깜한 밤바다에
혼자 퍼덕퍼덕 헤엄쳐 가고 있는

물고기가 된 기분
무한의 바다에
어딘지도 모르는 곳을 향해
혼자 헤엄쳐 가고 있는
고독한 물고기가 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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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1-10-15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직접 쓰신 거죠? 시가 왜 이리도 고독하면서도 좋은가요?
동물원의 깨끗한 목소리도 잘 듣고갑니다.
조용한 토요일 오후에요.^^

hnine 2011-10-15 18:0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동물원 좋아하세요? 저 대학때 동물원 무~지 좋아했어요. 콘서트마다 다 갔답니다. 프로 가수들이 아니기 때문에 더 깨끗하고 풋풋하고 그랬었지요.
아이 데리고 축구 하는데 갔다가 지금 들어왔는데 집에 들어오자마자 천둥치며 비가 오기 시작하네요.

하늘바람 2011-10-15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풋풋해지네요
언제나 새벽에 일찍 깨시는 님
그때 님을 만나면 함께 고요해지고 적막해지고 모든 것에 준비하고픈 마음이 들 것같아요

hnine 2011-10-15 21:57   좋아요 0 | URL
새벽 시간은 위에 쓴대로 고독하기도 하지만 그 댓가가 있어요. 온전히 저만의 시간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저녁에 일찍 잡니다, 다음 날 새벽을 잃기 싫어서요 ^^

꿈꾸는섬 2011-10-16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물원 노래가 올라와 반가운 마음에 노래 들어요.^^
제가 오늘 혼자 헤엄치고 다니는 그런 기분이네요.^^

hnine 2011-10-16 08:37   좋아요 0 | URL
꿈꾸는 섬님, 동물원 노래 좋지요? 특히 저 두 곡은 전주만 나와도 저는 '얼음 땡'이 되어 하던 일 다 멈추게 된답니다 ^^
남편 분이 늦게 들어오셨나봐요. 혼자 헤엄치기, 때로는 홀가분하기도 하고 때로는 좀 외롭기도 하고, 그렇지요.

달사르 2011-10-16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가 정말 청아하네요. 마음이 덩달아 깨끗해지는 느낌입니다.
hnine님의 시와 같이 들으니 더 운치있고 좋습니다. ^^

새벽의 퍼득거리는 고독한 물고기. 햐아..멋진 새벽입니다.

hnine 2011-10-17 19:40   좋아요 0 | URL
아이쿠, 시랄 것도 없습니다~
새벽에는 정말 아직 자고 있는 식구들이 있으니 큰 소리를 내어도 안되고 물고기가 헤엄치듯이 흐느적 흐느적, 흔적만 남기며 다녀야 한답니다 ^^